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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나를 담다

내가 사는, 나와 닮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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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공간, ‘홈’(home)

의식주의 순서를 정할 수 있을까? 먹어야 생존할 수 있고, 추위를 이기는 것은 기본이고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 인간은 적절한 옷을 입어야 한다. 먹고 입는 것은 필수인데, 집은 어떨까.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공간이 집이지만, 떠돌아다니며 생활한다면 집이 없어도 가능하지 않을까?

‘주’를 단지 집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없어도 된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공간은 단지 생존을 위한 곳이 아니다. 거친 세상에서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은 휴식을 넘어 나의 존재가 유지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안식처다. 단지 쉰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갈된 나의 자의식,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시간이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이 필요하다. ‘주’(住)의 의미가 단지 ‘하우스’(house)가 아니라 ‘홈’(home)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주거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계비평가 이영준이 촬영한 <판교는 왜 창문을 싫어할까>(2015)는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조성된 서판교 지역의 단독주택이 외부로 난 창을 없애거나 줄이고 중정(中庭)을 만들어 자기만의 공간을 주로 만든 것에 주목했다. 물리적 공유공간과 직접 대면 대신 느슨한 공동체를 원하는 건축주들의 감수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건축가 유한준이 ‘적절한 프라이버시와 적절한 소통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화목한 건축’의 새로운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의 경계가 점점 폐쇄적으로 닫혀가는 것은 사회적 불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고.

앞으로 우리의 공간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나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점점 중요해지는 질문이다.

*'집에 나를 담다'는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스물아홉 번째 테마로, 표현하는 인간(호모 네간스 Homo Negan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