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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영화 <안시성>이 남긴 숙제

구리시 고구려대장간마을

2018.11.15

당나라의 침략으로부터 한반도를 지켜낸 전투를 기록한 영화 <안시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북한에 있을 고구려 유적과 유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안시성 전투의 자취를 밟기 위해서는 북한이나 중국에 가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고구려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영화 <안시성>의 촬영지이자 고구려의 흔적이 담긴 곳. 경기도 구리를 찾았다. 


아차산에서 만나는 고구려의 정기

 

고구려대장간마을 전경

 ▲ 고구려대장간마을 전경(경기 구리시 아차산로 439) ⓒ 김세희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 서울 광진구를 잇는 95번 버스의 긴 여정은 '고구려대장간마을'까지 이어진다. 산자락에 있는 마을까지 가는 동안 미뤄뒀던 운동도 할 겸, 시원한 물 한 통과 카메라를 들고 힘차게 길을 나섰다. '우미내' 마을을 구경하며 10분 남짓 걸었을까. 아차산을 중심으로 한 '구리 둘레길' 초입에서 고구려대장간마을을 만날 수 있었다. 혁혁한 공을 세웠던 고구려 장수들의 기상이 스민 그 땅을 밟아보고자 아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차산 큰 바위 얼굴

 ▲ 아차산 큰 바위 얼굴 ⓒ 김세희

 

처음 만난 것은 '큰 바위 얼굴'.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다룬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 때 발견된 사람 형상을 한 바위다. 여기에는 풍수지리학적으로 기(氣)가 매우 강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날의 소원을 담아 두 팔을 흔들고서 '아차산 3층 석탑'이라 적힌 팻말을 따라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데 길 대신 험준한 바위가 나타났다. 바위에 앉아보니 왼쪽에는 ‘구리 암사대교’가 보이는 한강이, 오른쪽에는 고구려대장간마을이 한눈에 담겼다. 


아차산에서 본 고구려대장간마을(우측)

▲ 아차산에서 본 고구려대장간마을(우측) ⓒ 김세희


남한 최초의 고구려 유적지, 아차산 일대 보루군


하지만 초행길이란 게 발목을 잡았는지, 아무리 뒤져도 석탑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향한 곳은 바로 고구려의 역사가 담긴 '아차산 보루군'. 보루(堡壘)는 적의 침입을 막거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요새를 뜻한다. 아차산 보루군에는 5세기 후반 고구려가 한강 유역에 진출한 후 신라와 백제에 의해 물러날 때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다. 아차산 정상에 자리한 4보루로 가기 위해 열심히 오르고 또 오르던 찰나, 다시 길을 잃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걸 깨닫고서, 다시 고구려대장간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아차산 고구려유적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아차산4보루 모형

▲ 아차산 고구려유적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아차산4보루 모형 ⓒ 김세희

 

고구려대장간마을에 위치한 아차산 고구려유적전시관

▲ 고구려대장간마을에 위치한 아차산 고구려유적전시관 ⓒ 김세희


산 정상의 진짜 아차산 4보루를 만나진 못했지만, 고구려대장간마을 입구의 고구려유적전시관 안에서는 4보루 모형뿐 아니라, 교육용으로 보루를 완성해보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남한에서 고구려 유적임을 인식하고 발굴한 첫 번째 학술조사 대상이었던 아차산 4보루. 군용헬기장이 설치되어 훼손이 심각했던 1994년에서야 그 존재가 드러났다. 그 후 3년이 지나 성벽 일부와 내부시설물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었다. 현재 보루는 성벽 복원을 거쳐 보존되고 있는데, 다량의 토기 및 철기류가 출토되어 그 역사적 의미가 깊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높은 곳에 자리한 256m 둘레의 보루 성벽 안에는 감시 시설뿐 아니라 간이 대장간, 온돌, 배수로, 저수시설 등 다양한 생활의 흔적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군사유적 주변의 생활상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자들에게 많은 설렘을 안겨 줬을 듯하다.


보루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의 모습 1

▲ 보루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의 모습 1 ⓒ 김세희


각종 도끼와 투구, 말을 통제하기 위한 재갈과 재갈 멈추개, 등자 등은 고구려의 강인함 그 자체를 보여준다. 또한 각종 그릇과 낫, 철솥, 철제 항아리 등에서는 고구려의 제철 기술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오랜 세월에도 복원을 통해 숨을 되찾은 유물들은 책 속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생명력을 뿜어낸다.


보루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의 모습 2

 ▲ 보루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의 모습 2 ⓒ 김세희

 

작지만 알찬 마을은 유물만 보고 떠나는 관람객의 아쉬운 마음을 채워준다. 마을은 아차산 4보루에서 발견된 간이 대장간 터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특히 마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대장간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철제무기로 영토를 확장하던 그 시절 고구려의 기백을 뽐내는 듯 거대한 공간이다. 


고구려대장간마을의 주인공, 대장간

▲ 고구려대장간마을의 주인공, 대장간 ⓒ 김세희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마을 주민들이 모였을 것 같은 ‘거믈촌’이다. 이곳을 장식하고 있는 사신 중 현무 문양은 너무나도 생생해 혼자서 들어가기가 머뭇거려질 정도였다. 


내부의 현무 무늬가 강렬했던 거믈촌

▲ 내부의 현무 무늬가 강렬했던 거믈촌 ⓒ 김세희


맞은편의 ‘연호개체’ 내부에서는 언제나 말을 타고 나갈 수 있는 입식의 삶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의 ‘담덕채’는 광개토대왕의 본명에서 이름을 딴 고구려의 가옥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고구려의 온돌은 방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데우는 쪽구들이다. 추울 때는 쪽구들에서 몸을 데우고, 평상시에는 의자에서 생활했던 그 시절 고구려인의 삶을 떠올려보면, 그 지혜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구려의 가옥을 재현한 연호개채(좌)와 담덕채(우)

▲ 고구려의 가옥을 재현한 연호개채(좌)와 담덕채(우) ⓒ 김세희


이젠, 영화가 아니라 여행으로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영화 <안시성>의 김광식 감독은 사료가 많지 않아 갖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감독의 한 마디는 우리에게 분단이 준 한계를 짚어볼 기회로 남았다. 고려의 옛 궁궐터인 북한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이 2015년에 중단된 후 재개된다는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남과 북이 문화재 앞에서 함께 미래를 그릴지도 모른다는 꿈 한 조각이었기 때문이다. 아차산에 꽃 핀 고구려의 향기가 북한과 더불어 짙어질 그 날을 소망한다. 우리가 상상으로 만든 이 마을을 넘어 여행을 통해 실제가 펼쳐지는 기적을 바라면서 말이다.


고구려대장간마을의 전경

▲ 고구려대장간마을의 전경 ⓒ 김세희


* 고구려대장간마을 안내 

 주소: 경기 구리시 우미내길 41 고구려박물관

 번호: 031-550-2363

 평일 09:00 - 18:00

 주말 09:00 - 19:00 공휴일포함


 https://www.guri.go.kr/main/gbv

장소정보
경기도 구리시 우미내길 41 고구려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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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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