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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문화생활

돈이 없다고 문화생활을 포기해야 할까?

인문쟁이 조온윤

2019-12-19


작년 3월 개봉한 전고운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소공녀>(2018)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자신만의 취향과 신념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일용직 가사도우미 미소(이솜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녀는 일을 끝마친 저녁이면 술집에 가 담배와 위스키 한 잔을 만끽하는 것으로 하루치 노동의 피로를 달래는데, 이는 그녀에게 있어 단순히 기호식품을 즐기는 것을 넘어 삶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각별한 일과 중 하나다. 얼마나 각별하냐면, 해외 파견을 가 목돈을 벌어오겠다는 애인을 말리면서 다른 건 다 없어도 “담배, 위스키, 그리고 너만 있으면 된다”고 말할 정도니까. 그녀는 가계 상황이 악화되어 지출 품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도 집을 포기하고 이곳저곳 신세를 지는 생활을 할지언정 담배와 위스키를 즐기는 것만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 <소공녀> 미소는 담배와 위스키 대신 집을 포기하고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얹혀 지낸다. ⓒ네이버 영화

▲미소는 담배와 위스키 대신 집을 포기하고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얹혀 지낸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녀가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않는 이유는 그녀의 천성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은 아니다. 가사도우미로 일할 때의 그녀 모습은 나태함이나 의지박약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가사 업무에 있어서는 베테랑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녀가 가사도우미를 업으로 택한 건 그저 그녀가 야망을 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 그녀가 돈을 벌기 위해 잘할 수 있는 일이 가사노동이었을 뿐인 거고, 당장에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도 약간의 술과 담배가 있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돈뿐인 것이다.


물론 이런 미소의 가치관이 평범한 것은 아니다. 오갈 데 없는 미소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해준 한 친구는 그녀더러 “그 사랑 참 염치없다”면서 한심하게 여기기도 한다. 안정적인 직업과 소득이 없는 미소가 자신의 취향을 추구하는 건 누군가에게는 염치없고 안쓰럽기만 한 일로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미소가 그런 사회의 시선들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포기하게 된다면, 그녀는 무엇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며 돈을 벌고, 또 무엇으로 말미암아 그 팍팍한 삶을 버티면서 살아갈까. 미소의 친구들은 오랜만에 나타난 그녀를 보며 하나같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 자신들과 달리 그녀는 “하나도 안 변했다”고. 집을 잃는 것은 그대로 집을 잃는 것이지만 취향을 잃는 것은 자기 삶의 어느 일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영화 <소공녀>의 미소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직업별 평균 소득



물론 미소처럼 일용직으로 적은 소득을 벌면서 자신의 취향을 지켜내는 일이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직업정보」에서 직업에 따른 평균 소득에 관한 자료를 본 적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직업은 연봉 1억 4000만원을 받는 국회의원이었다. 국회의원 다음으로는 성형외과 의사와 CEO, 피부과 의사, 도선사, 대학 총장이 차례대로 2위부터 6위까지 고순위를 기록했으며, 이들 직업군은 모두 1년에 1억 원 이상의 높은 소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평균소득이 가장 낮은 직업은 연간 소득으로 약 1000만 원을 버는 시인이었으며, 그 위로는 작사가, 방과 후 교사, 보조출연자, 소설가, 패스트푸드 점원이 1000만 원대의 평균소득을 기록하면서 저소득 직업의 순위권을 차지했다. 


직업에 따른 소득 차이가 클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지만, 개인적으로 이 조사 자료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소득 직업의 평균소득이 대부분 1000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다만 작가 직업군의 평균소득이 1000만 원에 육박한다는 점은 의외였다. 극소수의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 작가가 창작 활동만으로 연간 1000만 원을 번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게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아마 창작활동에 대한 고료 외에 부수입 전체를 합친 것으로 예상된다―이었다. 1000만 원을 월 단위로 계산하면 약 83만 원이 된다. 과연 한국사회에서 독립한 성인이 한 달 83만 원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만약 그래야 한다면 식사는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영화 속 미소처럼 좋아하는 술이나 차 같은 기호식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물며 영화나 전시 관람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영화 <소공녀> 한장면. 가사도우미로 주 3일, 일당 4만 5천원을 받으며 일하는 미소

▲가사도우미로 주 3일, 일당 4만 5천원을 받으며 일하는 미소. 

그러나 적은 소득으로도 자신만의 문화생활을 향유하길 고수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문화생활의 가격은 얼마일까



사실 처음에 이 글의 주제를 소비로 정하고 기획했을 때의 내 본래 의도는 어렸을 적에 즐겨보았던 TV 예능프로그램 <만 원의 행복>처럼, 한정된 금액으로 일정 기간 살아보기 체험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며칠 지나지 않아 웬만큼 의지를 품은 게 아니고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계획을 구상한 지 사흘 만에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 것으로만 5만 원을 넘게 써버린 것이다. 며칠 사이에 갑작스레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됐던 게 크긴 했지만, 일주일 내내 집에 틀어박혀 지내지 않는 이상 계획 외의 지출이 자꾸만 늘어나는 건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했다.


결국에 내가 주목하기로 한 것은 ‘문화생활’에 드는 소비였다. 평소에 문화예술과 관련한 쪽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문화생활에 얼마만큼의 돈을 소비하는지도 궁금했던 때문이다. 문화생활은 일상에 동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중요한 삶의 요소 중 하나지만, 흔히 지갑이 얇아지면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부수적인 요소로 치부되기도 한다. 우선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달 지출은 얼마인지, 그중에 문화생활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았다. 질의응답은 서면으로 진행했으며, 경제적인 여건이나 소비 성향 등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익명으로 처리했다.


Q. 한 달 수입이 얼마인가요? 

그리고 주로 무얼 하는 데에 지출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대학 조교로 근무 중인 직장인 A : 

수입이 150만 원인데, 적금으로 40만원, 월세로 36만 원이 나가요. 거기에 휴대폰 요금이랑 보험료가 20만 원 정도? 고정 지출은 이 정도고 나머지는 거의 식비로 나가고요. 식비가 한 40만 원에서 50만 원쯤 되고 나머지는 담뱃값. 한 달에 문화생활로 드는 돈은 3만 원에서 5만 원쯤 되는 것 같아요.


도서관 아르바이트생 B : 

일단 수입은 아르바이트 두 탕과 아빠가 주는 용돈으로 120만 원에서 130만 원쯤 되는 거 같아요. 26주짜리 적금을 들고 있는데 이번 달은 막달이라 좀 많이 넣었어요. 한 12만 원 정도 되네요. 수도세, 전기세 포함해서 관리비로 7만 원 정도 나가고, 가스비랑 인터넷 요금 등등 고정비용이 10만 원 정도 되고요. 지출이 제일 큰 건 식비에요.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기도 하고,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는다고 해도 재료비가 드니까요. (식비로) 한 달에 30만 원에서 40만 원은 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달엔 서울에 갈 일이 많아서 교통비로 15만 원 정도 쓴 거 같고, 남은 돈은 비상금으로 모아두었어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복학생 C : 

방학 때 공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바짝 벌어놓은 돈으로 이번 학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이달에는 쇼핑으로만 10만 원에서 12만 원을 썼어요. 또 교통비로 1만 원 정도 나갔고, 식비가 제일 많이 나갔는데 한 30만 원 됩니다. 고시원 방값이 21만 원이고요. 문화생활을 하는 데에는 5만 원 정도 쓴 것 같네요.


C의 지인인 대학생 D : 

수입은 40만 원에서 50만 원입니다. 밥값 20만 원, 핸드폰 요금이 7만 원, 교통대금이 7만 원입니다. 적금으로 5만원 씩 나갔었는데 최근에 깨버렸고요. 남은 돈은 화장품, 옷, 여가생활에 씁니다.


C의 지인인 대학생 E : 

용돈으로 30만 원, 아르바이트로 60만 원 수입이 있습니다. 적금으로 25만 원, 통신 요금이 6만 원, 교통비가 7만 원입니다. 월세와 식비는 부모님과 같이 거주해서 나가지 않고, 애완견 보험료로 4만 원, NGO 단체 후원금으로 2만 원이 나갑니다. 옷, 신발, 머리 등 품위 유지비(?)로 10만 원, 외식비로 18만 원, 문화생활로는 7만 원 정도를 씁니다.

 

Q. 그렇다면 문화생활로는 주로 어떤 걸 하나요?


대학 조교로 근무 중인 직장인 A : 

저는 문화생활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그나마 영화관이나 코인노래방에 자주 가는 것 같아요. 이번 달에는 3만 원 안 되게 쓴 것 같아요.


도서관 아르바이트생 B : 

전자책 구독료, 음악 어플 이용료, 책 구입비, 영화 관람, 다 합쳐서 5만 원쯤 돼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복학생 C : 

저는 책 사는 비용이나 미술관 가는 비용, 영화 보고 노래방 가고 그런 거?


C의 지인인 대학생 E : 

책 구입하고 영화랑 연극을 보는 데에 주로 쓰고, 드물게는 뮤지컬도 관람합니다. 뮤지컬을 보게 되면 지출이 확 올라갑니다.


표본 수가 한정적이긴 하지만, 위 질문들에 답변을 준 사람들의 경우에는 문화생활에 쓰는 비용이 한 달에 약 5만 원 안팎이었다. 문화생활의 종류도 도서 구입이나 영화 관람 등으로 비슷한 경향을 띄었다. 내 경우엔 어떨까? 10월 한 달 동안 문화생활을 한 것으로 떠오르는 지출들을 계산해보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데에 1만 원, 연극 관람에 1만 5천 원, 도서 구매와 잡지 구독료에 3만 원, 그리고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료로 9천 원 정도였다. 역시나 5만 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문화생활에 많은 돈을 쓰기에는 나 역시도 소득에 비해 다른 곳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았다.



한 인문쟁이의 문화생활



문화생활에 드는 비용이 적은 게 곧 그런 쪽에 흥미가 없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여가로 문화생활을 누리는 걸 좋아한다. 괜찮은 전시가 있으면 꼭 시간을 내서 관람하고, 한가할 때는 주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며, 책도 한 달에 한 권 이상은 구매해서 읽으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득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값이 너무 비싸거나  지출이 잦은 내역은 부담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지난 몇 주 동안 나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 어떤 곳을 방문했을까. 이곳 광주에서 지내면서 최근에는 어떤 문화생활을 했는지, 얇은 지갑으로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은 어디인지 이번 탐구생활을 통해 적게나마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문화창조원 ⓒ조온윤


2016년 11월에 정식으로 문을 연 이래 광주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 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은 얼마 전 개관 4주년을 맞이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문화전당은 지역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서울 소재 문화시설 못지않은 좋은 전시와 공연을 이곳에서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전당에서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전시와 행사도 자주 진행되며, 전시마다 상이하긴 하지만 유료 전시 티켓 값도 보통 5천원 안팎으로 저렴한 편이다.


지금 문화전당에서 진행 중인 유료 전시로는 <공작인 :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가 있다. ‘공작인(工作人)’은 호모 파베르(Homo faber), 즉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손과 도구로 만들어낸 조각과 공예 작품들을 통해 호모 파베르로서의 예술과 인간관에 대해 주목해볼 수 있다. 한국과 독일, 중국, 베트남 등 7개국의 14명 작가가 참여했으며 한국 작가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이자 서세옥 화백의 아들로도 알려진 서도호 작가도 참여했다. <공작인> 전시전의 통합관람권은 성인을 기준으로 4천원이며, 문화패스나 예술인패스 등 할인 혜택을 받으면 좀 더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


<서울 집, 서울 집, 가나자와 집, 베이징 집>

▲<서울 집, 서울 집, 가나자와 집, 베이징 집>, 실크 및 스테인리스 스틸 관, 2012. 서도호 作 ⓒ조온윤


류웨이 작가, <커다란 개>

▲<커다란 개>, 소가죽과 나무, 철강, 2010-2017. 류웨이 Liu Wei 作 ⓒ조온윤


<아세안의 빛, 하나의 공동체>

▲11월에 무료 전시로 진행되었던 한·아시아 수교 30주년 기념전 <아세안의 빛, 하나의 공동체> ⓒ조온윤



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북라운지


북라운지 전경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에 소재한 북라운지 ⓒ조온윤

 

북라운지 내부 전경

▲위층에서 바라본 북라운지의 내부 모습 ⓒ조온윤


북라운지는 문화전당 문화정보원 내에 소재한 개방형 휴게시설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소파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구비되어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책이나 잡지를 읽고 싶을 때 카페 대신에 방문하게 되는 곳이다. 실내 한쪽에서는 물줄기가 여러 나라의 언어를 만들면서 쏟아지는 형태의 설치미술 작품도 볼 수 있다. 


문학, 디자인, 음악, 미술 등 분야별 주요 잡지의 최신 호들을 열람할 수도 있어서 보고 싶은 잡지들을 전부 구독하기가 부담스러울 때 요긴하게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잡지뿐만 아니라 일간지와 일반 도서들도 비치되어 있으며, 특정 주제에 맞춘 도서 큐레이션도 기간에 따라 한쪽 벽면을 꾸민다. 단, 모든 간행물 및 일반도서는 북라운지 내에서만 읽을 수 있고 외부 반출이나 대출은 불가능하다. 개방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이용료는 무료다.


북라운지 내 잡지들

▲북라운지 내에 비치된 잡지들 ⓒ조온윤

 

북라운지 서가

▲서가에는 양질의 도서들이 비치되어 있다. ⓒ조온윤

 

인도네시아 관련 도서 코너 / 포스터 문구: 많은 섬들의 나라 누산타라 인도네시아 관련 도서

▲인도네시아 관련 도서로 구성된 큐레이션 서가 ⓒ조온윤



3) 광주영상복합문화관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전경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광주영상복합문화관. 

6층에는 광주독립영화관이 있다. ⓒ조온윤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 1층에는 광주콘텐츠코리아랩 사무실과 오픈랩이, 2층과 3층에는 어린이를 위한 문화시설인 웨스턴마카로니 체험관이, 6층에는 광주독립영화관이 들어서있다. 건물 옥상에는 알록달록한 배경색 위에 커다란 글씨로 ‘CHANGE’라고 써진 옥외 간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광주 뷰폴리’라는 광주시의 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설치미술 작품이다. 눈에 잘 들어오는 이 설치물 덕분에 광주 시내 어디서든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가 있다.


광주영상복합문화관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청춘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의 명작 영화들이 무료로 상영된다. 또한 6층에 소재한 광주독립영화관에서는 성인 기준 6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나라의 최신 독립영화들을 관람할 수도 있다. 이곳에선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들도 자주 열리는데, 얼마 전에는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다룬 영상작품들을 소개하는 광주난민영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11월에 6층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광주난민영화제 토크콘서트

▲지난 11월에 6층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광주난민영화제 토크콘서트. 

한국에 정착해있는 난민들의 고충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온윤


옥상에 설치된 ‘광주 뷰폴리’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옥상에 설치된 ‘광주 뷰폴리’ ⓒ조온윤

 

 

4) 충장서림

 

충장서림 외부

▲광주 동구 충장로에 소재한 충장서림 ⓒ조온윤


충장서림은 1980년대에 영업을 시작해 30여 년이 넘도록 광주 충장로를 지키고 있는 광주의 대표적인 향토서점이다. 광주 내의 다른 서점들이 경영난으로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되면서 이제는 몇 안 되는 광주의 대형서점 중 하나가 됐다. 일반서적뿐만 아니라 각종 수험서와 잡지 등 많은 양의 서적이 있으며, 책 외에도 각종 문구류와 보드게임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사실 이 충장서림마저도 몇 해 전에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폐업할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다. 충장서림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 광주의 많은 시민들이 아쉬움을 토로했었는데, 다행히 위기를 잘 넘겨 여전히 시민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때 경영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화도 맞게 되었다. 원래 지상 1층에 있었던 매장을 지하 1층으로 옮겼고, 매장의 크기도 호황을 누렸던 예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였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매장 바로 옆에 온라인서점 회사의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광주 시민들은 충장서림을 기억하며 책을 살 때면 이곳 서점으로 발길을 하고 있다.


충장서림 내부

▲책들이 빼곡하게 차 있는 충장서림의 내부 모습. ⓒ조온윤


충장서림에 방문해 구입한 시집 두 권. 최정례 <붉은 밭> 정다연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오랜만에 충장서림에 방문해 구입한 책들. 12월에 읽을 시집 두 권. ⓒ조온윤



사랑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카페에 가면 마시고 싶은 음료 대신 몇 백원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저렴한 메뉴를 고를 때가 있다. 소득과 문화생활에 관한 질의에 답변을 준 한 지인은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 관람을 좋아하긴 하는데 티켓 값과 이번 달 생활비를 번갈아 떠올리면 지출이 망설여져 거의 보지 않게 된다고 했다. 유리병에 갇혀 머리를 부딪치던 벼룩이 병에서 풀려난 뒤에도 딱 유리병의 높이만큼만 뛰는 것처럼, 소득이 곧 그 사람의 취향과 취미를 일정한 높이 아래로 제한해버릴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여건 때문에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게 될지라도, 그것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취향과 문화생활의 한계점으로 여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번에 문화와 관련한 취재를 진행하며 알게 된 것은 우리 주변에 문화행사와 문화시설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는 것이다. 일정과 분량 상 미처 다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관심만 갖는다면 주변 이곳저곳에서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들을 향유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자신의 문화생활에 얼마만큼의 애정을 두는가에 달렸을 것이다.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가 자신의 취향을 사랑해 마지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에 한 카페에서 주문한 3천 8백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마 전에 한 카페에서 주문한 3천 8백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실 내가 마시고 싶었던 건 7백원 더 비싼 카페라떼였다.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좀 더 비싸더라도 카페라떼를 마시고 싶다. ⓒ조온윤



○ 공간정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문화창조원

전화 번호 : 1899-5566

운영 시간 : 10:00~18:00 (수요일, 토요일은 ~19:00, 월요일 휴무)

관람료 : 전시별 상이, <공작인> 전시의 경우 4,000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북라운지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문화정보원 라이브러리파크 B3

전화 번호 : 1899-5566

운영 시간 : 10:00~22:00 (일요일은 ~18:00, 월요일 휴무)

이용료 : 무료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96

전화 번호 : 062-350-9340

운영 시간 : 층별 상이

관람료 : 층별 상이, 광주독립영화관의 경우 6,000원


충장서림

주소 : 광주 동구 충장로 93-5

전화 번호 : 062-227-1932

운영 시간 : 10:00~21:30


○ 관련링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누리집 https://www.acc.go.kr/

광주영상복합문화관 누리집 http://www.gvcc.or.kr/


○ 사진 촬영_조온윤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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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조온윤
인문쟁이 조온윤

2019 [인문쟁이 5기]


생활 속에서 틈틈이 시를 쓰며 지냅니다.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합니다.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멈춰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침묵과 정지. 그런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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