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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경사스러운 터에서 보존의 터로

2018.09.11

‘왕조가 일어난 경사스러운 터’. 전주 경기전의 의미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 또는 관광객들의 사진 명소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조선왕조 5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시간을 묵묵히 지켜온 ‘보존의 공간’이다. 


정전으로 가는 길

▲ 정전으로 가는 길


경기전에 들어서면 입구를 마주하고 있는 큰 길과 함께 신성한 장소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홍살문을 볼 수 있다. 홍살문을 지나 겹겹의 문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태조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봉안하고 있는 정전이다.  


경기전의 정전

▲ 경기전의 정전

 

태조어진은 조선 시대 당시 스물여섯 점이나 제작되었지만, 현재는 경기전에 남아있는 것이 유일하다. 이 어진 또한 1872년(고종 9) 조선 초기에 제작된 태조어진이 낡아서 해지자 새로이 모사된 것이며, 이후 지역민들의 수호로 그 모습을 지켜왔다.  


정전에 놓여있는 태조어진

▲ 정전에 놓여있는 태조어진

 

정전에 들어서면 태조어진이 봉안된 감실을 만날 수 있다. 휘장 사이로 보이는 어진에서는 조선왕조라는 새 지평을 연 태조 이성계의 강인함과 우직함이 느껴진다. 감실 안에는 습기와 냄새를 제거하고 병충해를 막기 위한 향 주머니가 들어있으며, 그 앞으로 어진을 호위하는 운검 한 쌍과 용선, 봉선, 홍개, 청개 등의 의장물이 배치되어 있다. 


경기전 내에 있는 ‘전주사고’로 가는 문

▲ 경기전 내에 있는 ‘전주사고’로 가는 문


경기전이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이유는 비단 태조 어진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전 내부의 ‘전주사고’ 역시 ‘보존의 역사를 담고 있다.’ 


경기전


전주사고는 조선왕조실록의 보관처로, 1445년(세종27)에 실록 보존을 위해 지어졌다. 임진왜란 중 다른 세 곳의 사고(충추관, 충주, 성주)에 보관되어 있던의 실록들이 소실된 이후로 이곳 전주사고만이 남은 실록을 지켜왔다.


전주사고의 내부

▲ 전주사고의 내부 


현재 전주사고는 1991년 복원된 실록각의 모습으로 내부에 실록의 제작 과정과 역사 등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일종의 작은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어진박물관

 ▲ 어진박물관


전주사고 뒤쪽으로 나가면 어진박물관이 나타난다. 신식건물임에도 경기전과 잘 어우러지는 외관의 어진박물관은 태조어진 전주 봉안 600주년을 맞이해 2010년에 개관했다. 


첫 번째 어진실의 태조어진

▲ 첫 번째 어진실의 태조어진 


지하 1층의 두 번째 어진실

▲ 지하 1층의 두 번째 어진실 


박물관 1층의 어진실에는 경기전에 있는 태조어진의 진본과 더불어 현대에 제작된 모사본 두 점이 있어, 태조의 다양한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지하에 자리한 두 번째 어진실은 복원된 철종 어진 뿐 아니라 고종과 , 순종의 어진까지 갖추었다. 

 

가마실

 ▲ 가마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경기전이 보존해 온 다양한 역사의 산물을 다루는 역사실이 있다. 이 곳에는 어진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물건들과 함께 경기전 제례와 관련된 사료가 전시된다. 역사실 옆의 가마실에서는 길게 늘어진 봉안 행렬과 화려한 가마를 통해 왕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나마 느껴볼 수 있다. 


경기전의 입구

 ▲ 경기전의 입구


경기전을 둘러보고 나오니 보존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아마도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전통 목조 건물과, 그곳에 깃든 조선 왕조의 발자취 속에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김슬기


공간

전주 경기전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102)

전주 어진박물관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102 / 경기전 내에 위치)


관련링크

전주 경기전

http://www.jeonju.go.kr/index.9is?contentUid=9be517a7503a4b6a015063b0d3b62baa

어진박물관

http://www.eojinmuseum.org/home/eo_html/index_main.html

장소정보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44 경기전
경기전 전주
김슬기
인문쟁이 김슬기
2018 [인문쟁이 4기]


문화자체의 삶을 살고 싶은 대학생. 매일 음악을 듣고, 일주일에 세편의 영화를 보고 한권의 책을 읽는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게 일상.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음반을 구매하지만 일상은 주로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함께한다. 똑소리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문학과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쓰며 인문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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