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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시민기자단이 취재한 우리동네 인문 현장

서울

진정한 평화를 기도하다, 평화문화진지

2018.12.06

어린 시절 부모님은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당시 뉴스에서 전쟁 위기 기사가 보도되면 가게에 라면, 쌀, 물 등 생활필수품이 동이 나곤 했다. 그런 상황을 바라보며 나 또한 어린 나이에도 전쟁이 날까 불안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태어날 때부터 전쟁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한반도에 냉전과 전쟁위기가 감지될 때마다 전 세계가 이 작은 나라를 주목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통일을 꿈꾸기 어려운, 전쟁 공포가 수시로 엄습하는 곳이었다.


평화문화진지 정문 간판

▲ 평화문화진지 정문 간판


그렇기에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단연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회담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북한 단일팀 출전과 김여정 부부장의 방한으로 시작된 평화의 서막은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으로 이어졌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평화에 대한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군사시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2층에서 본 평화문화진지

▲ 2층에서 본 평화문화진지


서울 도봉동에 위치한 평화문화진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을 상기시키는 군사시설이었다. 도봉동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탱크가 밀고 들어왔던 곳이다. 북한군은 탱크를 앞세워 동두천, 포천, 의정부를 초토화시키고 서울을 점령했다. 이후 남한은 유사시에 대비한 서울 최북단 방어선으로 1970년 이곳 마들로 932일대에 대전차방호시설을 지었다. 1층은 군사시설인 벙커지만, 2층에서 4층은 시민들을 위한 아파트가 들어섰다. 도봉구 최초의 시민 아파트였다고 한다.


과거 흔적을 안내하는 문구

▲ 과거 흔적을 안내하는 문구


건물이 노후되자 2004년 아파트는 철거됐는데, 1층 벙커는 10년 이상 방치되어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했다. 이에 2016년 12월 서울시, 도봉구청, 관할 군부대인 60보병사단이 리모델링 협약을 체결하고, 한때 군사시설이었던 공간을 평화를 상징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공간재생사업에 착수했다. 이렇게 재탄생한 평화문화진지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베를린 장벽을 서울에서 보다


베를린 장벽

▲ 베를린 장벽

 

평화문화진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일 베를린시로부터 기증받은 장벽이다. 실제로 1994년 초 독일에서 직접 베를린 장벽을 본 적이 있다. 실제 장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었던 순간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현재 장벽은 분단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통일의 증표이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의 판문점도 현존하는 분단의 증거가 아닌 역사 속 공간이 되고 통일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 



평화문화진지 개관 1주년 기념 전시 <코리안 메모리얼>


평화문화진지는 개관 1주년을 맞아 ‘평화, 한국근현대사’를 주제로 <코리안 메모리얼>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현주, 박성준, 정석희, 허현숙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6.25 전쟁을 담은 2점의 영상과 2점의 설치 작품으로 구성됐다.


정석희의 다리

▲ 정석희 작가의 '다리'


정석희 작가의 영상 작품 ‘다리’는 6.25전쟁 후 70년을 뛰어넘어 2018년 평화를 위한 남북한의 노력을 보여주면서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냈다. 영상 속에서는 저 멀리서 기차가 다가온다. 점점 더 기차는 가까이 오고 기차의 경적도 점점 더 커진다. 갑자기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폭탄에 철로는 끊기고 기차는 선로를 벗어난다. 폭탄 소리가 극대화되다가 갑자기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담소를 나누는 영상으로 바뀐다. 작가는 한강철교 위에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을 스케치로 형상화한 애니메이션과 실제 TV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결했다.


박성준 작가의 ‘YOUR FLAMEⅢ’

▲ 박성준 작가의 ‘YOUR FLAMEⅢ’


또 다른 방에 들어가니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박성준 작가의 ‘YOUR FLAMEⅢ’라는 작품이었다. 불꽃놀이가 점점 더 화려해지고 폭죽소리가 커지며 절정에 이르자 갑자기 기관총 소리로 바뀐다. 급반전이다. 어두운 방에서 잠시 공포감이 들었다.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갑자기 전쟁을 맞이했을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몸부름 말 작품

▲ 김현주 작가의 '몸부름 말'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한 여인이 포복 자세로 기어와 빨랫줄에 있는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춘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그녀의 몸에는 피어싱으로 ‘양갈보’, ‘매춘부’, ‘창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부정하고 싶지만, 그녀들은 분명 존재했고 현대사의 아픈 그림자다. 그녀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그리고 국가의 시선을 새삼 숙고하게 했다.



평화문화진지 구석구석 둘러보니


전시관을 나와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낡은 콘크리트 벽과 흔적 사이로 나무 의자와 책상이 놓여 있다. 1층 한쪽에 지뢰밭을 걷고 있는 고라니를 재현한 작품이 보였다. 지뢰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평화로운 고라니의 모습을 보니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평화를 기도하다, 평화문화진지

▲ 정석희 작가의 영상 드로잉


2층에 올라가면 옥상정원과 휴식공간이 있다. 베를린 8,128km, 금강산 148km, 평양 186km, 독도 428km. 한 곳에 서 있는 푯말을 보자 분단 현실이 새삼 뼈아프게 느껴진다. 독도와 베를린보다 훨씬 가까운 금강산과 평양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그 날은 언제 오려나? 모두의 마음이 모여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오길 바라본다.


옥상정원

▲ 평화문화진지 옥상정원

 


주소 서울 도봉구 마들로 932(평화문화진지) / 도봉산역 3번 출구

운영시간 09:00 ~ 18:00(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정보
서울특별시 도봉구 마들로 932 평화문화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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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우영
[인문쟁이 1,2기]


이우영은 군포시에 살고 있고 18년 차 주부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글을 쓰고 사진 찍기를 꾸준히 해왔다. 주로 작업하는 장소는 집과 수도권 여기저기다. 종종 홍대 부근 공연장에서 락 음악을 듣는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고, 사람파악을 제법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요즘에 만나보고 싶은 역사적 인물은 사도세자다. 40대가 되고나니 가정에서의 ‘나’ 와 있는 그대로의 ‘나’ 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싶다. 인문학이 좋은 인생지침이 될 것이라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인문에 더욱 가까운 나로 성장하고 싶다. drama7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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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우리도 언제쯤이면,, 분단된 조국이 하나가 되는 날이 올까요? 독일처럼 빨리 전쟁의 턱을 부수고, 평화의 탑을 쌓아~ 끊어진 형제愛를 꽃피웠으면 합니다.

    류종현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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