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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이 겨울, 헌책방거리를 위한 따뜻한 처방전

계림동처방전

2019-02-19

2018 겨울시즌 골목콘서트 카페 유림 계림동 책 마을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오가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달려갈수록 시야에 담기는 동네 풍경은 점점 더 한적해졌다. 처음으로 마주한 광주 동구 계림동은 토요일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고요하게 잠겨 있는 듯했다. 광주고 오거리에서 계림 오거리까지 700m가량 이어진 상가 라인은 아직도 '계림동 헌책방거리'로 불린다. 1970년대만 해도 60여 곳의 헌책방이 한데 모여 있어 많은 손님이 찾았지만, 현재 영업 중인 곳은 네다섯 곳 남짓. 책방 주인들의 평균 나이도 점차 고령화되면서 언제 가게 문을 닫아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2018 겨울시즌 골목콘서트 계림동처방전 2019.01.19 sat 4pm-6pm 5,000원 커피 유림 URBANPLAY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이처럼 오랜 역사와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계림동 헌책방거리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겨울 시즌 두 번째 골목콘서트인 ‘계림동 처방전’이 열렸다. 이 거리가 다시 활성화되기를 응원하는 지역 주민들과 오늘날까지 헌책방을 운영 중인 유림서점, 문학서점, 대교서점, 광일서점, 고서점의 각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유림서점과 가족처럼 바투 붙어 있는 커피유림은 헌책을 위탁 판매하며 동네 주민과 헌책방 단골손님, 다양한 예술 업계 종사자들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오가는 이가 드문 동네 풍경과 달리 행사를 앞둔 작은 카페에는 반가운 손님들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우리의 삶 공 일상속 소통 될 수 있도록 인문360도가 응원합니다.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보물섬 사랑의집


1부 ‘현상 진료’에서는 다섯 서점의 대표들로부터 1960~1970년대 동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신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헌책방을 찾아와 교과서며 참고서를 사갔고, 당시 이곳에서 교과서를 단돈 5원에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는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고, 청년 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을 상상해보며 동네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학교를 못 다녀 대교서점의 헌책으로 독학했다는 한 주민은 “남들이 밑줄 그은 책이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책이었다.”며 지금까지 남아있어 준 헌책방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자 찾아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계림동처방전 인문360도 유림서점


계림동 헌책방 거리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청년층 유입이 절실하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이와 더불어 헌책방마다 정체성과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자생력을 키우거나,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특성화 거리로 만들어나가자는 의견 등 다양한 제안이 이뤄졌다. 이날 행사에는 광주 동구의회 의원들도 참석해 골목상권 활성화와 함께 헌책방거리가 빠른 시일 내에 지역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지역 내 시민 밴드 보크콰르텟


이어서 지역 내 시민 밴드 보크콰르텟(BOCK Quartet)의 공연으로 2부 ‘음악 처방’ 시간이 꾸려졌다.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재즈 음악이 연주되다 익숙한 ‘서른 즈음에’ 멜로디가 흐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연주에 맞춰 노랫말을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추억 속에 머무르는 대신, 오늘날에 걸맞은 새로운 기억을 선사함으로써 계림동 헌책방거리는 우리 삶 속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날 많은 이들이 보여준 관심은 동네 헌책방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자, 헌책방이 지닌 가치를 주목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헌책방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공간을 빼곡히 채웠던 사람들. 어깨와 무릎을 맞댄 채 공유한 온기와 마음은, 세월 속에 스러져가던 헌책방거리를 새로이 가꿔 나가기 위한 작지만 따뜻한 처방전이었다

장소 정보

  • 광주계림동
  • 계림동책방거리
  • 계림동책방
  • 계림동처방전
  • 유림서점
  • 문학서점
  • 대교서점
  • 광일서점
  • 고서점
  • 보크콰르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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