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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초의 해수욕장은 해운대가 아니라 송도

원도심 골목길 축제에서 만난 백년송도 이야기

인문쟁이 강태호

2019-06-06

 

송도는 부산 최초의 해수욕장으로서 과거 누렸던 화려한 명성을 되찾고자 하고 있다. 지난 25, 26일 이틀 간 열린 부산 원도심 골목 축제에 참여하며 그들의 숙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았다. 부산의 원도심은 동구, 중구, 서구, 영도구다. 그중 서구의 ‘백년송도 골목길’을 선택한 건 녹초가 된 바다 때문이 아니다. 숙원 사업의 결과물이 궁금해서다. 

 

송도해수욕장 전경

▲송도해수욕장 전경 ⓒ강태호

 

 

백년송도 골목길을 걷다



도시재생이니 재개발이니 하면서 부산의 골목길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골목길을 주제로 축제를 연다는 것 자체에 감탄했고, 몇 미터 남지 않은 좁은 골목을 지나며 어릴 적 친구들의 얼굴도 떠올려 보았다.

송도지구대에서 해변까지는 길어봐야 50m이다. 물론 마주보는 임차인만을 위해 이 축제를 개최한 건 아닐 것이다. 정을 준 일본 거류민들과 한국전쟁 당시 저명인사들이 송도를 찾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더불어 달라진 송도해변도 봐달라는 뜻이다. 오래전 짧은 골목을 지나며 찾았던 그들만의 로얄 해변, 그곳이 바로 부산의 송도다. 


백년골목길 촌국수 정식 국희네 식당 대형주차 제주

▲백년골목길 ⓒ강태호

 

빨간색으로 밑줄 칠 부분은 백년골목을 지나야 나온다. 송도해변을 등지고 좌측에 떠 있는 갯바위 섬은 거북 모양을 닮았다하여 거북섬이라고 부른다. 섬의 면적은 3,129㎡로서 축구 경기장의 반 밖에 되지 않지만 신혼부부의 추억을 옮겨 날랐었다. 잡초 하나 없는 이 돌덩이 위에 소나무가 자생하며 송도라 불렸을 수 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다. 


잠시 뒤 소나무의 흔적을 밝혀줄 사람을 만났다. 서구문화원의 김경미 문화 해설사는 집이 해운대지만 송도의 역사를 더욱 알리고자 하고 있다. 단순히 관광지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우리에게 사라진 역사와 추억을 상기시켰다. 

시간대 별로 여러 이동로가 있지만 우선 ‘A코스’를 선택했다. 송도구름산책로를 따라 거북섬에 도착하고, 이어 옛날 구름다리를 지나 마지막 송림공원에 도착한다. 거북섬만 가보아도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눈에 훤히 들어온다. 해설사님도 알고 있고, 뒤를 따라가는 열댓 명의 사람들도 변화한 모습을 보고 싶은 듯했다.



부산 최초의 해수욕장, 송도해변



송도해변은 1913년 일본인이 연 부산 최초의 해수욕장이다. 1922년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수정휴게소를 거북섬 위에 세우며 경치를 즐겼다. 1934년 송도호텔이 들어서며 성수기 하루 수만 명이 찾으며 명성은 높아졌고, 저명인사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임시수도 시절에는 넥타이 매던 사람들이 가까운 해변인 송도를 자주 찾았고, 이승만 전 대통령도 이곳의 아늑함에 반해 별장까지 지을 정도였다.

날개를 단 건 1963년 해상 케이블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민간사업자가 설치한 이 시설은 해운대가 부산에 위치한 해변인지를 묻게 만들며, 한 해 피서객 350만 명을 기록했다. 60년대 부산의 인구가 약 130만 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인파 속에 케이블카 외 다이빙대, 구름다리, 포장 유선도 주목 받으며 70년대 중반까지 신혼 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아쉽지만 명성은 거기까지였다. 급격한 오염과 의문의 사건, 사고가 겹치며 국민들의 ‘송도앓이’는 막을 내린다. 1982년 문화재 지정에서 해제됐고 하루 수만 명이 찾던 해변은 90년대 들어 천 명 남짓한 손님으로 줄어, 부산의 변방이 됐음을 실감케 했다. 그 끝은 송도해수욕장의 상징이었던 케이블카 철거였다. 2002년 4월, 거북섬에서 해변까지의 해상거리 420미터를 쉼 없이 오가던 상징물은 아무런 방해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송도 구름산책로

▲송도 구름산책로 ⓒ강태호


거북섬

▲거북섬 조형물 ⓒ강태호


잠시 뒤 새롭게 조성한 350m의 구름산책로를 따라 거북섬에 도착했다. 눈에 띄는 건 2년 전에 운행을 시작한 해상케이블카다. 운영에 관련해 여러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총 1.62km 거리를 오가며 해변 반대편 암남공원까지 탑승객을 안내하고 있다. 거북섬에서 송림공원을 잇던 구름다리, 아니 흔들다리는 암남공원 너머로 이사를 간 상태다.


해상 케이블카

▲송도해상케이블카, 더 커지고 더 멀리 이동하며 사랑 받고 있다 ⓒ강태호

 

김경미 해설사는 한창 공사 중인 해변을 바라보며 “모르겠어요. 머지 않아 이곳도 타워가 엄청 올라오겠죠. 옛날에 내가 기억하는 건 골목길 주변에 작은 집들이 전부지. 이제는 진짜 모르겠어요. 난 열 명 보다 여섯 명씩 타던 케이블카가 좋았거든요”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경미 해설사와 인터뷰



김경미 해설사

▲김경미 문화해설사 ⓒ강태호

 


Q 송도에서 해설사 활동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송도는 아니었어요. 집도 해운대거든요. 애들 데리고 부산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면서 모든 게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부산은 일본을 말하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 그 중심지였던 서구와 중구에 관심이 갔죠. 관광지로 변해가는 부산을 다르게 해석하고 싶었어요.


Q 송도가 품고 있는 가치를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송도뿐만 아니라 어떤 곳이든 그 역사는 교과서나 책에 나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 자원봉사를 한다든가, 쓰레기를 줍는 다든가 하면서 우리 문화를 아끼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죠. 그러면서 몰랐던 것도 보고, 느끼면서 옛날이야기에도 관심이 가거든요.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웠다. 60년대 청춘을 이곳에서 보냈다면 달라진 모습에 아쉬울 것이다. 그래도 재개발처럼 싹 밀어버린 게 아니라 다행이다. 과거를 재현하려는 노력이 송도해변의 숙원을 조금이나마 풀어낸 듯하다. 

요즘 판자촌 뒤로 늘어선 드높은 아파트를 볼 때면, 그곳의 오래전 모습이 궁금해진다. 역사가 있긴 했을까, 이제 아무도 과거의 그 공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만감이 교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은 반짝인다. 2000년부터 시작한 연안 정비사업이 명예 찾기의 시발점이었다. 삐걱거리는 케이블카에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추억이 남아, 영광을 재현한 것이다. 이번 원도심 골목길 축제에 참가하면서 대단지 아파트와 골목길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배우고 깨달았다.


 

○ 제4회 부산 원도심 골목길 축제

일시 : 2019.05.25. 토 ~ 26 일 10:00 ~18:00 

장소 : 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 일원

주최 : 부산광역시


○ 관련 링크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홈페이지

미니 다큐 형식 유튜브 동영상 링크(강태호 제작)


○ 촬영_강태호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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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강태호
인문쟁이 강태호

2019 [인문쟁이 5기]


강태호는 인문학집필연구소 한주서가 대표 작가이다. 제10회 해양문학상에 입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입상작인 중편소설 <바다 몬스터>는 문장 아래 문장을 숨겨놓았다며 호평을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천 만 영화 속 부산을 걷는다》가 있으며 기획출판, 첨삭, 글쓰기 강의 등으로 ‘글’의 매력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관광, 인권, 문화제 등 공기관에서 주관하는 SNS 기자단에 참여하며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자 노력 중이다. 망각된 역사를 알리려는 의지가 강해 인문학적으로 어떤 해석을 풀어낼지 앞으로가 기대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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