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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인문 문화 이야기

청년농부의 정직한 마음을 담은 따뜻한 식탁

춘천, 어쩌다 농부

2018.01.11

쿡방, 먹방으로 대표되는 음식문화의 열풍이 조금은 사그라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새롭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닌다. SNS에 유행하는 맛집을 찾아가고, 손쉽고 간편한 레시피를 찾아 집밥을 만들어 먹는다. 사람인지라 매일 먹어야 함에도 먹는다는 일상이 힘에 부치는 순간이 있다. ‘오늘은 뭐 먹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그저 그렇게 한 끼를 때우고 만다.


그러다 예전에 템플스테이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는 ‘음식명상’을 하며 식사를 했는데, 내가 먹는 쌀 한 톨과 반찬에 담긴 정성, 만든 사람에 대한 감사를 마음에 담으며 먹는 과정이었다. 소박하고 단순한 밥상의 맛이 문득 그리워졌다. 하지만 얼굴을 아는 농부는 없고, 여전히 손쉬운 공산품만을 장바구니에 담아 넣는다. ‘보기 좋고 가성비 좋은’ 음식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속 편한’ 한 끼는 여전히 먹기 어렵다. 1년 전 춘천에 문을 연 작은 식당이 있다. 청년 농부들이 지은 밥상. 따끈하고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난 후, 그 식탁에 담긴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졌다.

 


 

어쩌다 농부팀(왼쪽부터 노보원, 김은희, 한상연) / 어쩌다 농부팀 소개간판한상연 대표 / 어쩌다 농부 실내

 ▲ (시계방향) 어쩌다 농부팀(왼쪽부터 노보원, 김은희, 한상연) / 어쩌다 농부팀 소개간판 / 어쩌다 농부 실내 /한상연 대표

 

어제보다 맛있는 오늘을 만들자!

 

어쩌다 농부 대표 한상연


Q. 어쩌다 농부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처음에 농사를 지었어요. 좋은 기준을 지키며 농사를 지었는데, 그렇게 나온 결과물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시장성이나 상품성이 있어야 하는데 약을 치지 않으면 규격에 맞지 않고, 비료를 안 쓰면 작고. 그래도 저희는 SNS나 인터넷을 활용해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주변에 고집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분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런 분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우리가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어쩌다 농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먹거리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녔는데, 결국 맛있고 좋은 먹거리는 농사를 향하게 되더라고요. 재료가 좋아야 완성품도 좋아지잖아요. 저희는 농사랑 관계없이 다들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었어요. 우리가 어쩌다 우리가 농부가 됐지? 라고 생각해서, 어쩌다 농부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Q. 다른 지역도 있었을 텐데 춘천, 육림 고개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철원에서 농사를 시작했는데, 거기서는 정말 농사만 지어야 하더라고요.(웃음) 춘천은 농촌과 도시 그 경계에 있는 곳이잖아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논과 밭이 있으니까요. 그런 점이 매력적이라 오게 됐어요. 그리고 저희 목표가 좋은 먹거리를 티 나지 않게 젊은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이었어요. 고민 끝에 젊은 층이 많이 방문하는 육림 고개로 오게 됐어요.


Q. 농사를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아버지가 철원으로 귀농하셔서 농사를 짓고 계셨을 뿐, 저는 농사에 대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보러 다니며 공부하다 보니 생각보다 먹거리 환경이 심각하게 망가져 있는 게 보였어요. 문득 아버지가 농약을 안 쓰고 농사를 지어보겠다 하는 게 생각이 났어요. 아버지가 농사를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기 전엔 마을에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2~3년이 지난 후엔 개구리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어깨너머서 본 게 그제야 기억이 났어요. 농업을 전공 하지도, 관련도 없었지만 우리가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철원에서 농사지을 때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어요. 다른 농부님들 밭도 가보고, 책도 읽어보니 자연농이라고 하는 농법이 있더라고요. 잡초를 억지로 제거 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될 수 있게 관리하는 농법인데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렇게 생산된 토마토, 파… 기존에 먹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맛이 나는 것들을 처음 맛보면서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모양이 좋지 않았죠. ‘이걸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 걱정했는데, 소비자분들이 맛을 보고서는 바로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그때 ‘아! 이게 안 되진 않을 거 같다’고 생각했죠. 그때의 경험으로 저희가 브릿지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죠. 철원에서 50여 가지 농작물을 관리하면서 많은 걸 배웠고 농사가 어렵다는 것도 배웠고요. 힘들지만 재밌던 기억이 있어요. 


어쩌다 농부 내부 / 꼬막 비빔밥 / 들깨크림 파스타

제철 식재료로 만든 메뉴들한상연 대표의 아버지가 직접 지은 쌀

 ▲ (시계방향)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식탁 / 꼬막 비빔밥 / 들깨크림 파스타 /한상연 대표의 아버지가 직접 지은 쌀 / 제철 식재료로 만든 메뉴들


Q. 그렇다면 지금도 농장을 운영하고 있나요?

A. 지금은 철원이 아니라 춘천 서면 신매리라는 곳에 있어요. 100평 정도 작은 규모입니다. 주로 허브 종류를 키우고, 토종 옥수수 중에 쥐눈이빨 옥수수라고 있는데 팝콘 튀겨먹는 옥수수라고 해서 키워봤고요. 아직은 춘천 땅이 어떤지 테스트해보고 있어요.


Q. 다른 농부님들과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A. 처음에는 여러 농부님을 직접 만나러 다녔어요. 그런데 가게 일이 바빠지니까 만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로컬푸드 매장에서 재료를 사오기도 하고,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찾기도 해요. 올해는 정신이 좀 없었는데, 내년엔 좀 더 농부님들을 찾아가 보려고요.


Q.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하시는 분들 중엔 맛을 포기하고 재료를 선택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말씀하시는 것 중에 맛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A. 저는 유기농이 맛없다는 말을 제일 싫어해요.(웃음) 이베리코라는 돼지가 있는데 그 돼지는 도토리를 좋아한대요. 도토리만 먹여 이베리코 돼지라는 종자가 나왔다고 해요. 세계 3대 진미라고 유명해지기까지 했어요. 고기 같은 경우 어떤 먹이를 먹였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거든요. 우리가 먹는 닭도 옥수수 사료만 먹고 커서 뻔한 맛이 나오는데 풀어놓은 닭은 다양한 걸 먹다 보니 맛도 다르고 달걀의 맛도 달라요. 소 같은 경우도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서 우유 맛이 다르고 고기 맛도 달라요. 먹는 사람을 생각하고 맛있게 키운 것들은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런 맛있는 것들을 전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Q. 먹거리에 대해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는데 미처 몰랐던 부분이 많았네요. 그런 정보들은 어디서 찾으세요?

A. 직접 땅을 만져보고 밟아보면서 많은 실험을 해봤거든요. 예를 들어 사과밭에 물을 주는 관이 있으면 그 사과밭은 맛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사과를 크게 키우려고 물을 주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을 주는 시설 없이 조금 작게 나온 사과들이 오히려 맛이 좋고, 땅에 풀이 없는 과수원은 별로 맛이 없어요.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여러 농부님과 농가들을 통해 배워요. 


수확물로 인테리어를 한 어쩌다 농부 실내직접 수확한 쥐눈이빨 옥수수

수확물로 인테리어를 한 어쩌다 농부 실내 / 어쩌다 농부 실내

 ▲ 수확물로 인테리어를 한 어쩌다 농부 실내


Q. 1년 정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좋은 식재료를 쓰려다 보니까 가격과 품질을 조율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는 상태고 좀 더 많은 방법들을 찾아가는 단계인데 1년 동안은 그걸 조율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주고 싶은 건 많은데 줄 수 있는 건 한정적이고. 이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어요. 지속 가능해야 계속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부분이 아직은 고민 중인 거 같아요. 사업자로서 경험이 생기면 해결이 될 텐데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게 큽니다.


Q. 농어촌 문화도 활동에도 관심이 있으신 거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아직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진 못해요. 정말 1년 동안 식당에 매여 있어 다른 활동은 못 하고 농부님들과 소통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팜 파티라고 해야 할까요? 농장에 소비자를 초대하고 수확해서 그걸 이용해 요리하고 먹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방앗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고춧가루도 어떤 건 달고, 어떤 건 맵고 이런 걸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라던가. 파머스 마켓을 열어서 소비자와 농부가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팜파티를 열어서 농부의 철학과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요리로 결합 할 수 있는 걸 진행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제일 어려운 일일 수 있는데. 저희가 아는 달걀 농부님이 계세요. 산에다 닭을 풀어놓고 키우세요. 정말 달걀이 고소하고 맛있거든요. 맛있는데 문제는 닭이 아무 곳에 낳으니까 가끔 오래된 달걀이 있는 거예요. 그런 게 소비자에게 다가갔을 때 문제가 되더라고요. 그런 걸 줄여서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브랜딩한다고 하죠? 그런 걸 지속적으로 같이 갈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역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지나갈 땐 그저 식당이라 생각했었는데, 많은 활동을 하시고 깊은 이야기가 있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생각하는 인문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어렵네요(웃음). 농사를 지으면서 하는 생각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해요. 겉에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고 그걸 이해해 줄 수 있는. 정확하게 인문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걸 건드려 주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나 관심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진= 김지영, 어쩌다농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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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정보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77번길 35 어쩌다 농부
강원 농부 청년 춘천 농사 먹거리 어쩌다농부 농장 육림고개
김지영
인문쟁이 김지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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