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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엇을 샀습니까?

물질주의를 넘어 건강한 소비에 이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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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윤리적 소비의 중요성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어느 날 멋진 침실 가운을 선물받았다. 가운을 입고 서재에 서니 책상이 초라했다. 책상을 새로 사니 의자와 책꽂이가 보잘것없었다. 하나둘 바꾸다 보니 서재의 모든 것이 멋진 물건인데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소비가 소비를 부르고, 욕망이 충족되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욕망으로 불붙는 상황을 ‘디드로 딜레마’라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호모 이코노미쿠스, 이성적인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드로처럼 현대인은 돈을 계속 쓰면서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새롭고 비싼 물건을 계속해서 소비한다.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미국의 상류계급이 신분을 드러내는 전통적 수단인 일이나 직위 대신 고가 물건 등의 소비를 통해 신분을 표출하는 행위를 ‘과시적 소비’라고 불렀다. 현대인의 명품 중독도 비슷하다. 명품을 가졌으니 나도 그 ‘집단의 일원’이라는 희망적인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치명적인 도파민 중독이다.

애초의 소비는 나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소비가 충족된다면 더 높은 욕망을 해결하기 위한 소비로 나아간다. 말초적인 소비의 악순환에 빠진다면 결코 욕망은 충족되지 못한다. 21세기에는 합리적인 소비, 윤리적인 소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나보다는 우리, 인류 전체를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해지고 있다. 소비는 욕망의 충족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무엇을 샀습니까?'는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서른일곱 번째 테마로, 소비하는 인간(호모 콘수무스 Homo Consume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