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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콘서트

우리 동네 인문공간에서 함께 소통하고 가치를 발견하는 콘서트

[창원] 진해역, 책방 콘서트

평범한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시간

2019.08.14

2019 골목콘서트 첫 번째 이야기, 함께 꿈꾸고 나누는 공간 진해역, 책방 콘서트 창원 진해역 6.30(일) 11:00

 

폐역의 변신, 추억 가득한 책방


기능이 사라져도 공간이 품고 있는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진해역은 1926년부터 운행되다가 5년 전 폐역이 되었지만, 문화재로 등록될 만큼 개통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수시간의 축적된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이 곳에서 지난 630(), 주민들과 함께 하는 골목콘서트가 열렸다


진해역, 충무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시를 쓴다는 것은 내 주변에 있지만 놓쳤던 것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골목콘서트 <진해역, 책방이 되다>는 기차가 멈춘 진해역에서 주민들이 함께 음악과 시를 나누며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고, 삶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시간의 흔적이 역력한 고색창연한 진해역은 시상을 떠올리기에 필요한 영감을 주는 최적의 장소였다. 왁자자껄했던 참가자들은 행사가 시작되자 진지한 눈빛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진해역 내부에서 시를 써내려가는 사람들



평범한 일상이 시가 되고

 

한 팔로는 예닐곱살 된 딸아이를 끌어안아 어르고 달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이크를 부여잡은 채 한 아이 엄마가 직접 쓴 시를 들려주었다.


제 일상의 90프로는 보다시피 육아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자리에 우리 아이들이 많이 젖어 들었으면 해서 민폐인 줄 알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는데요.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을 시로 한 번 옮겨봤습니다.”


두 아이가 동시에 얼굴을 찡그리며 외친다. 아빠 똥! 엄마 쉬! 작은 아이는 아빠 손을 잡고 큰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급하게 옆 화장실로 뛰어 간다.  몸에 신호보다 마음의 신호가 더 급했던 큰 아이는  화장실 입구에서 작은 아이를 만나자마자 동생을 끌어 안는다.  기차소리 멈춘, 관광버스 쉬어 가는  진해역 화장실은 여전히 만남의 광장이다.


진해역 안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부모


남다른 시선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시에 감탄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구 집에 가기 위해 자기 키 만한 가방을 매고 논밭 사이길을 걸었던 어릴 시절의 풍경을 떠올린 사람도 있었고, 동네 골목길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20년 뒤 변해버린 진해역 풍경에서 훌쩍 늙어버린 부모님을 떠올렸다는 사람도 있었다누군가는 고향을 떠나간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는 아직 거기 그대로 초록빛 물든 바다도 아직 거기 그대로 기점을 떠난 기차가 돌아오지 않는 밤 내 어릴 적 친구가 보고 싶은 밤


이외에도 솔직함과 재치가 넘치는 시들이 소개되어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행사기획팀이라는 한 청년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 때문에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간결한 글로 옮겨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진해역에서 책방을 열자고 한다. 좋다고 했다. 책장도 준비하고 책도 구하고 추억의 과자와 컵라면도 준비했다. 3일 전인데 비가 온다. 이번 주말에도 비가 온단다. 많이 온단다. 하루 전날인데 폭우가 쏟아진다. 무섭게도 쏟아져 내린다. 망했다. 괜히 했나. 아침이다. 날이 개었다. 망했다. 괜히 했나.


위트 있는 짧은 시에 담긴 뼈 있는 메시지가 격한 공감의 박수소리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말이 쉽지. 시를 쓰라는 말에 까르르 웃었다. 정작 쓰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 제목부터 써볼까. 제목... 사직서



진해를 노래하는 일상의 예술가

 

청년 싱어송라이터 최준혁님의 공연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감동을 받게 될 때가 있는데 수줍은 듯 차분한 인사말로 무대에 오른 싱어송라이터 최준혁님의 공연이 그랬다.


바람아 너는 알고 있지. 우리가 어딜 향해 가는지. 그가 외로운 길을 홀로 걸어갈 때면 친구가 되어 주렴.


부드러운 미풍처럼 잔잔하고 진솔한 가사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그의 노래와 이야기는 담백하고 투명한 매력이 있었다.

또래친구들이 더 큰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날 때 그는 진해에 남아 고향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청년 아티스트가 되었다. 퇴근 이후나 쉬는 날이면 노래를 만들고, 주말이면 공연을 다니기도 한다. ‘일상의 예술가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아티스트였다

진해역 골목콘서트에서 시 낭송과 음악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이웃과 삶을 나누는 문화살롱


남동생의 등에 누워 책을 읽는 관객


폐역으로 방치돼 있던 진해역이 시민들을 위한 문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는 진한컴퍼니의 김한진 대표는 골목콘서트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뿌듯한 미소로 공연을 끝낸 소감을 말했다.


오늘 온 분들이 다음에 또 오시겠대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민들이 모이는 문화살롱을 만들어 가려고 하는데 그 교두보가 된 것 같아 참 기뻐요.”


인문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진해역 골목콘서트는 각자의 삶으로 일상의 예술가가 되어보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물 받는 시간이었다.

잔잔하고 따뜻한 멜로디, 삶의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시들이 청중들의 마음에 닿아 진한 여운을 선사하며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를 특별한 추억으로 물들였다.


나에게 인문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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