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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삶

세월호 제주 생존자 24명의 작품 이야기

인문쟁이 이경아

2018-11-22

〈다시-삶〉에 대하여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 할 정도의 찬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날, 4년 6개월의 시간을 품은 이들이 다시 만났다. 켜켜이 쌓인 삶의 무게를 글과 그림으로 내려놓고도, 비운 만큼 다시 채워진 책임감을 안고 걸음을 옮길 이들을 우리는 ‘살아남은 자’라 부른다. ‘살아남은 자’에게 10월은 몸과 마음에 각인된 상처를 드러내고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을 공유하는 계절이다.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24명은 그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은 채 〈다시-삶〉이라는 이름 아래 북 콘서트와 전시회를 준비해왔다.


전시회 풍경


전시회 풍경2

▲ 전시회 풍경 ⓒ이경아



 기억해야 기록하고 행동한다


2014년 4월의 기억 이후, 해를 거르지 않고 마련되는 전시회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세월호 제주 생존자 24명의 외침이다. 4월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힘겹지만, 이들에게 더욱 두려운 것은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잊히는 것이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악몽과도 같은 기억을 도려내는 대신 몸과 마음에 각인된 상처를 끄집어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 뜻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위로하며 의미 있는 행보에 함께했다.


북콘서트 풍경1


북콘서트 풍경2

▲ 북콘서트 풍경 ⓒ제주마음치유센터

 

 

승화를 통한 치유의 힘


세월호 제주 생존자 24명이 세상으로 나서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늠할 수 없는 공포로 언제나 수면제가 있어야 잠들 수 있었으며, ‘그래도 너희는 살아남았고, 보상받았으니 된 것 아니냐’라는 곱지 않은 시선에 마음을 다치기 일쑤였다. 그런 그들이 삶을 지탱하고, 해마다 「다시-삶」을 살기 위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던 것은 고통을 함께 나눈 동료와 정서적 지지자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통증을 덜어내기 위해 시작했던 작품 활동은 치유의 효력을 발휘하며 그들을 다시 삶으로 이끌었다.


생존자들과 언제나 함께한 제주마음치유센터 담당자 양길영 님

▲ 생존자들과 언제나 함께한 제주마음치유센터 담당자 양길영 님 ⓒ이경아


각각의 작품에는 저마다의 마음속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영천 님의 “선인장”은 삭막하고 건조한 환경 속에서 최소한의 물로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 보였다. 장은복 님의 “노을”이란 작품은 저물어가는 화려한 저녁 하늘과 대조적인 대지의 풍경, 혼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세월호 사고로 생을 달리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적적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었다.


생존자 김영천 님의 작품 "선인장"

▲ 생존자 김영천 님의 작품 "선인장" ⓒ이경아


부부생존자 김병규 님의 “황혼여행”이란 작품에서는 생사를 앞둔 순간을 함께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있는 배우자에 대한 믿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부부생존자 임은영 님의 “친구”는 평범하고 편안한 시선으로 생존자들을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담아낸 듯했다.


생존자 장은복 님의 작품 "노을"

▲ 생존자 장은복 님의 작품 "노을" ⓒ이경아

 

생존자 김병규 님의 작품 "황혼여행"

▲ 생존자 김병규 님의 작품 "황혼여행" ⓒ이경아

 

생존자 임은영 님의 작품 "친구"

▲ 생존자 임은영 님의 작품 "친구" ⓒ이경아


이외에도 직접 빚은 도자기와 손뜨개 등 작품마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작업 과정과 작품에 담긴 의미를 찬찬히 설명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에서는 예술 작업을 통해 고통을 승화시키고자 하는, 삶에의 애착이 느껴졌다.

 

자신의 작품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생존자 김병규 님

▲ 자신의 작품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생존자 김병규 님 ⓒ제주마음치유센터

 

전시장 내 풍경

▲ 전시장 내 풍경 ⓒ이경아

 


 <다시-삶〉에 대한 새로운 기대


전시장을 둘러보며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포스터와 책자, 달력에 그려진 고래의 모습이다. 가족애가 깊고,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살피는 습성으로 ‘귀신고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고래의 모습은 끈끈한 동료애를 지니고 세상을 향해 비로소 걸음을 내디디고 있는 생존자들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그림 속 귀신고래가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날아오르듯, 세월호 제주 생존자 24명의 외침이 사람들 마음속까지 가닿아 「다시-삶」에 대한 새로운 기대로 이어지기를. 과거를 선명히 기억하고, ‘살아남은 자’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우리의 몫을 되새겨본다.


전시회 달력과 발간책자

 

전시회 포스터

▲ 전시회 포스터와 달력 그리고 발간책자 ⓒ이경아

 

장소 정보

  • 세월호생존자작품전시회
  • 다시삶
  • 걸음,걸음
  • 세월호생존자북콘서트
  • 세월호생존자전시회
  • 제주마음치유센터
이경아
인문쟁이 이경아

2018 [인문쟁이 4기]


‘열등감은 우월을 향한 욕구이다’라는 아들러의 인생처방전을 좋아합니다. 못나고 실패 투성이인 제 삶을 타인과 비교하며 좌절에 빠졌던 것도 열등감 때문이었고, 그런 삶을 인생이라는 궤도에 끌어올린 것도 열등감이란 섬세하고 열정적 감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열등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이 빛나 보이고 사물에 부여된 의미가 마음 깊숙이 와 닿더군요. 어설픈 글에 내가 부러워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보자는 의지로 인문쟁이의 여정을 걸어가려 합니다. 평생 그림자처럼 나를 등지고 있을 열등감의 무게와 속도를 고려해 너무 빨리 달리지는 않으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주의 깊게,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계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피려 합니다. 가끔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인다면 제 글을 읽어주세요. 인문학을 통해 제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당신이 우월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수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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