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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나는 레디 액션을 외쳤다!

영화감독 최진욱 인터뷰

2020.02.18

<걸작> 포스터

▲ 영화 <걸작> 포스터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작비를 기준으로 상업영화와 저예산영화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영화를 예술의 영역에 방점을 두어 예술영화와 장르적 특성을 가진 장르영화로도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상업영화와 반대 지점에 있을 때 예로 드는 독립영화는 온전히 자본에 독립되어 연출자의 생각을 그대로 담는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대중은 독립영화를 단순히 제작비가 저예산이거나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019년 서울 종로의 허리우드 극장에서 단관 개봉한 장편 독립영화 <걸작>은 독립영화의 본질에 가장 닿아 있는 작품이다. 외부 투자와 공공기관의 제작비 지원을 받지 않고 만든 작품이다. 감독은 물속의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제작비를 온전히 마련했다. 단편영화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장편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제작을 하고도 개봉을 하지 못한 채 사장되는 많은 영화를 생각한다면 서울에서 한 달 동안 단관 개봉을 한 <걸작>의 개봉기는 독립영화가 가져야할 도전 정신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걸작 트레일러 보기: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82642&mid=42156


걸작을 만든 최진욱 감독은 배우출신이다. 오랜 시간 오디션 기회를 잡으려 노력했지만 아무도 캐스팅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레디 액션을 외쳤습니다!"라고 말하는 최감독. 영화가 단순히 자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열정과 도전으로도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보고자 한다. 새로운 영화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중인 최진욱 감독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만나 초저예산 리얼 독립영화 제작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최진욱 감독

▲ 최진욱 감독 ⓒ최근모 ​


Q. 감독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질문에 자기 자신을 소개하라고 하는 것은 무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최진욱 감독이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자신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끝없이 정의 내리고 있는 사람은 우리 스스로일 테니까요. 최진욱 감독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란 사람은 영화를 사랑하고, 그 때문에 평생 영화를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데 멋진 이유를 애써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빠져드는 거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영화를 평생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사랑에 빠졌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영화에 대해 ‘사랑’과 ‘평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일기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을 살며 만나는 사람과 공간, 그 속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스크린에 새기는 것입니다. 영화는 제게 일기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매일 일기를 쓴다면 저는 일상을 살며 느껴지는 감정들을 가슴에 차곡차곡 쟁여놓았다가 1년에 한 번씩 영화로 풀어냅니다. 지금도 올해 촬영할 <강화도>라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매년 장편영화 한 작품을 만드는 게 제 루틴(routine: 정해놓은 일)입니다. 


첫 번째 장편영화인 <걸작>과 작년에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들어간 <오마이갓>을 보면 매년 한 작품씩 만들겠다는 제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안에 있는 것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형상화하는 작업은 무척 행복한 일입니다. 너무 길었네요.(웃음) ‘그냥 한마디로 독립영화 찍는 감독입니다.’로 정의해 주십시오.  


영화 <걸작> 속 한장면

▲ 영화 <걸작> 속 장면

(이미지 제공: 최진욱)


Q. 첫 장편영화인 <걸작>은 2018년에 제작되었습니다. 배급사를 통해 극장에 개봉한 게 2019년 7월이고요. 제 기억으로 영화가 개봉하는 그 달에도 <오마이갓> 촬영 중이었던 걸로 압니다. 매년 그렇게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영화란 결국, 자본과 예술이 양립하는 매체입니다. 각본뿐만 아니라 스탭, 배우 등 제작비가 필요한 공동작업입니다. 제작비 지원을 받지 않고 본인이 노동(당시 최진욱 감독은 수영 강사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해서 번 돈으로 첫 영화가 제작되었습니다. 

제가 <걸작>을 찍게 된 계기를 먼저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장편 전에 단편 하나를 찍은 적이 있습니다. 제작비도 꽤 들어간 단편이지만 무척 힘들었습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오는 고통을 경험 한 후, 장편영화 제작에는 도통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2018년은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른이 넘어가는 시점에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도 없고, 앞으로 무엇이 될지도 불투명했습니다. 그 불안감을 영화를 통해 해소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단편에서 느꼈던 불편함과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단편은 그럭저럭 만들 수 있지만, 장편영화는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예술적 재능이 증명된 것도 아니고, 단편영화를 만들며 느낀 고통스러운 경험은 저를 옥죄고 있는 사슬 같은 것이었습니다.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 앞에서 새장 안의 삶에 순응하고 있다는 게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제가 다니던 시나리오 작가 교육원 동기들과 나누며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뮤지컬 학과를 졸업했고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었지만 캐스팅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나를 캐스팅해 주지 않으면 내가 나를 캐스팅하자!’ 그런 생각이 들자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도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만듦이 힘들다는 관점을 바꿔서 내가 내 이야기를 영화에 풀어 놓는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를 쓰는 것은 본인의 이야기니까 편하고 쉽지 않습니까. ‘내 머릿속 이야기를 일기 쓰듯 영화에 써보자.’ 그런 생각들이 계속되다 보니 과거 영화 만듦의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을 말하니 동문들도 흔쾌히 도와주었습니다.


<걸작>에 출연한 배우들, 최진욱 감독의 뮤지컬 학과 동문들이다

▲ <걸작>에 출연한 배우들, 최진욱 감독의 뮤지컬 학과 동문들이다.

(이미지 제공: 최진욱)


<걸작>은 배우가 주축이 된 영화입니다. 그리고 배우에 대한 스토리입니다. 온전히 함께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열정으로 빚어진 작품입니다. 제작비는 제가 수영 강사를 해서 번 돈으로 충당했습니다. 제작지원을 받지 않은 이유는 사실 성사여부를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좋지만, 안 된다고 안 만들게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제작지원 결과 때문에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꺾인다면 그게 더 위험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내가 땀 흘려 번 돈으로 만들자. 어차피 이건 내 이야기고, 꼭 만들 거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걸작>은 거의 제가 느낀 배우로서의 고민과 생각들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디서 읽거나 닮으려고 한 게 아니라 제가 처한 상황과 고민이 일기처럼 영화에 담겨져 있습니다. 초저예산 제작비 때문에 고민하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델타 보이즈>를 보게 되었습니다. 큰 충격과 희열이었습니다. 그 작품을 보며 영화는 돈이 있어야만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델타 보이즈>를 만든 고봉수 감독님의 메일 주소로 무작정 연락을 드렸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장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초면에 불쑥 메일로 사정을 설명 드렸던 제게 아낌없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걸작> 촬영 현장에 직접 찾아오셔서 배우와 스탭들 밥도 사주시고, 지금까지 많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제게는 큰 힘이 되고 감사한 분입니다. 


뮤지컬 학과 동문과 작가 교육원 동기들, 지인들의 힘으로 첫 장편영화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 함께하니까 영화를 만드는 기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단편은 그렇게 힘들었는데 장편은 오히려 그동안 몰랐던 영화 만듦의 기쁨과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 힘이 배급사를 통해 극장 개봉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걸작 촬영 현장

▲ 영화 <걸작> 촬영 현장

(이미지 제공: 최진욱)


Q. 최진욱 감독의 연출론이라고 할까요? 벌써 장편 두 작품을 만들었고, 올해 세 번째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제작 경험을 통해 연출 스타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들이 발견되던가요?

이게 연출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과정이 소중합니다. 결과보다 중요합니다. 내가 영화를 왜 하나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해보니, 그 이유를 단편 제작 과정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만들며 함께 작업한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었습니다. 더 놀랐던 것은 제 자신이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과정이 즐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첫 장편을 들어가면서 ‘결과는 안 좋더라도 내가 건질 것은 과정이다, 과정을 즐기자’ 마음먹으니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안 되면 또 만들면 되지. 더 잃을 것도 없잖아.’ 결과가 아닌 과정에 방점을 주니까 즐겁게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어차피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과정은 충분히 제가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부분입니다. 현장에서 분위기를 유쾌하고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과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단편을 할 때는 그렇게 괴롭고 힘든 게 영화였는데. 장편을 하면서 ‘아! 영화를 함께 만드는 게 정말 즐거운 일이구나!’ 진짜로 영화를 느끼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제 연출론을 물어본다면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장센이나, 여러 영화적 장치보다 저는 함께 작업하는 배우, 스탭들과의 관계와 그들과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이 멋진 미장센이자 연출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즐겁게 작업할 수 있도록 과정을 연출하는 게 제 주된 일입니다. 


영화 <오마이갓>의 두 남녀 주인공

▲ 영화 <오마이갓>의 두 남녀 주인공

(이미지 제공: 최진욱)


두 번째로, 두 작품을 만들면서 제 작품에는 악인은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제가 만들려는 영화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걸작>과 <오마이갓>엔 악역이 없습니다. 저는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뿐이지요. 어느 한편을 악인으로 모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의 아이러니에서 갈등이 생기는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관객에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관객의 입장에 따라 극 속 악인도 생기겠지요. 제 영화의 등장인물이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갈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극을 통해 제가 생각한 문제를 관객 각자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게 하고 싶습니다. 감독의 관점을 관객에게 주입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Q. 브레히트가 연극에서 사용한 ‘소격효과’(몰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서 연극 혹은 영화에 대한 제3의 시선을 견지하게끔 하는 것)가 생각납니다. <걸작>과 <오마이갓>은 드라마와 코미디의 장르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장르물은 관객의 몰입을 위해서 선과 악이 명확합니다. 물론 감독의 메시지도 분명하게 따라가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최감독의 두 작품은 장르적이면서도 또 장르적이지 않은 색을 띠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는 지점입니다. 어떤 장르를 선호합니까?

드라마적 코미디를 사랑합니다. 장르적이지만 톤 잡힌 연기는 또 싫어하고요. 제가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배우의 연기가 리얼하고 주변의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생하기를 바랍니다. 인위적인 게 아니라 그냥 옆에 있는 사람 말입니다. 예를 들어 코미디라고 하면 억지로 웃기는 연기가 싫습니다. 찰리 채플린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가 했던 말 중에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란 말이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누가 넘어졌을 때 멀리서 보는 사람은 웃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까이서 그 사람이 처한 어떤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입장이라면 무척 비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아이러니가 만들어내는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오마이갓>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종교

▲ <오마이갓>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종교

(이미지 제공: 최진욱)



Q. <오마이갓>은 어떻게 소재를 떠올린 것인지요? 주변에서 이야기를 떠올린다고 하셨는데, <걸작>처럼 본인의 이야기인지요?

저희 집안은 전통적인 유교 집안입니다. 저희 형과 결혼한 형수님은 크리스천 집안입니다. 아! 물론 저희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결혼 전에 제가 좀 걱정을 했습니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혼하지만 종교가 달라 겪는 갈등에 대해 많이 보고 들었거든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형과 형수님은 문제없이 잘 지내고 계시고요(웃음). 저는 다른 종교에서 오는 갈등을,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보았습니다. 기독교의 사랑과 유교, 불교의 사랑이 다른 것일까? 과연 종교가 주는 목적은 무엇일까? <오마이갓>의 출발점은 그 고민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사실 남녀의 사랑은 이 작품에서 장치입니다. 질문을 던지기 위한 수단입니다. 기독교, 유교, 불교 어떤 종교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이야기를 배분하는 것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한쪽 시선으로만 다루거나 옳고 그름의 잣대로 접근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매일 보지 않습니까. 종교가 다른 연인들이 결혼할 때 겪게 되는 갈등과 고민을. 그들은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관객이 각자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을 영화에 담고자 했습니다. 


<오마이갓>에서 목사 역할을 맡은 김영선 배우

▲ <오마이갓>에서 목사 역할을 맡은 김영선 배우

(이미지 제공: 최진욱)



Q. 배우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배우의 이미지도 보지만, 사실 더 중요하게 살피는 것은 연기의 즉흥성입니다. 순발력 있는 연기라고 할까요? 정형화된 배우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배우의 ‘애드립’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대사를 할 때 정해진 대로 하기보다 상황을 던져주고 다른 배우와 어우러지는, 순발력 있게 주고받는 연기를 보려고 합니다. 그 속에서 함께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멋진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외모가 모델 같은 배우도 좋겠지만 제 소재가 주변의 현실에서 채집되는 것이라 생활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에 더 눈길이 갑니다. 


<오마이갓> 속 양가 상견례

▲ <오마이갓> 속 양가 상견례

(이미지 제공: 최진욱)



Q. <오마이갓>의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걸작>의 예산에 비하면 ‘블록버스터’급 대작인데, 어땠나요? 

걸작에 비하면 엄청난 대작이죠.(웃음) 제작비가 4배 정도 커졌으니까요. 1년간 수영해서 번 돈을 다 넣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온전히 모은 돈이니까요. 일단 <걸작>에 비해 등장하는 배우도 많고, TV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선배님들도 출연하셔서 출연료가 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선배님들이 받는 원래의 출연료에 비하면 정말 최소한의 페이를 드렸습니다. 그 점에 대해 감사함과 죄송함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촬영 회차는 <걸작>은 12회차였고, <오마이갓>은 18회차였습니다. 전작에 비해 효율적으로 시간 배분을 했고, 컷도 미리 확정하여 촬영에 임했습니다. 전작에 즉흥연기가 많았다면 <오마이갓>은 정극적 연기가 더 강합니다. 


<오마이갓>에서 짝패로 나오는 고주환 배우와 하명진 배우

▲ <오마이갓>에서 짝패로 나오는 고주환 배우와 하명진 배우

(이미지 제공: 최진욱)


장비는 대부분 무료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원사업에서 받은 게 아니라, <무비파킹>이라는 카메라 대여업체 배재연 대표님께서 <오마이갓> 시나리오를 보시고 작품 속에 담긴 취지에 공감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배우 에이전시에도 메일로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그곳 대표님께서 보시고 흔쾌히 소속 배우님들을 소개해주셔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만약, 그런 분들의 순수한 도움이 없었다면 <오마이갓>의 제작비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상승했을 겁니다. 제가 감당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 연출론이 영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고, 같이 하는 사람들의 과정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한 겁니다. 그런 자세 때문에 많은 분들이 선뜻 도움의 손길을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Q. 사람들과 소통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것이 최진욱 감독의 강점 같습니다. 

맞습니다. 영화를 평생 하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과정을 즐기면서 평생 제가 사랑하는 영화를 할 수 있으니까요.



Q 영화를 만들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는지요?

장편영화 한 편 나온다는 게 참 험난한 과정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많이 배웁니다. 수많은 경험 속에서 저만의 예술관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은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힘들지만 과정을 통해 얻을 수밖에 없는 그것! 영화에 대한 기쁨이고 희열이고 사랑의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 힘입니다. 제가 얻은 것은 그것입니다. 단점이라면 돈을 잃은 것입니다. 하지만 얻은 게 더 많으니까 단순히 따져도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거죠. 매년 영화를 만듦으로서 평생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니까요.


 <오마이갓>에서 조연으로 출연하고 조감독으로도 탄탄히 현장을 받쳐준 박상준 배우

▲ <오마이갓>에서 조연으로 출연하고 조감독으로도 탄탄히 현장을 받쳐준 박상준 배우

(이미지 제공: 최진욱)



Q. 함께한 배우와 스탭들에게 드는 생각은?

영화는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저 혼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뭉칠 때 가장 큰 힘이 나옵니다. 예술가 각자가 모여서 가속도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예술가들이 모여서 도와주니까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걸작>과 <오마이갓>에서 각본과 촬영감독을 맡았던 이경훈 감독

▲ <걸작>과 <오마이갓>에서 각본과 촬영감독을 맡았던 이경훈 감독 ⓒ최근모



Q. <오마이갓> 후반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현재 BGM 작업 중입니다. 올해 말 개봉할 예정입니다. 



Q. 최진욱 감독이 생각하는 독립영화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독립영화를 단순히 상업영화에 비해 적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정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의 간섭 없이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독립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온전히 작품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말입니다. 동료 배우와 스탭의 의견은 늘 환영하지만, 제작비 때문에 외부의 의견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거나 흥행을 위해 감독이 생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품을 고치는 것은 제가 생각하는 ‘독립영화’의 뜻과는 맞지 않습니다. 의견을 듣는 거랑 의견을 따라야하는 것은 다른 것이니까요.


<오마이갓> 촬영 현장

▲ <오마이갓> 촬영 현장

(이미지 제공: 최진욱)



Q.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제가 살고 있는 강화도에 대한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제목도 <강화도>입니다. 강화도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부각시킬 계획입니다. <걸작>에서도 강화도의 갯벌이 주무대입니다. <오마이갓>에도 강화도가 나옵니다. 강화도 3부작의 결정판이라고 할까요?(웃음) 저에게 강화도는 고향이면서 제 생각을 길러준 아버지이자 어머니 같은 곳이니까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아갈 제 탯줄 같은 곳입니다. 주연배우는 <오마이갓>에도 출연한 고주환 배우입니다. 그 형의 이미지가 도시적입니다. 하지만 출신을 강화도로 설정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화도와는 이질적인 도시적 이미지를 가진 사내가 만들어내는 욕망의 분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주환 배우

▲ 고주환 배우

(이미지 제공: 최진욱)


고깃배 선장님께 배를 빌리는 것도 알아보고, 시나리오도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강화도> 스토리가 주변의 반응이 좋아 배우가 아니라 연출로만 집중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7월이 오면 저는 <강화도>를 찍고 있을 겁니다. 겨울인데 제 심장은 벌써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이번 <강화도> 열심히 찍고 싶습니다.(웃음)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최진욱 감독

▲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최진욱 감독 ⓒ최근모




<최진욱 감독 필모그래피>

-2017년 단편영화 <뻘짓> 감독/ 배우

-2017년 단편영화 <밥로스 죽이기> 배우

-2019년 7월 1일 개봉. 장편독립영화 <걸작> 감독

-2020년 장편독립영화 <오마이갓> 감독 (개봉 준비 중)


2017년 영상 소개: https://youtu.be/fZM2nfBzkuU



영화감독 최진욱 걸작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상업영화 장르영화 허리우드극장 강화도 시네필 델타보이즈 고봉수 브레히트 소격효과 오마이갓
수도권 최근모
인문쟁이 최근모
2019 [인문쟁이 5기]


반갑습니다. 가치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최작가입니다. 영화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과 전시를 좋아합니다.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스토리를 채굴하는 성실한 광부가 되겠습니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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