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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문상상] 책방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 ‘창작집단3355’ 인터뷰!

2020.05.28

창작집단3355 책방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 2019 청년 인문상상 프로젝트 #신문 #책방 #서대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대형, 온라인 서점이 책 시장을 주름잡는 요즘, ‘책방’이라는 단어는 어느덧 옛 이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방은 우리에게 여전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는데요!

‘창작집단3355’ 팀은 이 책방의 이야기를 다양한 예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팀의 허성 씨와 김문경 씨를 만나봤습니다!

 

먼저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창작집단3355의 서재와 작업 공간▲ 창작집단3355의 서재와 작업 공간



창작집단 3355는 문학,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이 모인 실험 공동체입니다. 예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동네 영화 모임이나 연극 활동 같은 행사를 주최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고요. 관심사가 공통된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 게 창작집단 3355가 생긴 계기 같아요. 이삼십 대 젊은 예술가들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동료공간이거든요. 혼자서는 구하기 어려운 공간을 같이 구할 수 있고, 동료와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동체가 창작집단 3355라고 생각합니다.


<서대문책방들>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일단 팀원들 모두 책방을 좋아해요. 책방에 대한 애정을 나누다가, 서대문 지역의 오래된 책방을 ‘예술가적인 방식으로 기록해보자’라는 생각이 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었어요.


여러 장르를 하는 예술가가 모인 만큼 기록하는 방법은 다양한데요. 하나 소개해드리자면, 책방 주인분들은 책방에 있는 책들을 기본적으로 잘 아세요. 책방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십 년씩 쌓여 있다 보니, 그분만이 들려주실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고요. 그래서 책방 주인분들이 좋아하시는 책이나, 그분의 이야기에 담긴 문장을 채집할 계획입니다. 문장을 채집하고 나면 그것을 디자인해서 신문이나 달력 같은 형태로 제작해 배포할 생각이에요.


이 외에도 피아노를 치는 팀원은 책방을 직접 방문해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을 현장에서 직접 연주할 계획이고요. 연주한 곡을 녹음해서 전시회에 전시할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책방을 기록하게 될 것 같아요.


'책방'을 프로젝트의 소재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작집단3355팀 작업실에 비치된 책들

▲ 창작집단3355팀 작업실에 비치된 책들



서대문구에는 원래 동네 서점이라든가, 헌책방이 많았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이 사라져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책방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이 좋은 장소를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아요. 일종의 책방을 ‘영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프로젝트가 시작된 거죠.(웃음)


Q. 특별히 우리 사회에 책방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요?

음.. 사실 저희는 그 질문을 이 프로젝트에서 던지고 싶어요. 저희는 답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책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보다는, “당신에게 책방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라고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답을 내리는 것은 학자의 영역이고, 질문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대형 서점만 남고 책방이 사라진 세상의 모습은 어떨까요.

 

 

창작집단3355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포스터들

▲ 창작집단3355 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포스터들



예전에는 신촌에 소극장이 매우 많았어요. 그런데 이젠 대형 영화관 외에는 다 사라졌거든요. 책방이 없어진다는 것도 이런 세계의 모습이 아닐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네요.


그런 세상이 오면 내가 선택하는 삶이 아닌, 획일화된 삶을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형 서점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다양한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들이 다 같이 어우러져서 살듯이, 작은 책방, 대형서점 등 다양한 종류의 것들이 공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대형서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은 효용이 극대화된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세상에 대해서는 공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는 효용성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마치 작은 책방들이 사라지듯이 치워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책방에 동질감을 느끼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에요.


동네 책방은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인 만큼, 인터뷰 과정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많았을 것 같아요.

 

공씨책방

▲ 공씨책방 외관과 내부



신촌역 주변에 나란히 위치한 '글벗문고'와 '공씨책방'이 생각나네요. 사실 책방 일이라는 게 책을 들이고 나르고 하는 일이라 물리적인 힘이 많이 요구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신촌을 터줏대감처럼 지키는 이 두 곳 서점의 사장님이 다 여자분이세요. 그리고 책방 일을 그 따님분들이 이어서 돕고 계시고요. 2대로 연결되는 책방에 대한 자부심과 모녀의 케미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방 지기와 단골 손님이 주체적으로 책방에 대해 말하고 해석한다'는 목표 의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유의하고 있는 점이 있나요?


단순히 대상화되는 것을 지양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하는 일이 동네에 있는 작고 소중한 장소를 아카이브 하는 것이다 보니 어느 정도 고정된 이미지가 떠오르곤 하는데,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한 질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향을 정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어요.


지난 ‘서대문 슈우퍼’ 프로젝트도 책 형태였고, 이번에도 결과물을 인쇄물로 제작하신다고 들었어요.



창작집단3355가 발간한 '서대문 슈우퍼'.

▲ 창작집단3355가 발간한 '서대문 슈우퍼'. 동네 오래된 슈퍼들의 모습을 기록한 책



일단 책이나 인쇄물은 아날로그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종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성이 있잖아요. 내가 버리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단순히 널리 알리기 위한 게 목적이라면 디지털이 효율적이겠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은 깊이 있는 확산력이에요. 저희의 결과물을 보고, ‘나도 책방에 가보고 싶다’, ‘책방이라는 공간이 정말 매력 있는 곳이구나’를 느끼기 위해서는 아날로그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동네 책방도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최근에는 신생 독립서점들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두 공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예전 책방들은 필요한 모든 책을 구비해 두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어요. 최대한 많은 종류의 서적과 필기구들을 다 들여놨었죠. 그에 비해 신생 독립서점은 독립 출판물을 중심으로 판매하지만, 그 나름대로 각자의 특성이 있어요. 취향을 공략하는 거죠. 고양이에 관련된 서적만 모아둔다거나, 추리소설만 모아둔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카페나 강연, 공연을 겸하는 복합 문화공간의 역할도 수행하고요.


1세대 책방은 필수 생활용품 사듯이 책을 구매하는 곳이라면 2세대 책방(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 대학로에서는 동양서림과 독립서점 ‘위트앤시니컬’이 함께 운영하고 있기도 한데, 이처럼 공생을 꾀하기도 합니다.


창작집단3355 팀에게 책방은 어떤 가치를 갖나요?



창작집단 3355팀 김문경씨

▲ 창작집단3355 김문경씨



오늘날 대형서점, 책 배송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현대인들에게 책방의 가치가 점점 퇴색되어가는 것 같아요. 책을 구하는 과정 자체를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게 된 거죠. 점점 사람들이 직접 극장을 찾아가 영화를 보기보다는, 시간이나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는 스트리밍 채널을 이용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저희는 책을 산다는 목적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책을 사는 과정 자체에 담긴 의미를 중시해요. 직접 책방에 방문하면, 책방 주인으로부터 책과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책방의 가치를 발견한 것 같아요.


이번 ‘인문상상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바라는 것은 어떤 뚜렷한 성과나 실적 같은 건 아니에요. 저희 팀원들 모두 책방에 대한 ‘애정’으로 모인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책방의 매력을 더 알리고 싶은 마음? 영업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해두죠.(웃음) ‘서대문 책방들’ 프로젝트를 통해 책방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책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문 네트워크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요?


책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관념이 담긴 물건이에요. 같은 책을 읽어도 서로 느끼는 것이 다르죠. 그것이 책이 갖는 물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두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모였어도 각자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의 네트워크가 생성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책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문 네트워크가 순간적이고 느슨한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단단하거나 조직적인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책에 대한 호감만으로 바로바로 서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창작집단3355 팀에게 인문이란?

 

창작집단 3355팀

▲ 창작집단3355



허성 씨 : 음.. 뭔가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네요. 사실 인문이 우리가 실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말은 아니잖아요? 인문 자체에 대한 의미를 많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게 인문이란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서로 물어뜯지 않고요!


김문경 씨 : 제게 인문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배워가는 길인 것 같아요. 예전에 전 어떤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굉장히 바보처럼 생각하곤 했어요. 하지만 인문 공부를 하면서부터,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못 하는 것은 질문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더는 자기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어요. 인문을 통해 더 좋은, 더 나은 질문을 던지게 될 수 있었죠.


창작집단3355팀과 가장 어울리는 책 한 권을 소개해주세요!



마음의 집 김희경 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창비

▲ '마음의 집(글 김희경, 그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 창비



저희 팀은 ‘마음의 집(글: 김희경, 그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을 소개하고 싶네요. 책의 후반부에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굉장히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어요. ‘마음의 주인이 내가 아닐 때도 있다.’ ‘네 마음이 너무 외롭거나 슬퍼도 걱정 말라. 다른 마음이 너를 도와줄 것이다.’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생긴 마음의 집을 갖고 있잖아요. 열려있는 것도 잠겨있는 것도 있죠. 이 세계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마음의 집들이 있어서, 내 마음의 집이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다른 누군가의 마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저희 창작집단3355도 다른 마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의 집’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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