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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야!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춰줘서 고마워~ : 제주 인문학 동아리 '폴라리스'

폴라리스야!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춰줘서 고마워~ -제주 인문학 동아리 '폴라리스'

인문쟁이 이경열

2016-06-24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책을 읽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북적이는 청춘들과 현란한 불빛이 번적 거리며 돌아가는 대학로 중심에서 이들의 향기는 막힌 코를 뚫어 주는 산소와 같다. 바로 인문학 동아리 폴라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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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동아리 '폴라리스'


제법 기온이 높아진 수요일 저녁,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3층 ‘더스터디 룸카페’에 다섯 명이 모였다. 각 자 2~3권의 책과 두꺼운 노트와 필통을 탁자에 올려놓는다. 누가 먼저 할 것도 없이 카페에 비치된 차와 약간의 간식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폴라리스를 처음 찾은 5월4일은 이들의 서른일곱 번째 만남이 진행되고 있었고, ‘서진규의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가 필독서였다.


서진규의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처음 발표한 분은 ‘꿈을 꾼다는 건 죽을 각오로 하는 것이다’를 이 책을 읽고 난 후 한 줄 요약으로 정해 주었다. 이어서 한 여대생은 “이제는 책을 안 읽으면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고 뒤쳐진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인공이 이혼한 대목에서 공감이 되지 않아 끝까지 읽지는 않았지만, 남녀 차별을 뚫고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그 당시에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존경스럽다는 의견을 전한다.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은 자신이 수학을 좋아해서인지 ‘인생과 수학은 닮아 있다’를 꼽아 주었다. 얼마 전 공무원 시험에 합격 했다는 미소가 맑은 청년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 말자’를 한 줄 요약으로 발표해 주었다. 왠지 우리나라 미래가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효’가 뭐니?, 자하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항상 밝은 얼굴로 부모를 대하는 일이 어렵다. 일이 있을 때는 아랫사람이 그 수고로움을 대신하고 술이나 음식이 있을 때는 윗사람이 먼저 드시게 하는 것을 가지고 효도라고 할 수 있겠느냐?”


필독서 발표를 마치고 2부 순서는 논어 한 줄을 읽는 순서였다.
어버이날을 나흘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였을까? 공자의 말을 자신이 느끼는 대로 발표하는데, 울컥 할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워 졌다. 고민이 생길 때 부모가 아니면 누구한테 심란한 마음을 털어놓을지 고민도 생겼다. 자녀가 있는 회원에게는 부모로서 자식에게 어떤 것을 바라게 되는지 심정을 묻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폴라리스 리더 정선영자유 독서로 마무리 하며

 

3부에서는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의 대한 사랑’을 읽은 느낌을 발표해 주신 분도 계셨고, 리더인 정선영 씨는 김병완의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를 읽었고, “내용 안에서 제목과 조금 동떨어진 부분을 만나기도 했지만, 나를 힘들게 몰아가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다섯 명이 한 주 동안 읽은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밤 10시. 다음 주 서른여덟 번째 만남에서는 ‘김연아의 7분 드라마’가 필독서라고 서로 상기하며, 필자에게도 함께 하길 권해 주었다. 그렇게 폴라리스는 오천 원의 찻값을 모으며 다음 수요일을 기약했다. 박웅현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인문학이 찻값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차 맛을 향기롭게 해 준 시간이었다.


(사진=이경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 폴라리스 전 리더 최미희

※ 본 인터뷰는 유선으로 진행되었음


Q. 폴라리스라고 이름 지은 이유가 있는지?

A. [논어]의 위정편,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 共之,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덕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북극성이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많은 별들이 그을 에워싸는 것에 비유 된다” 이 논어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서 ‘폴라리스’라는 이름을 지었다.


Q. 폴라리스를 만들기 전에 ‘논어봉사활동’을 꾸준히 하셨던 걸로 아는데?

A. 2013년 9월부터 ‘인문학독서교육봉사’를 하였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주자는 목적으로 시작하였고, 지역아동센터 두 곳에서 약 2년간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수업 방식은, 봉사 선생님 1명이 아동 1~2명과 한조가 되어, 논어 한 구절을 읽고 논한 후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써 보게 했다. 격주로 아동이 선정한 위인전을 읽고 느낀 점을 역시 간단하게 쓰거나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정말 상상력이 무궁무진해 오히려 우리가 행복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아름다운 리더가 되길 소망 한다.


Q. 폴라리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나 규칙이 있는지? 회원은 몇 명인지?

A. 강건 작가의 ‘위대한 독서의 힘’의 리스트를 위주로 시작 했다.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인물들 책을 필독서로, 논어 한 구절 나누기, 그리고 자신이 선정하여 읽은 독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토론보다 개인적인 생각을 발표한다. 1주일에 두 권은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였고, 필독서가 자신과 맞지 않을 때는 자유롭게 자신이 읽은 부분까지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개인 사정에 따라 책을 조금 밖에 못 읽고 나오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의 발표를 듣다보면 집으로 돌아가서라도 마저 책을 읽게 된다고 한다. 현재 회원은 10명이고, 보통 6명 정도가 매주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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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열
인문쟁이 이경열

[인문쟁이 2기]


이경열은 틈만 나면 친구들이 있는 제주시로 나설 궁리를 하지만 부모님이 계신 서귀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은퇴 후 제2막 인생을 즐기는 인생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을 한다. 엉뚱하고 FUN한 퍼포먼스를 기획할 때 신이나고 사는 맛을 느낀다. 겸손과 배려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효를 말하는 공자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일기를 잃어버렸던 트라우마로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지만, 인문쟁이를 빌어서 낙서쟁이 소녀로 돌아가고 싶다. kissday196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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