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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활자의 금빛 씨앗, 세계로 뻗어나가다!

제1회 직지페스티벌

2016.10.14


금속활자의 개발은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100대 사건 중 1위라고 한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르네상스, 종교개혁, 산업혁명, 시민혁명보다 더 큰 사건은 바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이다. 금속활자가 발명되면서 책의 보급이 빨라지고 사람들의 지식이 늘어났다. 독일의 구텐베르크는 1455년 금속활자를 발명해 <42행 성경> 180부를 인쇄했다. 이 인쇄술은 당시 비싸고 구하기 힘들어 보급되지 못했던 필사본을 오타가 없이 짧은 시간에 인쇄해 지식과 정보의 보급에 앞장섰던 계기가 됐다.


흥덕사에서 직지심체요절을 만들던 사람들의 모습을 재연했다.

▲ 흥덕사에서 직지심체요절을 만들던 사람들의 모습을 재연했다.


그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빠른 금속활자가 발견됐다. 청주의 흥덕사지에서 발간됐다는 직지다. 직지의 정식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역사학자인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에서 발견한 직지는 고려시대 승려인 경한이 불교에서 말하는 선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 엮은 책으로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본래는 상, 하권으로 구성된 책이지만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만 남아있다.


직지페스티벌에서는 활자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전시가 있었다.

▲ 활자의 변천사


활자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의 활자와 인쇄술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우리 조상들의 지식과 문화를 잇는 것이다. 금속활자는 여러 가지 과학과 기술을 총망라한 종합예술품으로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전통공예기술이다.

그런 직지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청주에 모였다. 직지의 시간적·역사적 가치보다 창조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계승하고자 ‘직지, 금빛 씨앗’을 주제로 11개국 35개 팀의 아티스트가 직지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 9월 1일부터 8일까지 고인쇄박물관과 청주예술의전당 일대에서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전병삼 작가의 작품 직지월

▲ 전병삼 작가의 작품 직지월


전시장 입구에는 전병삼 작가의 작품 ‘직지 월(Wall)’이 화려한 빛을 뽐내며 우릴 맞이한다.반투명 플라스틱 상자 8200개로 만든 이 작품은 직지에 담긴 글자 하나하나를 품고 있다. 직지 월을 지나 예술의 전당 앞에는 시민들의 책 모으기 캠페인으로 기증받은 책 2만9183권으로 만들어진 책의 정원이 우릴 맞는다. 직지의 활자수인 2만9183자를 상징하는 이 곳은 프랑스식 미로정원을 연상할 수 있다.


인호 금속활자장의 복원 인판

▲ 인호 금속활자장의 복원 인판


전시실 1층 대전시실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01호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복원한 인판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서 2007년부터 복원한 조선의 첫 금속활자의 ‘계미자’와 금속활자의 꽃이라 불리는 세종 16년(1434)때 만들어낸 ‘갑인자’도 함께 전시됐다. 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직지의 금속활자판을 시작으로 왕실목활자, 훈련도감자, 한글 활자, 활자로 인쇄한 특별한 책 등 다양한 인판도 전시됐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도 전시되었다.

▲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독일의 구텐베르크 인쇄기도 함께 전시된 것이 가장 뜻깊다. 실제로 프레스 방식으로 42행 성서 요한복음 1장 15절 낱장을 찍어보며 고대 서양의 인쇄술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전시실 한편에는 이 기계로 직접 찍은 요한복음을 한 장씩 가져갈 수 있게 준비했다. 전통적인 인쇄방법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도 특별하지만 다양한 미디어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각자 자신의 소리를 내는 3중주, 유리창을 가득 메운 스테인드 글라스는 햇빛에 비쳐서 아름다운 글자를 내보였다. 특히 VR로 즐기는 활자가 가장 인기가 높았다. 머리위에 헬멧을 쓰고 즐기는 활자는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유물부터 미디어아트까지 소재의 구분이 없이 다양한 작품들이 활자를 담았다. 미디어 아트, VR, 파빌리온, 회화, 설치미술, 사진, 스테인드 글라스 등 종이와 활자라는 작은 범위를 다양하게 확대했다.


관람객들이 VR체험을 하고 있다.많은 작가들이 직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 VR체험을 하고 있는 관람객들 / 많은 작가들이 직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이어졌다.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에 들어선 ‘1377고려, 저잣거리’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곳부터 고려입니다.’라는 푯말을 시작으로 옛날 우리네가 살아왔던 저잣거리를 재현했다. 이 곳에는 환복소도 마련되어 고려 복장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또한 민화 그리기, 한지 공예, 서예 등 다양한 전통체험과 바닥에 깔린 멍석 위에 앉아 주전부리도 즐길 수 있었다. 직지페스티벌은 유네스코 직지상과 함께 진행됐다. 2004년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유네스코 직지상은 올해로 6회를 맞았다. 올해는 중남미 국가들이 기록유산 보존 등을 협력하기 위해 1999년 공동 설립한 '이베르 아카이브'가 선정됐다. 이들은 중남미 지역에서 기록 유산 보존과 교육 등에 끼친 영향이 높이 평가받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는 전통 주조기법으로 제작된 책이다. 활자의 발명은 세상을 깨우는 가장 어렵고도 쉬운 일이었다. 활자의 보급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식과 깨달음을 나눌 수 있었다. 활자에 담긴 깊은 애민정신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우인혜

 

장소정보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713 고인쇄박물관
활자 직지페스티벌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금속활자본 세계기록유산 종합예술품 청주 구텐베르스인쇄기 유럽전통인쇄 유네스코직지상
우인혜
인문쟁이 우인혜
[인문쟁이 1,2기]


우인혜는 충북 청주시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현재는 대학 내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블로그 웹진 및 보도자료 작성을 하는 뚜벅이 기자다. 공학도로서 바라보는 인문학에 관심이 높고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욕심이 많다. 헤드윅이란 작품을 만든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나보고 싶다. 인문학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번 기회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느껴보고 싶다. pwoo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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