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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아카이브

발밑의 대지를 바람으로 상상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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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가 딛고 선 불변하는 대지처럼 느껴지지만, 때로는 흔들리는 바람과 같이 오늘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근래 한국 사회는 온갖 질문들로 가득하다. 기후 위기, 인구 문제, 세대 갈등, 지역 소멸과 같은 고민들은 우리가 지나온 길에 다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역사가 남긴 흔적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길을 찾고, 내일의 방향을 묻는다. 이번 큐레이션 ‘역사 아카이브’는 그러한 탐구의 여정을 함께 걸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된다.

이 큐레이션은 잊힌 골목, 침묵 속에 남겨진 공간, 그리고 그곳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불러온다. 오래된 도시는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분단의 상처를 간직한 공간, 독립운동의 흔적이 새겨진 길, 그리고 잊힌 마을의 이야기는 오늘날 여러 위기와 고민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과거를 다루는 방식은 지금 우리가 걸어갈 길을 더듬는 방식이기도 하다.

역사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이번 큐레이션의 중심에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명제가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그 이면에 가려진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화, 웹툰, 다큐멘터리 속에 담긴 오랜 서사는 이러한 숨겨진 과거를 끌어내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야기를 통해 과거는 살아 움직이며, 현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에드워드 카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 없는 대화이다.”
역사는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힘이다. 이번 큐레이션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현재를 읽어내고,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게 한다. 과거는 우리를 떠나지 않았다. 발밑에 깔린 대지처럼, 그리고 바람 속 흔들리는 다리처럼, 과거는 우리 곁에서 여전히 삶의 방향을 속삭이고 있다.

- 정지우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