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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인문학이 공존하는 곳 : 카페 '싸리재'

역사와 인문학이 공존하는 곳 -카페 '싸리재'

인문쟁이 서예지

2016-10-20


인천의 중구 경동에 있는 카페 ‘싸리재’는 그 일대의 역사와 개인의 삶이 어우러져 담긴 공간이다. 싸리재란 이름은 경동(京洞)일대를 일컫던 옛 말이다. 과거 이곳엔 사람이 모이는 활기찬 번화가였고, 세련된 복장의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몇 개의 가구점과 손님 없는 가게들로 인적이 드문 조용한 길이다. 그런 길 사이 남다른 모습의 개량한옥 형태인 개인 카페가 있는 연유가 궁금했다.


싸리재


싸리재길은 과거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고개 중 하나였다. 개항장 주변에 위치했었던 만큼 외국인들과 신문물을 쉽게 볼 수 있었고 길 양쪽에는 상점이 즐비해있었다. 한일합병 후에는 일본인과 중국인, 조선인이 함께 거주했으며 해방 후에는 서양식 예식장으로 인기가 많았던 신신예식장을 중심으로 예식문화가 이곳에 퍼졌다.

배다리(동인천역과 도원역 사이)에 형성된 중앙시장에 혼수, 한복, 옷감 등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싸리재길에도 양복점과 양장점들이 들어섰다. 현재도 운영 중인 1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애관극장도 당시 시네마 거리로 유명했던 경동에 위치했었다.


이후 인천 최초의 향도백화점과 주요 은행들이 밀집되며 이 시기 경동은 번성하고 화려한 거리였다. 하지만 70년대 기성복 시장이 늘어나면서 양장점들이 문을 닫고 가구점들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마저도 인천시청과 공공기관들이 신도심으로 이동하면서 사람들도 함께 개발된 지역으로 떠났다. 인천의 중심이었던 신포동, 경동일대는 쇠퇴하게 되는데 그런 그곳에 현재까지 37년 동안 묵묵하게 의료기를 판매하는 곳이 바로 현재 싸리재 카페이다.


싸리재 내부1싸리재 내부2


마당이 있는 2층 개량한옥의 형태인 ‘싸리재’는 2013년에 5개월여 간의 리모델링을 거치고 문을 열었다. 1층에는 커피를 만드는 곳과 의료기판매 매대가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수많은 LP판과 책들이 꽂혀있다. 2층의 전면에는 이곳의 음악 감상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턴테이블과 축음기, 커다란 스피커들이 있고, 양쪽에는 오래된 서적과 문예잡지가 유리 안에 전시되어 있다. 문고리가 달린 테이블은 옛 대문을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노랗게 바랜 신문과 흙이 꼴라쥬처럼 벽에 도배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진한 월넛 색감은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싸리재 내부3싸리재 내부4


야외테라스로 나가면 ‘ㄷ’자 지붕의 구조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주변의 오래된 콘크리트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상량문(지은 날짜와 시간을 적은 한옥집에서 대들보에 적는 글)은 이 건물의 80년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 밖에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손바느질된 손수건과 소품,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이 깔끔한 내부 환경에서 주인의 꼼꼼한 성격과 세심함이 이 곳을 남다른 공간으로 존재하게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싸리재 내부5위에서 바라본 싸리재


싸리재의 커피는 깊고 진한 맛을 낼 수 있는 모카포트를 이용하여 직접 콩을 갈아 넣은 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라떼 위에 올라가는 우유 거품 또한 기계가 아닌 수동으로 거품을 내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거품이 남아있다. 이곳의 분위기와 음악, 커피 맛은 오감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龜 昭和 五年 四月 五日 午後 三時 立柱 上樑 龍”(귀 소화 오년(1930년) 사월 오일 오후 세시 입주 상량 용

▲ “龜 昭和 五年 四月 五日 午後 三時 立柱 上樑 龍”

(귀 소화 오년(1930년) 사월 오일 오후 세시 입주 상량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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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매일매일 물 주듯이 가꾸고 싶습니다.

-싸리재 카페 주인 ‘박차영’


카페 싸리재 주인 박차영 씨


Q. 카페를 차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A. 오래전부터 귀촌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97년도에 강화에 집을 짓고 그곳에 정착하리라 마음을 먹고 설계도 배우고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곳에 사는 것도 잠시, 당시 같이 살았던 장모님이 돌아가시고, IMF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나빠져 정리하게 됩니다. 수집하고 모았던 많은 물건들을 지금 2층에 가져왔어요. 사실 2층은 제가 카페를 차리기 이전에도 사람들이 찾아와 얘기를 나누는 공간이었죠. 나이 60이 되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라는 생각과 여전히 귀촌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여 2012년도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지리산, 청산도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해남에 닿았을 때 문득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시골, 농촌이 더 이상 옛날의 시골이 아니라는 생각. 굳이 내가 농촌으로 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것을 자각하고, 내가 왜 자꾸 도망가려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귀환하게 되었어요. 과거 ‘나’로 축적된 이곳에 내가 원했던 곳, 힐링을 위한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서 리모델링을 시작했습니다.


Q. 싸리재를 운영하시면서 가지시는 신념이 있으신가요?

A. 카페라는 틀 안에서 규정되기보단 하나하나 성의껏 열심히 정성을 들이다보면 얻어지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가격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아내와 같이 엄청 고민을 했었습니다. 사람들의 소득 분배표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현실적인 상황의 부분을 고려하기도 하며 정했지만 이 지역의 시세에 비해 높아 사람들이 들어와 가격표를 보고 표정이 변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유를 얘기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누군가에겐 밥 한 끼 일 수 있는 가격인데 그만큼 이곳의 가치가 있을까란 생각에 공간에 대한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Q. 3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싸리재는 사장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3주년은 저한테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합니다. 이것(싸리재)을 잘 가꾸고 싶어요. 꽃에 매일매일 물 주듯이. 그리고 제가 죽고 난 후에도 유지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인이 중학생 2명을 데려왔는데 한 학생이 메모를 남겼어요. ‘제가 커서 돈을 벌 때까지 꼭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제 돈으로 커피를 사먹고 싶어요’라고. 또 결혼을 약속한 커플이 와서 저에게 ‘신혼여행 갔다 와서 첫 데이트 코스를 이곳으로 할 테니까 그때까지 꼭 계세요’라는 말들이 단순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저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나이를 먹었지만 이곳이 꼭 지속되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애정이 남다릅니다. 내 손이 다 닿아야하고. 나를 위해서도, 지역을 위해서도 이 카페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지역주민들의 모임장소나 활동 공간 등으로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카페로 되기 전에도 사람들이 찾아왔었는데, 그 중 스페이스 빔(문화 예술 활동 공간) 민운기대표가 이 공간에 함께 관심을 갖고 공사를 진행하며 혜화동 한옥에서 생활하는 서울대 교수인 로버트 파우저를 소개해주며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다가 인문학 강의도 진행하고 모임공간으로 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맞는 공간 활용이 잘 되는 거죠. 아무리 개인적으로 나랑 친해도 공간이 안 맞으면 한번쯤은 올 수 있지만 계속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상업적으로 치우치는 것보다는 문화공간의 성격이 더 드러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사장님에겐 67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지십니다. 앞으로의 또 다른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열정은 저의 힘입니다. 목표는 죽을 때까지 여행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나 건강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거고, 당분간은 싸리재 외에는 쏟을 에너지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이것을 완성시키는 것, 제가 생각하는 것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더 진화하는 것입니다. 여러 형태가 있을 거에요. 인문학 강좌를 활성화한다던지, 지역사회 안에서 더 관심을 갖고 연대를 한다든지. ‘이만큼 했으니까 됐어’, ‘힘들어서 이제 안 해’라는 말이 제일 두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빛이 잘 들어올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내부는 굉장히 좋은데 전면이 상당히 만족스럽지 못해요. 공사기간과 돈,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 마감이 돼버렸는데 일본식처럼 되어있는 저런 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저걸 빨리 뜯어내서 그동안 모아둔 근대의 사진을 참고해 이 집의 원래 모습을 복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또 뒤쪽에 있는 공간을 트여 카페의 활용도를 더 넓히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싸리재에 대한 에너지가 지나칠 정도로 많습니다(웃음).



사진= 서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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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싸리재


*공간안내

인천 중구 개항로 89-1

☎ 032-772-0470

장소 정보

  • 인천
  • 서점
  • 싸리재
  • 의료기판매
  • 음악
  • 틀없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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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서예지

[인문쟁이 2기]


서예지는 경기도 판교동에 산다. 즐거웠던 융합예술과 학생으로서의 신분을 마친 후 내가 살고 있는 공간 안에서 또 다른 구성원으로 무엇을 표현을 하고 나타낼수 있는지에 대한 매체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문門’을 자유롭게 넘나들길 바라며 인문 360도 기자단을 하며 더욱더 인문학이란 무한한 색의 파레트안에서 꾸준히 배워가고 알아가고 경험하고 싶다.jaulosoed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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