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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초가집에서 조상의 지혜를 엿보다.

분당 중앙공원 수내동 전통가옥

2018.11.13

분당 신도시 중앙공원에는 전통 초가집(경기도 문화재자료 제78호)이 한 채 있다. 신도시에 전통 초가집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공원의 고풍스러운 정자와 어울려 조선 시대 어느 마을의 초가집을 떠올리게 한다. ‘수내동 가옥’으로 불리는 이 초가집은 300년이 넘는 세월을 머금고 있다.


분당 중앙공원 내 위치한 수내동 가옥 ©이재형

▲ 분당 중앙공원 내 위치한 수내동 가옥 ©이재형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집을 짓고 살았을까? 채집 생활을 하던 원시시대는 한 곳에 터를 잡기보다는 여기저기 이동하며 살았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신석기시대부터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집의 형태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지역이든 햇볕이 잘 들게 남향집을 지었다. 분당의 전통 초가집 또한 남향으로 지어졌다. 이 초가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조상들의 가옥에 대한 지혜와 과학을 엿볼 수 있다.


초가집에는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이 숨어 있다. ©이재형

▲ 초가집에는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이 숨어 있다. ©이재형



시원한 숲바람이 부는 대청마루 


수내동 전통 초가집을 들어가 보면 가장 먼저 넓은 대청마루가 눈에 들어온다. 대청마루는 문이 없이 시원하게 개방돼 있다. 뒤에서 앞으로 부는 마루바람의 비결은 나무를 심지 않은 앞마당과 나무를 심어 가꾼 뒤꼍에 숨어 있다. 뒤꼍의 시원한 공기가 마루를 지나 대청마루 앞마당으로 이동해서 한여름에도 숲바람이 분다. 이를 보니, 여름날 외갓집 시원한 대청마루에 누워 할머니가 쪄주시던 옥수수와 감자를 먹던 기억이 솔솔 떠오른다.


여름철 에어컨 선풍기가 필요없는 대청마루 ©이재형

▲ 여름철 에어컨 선풍기가 필요없는 대청마루 ©이재형 


초가집 대청마루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피하기 위해 땅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룻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금씩 틈이 벌어져 있다. 마룻바닥을 중심으로 아래위 공기가 전혀 다르다. 바닥 위는 남향이라 햇빛이 비쳐 기온이 높지만, 그 아래쪽은 그늘이 져서 기온이 낮다. 차가운 공기는 따뜻한 공기가 있는 쪽으로 움직여 대류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룻바닥의 틈을 비집고 바람이 흘러나온다. 대청마루 아래의 차가운 공기가 위로 올라오니 시원할 수밖에 없다.


대청마루의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은 통풍을 위해서다. ©이재형

▲ 대청마루의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은 통풍을 위해서다. ©이재형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게 한 온돌문화 


우리 조상들은 추운 겨울 또한 지혜를 발휘해 따뜻하게 보냈다. 구들장이라 불리는 온돌문화다. 온돌은 말 그대로 따뜻하게 데운 돌이다. 수내동 초가집에도 아궁이와 온돌이 보인다. 서양은 집 안에 벽난로를 두어 실내 공기를 훈훈하게 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아궁이에 불을 때면 나오는 뜨거운 연기를 굴뚝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구들장 밑으로 들어가게 만들어 머물게 했다. 그리고 보통 뜨거운 열이 바로 전달되는 아랫목의 구들은 두껍게, 열이 늦게 전달되는 윗목의 구들은 얇은 돌을 놓았다. 연기로 인해 한번 뜨거워진 온돌은 오랫동안 방바닥을 따듯하게 해주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온돌방 문화1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온돌방 문화2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온돌방 문화3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온돌방 문화 ©이재형


온돌문화를 원시적 난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방 안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도 온기를 오래 보존하기 위한 과학이 숨어있다. 여름철 더위를 피하는 대청마루와 겨울철 추위를 견디게 한 온돌문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조상들의 지혜로운 주거문화가 되었다.



초가지붕과 김장독에 숨어 있는 지혜


천연 단열재 역할을 했던 초가지붕 ©이재형

▲ 천연 단열재 역할을 했던 초가지붕 ©이재형


대청마루 위를 보면 지붕 위에 얹어진 짚을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쌀을 주식으로 하다 보니 짚은 생필품을 만들 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였다. 하지만 재료가 흔하다고 해서 짚으로 지붕을 만든 것은 아니다. 여기에도 조상들의 지혜가 숨어 있다. 짚으로 지붕을 만들면 비가 새지 않는다. 짚 표면에 기름막이 있기 때문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린다. 또한 초가지붕의 짚은 가운데 공기가 들어차 있어서 집안에 따뜻한 온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면서 바깥 기온을 차단해줘 천연 단열재 역할을 한다.


또한, 전통 초가집 뒤꼍에는 짚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움막이 있다. 이는 장독대로, 김장김치를 보관하는 곳이다. 겨울에는 야채를 먹기 힘들기 때문에 가을에 김치를 대량으로 만들어 장독에 보관한다. 그런데 김장독을 땅 위에 그대로 보관하게 되면 김치가 다 얼어버리기 때문에 조상들은 김장독을 땅속에 묻었다. 요즘에는 조상들의 김장독을 흉내 낸 김치냉장고가 등장했지만 김장독 김치만큼 맛을 유지하지 못한다. 김장독 발효과학은 조상들이 만들어낸 겨우살이 지혜의 백미다.


전통 초가집에 뒤꼍에 있는 장독대 ©이재형

▲ 전통 초가집에 뒤꼍에 있는 장독대 ©이재형


초가집 처마에 숨어있는 건축과학


초가집 처마에도 숨어있는 건축과학

▲ 초가집 처마에도 숨어 있는 전통 건축과학 ©이재형

 

전통 초가집을 보면 우아한 곡선미가 있다. 일부러 멋을 내려고 이렇게 지었을까? 멋도 멋이지만 초가집 처마에는 건축 과학이 숨어있다. 우리나라 태양은 여름철에 높이 떠서, 하짓날 정오에는 태양 높이가 약 70도로 상당히 가파르다. 반면에 겨울철 동짓날 정오에는 남중 고도가 약 35도로 낮다. 이 처마 덕분에 여름철 태양이 높이 떴을 때 차양이 돼 강력한 햇빛을 가려주는 동시에 그늘이 지고, 겨울철에는 집으로 들어온 낮게 뜬 태양 빛이 처마에 가로막혀 더운 공기가 오래 머문다. 처마 하나에도 조상의 지혜가 엿보인다.

 

겨울철에는 낮게 뜬 태양 빛이 초가집 깊숙이 들어온다.

▲ 겨울철에는 낮게 뜬 태양 빛이 초가집 깊숙이 들어온다. ©이재형



흙으로 집을 지어 숨을 쉬게 한 건축문화


우리 조상들은 흙집을 짓고 살았다.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축 재료가 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흙으로 지은 집은 숨을 쉬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이 살기에 건강한 집이다. 요즘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이 아토피 피부병에 시달리다 시골 흙집에 내려가면 치료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흙집이 인체에 해로운 독을 제거해주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흙집의 재료인 황토 미립자속은 작은 구멍을 통해 공기를 순환시키며 공기 청정기 역할을 한다. 또한 항균, 탈취, 습기조절 효과가 있어 건물 내부를 쾌적하게 해 숙면을 유도해준다.


황토로 집을 지은 전통 초가집

▲ 황토로 집을 지은 전통 초가집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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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집은 내·외부 공기 흐름이 좋아 숨을 쉰다. ©이재형


이렇듯 초가집에는 우리네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건축과학이 숨어있다. 옛날 초가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시하는 풍조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교훈으로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이재형



<분당 중앙공원 수내동 전통가옥>

장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문의 : 031 729-8602

문화관광해설사 상시 운영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

장소정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550 수내동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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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인문쟁이 이재형
2018, 2019 [인문쟁이 4,5기]


이재형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17년째 살고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생활을 했고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낸 후 요즘은 아내와 어디론가 여행 떠나기를 좋아한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처럼. 은퇴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발히 하며 ‘갑분싸’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 2모작을 인문쟁이와 함께 하면서 여행과 인문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 세계에서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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