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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처방해 드립니다

카페 '처방전'

인문쟁이 백도영

2019-07-18

카페 처방전과 현대 한약방 외부 전경 / cafr 처방전 현대한약방 cafe prescription

▲ 카페 '처방전'과 '현대한약방'의 외부 전경 ⓒ백도영


시대는 변한다. 변화하는 시대 속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을 배우고,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통해 새로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다. 하지만 이들이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다면 우리는 서로의 것을 배우지 못한다. 춘천 육림고개에 위치한 카페 처방전은 다양한 연령대가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의 장 역할을 한다. 


카페 '처방전'은 한방차를 판매하는 카페다.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한약과, 젊은이들의 취향에 가까운 세련된 인테리어가 독특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옛날 감성’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동네 마실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 공부하는 대학생, 엄마를 따라 온 아이, 일에 지친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며 카페 처방전에 활력을 더한다. 서로가 나누는 이야기 사이사이 스며드는 달콤 쌉쌀한 한약의 향은 덤이다. 


잔에 가득 든 대추차와 간단한 간식거리

▲ 대추생강차 ⓒ백도영


카페 '처방전'을 운영하는 신승택 씨를 만나 카페 설립의 철학과 배경, 그간의 에피소드를 들어보았다. 



Q. 카페 처방전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A. 간단히 말하면 한약방에 있는 카페라고 말할 수 있지요. 한약방을 운영한지 올해로 36년째가 되었어요. 그리고 카페 처방전을 오픈한지는 4년 정도 되었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한방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 큰 고민이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한약을 멀리하는 추세고, 한약방의 주요 수입원인 한약은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 매우 비싸죠. 그리고 한약방의 고객층들이 점점 노령화 되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한약방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약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서 젊은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실제로도 젊은 층들이 한방차를 점점 좋아해주고 있어요. 쓴 커피를 마시느니 쓴 보약을 먹는 게 낫다는 고객들이 생기고, 젊은 사람들이 한방차를 마셔보고 부모님 가져다 드려야겠다며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늘고 있어요. 이런 반응과 변화를 목격할 때 보람을 느끼죠.



카페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 카페에서 바라본 외부 ⓒ백도영



Q. 카페 처방전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 이곳은 10대부터 7,80대 어르신들까지, 상당히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방문하세요. 연령층이 고르게, 신구 세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인 것이죠. 요즘에 노인들이 주로 찾는 공간에는 젊은 사람들이 잘 가지 않고, 젊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는 노인들이 잘 가지 않는데, 이곳은 젊은 사람들과 노인들이 함께 있는 공간이죠. 정말 매력 있는 곳이에요. 처음 한방차를 판매했을 때는 한약 맛이 매우 진했어요. 그러다보니 젊은 층들은 매우 쓰다고 하고, 반면에 중장년층 손님들은 쓴 한방차를 좋아하고 효과가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반응이 상반됐죠. 그런데 모든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지금 판매하는 한방차는 전보다 많이 연하고 부드러워졌어요. 그런데 쓴 한약차를 좋아했던 손님들은 지금의 한약차를 마셔보고 맛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을 하시죠. 그래서 지금은 조금 변화를 줘서 진한 맛, 순한 맛으로 나누어 만들어서 다양한 입맛에 맞추려고 노력 중이에요. 



카페 처방전의 메뉴판. 다양한 한방차를 맛볼 수 있다. | 6000원 십전대보차  / 소화 기능이 약하며 몸이 찬 사람을 위한 보약차 생기맥차 / 면역력 보강에 탁월한 처방전 보양차 5000원 쌍화차  /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 마셨던 쌍화탕을 퓨전화 비감차 / 살 빼는 전통차를 새롭게 디자인한 다이어트 체감차 갈계차 / 팔다리가 쑤시고 열은 나는데 춥다. 몸살감기 잡는 차 청비차 / 알레르기로 답답한 코를 시원하게! 코감기 천적 청비차 배도라지차 / 목을 많이 사용하는 분! 목감기 잡는 전통차  생각대추차 몸을 따뜻하게 해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건강차  총명차 /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향상! 수험생을 위한 차 쟁반은 카운터로 리턴 부탁드립니다.

▲ 카페 '처방전'의 메뉴판. 다양한 맛과 효능의 한방차를 맛볼 수 있다. ⓒ백도영



Q. 요즘에는 어떤 한방차가 유행 중인가요? 추천하고 싶은 한방차가 있나요? 

A. 요새 한방차는 십전대보차, 생기맥차 도라지차가 잘 나갑니다. 십전대보차와 쌍화차를 새롭게 조합해서 만들었는데 이걸 찾는 손님도 많아요. 그리고 춘천지역은 분지잖아요?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있고 물이 많죠. 그래서 호흡기 질환을 가진 손님들이 춘천에는 특히 많아요. 그 부분을 고려해서 신경 써서 만들고 있어요. 일반적인 카페의 경우 여름인 7월 8월에 성업을 이루다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손님이 끊겨요. 그런데 저희 집은 오히려 겨울이 되면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오세요.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한방차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Q. 카페 처방전은 옛날 감성이면서 현대 감성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요즘 이러한 ‘세련된 옛날 감성’이 유행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카페 앞에 연탄재가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 연탄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저걸 왜 찍어가나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그런 풍경을 처음 봤다는 거예요. 연탄재가 있고,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하고. 이런 풍경을 처음 보니까 젊은 친구들이 옛날 것에 대해 묘한 호기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젊은 손님들이 우리 집사람을 아주 좋아해요. 아내는 처음 보는 손님들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하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먼저 챙기려고 하죠. 요즘 친구들은 어려서부터 개인주의 문화도 심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어하고, 받는 것도 싫어해요. 그런 세대들의 아이들이 네 것 내 것 없이 마구 가져다주는 평범한 아줌마를 보면서 정을 느끼더라고요. 젊은이들이 정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것 같아요.



Q. 카페 처방전의 지향점은 무엇일까요? 

A. 처음에는 체인점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카페를 운영하면서 그런 욕심들은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한방에 대해 40년 정도 공부한 저는 그 누구보다 한방의 우수함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워요. 그래서 이런 한방차를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이 한방을 좀 더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배우다



카페 처방전의 사장 신승택 씨와 그의 부인 사진

▲ 카페 처방전의 사장 신승택 씨와 그의 부인 ⓒ백도영



카페 사장님인 신승택 씨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였다. 우리는 서로 가르쳐주고 배워야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상대방이 경험해 보았고, 상대방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알고 있으니까. 가르침과 배움의 시작은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대화가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 정도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어보는 것이 어떨까? 기왕이면 한방차와 함께 말이다.  



○ 공간 정보

주소 : 강원 춘천시 중앙로77번길 23-4

운영시간 : 매일 10:00 - 22:00 


○ 사진 촬영_ ⓒ백도영


 

장소 정보

  •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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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주의
강원권 백도영
인문쟁이 백도영

2019 [인문쟁이 5기]


사회학과 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춘천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있다. 관심있는 키워드는 지역, 문화, 예술, 청년이다. 춘천 청년쌀롱, 아리바우길 걷기, 프로듀스005 등의 문화기획을 하며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한다. 한 발자국 뒤에서 사회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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