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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문상상] 외로움에 상처받은 고시촌, '세탁방'에서 위로받다, 신림인문클럽 팀 인터뷰!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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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촌, 고시촌으로 유명한 관악구 신림동은 전국에서 ‘혼자 사는’ 청년들이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이곳 청년들 모두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죠.


그러나 성공이라는 부담의 무게와 타인과의 단절된 삶으로 인해 외로움을 겪는 청년들도 많다고 합니다.​


신림인문클럽 팀은 고시촌의 혼자 사는 청년들을 위로하고자 ‘책 읽는 세탁방’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데, 한번 들어볼까요?


 


먼저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년단체 <신림인문클럽> 오하준 대표

▲ 청년단체 <신림인문클럽> 오하준 대표



안녕하세요. 신림인문클럽입니다. 신림동 고시촌에 거주하던 인문학 전공자들이 독서클럽을 만들어 시작했어요. 주로 문학, 철학, 역사 전공을 가진 친구들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독서만 하지 않고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주로 저희의 마음의 고향인 신림동 고시촌의 1인 가구 문제를 다뤘죠. 문제가 많아요. 고독사, 자살, 우울증 등.. 참 안타까워요. 이 지역에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공간의 성격을 바꿔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독서클럽은 팀원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인문클럽이 된 거죠."​

 



‘책 읽는 코인세탁방’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고시촌 청년들의 필수 시설인 세탁방이 책방으로 변신했다. 사진은 신림인문클럽 팀이 운영한 '책 읽는 코인세탁방' (신림인문클럽 제공) ▲ 고시촌 청년들의 필수 시설인 세탁방이 책방으로 변신했다. 사진은 신림인문클럽 팀이 운영한 '책 읽는 코인세탁방' (신림인문클럽 제공)

 

 

‘책 읽는 코인세탁방’은 5년 전부터 갖고 있던 아이디어였어요. 작년부터 실현을 했고 반응이 좋아서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인세탁방’은 원룸촌 거주자에게 가장 밀접하고 접근성이 좋아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매력적인 공간이었어요. 1인 가구 전용으로 운영되는 거의 유일한 서비스 시설이기도 하죠. 저희는 이곳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원룸촌이 겪는 고독사나 자살, 우울증 문제들은 ‘소통의 부족’이라는 근원적 문제로 인해 생겨났다고 보았거든요. "

 

저희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기다리면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책을 배치했어요. 책을 통해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됐으면 했죠. 또 책장 한 쪽에 메모장을 마련해, 쪽지를 남겨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탁이 주 목적이었던 ‘코인세탁방’을 새로운 성격으로 바꿔보려 했어요. ​

 

 

 

신림동 원룸촌이라는 지역의 특성이 이 프로젝트의 계기가 된 셈이군요.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의 모습. 좁은 골목길과 빽빽한 주택가가 특징인 이 동네는 전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다.

▲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의 모습. 좁은 골목길과 빽빽한 주택가가 특징인 이 동네는 전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다.



신림동 고시촌은 1인 가구가 노량진보다도 많은 지역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단절되어 있으면 심리적인 외로움에 노출된다고 해요. 실제로 우울증 발병률도 1인 가구에서 높게 나타나고요. 또 처음 이곳에 이사를 오면 마을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어요. 다인 가구라면 커뮤니티에 녹아들기가 쉽겠지만, 서울에서, 그것도 혼자 사는 경우엔 훨씬 어렵죠. 인터넷에 쳐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저희 프로젝트가 신림동의 1인 가구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아이템 중에서도 ‘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 읽는 WELCOME 신림 원룸촌 코인세탁방 마음이 헛헛한 자네 인문학을 통해 잠시 쉬어가게나 책과 시, 글이 있는 공간 자네 남는 시간에 책 한권 어떠한가 주최 : 신림인문클럽 협찬 : 신림맘스워시 코인세탁소 '쉬운' 디자인 제작 플랫폼, 망고보드 facebook : 신림인문클럽 페이지 www.mangoboard.net

▲ '책 읽는 코인세탁방' 포스터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저희는 이 프로젝트에 ‘치유 인문학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코인세탁방에서 한 번 세탁물을 돌릴 때 약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려요. 어디 다녀오기도 애매한 시간이고 세탁물 분실 위험도 있기에 대부분 그 안에서 40분을 기다리죠. 그 시간을 인문으로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단지 책만 읽고 가는 게 아니라, 배치된 메모장을 이용해 독서 감상문 한 줄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누가 남긴 쪽지에 코멘트를 달아줄 수도 있고요. 예상보다 참여가 활발했어요. 책에 대한 내용이 아닌 맛집 추천, 이사 소식 등 이웃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주시기도 했습니다.



코인 세탁방 내 도서는 어떤 방법으로 구비하셨나요? 또 책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었는지요.



팀원들이 주로 인문학을 전공해서 독립서점과 1인 출판사 등의 네트워크가 있었어요. 우선 예산 내에서 책을 구비했고, 지역 내 문화 단체, 서점에서 기증받은 책들도 있습니다. 주민들께서 중고책을 기증해주시기도 했어요. 그렇게 300여권 정도 구비를 할 수 있었어요.

 

책을 선정하는 기준도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요. 몇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우선 세탁이 완료될 때까지, 40분 내로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했어요. 예를 들면 단편 소설이나 시집, 이런 종류죠. 또 청년층이 대부분이니 20대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이어야 했고요.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책을 펴보면, 책을 읽는 계기가 만들어지니까요.

 

 

세탁방에서의 독서를 유도하려면 무엇보다 독서 분위기의 조성이 중요할 것 같아요.



'책 읽는 코인세탁방'



우선 청년층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책들도 오래전에 출판된 책은 재판되어 표지가 바뀐 책들 위주로 구입을 했고요. 세탁방 내부가 넓지 않고, 3~4명이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안락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책꽂이나 가구들도 원목으로 골랐어요.



책 읽는 코인세탁방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책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CCTV를 통해 잡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밥도둑이랑 책도둑은 잡는 게 아니다’. 책은 결국 누군가의 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책이 씨앗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심어지는 것과 같다는 거죠(웃음). 물론, 그렇다고 도둑질 행위가 옹호돼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책장을 CCTV에 잘 찍히는 위치에 두었습니다. CCTV 촬영이 되고 있다는 경고문도 붙였고요.

 

또 하나는 ‘책 읽는 코인세탁방’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보니,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식의 고민인 거죠. 그래서 요즘은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신림동의 동네도 소개하고, 책도 추천해주는 콘텐츠로요.



고시촌 청년들이 참여하는 쪽지 게시판도 운영하시는데, 기억에 남는 쪽지가 있었나요? 청년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책 읽는 코인세탁방에서 청년들이 남긴 쪽지

▲ 책 읽는 코인세탁방에서 청년들이 남긴 쪽지



반응을 말씀드리면 우선 책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은 곳에 책이 있어 놀라워했고요(웃음), 쪽지를 쓰는 것은 처음엔 어색해 했죠. 아무래도 요즘 세대들에게 아날로그적인 쪽지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낯선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방명록처럼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도 했어요, 신선해하고 재밌어하는 청년들도 많았습니다.

 

그중 인사말을 담은 쪽지들이 붙을 때마다 참 놀랐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사 온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라던가, 명절과 연말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쪽지들이 붙을 때면, ‘이 각박한 동네에 정이 있는 메시지가 정말로 게시판에 붙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신림인문클럽팀은 코인 세탁방 외에도 다양한 문화 시설에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신림인문클럽팀이 주최한 문화전시회.

▲ 신림인문클럽팀은 코인 세탁방 외에도 다양한 문화 시설에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신림인문클럽팀이 주최한 문화전시회.



책 읽는 ‘코인세탁방’ 뿐만 아니라, 책 읽는 ○○○식으로(카페, 문화시설 등등) 여러 공간에 이런 실험을 확장하면서 뿌듯했던 것 같아요. 책과 그 책장을 둘 공간만 있으면 되니까 이 아이디어를 응용하는 게 비교적 쉬운 편이거든요. 그래서 인천의 한 재래시장에도 ‘책 읽는 코인세탁방’과 비슷한 방식으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최근에 전시한 문화공간에도 몇몇 책들은 남겨놓았고요. 내년엔 골목에 있는 카페처럼 더 대중적인 공간에까지 이 프로젝트를 확장시킬 계획입니다. ‘책 읽는 ○○○’ 프로젝트를 일종의 ‘실험’처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메리트를 느끼고 있습니다.



‘책 읽는 코인세탁방’을 통해 1인 가구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신림동 고시촌은 이곳 청년들의 삶의 터전이자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신림동 고시촌은 이곳 청년들의 삶의 터전이자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일단은 ‘존버’ 정신이요(웃음). 버티는 사람이 이 동네를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림동 고시촌엔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사회초년생, 알바생, 입시생 등 새로운 걸 준비하며 시도했으나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죠. 그래서 그런지 동네 분위기가 숨 막히고 고립되어 있어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잠깐 숨 돌릴 틈이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인문학적으로 ‘힐링’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주변에 문화공간이나 인문학 프로그램이 있다면, 청년들이 많이 참여하고 위로를 얻어 가길 바라요. 그래야 버티는 힘도 생기니까요. "

- <신림인문클럽> 오하준 대표



신림인문클럽 팀에게 인문이란?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을 세상에 알려주는 마지막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외엔 대부분 기술, 수익창출에 목적을 두고 있죠. 물론 이런 학문을 통해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 순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엔 ‘사람’이 빠져 있어요. 인문학은 사람이 먼저인 거의 유일한 학문 아닌가요? 그렇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학문이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원자 물리학 이런 게 없었잖아요(웃음).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들이 통폐합되고 있죠.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변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러나 자본주의 논리로 경제성이 없는 학문이 사라져야 한다면, 돈 안 되는 복지도 없애야죠. 이해타산에 맞지 않아도 ‘사람’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분명 있습니다. 인문학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해야 해요. 저희처럼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인문 프로젝트를 했으면 좋겠어요.



신림인문클럽 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은?



힙합의 시학 Book of Rhymes: The Poetics of Hip Hop 애덤 브래들리 지음 김봉현 김경주 옮김 글항아리 ▲ 「힙합의 시학」, 애덤 브래들리



애덤 브래들리의 '힙합의 시학'이란 책입니다. 예전에는 힙합 하는 사람들을 거리의 시인들이라고 했었는데요, 시에서 운율이 결국 라임이거든요. 인문학으로서 시와 힙합은 서로 통한다고 볼 수 있죠. 저자는 시를 책상이 아닌 거리에서 읊조리면 힙합이 된다고 생각해요. 즉, 인문학이 서재뿐 아니라 거리에서 풍겨질 수 있고, 삶 속에도 녹아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저희가 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봐요. ​세탁방같은 삶의 공간에서 인문학을 향유하는 것이니까요.

 

"앞으로는 인문학이 좀 더 삶에 녹아드는 형태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세탁소'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책을 읽는 것처럼요. "

- <신림인문클럽> 오하준 대표






 





○ 출 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블로그 '생활인문, 인문으로 살아가기' https://blog.naver.com/korea-humanist/22168891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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