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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쓰고 떠나는 인문학 여행 : 제주, 상록실버 독서회

돋보기를 쓰고 떠나는 인문학 여행 -제주, 상록실버 독서회

인문쟁이 이경열

2016-08-10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모습이 아름답다. 책을 읽고 난 후 자신이 좋았던 구절들을 빼곡히 메모해 발표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왜 이 구절이 좋았는지, 다시 또 젊어진다면 이럴 텐데… 인생을 돌아보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오늘의 숫자 70!

아침 라디오 팟캐스트의 멘트처럼, 이 글에서 내가 선정한 숫자는 70이다. 30~40년 공직 생활 은퇴 후 인문학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열두 분의 평균 나이가 그렇다. 머리카락이 온통 하얀 분도 계시고, 이마가 훤히 벗겨지신 전직 교수님도 있다. 젊은 시절 숱이 많았을 검은 머리는 온데간데 없지만,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이 이제 자신만의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하곤 좋아하신다. 돋보기에 초점을 맞추는 수고로움 정도는 개의치 않는다는 분들을 찾은 날, 마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동아리 지원 사업’ 선정으로 상반기 결산과 하반기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하반기 계획을 논하는 모습

▲ 진지하게 하반기 계획을 논하는 모습


숙맥들의 수다

“어떨 땐 밥 먹엉 앉으민 아무 생각어시 테레비 리모컨만 돌려 지는게...... 이젠 호루에 몇 장이라도 책도 익곡, 몸에 든글 봐지민 노트에 직어도 보곡......경해도 다 잊어 불주만은..... 또 만낭 곳당 보민 초츰 생각도 나곡......”, “도서관에 책 빌리래 가민 다섯 권은 빌령 와지주, 하영 읽을 땐 혼 덜에 열권도 읽고, 못 헐 땐 다섯 권도 읽어져......”, “다음은 어떵 될건고? 아꼬앙 일부러 애끼멍 익어 보기도 허주......허허”
(제주어 해석 : 어떨 때는 밥 먹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이 TV리모컨만 돌렸었다. 이제는 하루에 몇 장이라도 책을 읽고, 마음에 든 글을 발견하면 노트에 적어도 보게 된다… 그렇게 해도 다 잊어버리지만 또 만나서 발표하다 보면 차츰 생각도 난다…”,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가면 다섯 권은 빌려 오게 된다. 많이 읽을 때는 열권도 읽고, 못 읽을 때도 다섯 권은 읽게 된다.”, “다음은 어떻게 전개 될까? 아까워서 일부러 아끼면서 읽어 보기도 한다. 허허”) * 필자 주


젊은 시절 공무원 박봉에도 묵묵히 견뎌온 분들이, 이제 책 읽는 즐거움을 제대로 찾으셨나보다. 한 달여 만에 만나 반가운 인사로 온통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털어 놓기에 바쁘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볼에는 생기마저 돋아난다. ‘숙맥으로 살고 싶다’는 유안진 시인의 인터뷰 기사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멘티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 멘토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책을 읽었으면 독후감은 기본

 

여행에서 얻은 수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두렵기만 한 컴퓨터에 더듬더듬 서평도 올린다. 멘토가 알려주는 대로 아이디도 만드시고 비밀번호도 만들었다. 자신의 서평을 수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더욱 신중해 진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멘토의 말에 귀 기울이며, 7월 선정 도서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함께 보낼 시간을 기대하는 어르신들의 열정에서 많은 걸 느낀 날이었다. 하반기엔 자연과학 책도 탐구해 보고,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인문학 축제도 참가하자는 의견을 모으시며 6월 모임을 마쳤다.


멘토에게 서평등록 방법을 배우고 있다.

▲ 멘토에게 서평등록 방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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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들로 가슴 따뜻해지길 소망한다.

-멘토 양정금


제주 상록실버 독서회 멘토 양정금 씨 Q. 어르신들로 구성된 독서회를 만든 계기는?

A. 벌써 3년 째 공무원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자지도’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엔 저보다 나이와 연륜이 훨씬 많으신 어르신들이 너무 어려워 얼굴이 자주 붉어지고 말소리도 떨리곤 했다. 그럼에도, 1년 과정을 졸업하시고도 2년, 3년을 이어 부족한 저를 찾아 주셨다. 이렇게 배움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찾아보다 인문학 독서회를 제의하였는데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최근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동아리 지원 사업으로 선정 되어 소정의 책 구입비를 지원 받게 되고 이 분들을 만나 운이 좋은 듯하다.

Q. 보람된 점은? 
A. 아주 해맑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 하다. 책을 읽은 후 자신이 좋았던 글귀들을 적어 오신다. 왜 이 구절이 마음에 드는지? 다시 또 젊어졌으면 이럴 텐데…. 인생을 돌아보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Q. 독서회에 바라는 점?
A. 이 분들이 힐링이 될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결국에는 아! 나 참 잘 살았다. 내가 안 해 본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좋은 추억들을 마음에 따뜻하게 가져가셨으면 한다.

Q. 자신이 생각하는 인문학 발전 방향은?
A. 소규모 인문학 그룹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한데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화 소통을 원활하게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이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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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이경열

[인문쟁이 2기]


이경열은 틈만 나면 친구들이 있는 제주시로 나설 궁리를 하지만 부모님이 계신 서귀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은퇴 후 제2막 인생을 즐기는 인생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을 한다. 엉뚱하고 FUN한 퍼포먼스를 기획할 때 신이나고 사는 맛을 느낀다. 겸손과 배려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효를 말하는 공자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일기를 잃어버렸던 트라우마로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지만, 인문쟁이를 빌어서 낙서쟁이 소녀로 돌아가고 싶다. kissday196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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