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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상화와 고월:시인의 뜨락

상화와 고월을 기리는 시인의 뜨락

2020-01-22

2019 골목콘서트 네 번째 이야기, 터줏대감이 알려주는 우리동네. 상화와 고월: 시인의 뜨락. 대구 라일락뜨락 1956. 10.25(금)19:00


상화와 고월을 기리는 시인의 뜨락


골목콘서트가 열렸던 카페 라일락뜨락1956 전경


대구 라일락뜨락 외부 모습


대구 북성로, 오래된 공구상가 골목 좁은 주택들 사이로 ‘라일락뜨락 1956’이라는 카페가 있다. 비밀의 화원 같은 분위기의 이 곳은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잘 알려져있는 일제강점기의 민족시인 ‘이상화’의 생가 터이다. 현재 이 카페를 운영하는 권도훈대표는 1년 전 골목 투어를 하던 중 한옥과 마당에 있는 라일락 나무에 마음을 빼앗겨 정착하게 됐다. 그런데 알고보니 마당에 200년 된 라일락 나무가 있는 이곳이 바로 이상화 시인이 태어나 32세까지 머물렀던 생가의 터가 있었던 곳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라일락뜨락의 권도훈 대표 


그때부터 그는 마치 자신의 사명처럼 그 터에 카페 ‘라일락 뜨락’을 운영하며 민족시인 이상화의 삶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권도훈 대표는 스코틀랜드의 앨리펀트 하우스에서 세계적인 작가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썼던 것처럼 ‘라일락뜨락’도 지역의 많은 청년 문학인들이 새로운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산실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5일(금) 저녁, 마당 한쪽으로 수령 200살의 라일락 나무가 운치 있게 자리잡은 한옥 카페 라일락뜨락에서 골목콘서트 <상화와 고월: 시인의 뜨락>이 펼쳐졌다.

라일락뜨락의 내부 전경 

라일락뜨락 내부 모습


근대문학 태동기였던 1920년대, 대구에서는 상화와 고월이라 불린 이상화 시인과 이장희 시인이 활발하게 문학활동을 펼쳤다. 골목콘서트가 열린 2019년은 이장희 시인이 향년 30세의 나이로 작고한 지 9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골목콘서트를 기획한 김미정 대표는 100여년 전, 동향의 시인으로 각자 뜨거운 삶을 살았던 두 청년시인 이상화와 이장희를 기리고자 골목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시를 읊다


시 낭송하는 관객들


이장희의 시를 낭송하는 출연진들


첫번째 프로그램은 상화와 고월의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먼저 관객들이 돌아가며 이상화의 시 <가을의 풍경>, <비갠 아침>, <눈이 오시네>를 낭송했다. 이어서 출연진이 이장희의 시 <청천의 유방>과 <하일소경>, <쓸쓸한 시절>를 낭송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대구 3.8 만세운동의 중심에 있던 이상화 시인 뿐 아니라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던 불운한 천재 이장희의 시가 골목콘서트 현장에서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청년은 친구였죠. 같은 고민을 했고 감수성도 비슷했지만, 장희는 좀더 어둡고 쓸쓸하고 상화는 땅을 딛고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부당한 것에 대해서 항일을 했죠. 상화의 생가 건너편이 장희의 생가인데, 장희의 생가에는 푯말도 하나 없죠.”

김미정대표는 민족 시인으로만 기억되는 이상화와 그의 작품이 반쪽짜리가 아닌 온전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더 나아가 현재 사람들의 기억 속에 완전히 잊혀진 불운한 천재 시인 이장희의 삶과 예술세계도 충분히 기리고자 이번 골목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시인을 읽다: 상화와 고월의 예술세계


대구문학관의 이하석 관장의 강연


두 번째 순서로 대구문학관의 이하석 관장이 상화와 고월의 예술세계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상화 시인은 독립운동과 교육 사업에 힘쓰는 명문가의 자손이었다. 그는 많은 문인들이 친일 문학을 일삼았던 1940년대에 친일의 근절과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 시를 발표한 민족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하석 관장은 항일문학가로서의 이상화가 아닌, 낭만과 사랑이 넘쳤던 청년 이상화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청년 이상화는 자주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기도 하였으며, 그 때마다 낭만적인 작품들을 쏟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반면 이장희 시인의 아버지는 친일파였다. 이장희 시인은 친일 사업을 도우라는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고 서울로 도망을 가 평생을 고독과 가난 속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버지와의 불화나 암울한 시대적 배경, 고독한 성격에서 오는 여러 복합적인 우울함과 애잔함, 슬픔이 배어있다. 친일파였던 아버지로 인한 죄의식과 상처가 컸던 이장희 시인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감각적인 시어로 한국 모더니즘 시의 싹을 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김미정 대표는 “이렇게 달랐던 두 사람에게 단 하나의 공통점은 자유였다. 이상화 시인에게 자유는 민족의 자유, 조국의 자유였고, 이장희 시인에게 자유는 죄로부터의 자유, 영혼의 자유를 말한다.”고 덧붙이며 우리 근대문학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이장희 시인이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좀더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골목콘서트를 관람하는 관객들



시를 노래하다: 뮤지컬<푸르고 푸른>


뮤지컬 갈라쇼<푸르고 푸른>의 한 장면


뮤지컬 <푸르고 푸른>의 주요 시연 장면


골목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김미정 대표가 연출한 뮤지컬<푸르고 푸른>의 주요 장면을 담은 공연이었다. 상화와 고월의 삶과 예술세계를 소재로 한 뮤지컬 <푸르고 푸른>은 두 시인의 시를 바탕으로 인간 이상화와 이장희를 삶을 밀도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 이장희는 일본유학에서 돌아와 친일활동을 도우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고, 집에서 쫓겨난다. 그는 독립지사인 벗 상화의 우정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상화는 이런 장희를 돌보기 시작한다. 뮤지컬에서 상화가 장희에게 ‘서로 다른 시 세계를 추구해도 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서로 닮았다’고 위로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씁쓸했던 시대로 인도하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인을 기리다

공연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미정 대표는 인문이 마치 ‘공기’같다는 답을 들려줬다. 문득 암울했던 시대에도 빛나는 시로 후대에도 희망을 전해줬던 아름다운 청년 상화와 고월의 삶이 마치 공기처럼 우리 곁에 늘 남아있는 소중한 자산이자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골목콘서트 <상화와 고월: 시인의 뜨락>은 암울했던 시대에도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아름다운 예술세계를 꽃피웠던 두 청년을 기리며, 시대를 초월하여 온기를 나눴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에게 인문이란 공기다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황현정

○ 영상 촬영 - 윤기남

○ 영상 편집 - 이용호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라일락뜨락 1956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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