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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상상 속으로 풍덩

ACC 어린이문화원 그림책 전시회

인문쟁이 김지원

2019-08-15


조너선 갓셜(Jonathan Gottschall)은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우리는 한때 ‘네버랜드의 방랑자’였다고 했다.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들던 아이는 어른이 되면서 네버랜드를 잊고 살다가 가끔 향수병이 도져 그 세계를 그린다. 때마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에서 그런 방랑자를 위한 네버랜드행 티켓을 무료 배포하고 있다. <그림책에 풍덩>전이 그것. 우리를 환상과 동심의 세계로 데리고 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토요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지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아시아문화자원과 동시대 예술을 기반으로 융·복합 교육콘텐츠 개발을 통한 문화예술 향유·창제작·체험의 장과 융합형 문화·예술 전문교육을 제공한다. 전당 안에 있는 어린이문화원은 국내 최대 어린이문화시설로 다양한 아시아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체험과 교육 공연이 열린다.(내용 출처 - ACC 홈페이지)



환상과 동심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



네버랜드로 가는 전시회는 어린이문화원 안의 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다. <그림책에 풍덩>은 여름 하면 연상되는 바다, 수박, 휴가, 여행과 관련된 그림책 네 권의 원화를 전시한다. 입구가 바다다. 아이들이 파란 바다에서 수경을 쓰고 튜브를 끼고 수영을 한다. 들어가는 순간 바다로 입수한다. 사실 이곳은 환상의 세계로 가는 입구다.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이고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 승강장’과 같은 비밀 통로다.


그림책 전시장 입구. 아이들이 파란 바다에서 수경을 쓰고 튜브를 끼고 수영을 한다. 들어가는 순간 바다로 입수한다.

▲풍덩,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입구 ⓒ김지원

 

'그림책에 풍덩!' 전시장 내부 그림책에 풍-덩 이지현

▲‘그림책에 풍덩’ 전시장 ⓒ김지원



"잊고 살았던 것들이 거기 그대로 있었네" 『수영장』 



맨 앞에 있는 책은 이지현 작가의 『수영장』이다. 반구형의 투명 돔 안에 바다를 만들고 새하얀 모래와 조가비, 소라껍데기를 넣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영장』은 글씨가 없고 그림만 있는 그림책이다. 제목처럼 네모난 수영장이 나온다. 그런데 보통 수영장이 아니다. 한 아이가 수영장으로 들어가서 잠수를 하고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괴상한 생명체들이 헤엄치고 있다. 괴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머릿속에서 떠올린 상상의 동물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다. 그곳에서 한 친구를 만나고 함께 상상의 바다를 헤엄치고 동물들과 놀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타이틀처럼 그곳에서는 무엇을 상상하든 거리낄 게 없다. 자유롭다.


이지현 서울에서 태어나고 일러스트레이션학교 HILLS를 졸입했습니다. 어린이 뿐 아니라 더 많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쓰고 그린 첫 그림책 수영장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에서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수영장은 미국일러스트레이터협회의 2015 최고의 그림책 상을 받았으며, 뉴욕타임즈 2015 주목할 만한 어린이책, IBBY 스워 '2016 최고의 번역서 리스트 등에 선정되었습니다. 대표저서 수영장(2013) 문(2017) 이상한 집(2018)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

▲이지현 작가의 『수영장』 ⓒ김지원

 

동화책 '수영장' 원화. 상상의 동물들

▲『수영장』 원화, 아이들과 헤엄치는 상상 속의 동물들 ⓒ김지원



"생김새가 달라도 나와 같은 사람이야" 『문』



같은 작가의 책 『문』이 나온다. 커다란 자물쇠로 굳게 잠긴 문을 어떻게 열까. 그 문은 마음의 문이다. 『문』은 편견과 오해의 경계 너머로 우리를 데려간다. 아이가 길거리에 떨어진 열쇠로 녹슨 문을 열고 들어가 뾰족한 부리를 가진 사람과 부딪힌다. 그는 낯선 언어로 “괜찮니?” 하고 걱정하는 것 같지만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아이는 겁에 질려 도망간다. 그러다 한 아이와 만나서 함께 놀고 먹을 걸 나누고 결혼식을 본다. 아이는 이방인과 함께 어울리는 동안 그들이 나와 달라도 결국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서로 다른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서 노래하고 연주하며 하나가 되는 이야기. 처음에 무채색이던 아이는 점점 색깔을 띠면서 마침내 볼이 발그레해지고 그림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을 이룬다.


굳게 잠긴 문을 열고 떠나는, 저편으로의 여행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다양한 문이 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용기를 내어 굳게 닫힌 문 저편으로 향하면새로운 세계가 펼쳐질지 몰라요. 그림책 '문’은 마음의 문을 열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괜찮다고 다독이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상상의 열쇠를 쥐어줍니다.

▲이지현 작가의 『문』 ⓒ김지원

 

동화속 한 장면

▲자신과 다르게 생긴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아이 ⓒ김지원


이 책도 글씨가 없는 그림책이다. 그림을 보며 어떤 이야기인지 스스로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다. 독자의 이해와 배경 지식으로 빈틈을 메워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 독자가 작가가 되는 셈이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아이와 어른의 이야기는 다를 테고, 100명의 사람, 100가지의 이야기가 창작될 것이다.



"수박을 먹기만 하는 게 아니야" 『수박 수영장』



“어, 이거 집에 있는 거다.”

그림을 보던 아이가 곁에 있는 엄마에게 말한다. 안녕달 작가의 『수박 수영장』은 이미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그림책이다. 수박 수영장이라니, 이런 시원하고 발칙한 상상을 한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 그림을 하나하나 보니 좋아할 수밖에 없다. 벌판에 푸른 벼가 일렁이고, 커~다란 수박이 잘 익어서 쩍 하니 벌어진다. 드디어 수박 수영장 개장! 할아버지,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 아이들 할 것 없이 온 동네 사람들이 수박 수영장으로 몰려간다. 수박 껍질을 잘라서 미끄럼틀을 만들고 찰박찰박 밟아 물을 만들어 수영을 한다. 아뿔싸, 뜨거운 햇빛은 어떻게 하나? 끈적끈적한 수박물을 어떻게 씻지? 올해도 어김없이 그가 왔다. 구름 장수. 흰구름 양산으로 땡볕을 피하고, 먹구름 샤워장에서 씻으면 된다. 와, 기발하다. 감탄이 절로 난다.


'수박수영장' 전시 풍경

▲안녕달 작가의 『수박 수영장』 ⓒ김지원

 

'수박수영장' 원화. 상상력이 돋보인다.

▲『수박 수영장』 원화, 먹구름 샤워장과 흰구름 양산 ⓒ김지원

 

아이들은 큰 것에 감탄한다. 비슷한 책으로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뭐든 한번 만들면 많이 만드는 손 큰 할머니가 설날 산속 동물들과 함께 아주 커다란 만두를 만들어서 나눠 먹는다는 이야기다. 수박 수영장도 그렇다. 호젓하게 나 혼자만 차지하는 수영장이 아니라 여럿이 즐기는 수영장이다. 함께 나누는 게 즐겁다는 걸 아이들은 아는 거다.



"이번 휴가는 할머니와 함께 가요" 『할머니의 여름휴가』



무더운 여름, 도시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는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아마도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일 것이다. 여기에도 커다란 것이 나온다. 바로 소라껍데기. 더운 여름, 선풍기도 고장나고 할머니는 집이 너무 덥다. 적막한 거실에서 할머니 마음이 휑하다. 조금 전에 다녀간 손자가 선물해준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바다소리를 듣는다. 할머니는 수영복을 챙겨서 반려견과 함께 소라껍데기 속 바닷가로 향한다. 파란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고 시원한 수박을 먹고 비치 파라솔 아래서 낮잠을 자고 기념품까지 산다. 커다란 소라껍데기를 통해 도시의 방으로 돌아온 할머니의 모습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원화 전시

▲안녕달 작가의 『할머니의 여름휴가』 ⓒ김지원

 

'할머니의 여름휴가' 원화 한장면. 바닷가, 할머니와 소라껍데기

▲『할머니의 여름휴가』 원화, 소라껍데기를 통해 바다로 온 할머니 ⓒ김지원


그림책의 원화뿐 아니라 스케치한 그림과 스토리를 구상한 시놉시스까지 전시하고 있다. 색연필의 부드러운 터치가 살아 있는 파스텔톤 그림과 잔잔한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홀로 지내는 할머니와 한적한 바닷가로 가서 함께 휴가를 보내고 싶다. 사랑하지만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과 외로운 이에 대한 위로를 떠올리게 한다.



가볍게 들어갔다가 묵직해져서 나오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듯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동안 마음 한쪽이 저릿하고 묵직해졌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동심과 환상만을 일깨우는 전시회가 아니었다. 이웃과의 소통, 나눔,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고, 우리 안에 도사린 편견과 오해에 대한 자문이다. 작은 물음표가 커다란 느낌표로 바뀌었다. 아이와 함께 손잡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도 좋겠고, 혼자서 곰곰이 생각하며 그림을 보아도 좋겠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어른들을 위한 전시회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도서관 풍경

▲전시장 오른쪽에 있는 어린이도서관 ⓒ김지원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면 전시회가 열리는 어린이도서관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 된다. 구불구불한 책장 사이사이에서 아이와 어른 모두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다. 창밖의 푸른 대나무가 시원하다.



덧+, 연계프로그램 ‘조물조물~수박 비누에 풍덩’



클레이로 수박을 만드는 어린이 모습

▲연계 프로그램인 수박 클레이 체험 활동 ⓒACC 어린이문화원

 

그림책 원화 앞에 서서 해설을 듣는 어린이들

▲그램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김지원


전시회 기간 동안 연계 프로그램으로 전시 해설과 함께 그림책 『수박 수영장』 스토리텔링 및 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토요일 오후 3시부터 해설사와 전시장을 한바퀴 돌며 이야기를 하고, 빛그림 스토리텔링 활동과 수박 클레이 비누 만들기를 한다. 주말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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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김지원
인문쟁이 김지원

2019 [인문쟁이 5기]


쓰는 사람이다. 소설의 언어로 세상에 말을 건네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살고 싶은 마음과 길가 돌멩이처럼 살고픈 바람 사이에서 매일을 기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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