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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위헌 판결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과 생명의 의미

- 이달의 답변 -

남명진

2022-08-17

 

인문 쟁점은?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인문학적 과제들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은 사색, 허심탄회한 대화 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더 깊은 고민을 나누고자 만든 코너입니다. 매월 국내 인문 분야 전문가 두 사람이 우리들이 한번쯤 짚어봐야 할 만한 인문적인 질문(고민)을 던지고 여기에 진지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과연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낙태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태아의 생명보다 산모의 권리를 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경우, 그리고 그 반대로 태아의 생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우선 태아의 생명보다 산모의 권리를 중요시 여기는 낙태 찬성 입장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최근 22년 6월 24일 임신 15주 이후 낙태 전면 금지가 합헌이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 중단을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주법에 대한 위헌 심판에서 6대 3으로 합헌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 판결로 미국 개별 주(州)는 임신중단을 금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미국 절반 주에서 낙태 금지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13개 주에서 대법원에서 결정하면 낙태를 불법화하는 방아쇠법(trigger law)을 통과시켰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헌법재판소에서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낙태금지법이 합법화된 것입니다.


미국은 판결이 있던 하루 내내 시위와 개탄의 여론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이례적으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특별 연설을 통해 해당 판결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종일 암흑이 교차한 날이었습니다. 이 판결이 나오게 된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치적 목표와도 직결됩니다.


대체 낙태위헌 판결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커다란 의미가 있으며, 이국만리에 떨어져 있는 한국에서도 계속 보도되면서 논란을 자아내게 하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한국에서의 현황은 어떠한지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결정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 위헌 심판에서 6대 3 의견으로 합헌이라 판결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낙태금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며, 다시 말해 낙태를 법으로 금지해도 된다는 판결임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그동안 어떤 논란이 있었을까요? 1973년 이후 낙태권의 근거가 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49년 만에 공식 폐기되었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가 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판결로 미국 여성은 임신 첫 3개월 동안 낙태권을 완전히 보장받고, 이후 3개월 동안은 제한적으로 임신중단이 가능했으며 마지막 3개월은 임신중단이 금지되었습니다. 즉, 올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폐기로 49년 만에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내용과 배경



‘로 대 웨이드 판결 (Roe v. Wade)’은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가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지에 관한 미국 대법원의 가장 중요한 판례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때까지 미국 대부분 주(州)는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닌 한 낙태를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Fortune Media IP Limited (https://fortune.com/2022/06/24/abortion-laws-by-state))

낙태를 반대하는 4개의 주 (출처: Fortune Media IP Limited (https://fortune.com/2022/06/24/abortion-laws-by-state))

 

 

위 그림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4개 주를 제외한 46개 주에서 낙태는 불법이었습니다. 빨간색에 해당하는 주는 완전히 불법, 보라색은 강간의 경우에만 합법, 푸른색은 여성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경우에만 합법, 노란색은 여성건강, 강간, 태아의 이상에만 합법이었으니 사실상 46개 주에서 낙태가 불법이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낙태를 처벌하는 대부분 법률은 미국 수정헌법에 따라 사생활 권리 침해로 위헌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미국의 모든 주와 연방의 법률들이 폐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판례는 미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 중 역사상 가장 논쟁이 되었고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판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출산 전 3개월 동안은 낙태가 금지될 수 있다고 판결하였는데 이 3개월 동안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존하므로 생명체로서 존중되는 기간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낙태는 1970년대 초까지 30개 주에서 무조건 불법이었고, 16개 주에서는 강간을 당했거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법이었으며, 4개 주에서만 합법이었습니다. 로 대 웨이드 사건은 노마 매코비라는 여성이 텍사스주에서 낙태수술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면서 시작된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은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 1973년 대법원은 낙태금지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낙태를 최초로 합법화한 판결이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 잠재적 생명'이므로 헌법상의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태아가 자궁 밖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기, 즉 임신 6개월 이전에는 여성이 어떤 이유로든 임신 상태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가 있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이 판결로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던 많은 주의 법이 폐지되었습니다.



낙태의 여러 문제

낙태에 관한 입장

 


이후 많은 주에서 낙태가 합법화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받게 됐지만 낙태문제는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의 대상입니다. 낙태를 옹호하는 민주당과 여성단체,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종교단체의 마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낙태를 합법화한 판례를 번복하려는 시도 또한 계속되고 있는데,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늘 주요 쟁점으로 언급됩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낙태는 보편적으로 합법화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 직전까지 미국 각 주에서 낙태를 둘러싼 합법·위헌 현황을 보여줍니다. 16개 주가 불법 내지 불법으로 될 주이고, 나머지 주는 합법인 상황이었습니다. 낙태가 불법인 주는 텍사스,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캔터키, 사우스 다코타입니다. 텍사스주의 경우는 임신 6주 이후 (태아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시기)에는 낙태 금지가 법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출처: Fortune Media IP Limited (https://fortune.com/2022/06/24/abortion-laws-by-state))

미국 각 주에서 낙태를 둘러싼 합법, 위헌 현황 (출처: Fortune Media IP Limited (https://fortune.com/2022/06/24/abortion-laws-by-state))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조만간 많은 주에서 낙태를 불법으로 인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미연방대법원의 낙태금지가 49년 만에 합헌에 이른 것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보수적인 대법관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대법관 9명은 미국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9명을 Justice(정의)라 표현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낙태할 권리에 대한 결정은 주 정부로 넘어가게 됩니다.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결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결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현황은 어떠할까요. 한국은 3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결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를 금지한 형법 낙태죄 조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는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이다'라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국내에서 의사의 낙태 수술은 더 이상 불법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본 판결의 근거는 "해당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입니다. 이런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낙태죄'는 66년 만에 효력을 잃었으나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은 국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진행된 논란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낙태를 둘러싼 논란은 여성단체 등을 중심으로 ‘형법’ 상의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종교계 등에서 ‘모자보건법’ 제14조를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거나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자는 입장이 대립해왔습니다. 여성단체는 모자보건법의 낙태허용 사유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하고, 일정 주 수 미만의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헌법불합치 전에는 낙태에 대한 접근권은 여성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였습니다. 형법에서 '낙태죄'가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는 암암리에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병원이나 의료진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안전하지 않은 수술로 건강을 위협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수술비용을 요구받을 수 있고, 심지어 고발까지 당할 수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낙태에 대한 처벌 수위가 올라가면 더욱 음성화되어 여성 건강권을 심각하게 해칠 수도 있었습니다.


낙태를 선택하느냐 마느냐는 한 개인의 윤리나 도덕의 문제일 뿐 아니라 여성을 둘러싼 가족, 경제적 상황, 건강 상태, 상대 남성과의 관계, 양육 능력 등 다양한 사회적 조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남성 위주의 성문화가 지배적인 현실에서 남성의 피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 결과 발생한 임신을 종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낙태인 상황에서, 그 처벌도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서 벗어납니다.



낙태 문제로 인한 갈등

낙태 문제로 인한 갈등



그렇다면 사람들은 과연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낙태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태아의 생명보다 산모의 권리를 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경우, 그리고 그 반대로 태아의 생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우선 태아의 생명보다 산모의 권리를 중요시 여기는 낙태 찬성 입장에서 쟁점을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진보적인 사람은 ‘내 배는 나의 처분에 속한다.(Mein Bauch gehort Mir)'고 주장합니다. 이는 태아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인정하지만,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낙태는 원치 않는 임신의 결과로, 이 입장에서 임신은 '생명'을 잉태한 상태가 아니라, '질병' 또는 '장애'로 비춰집니다. 이러한 의학적 입장에서 원치 않았고 계획에 없던 임신과 출산은 모자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즉, 정서적으로 안정감 없는 불안 상태를 초래합니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부담을 느끼는 여성

원치 않은 임신으로 부담을 느끼는 여성



또한, 원치 않은 임신으로 여성은 큰 고초를 겪습니다. 특히 저소득층, 가족 구성원 및 자녀 수가 많은, 이미 많이 자란 아이를 키우는 상황은 여성에게 큰 부담을 줍니다. 미혼, 이혼 준비 중, 강간에 의한 임신, 불안정한 환경과 조건에서 출산하는 경우 등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처지에 처한 여성은 낙태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낙태를 공리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공리주의를 기반으로 한 접근은 낙태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각 경우를 비교합니다. 먼저, 아이를 출산할 경우 산모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산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감이 증가하여 아이 역시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낙태를 하면 이러한 예상되는 결과를 미리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공리주의적 접근에 따르면 낙태가 오히려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위이며 이는 무분별하게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낙태에 대한 페미니즘 접근은, 낙태에 대한 부담을 보통 여성 혼자서 지고 있다고 보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낙태는 사전에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것임을 의미하며, 이는 여성의 자기 신체에 대한 권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즉, 페미니즘의 시각에서는 여성의 성적 자율권 확보의 차원에서 낙태를 허용합니다.



태아의 생명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태아의 생명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한편, 낙태를 명백한 살인이라고 여기며, 산모의 선택보다는 태아의 생명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낙태는 살인이다(Abtreibung ist Mord)'라 주장하는 보수적 사람과 종교인, 특히 그리스도교에서는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임신이 되는 순간부터 태아를 사람과 같은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하고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떄문입니다.


낙태를 반대하는 의학적인 입장에서도, 산모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반대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육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낙태는 산모에게 정신적인 문제들을 일으킨다고 봅니다. 특히, 낙태를 경험하는 여성은‘낙태후증후군’이라 불리는 스트레스성 장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증후군은 주로 낙태를 1회 이상 시술한 산모에게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임신중절 수술 후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많은 종교인과 보수주의자들은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들어 임신중절 수술을 반대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증상들이 과연 여성들에게서만 일어날까요. 아닐 것입니다. 낙태를 경험한 많은 여성들은 깊은 상처를 받고, 남자친구, 남편 또한 낙태로 인한 상처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낙태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이는 여성입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이야말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 인해 삶의 무게를 짊어지는 당사자로 볼 수 있겠습니다.


 

 

 


8월 [이달의 답변]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위헌 판결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과 생명의 의미

- 지난 글: 8월 [이달의 질문] 미국의 낙태 위헌 판결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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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진 가천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 사진
남명진

가천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
남명진 교수는 1979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입학하여 졸업한 뒤 생화학석사과정을 마치고 도미하여 미국 노스캘로라이나 Wake Forest University에서 분자약리학으로 박사를 마였다. 그 뒤 유전자치료로 박사후과정을 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마치고 1996년 국립보건원 종양연구과 연구관으로 연구한 뒤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단백질학으로 꾸준한 연구를 하였다. 2005년 가천의과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암 biomarker와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유전자치료와 유전자검사의 윤리에 관련하여 한국생명윤리학회에서 활동하고 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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