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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만 갈 수 없는 세계

인간의 상상이 만든 다양한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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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세계, 현실을 비추는 거울

디스토피아에서 슈퍼히어로까지

이야기의 세계는 광활하다. 우리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부터 범죄와 정치 등 사회적인 이야기들이 있고 상상으로 만들어낸 판타지와 SF 등 무한대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인간은 왜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일까? SF에 자주 등장하는 미래는 흔히 디스토피아로 그려진다. 기업이 지배하는 폭력적인 미래 혹은 핵전쟁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문명이 파괴된 후의 미래,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 등 상상 속의 미래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 가상의 이야기를 보면서 독자는 현실을 떠올린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어떤 것을 극단적으로 확장하여 상상한다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는 현실이 될 수 있다. AI가 인간을 뛰어넘고,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터미네이터>, <매트릭스>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영화 <부산행>이나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좀비 혹은 몬스터가 창궐하는 이야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는 거의 2년간 멈추었다. 정말로 좀비가 현실에 등장한다면, 우리가 아는 문명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좀비는 현실이 아니지만, 좀비 같은 어떤 존재는 충분히 현세에 나타날 수 있다. SF는 현실의 은유이자 거울로서 존재하는 이야기다.

그저 황당해 보이기만 하는 엑스맨과 스파이더맨 등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 영화도 현실의 소수자 차별과 독점 기업의 횡포, 윤리가 없는 과학기술의 해악 등을 보여준다. 존재하지만 갈 수 없는 세계는, 지금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발을 걸치고 있는 세계의 뒷면이기도 한 것이다.

*'존재하지만 갈 수 없는 세계'는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열여덟 번째 테마로, 이야기하는 인간(호모 나랜스 Homo Narran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