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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싫어서> 작가 김경희

일, 나를 찾는 시간

박소정

2018-05-02

Q. 퇴사 이후 작가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 계신데요,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A. “지금은 괜찮지만 결국 저도 시간이 지나면 노동자로서 가치가 낮게 평가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취업 관련 회사에 다니면서 박람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하며 취업전선에 있는 분을 많이 만났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저도 결혼과 임신, 출산 같은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언젠가 구직자로서 저자리에 서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만약 그런 삶을 마주했을 때 어떨지 생각해 보니 결코 쉽지 않겠더라고요. 고학벌에 좋은 회사에 다녔더라도 경력이 단절되어 있으면 인사담당자가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는 않으니까요. 지금은 괜찮지만 결국 저도 시간이 지나면 노동자로서 가치가 낮게 평가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더불어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 어디까지나 부분에 지나지 않고, 회사를 나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민했고 결국 퇴사하게 됐죠.

 

김경희 작가

 

Q. 회사에 다니면서 조금씩 쓴 글이 화제가 되며 책으로 정식 출간되었어요, 어떤 계기로 글을 쓰게 됐나요?

A.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는지, 상대방의 말에 기분이 어떠했는지를 적어가다 보면 조금씩 오해가 풀리고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결국, 말하지 못해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앞에서 할 말을 다 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이를 푸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죠. 사실 글을 쓰는 이들 중 행복해서 쓰는 사람보다는 고민이 있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쓰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말로 털어내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는지, 상대방의 말에 기분이 어떠했는지를 적어가다 보면 조금씩 오해가 풀리고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Q. 퇴사 이후 삶과 가치관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A. “비슷한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참 행복한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됐죠.”

 

회사에 다닐 때는 잘하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번 돈으로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하면 된다는 주의였어요.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매우 크다는 걸 몸소 느꼈어요. 물론 소득과 비례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못 벌면 그만큼 덜 쓰면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비슷한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참 행복한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됐죠.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이를 만나는데, 확실히 전과 비교해 일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요.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으니까요. 최근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경향도 볼 수 있는데 구조적으로 아직 힘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사실 워라벨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소리를 내는 게 우선이거든요. 그런데 아직 대부분의 고용주와 고용인이 갑과 을에 머물러 있죠. 이런 구조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경희 작가


Q. 『회사가 싫어서』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사며 화제가 됐습니다. 사람들이 일하길 원하면서도 한편으로 퇴사를 꿈꾸는데 이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A. “돌이켜 보면 결국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 같아요.”


확실히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이가 그러하듯 저 또한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을 앞두고 우선 어디에 가야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당장 주어진 현실 앞에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등에 대해 고민할 여력이 없었죠.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벌고 삶의 안정을 찾으면서 제가 하는 일을 돌이켜보게 됐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람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돌이켜 보면 결국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 같아요.

 

Q. 퇴사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한국 특유의 조직문화를 꼽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이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시각이 필요할까요?

A. “노동자의 시간을 조직의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부터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요?”


노동자의 시간을 조직의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부터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요? 계약서에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회사 측에서는 일이 바쁠 때는 밤낮, 주말 상관없이 일해야 한다고 당연히 여기는 문화가 있어요. 사실 이런 식이면 야근 수당, 주말 근무 수당을 받아야 마땅한데 주지 않는 곳이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죠. 회사가 노동자의 시간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발생한 일인데, 근본적으로 이게 잘못됐다는 시각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경희 작가

 

Q. 일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A. “결국엔 자기가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일을 하든지 힘든 점은 있을 수밖에 없죠. 문제는 이 힘든 걸 감당해낼 수 있을 만큼 좋은 부분이 있느냐가 아닌가 싶어요. 돈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안정적인 삶을 우선으로 여길 수 있죠. 그런데 제 경우에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책을 접점에 두고 일한다는 점에 가장 큰 만족을 느끼고 그 외에는 좀 힘든 일이 있더라도 껴안고 가는 거거든요. 결국엔 자기가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어요.


Q. 자신을 찾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에 관해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인데요, 이런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고 직접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요.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많이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주어진 일이 있으니까 그럭저럭 열심히 해왔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회사의 일이지 제 일은 아니었던 거죠. 막상 회사를 나와 보니 저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디자인 툴을 다뤄 보기도 하고 작곡과 작사도 배워보고 글도 써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죠. 회사 일로 바쁘더라도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고 직접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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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소정
박소정

월간『Chaeg』과 『THE SEOULive』의 에디터. 집사가 될 날을 고대하며 동네 길고양이들과 교감 5년 차, 그들처럼 늘 '지금, 여기'에서 살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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