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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건축기행, 해안 절벽 위 북카페 ‘소라의 성’

서귀포시 북카페 ‘소라의 성’

인문쟁이 배재범

2020-01-30


제주 올레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을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6코스’를 망설임 없이 선택할 것이다. 6코스는 서귀포시 쇠소깍다리에서 출발하여 제지기오름, 검은여, 소라의 성, 서귀포 올레시장을 거쳐 제주 올레여행자 센터에 도착하는 11.6km의 아름다운 도보 여행길이다.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제주 올레 6코스 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소라의 성’이다. 검은여를 지나 소정방폭포 인근 해안 절벽에 자리한 소라의 성은 현재 서귀포시 소유로 북카페로 운영되는 건축물이다. 서귀포 앞바다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절벽 위에 둥글둥글 기묘한 모양을 한 ‘소라의 성’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검은여, 소정방폭포 지나 ‘소라의 성’으로 가는 길

▲ 검은여, 소정방폭포 지나 ‘소라의 성’으로 가는 길 ⓒ배재범



독특한 구조의 ‘소라의 성’은 누구의 작품일까?  



‘소라의 성’ 초입에 세워진 안내판에 따르면 건축가 미상이지만 김중업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명기되어 있다. 김중업(1922-1988)은 대한민국 1세대 건축가로 제주대학교 농과대학 건물(현재 서귀중앙여자중학교)이 그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중업 선생은 일본으로 건너가 건축을 공부하였고, 귀국하여 서울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하였다. 195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1회 세계예술가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여 그곳에서 세계적 건축가 ‘르 꼬르뷔제’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건축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서귀포 북카페이자 여행자 쉼터인 ‘소라의 성’은 김중업 선생의 다른 작품인 제주대학교 구 본관과 분위기가 유사하다. 2층의 돌출부에서 떨어지는 필로티 구조와 둥글둥글한 벽면을 보면 ‘소라의 성’ 설계자 바로 김중업 선생이라는 추정이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서귀포시 해안 절벽 위 ‘소라의 성’

▲ 서귀포시 해안 절벽 위 ‘소라의 성’ ⓒ배재범



북카페 겸 여행자의 쉼터 ‘소라의 성’ 둘러보기! 



멀리서 바라본 소라의 성은 크고 넓적한 원통과 가늘고 긴 원통이 붙어있는, 커다란 소라 모양을 한 흥미로운 건축물이다. 1층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안내데스크가 보이고 북카페답게 아담한 크기의 책꽂이에 소담스레 책들이 꽂혀있다. 그리고 오른쪽 창쪽으로 눈을 돌리면 커다란 창 너머로 서귀포 앞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눈부신 창가에 건물 모양을 닮은 동글동글한 책상과 의자들이 정답게 놓여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둥글게 둥글게 이어진다. 마치 소라의 속을 파고드는 것처럼. 


‘소라의 성’ 1층 내부 전경

▲ ‘소라의 성’ 1층 내부 전경 ⓒ배재범


‘소라의 성’ 1층 창가 바다 전경

▲ ‘소라의 성’ 1층 창가 바다 전경 ⓒ배재범


‘소라의 성’ 2층으로 올라가는 둥글둥글 계단

▲ ‘소라의 성’ 2층으로 올라가는 둥글둥글 계단 ⓒ배재범


둥근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들어서면 창가에 1층만큼이나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나그네의 여독을 풀어준다. 2층 한구석에는 지역 미술동호회 회원들 두어 명이 이젤을 놓고 바다 그림을 그리다 말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화사한 남녘 바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그림 그리고 차 마시고 수다 떨고 있는 저들이 부럽다.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바다 그림이 아니다. 한라산을 묵직한 톤의 유채화로 그려내고 있다. 눈을 돌려 반대편 창을 바라보니 구름에 둘러싸인 한라산이 “나도 여기 있다”라며 손짓한다.


‘소라의 성’ 2층,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의 공간

▲ ‘소라의 성’ 2층,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의 공간 ⓒ배재범 



 ‘소라의 성’ 열린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2017년 10월, '소라의 성'이 서귀포 시민을 위한 북카페와 여행자를 위한 쉼터로 변신한 후, 2018년 1월부터는 전시 기능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개인 소유이던 이곳을 서귀포시가 매입 후 개조하여 시민들 품으로 다시 돌려준, 스토리가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특히 소라의 성 2층은 시민과 동호회, 단체 등의 작품 전시를 위한 복합공간으로 전시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정해진 절차를 거쳐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제주 올레 트레킹을 가거나 서귀포 여행 중에는 꼭 한번 들러 해안 절벽 위 아름다운 절경을 품은 ‘소라의 성’을 감상하는 것도 제주에서의 색다른 추억이 될 듯하다. 


○ 공간 정보 

서귀포시 소라의 성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칠십리로길 214 17-17

운영시간 : 매일 09:0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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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권 배재범
인문쟁이 배재범

2019 [인문쟁이 5기]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탐험하고 알리는 인문쟁이가 되어 20대에 품었던 인문학도의 꿈을 다시 꾸고 싶은 50대 아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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