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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인문 문화 이야기

마음이 오가는 거래

서울 성북구 공정무역센터 ‘페어라운드(FAIR ROUND)’

2019.12.05


‘본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다른 감각에 비해 직접 본 것은 때때로 한순간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곤 한다. 비록 당시엔 완벽히 이해되지 않더라도, 일단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여행길에서 만난 어떤 장면도 그랬다. 인도네시아 롬복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삭(Sasak) 부족을 마주하던 날. 자신의 집 앞에서 베를 짜는 한 여인의 재주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녀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저 묵묵히 베틀을 넘나들었을 뿐인데, 우린 그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이제껏 보지 못한 인도네시아 전통 무늬에 마음이 설렜다.


발리 롬복섬 직물 시장

▲ 발리 롬복섬 사삭(Sasak) 부족이 만든 직물 ⓒ김세희



서로를 알아보는 소비 바람



여행은 우리에게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한다. 아름다운 패턴을 만든 그 나라 사람의 일생을 그려보게 만들고, 한 잔의 커피에 담긴 어느 나라 사람들의 하루를 상상하게 만든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곳곳의 여러 인생에 대한 관심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된다. 매우 저렴한 상품을 살 때가 있다. 그러나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제품의 파격적인 가격 앞에서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거대 다국적 기업의 상식적이지 못한 관행들이 종종 세상에 알려지면서, 상품 이면의 이야기를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이 오가더라도 그 중심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시점이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가 소비행위의 기준이 되어야한다는 사실에 우린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공기 핸디 크래프트 브랜드 이미지

▲ 전 세계 소생산자들과 함께 수공예 리빙 제품을 디자인 제작하는 브랜드, '공기 핸디 크래프트(GONGGI)' ⓒ김세희


치앙마이 팡콘마을 커피 브랜드 트룬의 제품들

▲ (사)인천공정무역단체협의회의 태국 치앙라이 팡콘마을 커피 브랜드, ‘트룬(Truun)' ⓒ김세희


지난 7월 15일, 서울 성북구는 공정무역 기업인 ‘트립티(Tripti)’와 민간위탁운영협약을 체결하고, 자치구 중에선 유일하게 공정무역센터, ’페어라운드(FAIR ROUND)‘를 열었다. ’공정무역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2002년 ’아름다운 가게‘의 아시아 지역 수공예품 판매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서울시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뿌리가 깊진 않지만, 세계적으로 공정무역(Fair Trade)은 100년이란 세월을 품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 ‘관계와 믿음’을 지향하는 공정한 소비에 대한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공정무역센터, 페어라운드(FAIR ROUND) 전경

▲ 서울 성북구 공정무역센터, 페어라운드(FAIR ROUND) 전경 ⓒ김세희


세계 최초 공정무역 마을 가스탕 표지판

▲ 세계 최초로 공정무역의 개념이 생겨난 영국 작은 마을 가스탕(Garstang) ⓒ김세희

 

‘공정무역 마을, 공정무역 도시’란 개념은 영국의 작은 마을인 ‘가스탕(Garstang)’에서 생겨났다. 마을 주민의 82%가 공정무역 제품 사용에 동의했을 정도로 활동에 적극적이었고, 세계 최초로 ‘공정무역지구(Fair Trade Town)’로 인정받았다. 이는 런던, 베를린, 파리, 샌프란시스코, 구마모토 등 2065개의 도시로 확산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인천광역시, 2018년 서울특별시를 시작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10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2주간, 서울 각지에서 ‘2019 한국공정무역축제(Korea Fair Trade Festival)’가, 거의 같은 시기에 ‘2019 경기공정무역 포트나잇(Fair Trade Fortnight)’도 열렸다. 가스탕 마을의 ‘공정무역을 위한 2주일’이라는 축제 문화와 그 속에 담긴 정신이 우리 곁에도 스며들고 있다.


한국공정무역축제, 경기 공정무역 포트나잇 포스터 / 문구: 2019 경기 공정무역 포트나잇 개막식 일시 2019.10.25 (금) 10:30 장소) 하남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아랑홀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공정한 2주  2019 한국공정무역축제 서울 각지에서 공정무역 단체의 문화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공예품도 만들고 음식도 만들어 먹어볼 수 있는 기회!! 함께 즐기는 공정무역 교육키트 (기관, 단체 대상) 2019년 10월 26일 ~ 11월 8일 www.kftf2019.com 여러 명이 함께 문화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고 싶으신가요?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 프로그램의 재료와 사용법이 적혀 있는 공정무역 교육키트를 신청하세요.

▲ 2019 한국공정무역축제 & 경기공정무역 포트나잇 포스터 



언제나 공정무역 문화를 공유하는 플랫폼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회적인 변화라 할지라도,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한낱 이벤트로 끝나기 마련이다. 가스탕 마을 사람들도 처음부터 공정무역에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브루스 크라우더(Bruce Crowther)'라는 사람과 '옥스팜(Oxfam)'의 동료들은 공정무역 상품과 지역 상품을 함께 공존하도록 만들었다. 정당한 가격을 받고자 힘쓰는 지역 농민들의 마음과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공정무역 인증 시스템의 신뢰를 바탕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한 객관적인 만족도 평가도 한몫했다. 공정무역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책임, 무역관행, 공정한 가격, 노동착취, 무차별, 성평등, 결사의 자유, 환경보호 등의 조건을 통과해야 하고, 생산 - 제조 - 공급 -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까다로운 공정무역 마크를 아직 얻지 못한 제품들도 많다. 공정무역 시장이 더 공고해지려면 이 부분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도 숙제로 남아있다.


공정무역 피스 커피와 공정무역 인증 마크 / 문구 : 피스커피 홀빈 한국 YMCA가 만든 공정무역 커피 캄보디아 드립백 공정무역 착한커피 공정무역 peace coffee

▲ WFTO의 공정무역 인증 마크 ⓒ김세희 


다행히 한국 사람들의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은 앞서 언급했던 지역 축제들로 인해 비교적 호의적인 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문화 흐름도 공정무역의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제품의 설득력과 스토리가 소비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공정무역이란 인식이 한국에선 생소하고, 관련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도 적당한 구입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무역 상품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 성북구 공정무역센터, ‘페어라운드(FAIR ROUND)’의 역할은 이 시점에서 더욱 기대가 된다.


페어라운드 홍보관 내부 / 문구: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공정무역

▲ 서울 성북구 공정무역센터, 페어라운드 홍보관(2층) ⓒ김세희 


‘페어라운드(FAIR ROUND)'는 공정무역을 중심으로 세계와 지역이 연결되는 선순환의 가치를 추구한다. 가스탕 마을처럼 성북구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공정무역 커뮤니티의 거점’이 될 초석이다. 페어라운드는 크게 두 공간으로 나눠볼 수 있다. 1층은 ‘공정무역 교육관’으로, 도슨트 프로그램(페어라운드 투어), 원데이 클래스, 공정무역 시민 서포터즈 양성과정 등의 각종 프로그램(사전예약 및 신청)을 체험할 수 있다. 매월 초 페어라운드 공식 블로그에 일정이 공지되니 참고하면 된다. 


2층은 ‘공정무역 홍보관’으로, 공정무역 커피, 차, 견과류, 오일, 의류, 액세서리, 리빙 상품 등 흥미로운 공정무역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참여 업체로는 트립티(Tripti), 기아대책 행복한 나눔, iCOOP(아이쿱) 생협, 더페어스토리, 아름다운 커피, 카페 티모르,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어스맨, 인천공정무역단체협의회, 피플스페어트레이드 협동조합(피티쿱),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공기핸디크래프트 등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자활을 돕는 공정무역 기업 트립티의 제품들

▲ 산업재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들의 자활을 위해 시작된 공정무역 기업, ‘트립티(Tripti)’ 제품들 ⓒ김세희 


페어라운드의 실질적인 활동을 주도하는 최헌규 센터장과 진경환 사무국장은 ‘FAIR TRADE'가 ’FAIR LIFE'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행복이 누군가를 아프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페어라운드(FAIR ROUND)’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소비의 주체는 지구라는 환경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를 존중할 줄 안다면, 공정무역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할 것이라 믿는다. 언제나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을 연결(networking)해주는 구심점으로, 2020년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다. 공정무역을 향한 평범한 사람들의 발자국이 모두의 일이 될 때를 그리며, 공정무역 플랫폼으로서의 소명을 실천하고 있다.


공정무역의 10대 원칙 / 문구:WFTO의 공정무역 10원칙 경제적으로 소외된 생산자들을 위한 기회 제공 투명성과 책무성 공정한 무역 관행 공정한 가격 지불 아동노동과 강제 노동 금지 양호한 노동조건 보장 생산자역량 강화 지원 공정무역 홍보 환경 존중 차별 금지, 성 평등, 결사의자유 보장

▲ WFTO의 공정무역 10대 원칙 ⓒ경기공정무역 포트나잇



○ 성북구 공정무역센터 페어라운드(FAIR ROUND) 공간 정보

주소 :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22길 33-8

전화번호 : 02-929-9472

운영시간 : 월-금 10:00-18:00 / 점심시간 12:30-13:30


○ 관련 링크

-페어라운드 홈페이지 : https://blog.naver.com/fair-round 

                페이스북 : facebook.com/fairround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fair_round 

                이메일 : fair-round@naver.com

-한국공정무역협의회 KFTO : http://www.kfto.org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 http://www.fairtradekorea.org

-경기공정무역 포트나잇 : http://fortnightkfto2019.org/

-세계공정무역기구 WFTO : https://wfto.com/

-트립티 TRIPTI : http://tripti.co.kr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Asia Fair Trade Network : http://asiafairtrade.net

-비마이프렌드 Be My Friend : http://www.bemyfriend.co.kr

-아름다운 커피 : http://www.beautifulcoffee.com

-카페 티모르 Cafe Timor : http://www.peacecoffee.co.kr

-어스맨 EARTHMAN : http://www.earthman.asia

-페어 트레이드 코리아 Fair Trade Korea : http://www.fairtradegru.com

-공기 핸디 크래프트 : http://www.gong-gi.com

-iCOOP 생협 : http://www.icoop.or.kr

-피플스 페어 트레이드 협동조합 People's Fair Trade Coop : http://www.ecoop.or.kr/dcoop

-더 페어 스토리 The Fair Story : http://www.thefairstory.com 


○ 사진 촬영 : 김세희

 

장소정보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로22길 33-8 성북구 공정무역센터
서울특별시 성북구 페어라운드 fairround 사삭 sasak 인도네시아 공정무역 fairtrade 공기핸디크래프트 트룬 truun 트립티 tripti 아름다운가게 가스탕 Garstang 2019한국공정무역축제 2019경기공정무역포트나잇 옥스팜 Oxfam 밀레니얼세대 크라우드펀딩 성북구공정무역센터 윤리적소비 한국공정무역협의회 KFTO 아이쿱생협 icoop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세계공정무역기구WFTO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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