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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는 현재진행형!

수원 전통문화관

인문쟁이 진윤지

2018-03-19


명절이면 어김없이 고운 빛깔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를 드리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가족끼리 흥겹게 윷놀이 한 판을 벌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한복은 생략한 채 세배를 드려도 어색하지 않고, 서랍장 어느 구석에서 윷이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일상에서 자연스레 체화하던 전통문화는 조금 멀어졌다. 어쩐지 잃어버린 그 풍경이 못내 그립다. 그래서 이 계절, 그 그리움의 향수를 채워주고, 우리 문화를 새로이 불러와 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예스러움과 새로움이 만나다


수원 행궁동은 오가며 우리 문화를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전통문화의 보고나 다름없다. 수원화성과 장안문을 배경삼은 이곳에 소개하고픈 멋진 공간이 또 하나 있다. 2015년에 개관한 수원전통문화관이 바로 그곳이다. 화성행궁에서 화성 장안문을 향해 걸어 내려가면 전통문화관이 유유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전통문화관 옆의 한옥기술전시관까지 더해져 마치 자그마한 한옥마을에 들어선 기분마저 든다. 너른 마당과 마당을 둘러싼 한옥의 고즈넉함이 이곳에 들어선 이에게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수원전통문화관

 ▲ 수원전통문화관


옛 것과 닮아있되 현대식 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전통문화관은 그 조화로움으로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풍경을 제공한다. 한옥이 병풍처럼 둘러진 이곳에서는 유난히 추운 이 겨울의 황량함이 느껴지지 않으니 신기한 일이다. 이곳에서는 마치 시간마저 더 여유롭고 풍성하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고즈넉하다’는 단어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딱 그런 풍경이다. 꼭 이곳이 전통문화를 품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공간이 뿜어내는 예스럽되 새로운 느낌이 무척 포근하고 온화한 기운을 안겨준다. 


솟대가 반겨주는 전통문화관

 ▲ 솟대가 반겨주는 전통문화관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 한 자리에.


전통문화관은 크게 전통식생활체험관과 예절교육관으로 나뉘어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음식, 궁중음식, 식문화 교육을 주제로 한 장·단기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궁중음식을 비롯해 발효음식, 경기음식, 혼례음식 등 쉽게 접하며 익힐 수 없는 우리 식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는지라 찾는 이들이 많다. 예절교육관에서는 실학사상, 효 등을 주제로 다례, 예절, 규방공예, 청소년 인성교육 등 전통예절 교육과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예절교육관전통식생활체험관 내 장독대

 ▲ 예절교육관 / 전통식생활체험관 내 장독대


요즘 공공기관 곳곳마다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쓰이고 있는데 전통문화관에서도 전통혼례로 작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근래에 작은 결혼식이 허례허식 없는 바람직한 결혼문화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전통문화관에서는 하루에 한 쌍의 결혼식만 치러진다는데 워낙 정신없이 흘러가는 예식장 결혼에 비한다면 이 너른 공간을 배경으로 여유 있는 예식을 치르는 것도 꽤나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청사초롱 걸린 전통문화관 처마

 ▲ 청사초롱 걸린 전통문화관 처마


전통문화관 프로그램은 성인 대상 프로그램 외에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청소년까지 어린 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 전통문화를 가까운 것으로 배우고 즐길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어린 세대의 역할이 중요할 터, 어찌 보면 전통문화관에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은 것은 자명한 일이면서도 또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곳에 오면 사자소학과 예절, 한복입기, 다례 다식 교육과 전통놀이 등 부모님도 자녀들에게 쉬이 알려줄 수 없는 다채로운 우리 문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 전통문화관에서는 전통문화 기획공연과 전통문화 관련 기획전시까지 전통문화를 골고루 만날 수 있다.


입춘을 맞아 붙여놓은 건양다경

 ▲ 입춘을 맞아 붙여놓은 건양다경


정겨운 설맞이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한옥에 살아본 적도 만무하고 명절마다 전통놀이를 꼬박꼬박 챙겨했던 것도 아니지만 전통문화관에 들어서는 순간 그립고 반가운 풍경 속에 동화된다. 설 연휴동안 그리운 설맞이 풍경을 찾아 전통문화관을 방문했다. 전통문화관에서는 우리 명절마다 세시풍속을 선보이는지라 방문하기에 더욱 적기인 셈이다. 설 무렵엔 연 만들기, 입춘방 쓰기, 단오에는 단오 굿, 어린이 씨름대회, 추석에는 풍물놀이와 강강술래, 동지에는 팥죽 시식, 부적쓰기 등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이외에 명절마다 여러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설 세시풍속 전통놀이 중 팽이치기

 ▲ 설 세시풍속 전통놀이 중 팽이치기


설을 하루 앞둔 날, 전통문화관에는 즐거이 전통놀이를 하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꽤 많았다. 아빠가 아이에게 줄을 감아 팽이 치는 법을 알려주고 곧 상대가 돼 팽이싸움을 벌인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도 추억에 잠겨 팽이를 잡아본다. 대형 윷놀이를 하는 엄마와 아이도, 투호를 던져보고 제기차기를 하는 가족도 모두 하나같이 얼굴에 즐거움이 새겨진다. 제기도 팽이도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정겨운 물건들이다. 이곳을 방문한 아이들에게는 세시풍속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 오늘의 기억을 만드는 재미있는 놀이일 터, 그래서 더 전통문화관의 세시풍속이 반갑다. 누군가에겐 추억을 선사하고, 누군가에겐 즐거운 새 놀이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일! 부모와 자녀는 그 중간지점에서 조우하며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 그 누구도 소홀해지지 않으니 설날 풍경으로 그지없이 잘 어울리지 않을는지. 


투호놀이 중인 아이들

 ▲ 투호놀이 중인 아이들


‘전통문화’는 여전히 즐겁고, 신선해!  


사전에서 찾으니 ‘전통문화’는 ‘한 나라에서 발생하여 전해 내려오는 그 나라 고유의 문화’라고 정의 내린다. 그런데 어째 전통문화라고 하면 묘하게 ‘요즘 일상에선 잘 쓰이지 않는, 혹은 엄청 재미있지는 않지만 지켜야 하는 우리 것’이란 느낌을 풍긴다. 그 누군가가 떠올려도 ‘전통문화’란 단어에 여전히 ‘즐겁고, 신선한’ 이란 심상이 포함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가능성을 수원전통문화관에서 발견하고 간다. 우리 한복을 입어보고 즐거워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며, 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하나 되는 부모들을 보며 꼭 가능한 이야기리라 생각해본다. ‘전통문화’라는 단어에서 느껴졌던 어딘가 묵직한 무게감도 이곳에서는 슬며시 덜어진다. 전통문화는 오늘도 즐거이 펼쳐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가 된다.




사진=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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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수원문화재단 내 전통문화관 소개: http://www.swcf.or.kr

수원 전통문화관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uwonyejeol82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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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진윤지

[인문쟁이 3기]


진윤지는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고, 커다란 통창 너머 햇살이 품어주는 동네 도서관을 사랑한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세상이 정의로워지는 것에 깊은 열의을 갖고 있다. 세상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열정 가득한 휴머니스트를 꿈꾼다. 인문학을 벗삼아 인생에서 성찰의 거울을 게으름부리지 않고 말갛게 닦고 싶어서 인문쟁이에 지원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세상에 대한 생각 한 조각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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