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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인문 문화 이야기

소설은 읽고 시는 입는다

제주 시옷서점

2017.06.12

 


 

저녁을 먹고 나면 차 한 잔이 생각난다. 그럴 때 허물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가도 무안하지 않고, 굳이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편안하고 따뜻한 곳. 얼마 전에 그런 곳을 발견했다.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시옷서점’이 바로 그곳이다.

어스름이 깔린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서점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이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평소 인디음악 마니아인 주인장 취향이다. 잠시 음악을 감상하고 있으면 주인이 차를 한잔 내준다. 뜨거운 김이 모락거리는 커피를 들고 서가를 한가로이 돌아다니다 맘에 드는 시집을 골라 앉아 음미한다. 선뜻 시집을 고르기가 어려워도 괜찮다. 그럴 땐 주인장에게 슬쩍 물어보면 된다. 시옷서점의 주인장 현택훈 씨는 문단에서 10년 넘게 활동 중인 진짜 시인이다. 그가 권하는 시집은 절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시옷서점 전면

▲ 시옷서점 전면사진  ⓒ현택훈

 

시를 입는 시간

 

“왜 시옷 서점이에요?”

“서점 이름은 아내 김신숙 시인의 소설은 읽고 시는 입는다는 아이디어에서 따왔어요. 시를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말고 몸에 걸치는 옷처럼 온몸으로 받아들이자는 뜻이에요.”


서점 간판 하나에도 시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뿐이 아니다. 서점 곳곳에 오랫동안 시를 사랑해온 흔적이 가득하다. 서점 중앙테이블에는 시옷서점이 추천하는 시집들이 놓여있고, 그 맞은편에는 헌책을 따로 모은 ‘시집박물관’이 있다. ‘시집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짐작이 가겠지만 거기에는 현 시인이 습작하던 청년시절부터 하나씩 모은 시집들이 꽂혀있다. 지금은 절판되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시집들이 대부분이다. 서가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주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시를 품어 왔는지 실감이 난다.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곳이 신간 코너가 아니라 ‘시집박물관’인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 옆에 마련된 ‘시인의 책상’도 같은 맥락이다. 좋아하는 시인의 얼굴이 담긴 사진액자 아래 필사노트와 노트북이 있다. 원하는 손님은 언제라도 앉아 필사를 하거나 직접 창작을 할 수 있다. 시는 읽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입어야 한다는 주인장의 철학을 그대로 담은 공간이다.


시인의 책상

▲ 습작시절 읽었던 시집과 지금도 좋은 구절을 옮겨 쓰는 시인의 필사노트 ⓒ양혜영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열리는 장소

사실 ‘시옷서점’은 그리 넓지 않다. 눈에 띄기 쉬운 대로변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정류장 앞에 위치한 것도 아니다. 그곳 지리에 밝지 않는 사람은 두어 번 헤맬 것을 각오해야한다. 지인들은 그 점을 우려했지만, 서점 주인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들어맞았다. 하루 방문객 평균이 한명이라는 주인의 농담과 달리 서점에 찾아갈 때마다 먼저 방문한 누군가가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줄 동시집을 고르기도 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여행객이 일부러 들러 시집을 사고, 문학 동호회원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창작합평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이 찾아와 창작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곳에선 ‘시’가 관련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왜 시집전문서점이 필요했는지, 그리고 잠시 잊고 있던 ‘시’가 다른 문학 장르를 태동시킨 본체라는 사실을 그곳에 가면 절감할 수 있다.


시옷서점 내부사진

▲ 시옷서점 내부 ⓒ양혜영


시집전문서점이라고 해서 보유한 책들이 편협하거나 수량이 적지 않다. 일반 시집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동시집, 시인이 쓴 산문집, 시 평론집, 시 잡지 등 시가 포함된 모든 장르의 책이 서점 안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그야말로 있을만한 시 관련 책은 다 있는 것이다.


“서점이라면 독자가 사러 왔는데 없어서 그냥 돌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집 전문 서점답게 독자들이 찾는 시집은 최대한 구비해놓을 생각입니다. 절판본과 희귀본은 헌책 구매로 계속 매입하고, 혹시나 빠진 품목은 미리 주문하면 바로 불러서 채우고 있습니다. 그게 저희처럼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독립서점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옷서점에서 만큼은 없어서 못 파는 시집이 없을 거라는 주인장의 뚝심이 대단했다. 언뜻 봐도 작지만 알차게 채워진 서점과 수다스럽지 않고 할 말만 진중하게 건네는 주인의 모습이 많이 닮아 보였다. 한결 따뜻해진 마음으로 서점을 나서기 전, 현 시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시옷서점에게 ‘인문’은 무엇인가요?”

“인문을 따로 정의내리긴 어려워요. 각자가 내린 정의를 종합해 펼친 게 인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문은 사람에 대한 이해고,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문과 같은 것이에요. 저에게 문은 곧 시고요.”


방문객

▲ 동시집을 고르고 있는 모녀 ⓒ양혜영


현 시인에게 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문이다. 그의 서점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며 정을 쌓는 공간이자 미래의 시로 향하는 통로다. 마냥 시가 좋아 무작정 시집을 베끼고 습작하던 그의 과거를 현재 시인이 되고픈 사람들이 이어가고 그렇게 좋은 시인들이 훌륭한 시로 세상을 채워가기를 오늘도 시옷서점은 꿈꾼다.



사진= 현택훈, 양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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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운영일시: 토요일 - 화요일 오후 7시~11시


*관련링크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bookshsa/220976001927


장소정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인다13길 45-4 1층
제주 시옷서점 동네책방 시집박물관 시인의책상 과거와현재 시집전문서점
양혜영
인문쟁이 양혜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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