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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사회적 혁신의 실험실, 서울혁신파크

서울혁신파크 투어 프로그램에 가다

2020.01.16


과거 국민의 질병을 관리하던 질병관리본부가 불광역에 위치해 있었다. 2015년부터 이곳은 신체의 질병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혁신파크로 재탄생했다. 3만 평이 넘는 대학 캠퍼스 같은 공간에 250여 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입주해 있다. 1,100여 명의 사람들이 문화, 예술, 교육 환경, 생태, 복지, 인권에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최근모


매서운 날씨를 뚫고 'SIP 원더랜드'라는 서울혁신파크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필자가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은 순전히 기술의 발전 덕(?)이다. 관심 가는 주제를 검색하고 자료를 찾던 습성에 따라, 페이스북의 인공지능이 맞춤 서비스를 타임라인에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습성을 파악하여 관심 콘텐츠를 보여주는 기능은 편리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몇 년 전,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두던 인공지능 ‘알파고’를 보며 느꼈던 경탄과 두려움이라고 할까? 기술의 혁신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인간은 그것에서 편리함을 느끼지만 또한 그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인간성 상실, 환경오염, 복지의 사각지대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혁신파크에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 있다.


원더랜드 참석자들

▲ SIP 원더랜드 참석자들 ⓒ최근모


투어 프로그램이 진행된 당일, 12월의 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했다. 청년청, 미래청, 상상청, 예술동, 재생동, 맛동... 크고 작은 낡은 건물들이 모여 있어서 흡사 대학 캠퍼스 같다는 생각을 했다. 헐지 않고 새롭게 고치거나 재생해서 쓴다는 원칙에 따라 대부분의 건물이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상청은 새로 지은 건물처럼 외관이 비교적 말끔했는데 투어 진행자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이곳도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과 핵심 구조는 원래의 것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혁신파크에 대한 설명의 자리가 마련된 상상청 홀에는 간단한 먹거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환경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을까? 비건(채식주의자)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채식주의자를 배려한 비건식

▲ 채식주의자를 배려한 비건식 ⓒ최근모


다양한 연령층이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성별과 국적, 나이도 모두 각양각색이었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앞에서 혁신파크를 설명하는 관계자보다 여기에 참석한 분들의 면면이 더 궁금했다. 나중에 투어가 끝나고 네트워킹 시간에 궁금증이 풀렸다.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학생, 문화단체 직원, 예술인, 외국인 교환학생등 서로 속한 곳은 다르지만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기에 투어가 끝날 때에는 많이 가까워지게 되었다.


서울혁신파크 투어 프로그램 참석자들

▲ 서울혁신파크 투어 프로그램 참석자들 ⓒ최근모


이곳에 입주한 사회적 기업들 중,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약속의 자전거’ 세 기업이 이어 오고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 노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필자가 몸담은 영화 현장에서도 많이 접해왔기에 이곳에 입주해 있다는 것을 알고 반가웠다. 오래전, 배리어프리영화제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열렸을 때 생소했었다. 말 그대로 영화를 보는 행위에 장애를 없애자는 뜻을 담고 있다. 기억하기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소리로 녹음된 영화의 지문을 상영중에 함께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당시에 TV에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영화 상영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없었다. 그때 큰 깨달음이 왔다. 시각장애인도 당연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을 텐데... 그분들도 장벽 없이 영화관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최근모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그 이후, 많은 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유명 배우와 감독이 배리어프리영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영화에 접근하지 못하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관객에게 찾아갔다. 이곳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2012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되어 제작, 상영, 배급을 통해 시/청각장애인, 노인, 다문화 가정의 영화 접근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정된 인원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업무가 과중해 자주 힘들지만 그럼에도 더 열심히 해내겠다는 말에는 결기가 담겨 있었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가 최근에 진행한 치매노인을 위한 영화 상영회 프로젝트는 참석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필자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사진과 설명을 듣고 감동을 느꼈다. 치매는 진행성 병이다. 치매환자는 인지력이 남아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감정표현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즉, 병의 진행에 따라 환자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분들을 위한 영화 상영회를 보고 큰 울림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하자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의 첫발이 이렇게 다양한 곳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두 번째로 소개된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는 아시아 저개발국 빈곤 농민들의 협동조합과 공정한 거래를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생산자들에게 정당하고 공정한 이익을 나눔으로서, 불공정한 거래를 통한 빈곤의 악순환 제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것이 이 단체의 목표다. 이 기업에 대한 외국인 참가자들의 관심이 유독 높았다. 한 외국인 학생은 자신의 꿈도 이런 공정무역네트워크와 같은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라 밝혔다. 


약속의 자전거

▲ 약속의 자전거 ⓒ최근모


세 번째로 소개된 약속의 자전거는 자전거로 세상에 기여하고 자전거 문화를 만드는 회사라고 한다.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을 비롯하여 자전거 정책 활동, 소셜 라이딩, 자전거 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재밌었던 것은 현재 진행하는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에서 학생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색과 모양을 자전거에 칠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사진을 보니 래퍼가 되고 싶은 친구의 자전거는 랩 스타일처럼 현란한 색을 띄고 있었다. 이런 사회적 기업들을 통해 서울혁신파크가 지향하는 가치를 알 수 있었다. 형태와 주제는 다르지만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혁신가들의 디딤돌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주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파크의 주요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이 있던 상상청 건물에는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깔끔한 인테리어로 마감된 부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폐쇄된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사무실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개방된 동선으로 짜여져 있었다. 함께 앉아 회의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입주 기업에 대한 로고 옆으로 새겨진 '서로 보면 인사해요'같은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사회적 기업 간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는 고민이 느껴졌다. 개방되고 연결된 인테리어 구조 속에서 상상청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상상청에 입주한 사회적 기업

▲ 상상청에 입주한 사회적 기업 ⓒ최근모


상상청의 옥상으로 안내 받았다. 지금은 겨울이라 사용 빈도가 적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다양한 축제를 이곳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공공 옥상 공유지를 빌려주는 프로젝트가 이곳 상상청과 미래청 옥상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래청과 연결된 공유동에서 크리킨디센터*(정식 명칭은 서울시립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청소년의 꿈과 직업을 찾게 돕는 곳이다. 학생들이 목공으로 만든 오토마타* 전시물과 페인팅 작업이 눈에 띄었다. 


*크리킨디 Kurikindi - 작은 주둥이로 머금은 단 한 방울의 물로 불이 난 숲을 끄기 위해 홀로 분주히 노력한 동화 속 작은 벌새의 이름. 각자가 머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의미를 표현할 때 자주 인용된다.


*오토마타 Automata -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치란 뜻으로, 기초 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상상력을 더해 완성한 움직이는 조형물을 일컫는 말.


상상청 옥상과 크리킨디센터

▲ 상상청 옥상과 크리킨디센터 ⓒ최근모


재생동에서는 장난감으로 건물 외벽이 장식되어 있었다. 재생동은 업사이클*과 리사이클을 위한 공간이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온통 장난감들로 채워져 있었다. 버려진 장난감을 모아 새 장난감으로 만든다고 한다.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음이 따뜻해졌다. 


*업사이클링 Upcycling -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재생동 장난감 재활용

▲ 재생동 장난감 재활용 ⓒ최근모


청년들이 입주해 있는 청년청에서는 자판기 버튼처럼 호실을 표시한 인테리어를 보며 청춘의 상상력과 발랄함을 느꼈다. 이어 규모가 제일 큰 미래청으로 이동했는데 1층은 커다란 카페테리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큰 공간에 카페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서로 회의를 하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청년청

▲ 청년청 풍경 ⓒ최근모


​파크 혁신가의 활동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목공을 하는 ‘마을공방사이’와 도자기 페인팅을 하는 ‘세라워크’, 필자가 참가한 캘리그래피 ‘감성붓다’ 팀으로 나누어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을 통해 참석자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감성붓다는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었다.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생각을 담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글씨를 보고 의견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캘리그래피 체험

▲ 캘리그래피 체험 ⓒ최근모


​마지막으로 혁신파크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참석자 간 네트워크 시간을 가졌다.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서먹했던 분위기를 떨치고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목공과 도자기, 캘리그래피 수업을 통해 친해진 참석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하고 혁신파크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필자는 함께 캘리그래피 수업을 들은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심사가 같다는 사실에 놀랐다. 미술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울혁신파크를 나오며 건물에 불이 들어와 있는 혁신가들의 창문이 보였다.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처럼, 사회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좋은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지닌 사회적 기업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기를 기원해본다.


시계 방향으로 맛동, 예술동, 제작동, 서울시립미술관 분관

▲ 시계 방향으로 맛동, 예술동, 제작동, 서울시립미술관 분관 ⓒ최근모



○ 관련 사이트

서울혁신파크: https://www.innovationpark.kr/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http://barrierfreefilms.or.kr/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http://asiafairtrade.net/

약속의 자전거: https://prombicycle.modoo.at/

크리킨디 센터: https://krkd.eco/



 

장소정보
서울특별시 은평구 통일로 684 서울혁신파크
서울혁신파크 실험실 구질병관리본부 불광역 SIP원더랜드 페이스북 인공지능 청년청 미래청 상상청 예술동 재생동 맛동 채식주의 사회적기업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약속의자전거 한국영상자료원 공정무역 크리킨디센터 오토마타 업사이클링 캘리그래피 아이디어
수도권 최근모
인문쟁이 최근모
2019 [인문쟁이 5기]


반갑습니다. 가치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최작가입니다. 영화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과 전시를 좋아합니다.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스토리를 채굴하는 성실한 광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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