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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 이달의 답변 -

김완구

2022-09-15

 

과학자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많은 주장들이 거짓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기도 합니다. 이른바 기후 회의론자들(Climate sceptics)입니다. 그리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협약국 과학자들이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500년 만의 최악 가뭄”, “기상청도 놀란 역대급 폭우”, “유례없는 가뭄에 용수 공급비상”, “가뭄, 산불 등 이상기후로 세계는 몸살”, “폭염에 신음하는 지구촌”, “살인더위 덮친 유럽”, “기후위기에 인류 집단자살 직면” 등등은 올여름 언론에서 폭염, 가뭄,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쏟아낸 말들입니다. 기사들에 등장하는 “살인더위”, “집단자살”, “신음”, “몸살”과 같은 섬뜩한 표현들은 물론이고 “최악의”, “극심한”, “유례없는”, “이례적”, “기록적”, “역대급”이라느니 하는 수식어는 이제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는 오늘날 이상기후 현상이라는 것이 특별하거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는 징조일 것입니다.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

 

이런 이상기후 현상들은 일반적으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즉 지구 가열화(global heating)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지구 기후의 평균 상태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보통 ‘기후변화’라는 말로 표현되었으나 이제는 그 위험의 심각성을 더 드러내고 경각심을 더 갖도록 하기 위해 ‘기후위기(climate crisis)’, ‘기후 재앙’ 그리고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는 말들로 대체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기후변화와 그 위기의 심각성은 여러 가지 자극적인 언어들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 지속가능성 연구단체인 퓨처어스(Future Earth)라는 두 단체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소 색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위험의 심각성을 드러내며 경종을 울리고 있어 그것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매년 다보스포럼 개최 이전에 세계 경제가 맞이하는 경제, 환경, 사회, 기술과 같은 분야들의 거시적 위험에 대해 평가하는 <지구위험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를 발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20년 <지구위험보고서2020>에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1) 포럼 구성원 대상 ‘지구 위험 인식 설문조사(Forum’s Global Risks Perception Survey)’ 결과입니다. 이 조사에서는 전염병, 국가 간의 갈등, 대량 살상 무기, 테러, 실업, 인플레이션, 사이버 공격 등등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지정학적인 여러 가지 위험을 포함하는 지구 위험 30가지 목록을 놓고 설문을 한 결과, 발생 가능성 기준으로 기상이변(Extreme weather), 생물다양성 손실(Biodiversity loss), 기후변화대응실패(Climate action failure), 자연재해(Natural disasters), 인위적 환경재앙(Human made environmental disasters)이 지구 위험의 상위 다섯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1위가 기상이변이고 상위 5가지가 모두 환경 관련 문제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급 효과 기준으로도 이런 위험이 모두 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표 1, 2 참조). 물론 올 2022년에 발간한 보고서에도 향후 10년간 가장 심각한 위험 상위 10개 가운데 환경적 위험이 무려 5개를 차지합니다. 2020년과 다르지 않게 기후 관련 위험이 1, 2위를 차지하고 ‘생물다양성손실’이 3위를 차지합니다 (도표 3 참조).



출처: https://www3.weforum.org/docs/WEF_Global_Risk_Report_2020.pdf

도표 1 (출처: https://www3.weforum.org/docs/WEF_Global_Risk_Report_2020.pdf)



도표2

도표 2 (출처: https://www3.weforum.org/docs/WEF_Global_Risk_Report_2020.pdf)



도표3

도표 3 (출처: https://www3.weforum.org/docs/WEF_Global_Risk_Report_2020.pdf)



또한 국제 지속가능성연구단체인 퓨처어스(Future Earth)도 52개국 222명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했던 똑같은 30가지 목록을 놓고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2) 퓨처어스 위험 보고서로 알려진 <지구에서의 우리의 미래 2020(Our Future on Earth 2020)>에 따르면 이 과학자들도 기후변화 대응 실패, 기상이변, 생물다양성 감소, 식량 위기, 그리고 물 위기를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세계 5대 위험’으로 꼽았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 두 단체가 각각 포럼 회원들과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기상이변과 같은 기후 위기를 필두로 환경 관련 위험들이 발생 가능성과 파급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편 2019년에는 전 세계 153개국 11,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국제 과학학술지 <바이오 사이언스(BioScience, Volume 71)>에 기후 위기로 발생할 말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에 대해 경고하면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3) 이들은 식량, 아마존 산림, 기후, 에너지, 온실가스와 기온, 해빙, 해양의 변화 등과 관련한 지구 활력 징후(Planetary Vital Signs)의 매우 골치 아픈 최근 현상들을 드러내 보여주면서 그런 것들에 대한 인류의 대처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과학자의 도덕적 의무에 기반해서 위기의 긴박성과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엄청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규모 기후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며 온실가스 등의 즉각적이고 과감한 감소가 요구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많은 주장들이 거짓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기도 합니다. 이른바 기후 회의론자들(Climate sceptics)입니다. 그리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협약국 과학자들이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이자 각국 정상들이 기후변화 협상을 벌이는 데 토대로 삼고 있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보고서조차도 기후재앙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들의 주장이 모두 진리는 아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신뢰할 만한 지식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 내용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겠으나 대다수의 과학자들 혹은 상대적으로 기후 전문성과 과학적 탁월성이 높은 많은 기후 연구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한다는 사실과 그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 위기에 관한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 불일치가 있을 수 있겠지만, IPCC의 기본적 결론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논쟁할 여지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그것들에 비추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생태계 파괴

생태계 파괴



그런데 일단 이런 문제에 대응방식으로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가뭄, 폭염, 폭풍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거나 억제하는 기술이나 기후를 의도적으로 바꾸는 지구 공학을 해결책으로 들먹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양면성을 지닙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편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폐해를 동반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지만, 이것이 다시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도 바로 이런 양면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동시에 교통사고, 교통체증, 주차 문제, 도로 및 터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물론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공기 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을 봐도 우리는 기술의 그런 측면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 즉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기술이라는 것도 기술인 이상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된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은 탄소 누출의 위험 등 여러 가지 위험이 뒤따릅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제거(CDR)기술,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다시 반사시키는 태양복사관리(SRM) 기술 등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으나 잠재적인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기술을 들먹이는 것은 사실 우리의 생태계를 보호하자고 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런 어설픈 기술들은 기후변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만을 더 복잡하게 만들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과학기술을 통한 해결책은 해결하는 만큼의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얘기되기도 합니다.


또한 기술적 노력 이외에 국제적인 협약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들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입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 또한 국가 간의 불신 및 각국의 이해관계 등의 충돌로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주요국이 겉으로는 기후위기 대책을 쏟아내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데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과학자들이 거짓말한다”는 의심이 여전히 짙게 깔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의심하며 노골적으로 외면하기도 하는 등 인류는 여전히 기후위기를 무시하거나 뒷전으로 미루어 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적인 노력도 여러 가지 실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안토니우 쿠테호스 (출처: 나무위키)



그래서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Petersberg Climate Dialogue)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가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다자 공동체로 협력하는 데 실패하고 있고, 각국은 우리의 집단적 미래를 책임지는 대신 계속 서로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유럽전역과 북미 등이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과 산불 등 기상이변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집단자살”이라고 경고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집단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기후 위기가 국가 및 개인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등한시되거나 무시되어 다른 정치 경제적인 문제들의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는 ‘환경문제가 장기적인 집합적 행위의 문제들(longitudinal collective action environmental problems, LCAPs)’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 기후 위기를 비롯한 대기오염 등과 같은 환경문제들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간에 잘 알지도 못하는 개인들이 내린 겉보기에 대수롭지 않는 수많은 결정과 일상적인 사소한 행동들이 장기적으로 서서히 누적되어 의도하지도 않은(과거 예견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예견할 수 없을) 결과들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환경적 문제가 집합적으로, 장기적이고 간접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은 아무래도 문제의 급박함이나 심각성을 쉽게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환경문제의 이러한 특성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른바 사소함의 문제(the problem of inconsequentialism)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환경문제가 집합적이고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특성을 가진다면 언뜻 보기에 역으로 수많은 개인의 자그마한 노력과 기여를 통해서 그런 문제들은 점차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환경적 결과가 장기적이기에 급박하게 대응하지 않을 테고, 집합적이고 간접적이고 복잡하기에 사람들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며,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당장 크게 무슨 표시가 나거나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환경을 위해 달리 무슨 행동을 할 것 같지도 않으며, 환경을 보호한다고 해보았자 공연히 비용과 힘만 든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그런 일들을 하려 들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환경문제의 이러한 특성이 바로 6번째 대멸종이니 하는 섬뜩한 종말론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안이하게 대응하는 이유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해 걱정하는 일군의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환경철학자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환경철학자들은 환경문제의 근원은 인간의 태도나 마음가짐이라고 보고 환경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환경 오염이나 기상이변과 같은 증상에 먼저 손을 대기보다 인간의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환경문제는 환경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오염시키고 파괴하고 착취하는 인간의 의식이 문제이고, 즉 환경 오염이 아니라 의식의 오염이 문제이고 우리는 그것을 우선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 환경철학자들은 환경, 자연, 생태계 등에 대한 인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도 하고 자연관이나 세계관의 변화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중심주의적(anthropocentric) 사고방식에 대한 반성과 탈인간중심주의적(non-anthropocentric)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입니다. 동시에 도덕적 고려의 대상을 인간에서 동물로, 생명으로 그리고 생태계로 확장하고 자연의 본래적 가치(intrinsic value)를 인정하며 자연이나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지배적 패러다임을 생태학적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요청하기도 하고, 또는 과학기술과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문명 혹은 최첨단 기술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이러한 인식이나 태도의 변화도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혹여 의식이나 마음가짐이 변화하였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실천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태도나 삶의 방식은 관성이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생기지 않는다면 좀처럼 바뀌려 들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산업문명이나 첨단기술 문명 그리고 자본주의 소비문화 등은 우리가 만들었지만, 이것들은 이미 너무나 깊이 스며들어 있고 우리는 그것에 길들이어져 있으며 게다가 이미 거기에는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어 있어 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좀처럼 떨쳐버리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심지어 그것들은 우리의 통제를 거역하며 인간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환경오염과 같은 사건은 우리가 심각성을 인지했다 해도 그 자체 관성에 의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지금 당장 쉽게 예방하거나 끝낼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위험일 수도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듯이 이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서 인간의 태도 변화든 겉으로 드러난 증상에 대한 과학기술적 해결책들이든 이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광범위하고 복잡하고 게다가 아직 과학적 연구도 완결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불확실성을 지닌 환경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이런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사실 기후 위기는 불확실성이 큰 문제입니다. 기후라는 것은 대기와 바다, 산림과 강, 인간과 동물, 더 나아가서는 태양과 달과 별 등과 같은 우주의 삼라만상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함으로써 복잡하게 형성되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기후를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복잡하면서도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어 보이고 심지어는 주제넘은 짓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후위기는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더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고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상황이 비관적이고 여러 가지 실천 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이런 문제를 내팽개쳐두거나 뒷전으로 미루어 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6번째 대멸종을 얘기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과학기술은 물론 정치, 경제, 철학, 윤리, 안보 등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론적로든 실천적으로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악은 악을 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발생한다”고 말한 바 있듯이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환경위기와 같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는 것 또한 악의 근원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행동을 멈출 수도 없습니다. 영국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것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바로 알려져 있고, 또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이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라고 말한 바가 있듯이, 이러한 인류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거나 침묵하는 것은 결국 생태적 파멸이라는 악의 승리를 무력하게 지켜보는 비극을 앞당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행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1) The Global Risks Report 2020, https://www.weforum.org/reports/the-global-risks-report-2020 

또는 https://www3.weforum.org/docs/WEF_Global_Risk_Report_2020.pdf 참조

2) Our Future on Earth 2020, https://issuu.com/nenadmaljkovic/docs/ourfuture 참조

3) World Scientists’ Warning of a Climate Emergency 2021, https://academic.oup.com/bioscience/article/71/9/894/6325731




 

9월 [이달의 답변]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 지난 글: 9월 [이달의 질문]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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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구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교수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환경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발적 소박함과 행복」(2017), 「음식윤리: 음식에 대한 윤리적 성찰」(공저, 2015), 「과학기술과 환경 그리고 위험커뮤니케이션」(공저, 2013), 「생태 생명의 위기와 대안적 성찰」(공저, 2012)이 있고, 역서로는 「환경 윤리」(공역, 2017), 「산책 외」(2009), 「탄생에서 죽음까지: 과학과 생명윤리」(공역, 2003), 「생태학과 포스트모더니티의 종말」(2003)이 있으며 그 밖에 환경 철학 및 윤리 관련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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