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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하늘과 바람과 숲, 그리고 ‘책’

[충북 단양] 도담삼봉, 새한서점

2018.06.28

새해를 맞아 마련했던 ‘다이어리’를 펼쳤다. 첫 장만 화려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제법 빽빽하게 적은 페이지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 하나 끈기 있게 해본 적이 없던 내게, 꽤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하루, 한 주, 그리고 한 달…. 시간에 의해 망각되던 기억들은 어느새, 또 다른 ‘추억’이 덧입혀 아로새겨 있었다. 


흐릿해지는 기억을 더듬어, 첫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이라고 적어놓은 페이지 속에서 ‘새한서점’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인문쟁이’ 활동을 하면서 ‘동네서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작은 동네서점의 매력은 ‘새한서점’을 가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숲속 작은 집, 아니 숲속 단 하나뿐인 책방, 새한서점으로 떠났다. 


남한강과 소백산이 어우러진 곳, 충북 단양 ‘도담삼봉’


충북 단양은 내게 잊지 못할 곳으로 기억된다. 단양이 고향인 선배들과의 추억 덕분이다. 코끝 시린 겨울, 우리는 발길 향하는 대로 단양을 누볐다. 단양의 청명한 하늘과 반짝이는 별, 자신의 추억을 공유하는 선배의 들뜬 목소리와 설렘 가득한 눈빛까지. 수년이 흐른 지금에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다시 또 놀러 오겠다”던 그때의 약속은, 시간이 꽤 흐른 ‘오늘’에서야 지킬 수 있게 됐다.


섬이 있는 물이라는 뜻의 ‘도담’과 남한강 가운데 세 개의 봉우리를 뜻하는 ‘삼 봉’의 의미를 지닌 ‘도담삼봉(嶋潭三峰)’

 ▲ 사진1. 섬이 있는 물이라는 뜻의 ‘도담’과 남한강 가운데 세 개의 봉우리를 뜻하는 ‘삼 봉’의 의미를 지닌 ‘도담삼봉(嶋潭三峰)’


남한강과 소백산이 어우러져 있는 단양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이목을 사로잡지만, 단양팔경 중 하나인 ‘도담삼봉(嶋潭三峰)’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鄭道傳)’이 자신의 ‘호’로 삼을 정도로, 사랑했던 곳이라고 한다. 하늘과 바람과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이 선사한 절경에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이 느껴진다. 


 ‘석문’은 ‘단양팔경’ 중 하나며,  자연이 만들어낸 구름다리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이다.

▲ 사진2. ‘석문’은 ‘단양팔경’ 중 하나며, 자연이 만들어낸 구름다리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이다. 


 도담삼봉에서 조금 걷다 보면, ‘석문(石門)’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무지개가 놓여있는 듯한 형상을 한 돌기둥. 석문은 아주 오래전 석회동굴이 무너진 후, 동굴 천장의 일부가 남아 지금의 구름다리 모양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규모가 동양에서 제일 크다고 알려져 눈길을 끈다. 석문의 겉모양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구름다리나 무지개가 연상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석문을 통해 바라보는 남한강과 마을의 모습 또한 일품이다. 마치 액자에 담긴 수채화 그림을 보는 듯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단양의 명소인 도담삼봉을 찾은 관광객들

▲ 사진3. 단양의 명소인 도담삼봉을 찾은 관광객들


하늘과 바람과 숲, 그리고 책이 맞닿은 곳 - 충북 단양 ‘새한서점’ 


단양팔경이 선사한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구불구불한 산길로 향한다. 걷고 또 걷기를 수차례.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왜 내가 이곳에 왔을까?’라는 후회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무렵, 초록빛 숲으로 둘러싸인 신비한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새한서점이다.


새한서점까지 이어지는 숲길

 ▲ 사진4. 새한서점까지 이어지는 숲길


새한서점은 1979년에 문을 열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숲속 책방이다. 보유 서적이 12만여 권에 이르고, 영화 <청춘만화>, <불후의 명작>, <내부자들>의 촬영지로 소개될 정도로 단양의 명소로 손꼽힌다. 2002년까지 서울에서 있던 새한서점은 서울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1999년 폐교가 된 적성초등학교로 옮겨왔고 현재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에 소재한 새한서점

▲ 사진5. 충북 단양군 적성면에 소재한 새한서점


수만 여권에 이르는 책들을 바라보니, ‘정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숲과 책방과 도서관이 한껏 혼재된, 이 생경한 아름다움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문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주인공 안상구(이병헌 분)가 왜 놀라운 표정으로 이곳을 둘러봤는지 이해가 간다.


새한서점의 내부

▲ 사진6. 새한서점의 내부


손으로 써 내려간 안내판과 공사를 하지 않아 울퉁불퉁한 흙길을 따라 걸어봤다. 기둥을 대신하고, 낙엽이 손님을 먼저 반긴다. 쿰쿰한 책방의 냄새도 정겹다. 시골집을 온 것 같은, 마음의 안정과 따뜻함을 새한서점에서는 느낄 수 있다. 새한서점의 책들이 오랜 시간 동안 상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숲속의 바람과 흙의 호흡이 책을 숨 쉬게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한서점의 흙길

▲ 사진7. 새한서점의 흙길


“뽀얗게 몇 겹이나 쌓인 묵은 먼지들을 겁내지 않을 수 있다면, 보물 같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곳”

 - 새한서점 방명록 중 - 

세월의 흔적으로 낡고 빛이 바랜, 누군가에게 쓸모없어진 책들이 이곳에선 쓸모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흩어져가는 시간을 소중히 간직한 서점 주인의 노력 덕분이다. 흰 눈처럼 쌓인 먼지를 조금 털어내면, 누군가의 청춘이 머문 전공 책이, 열정이 담긴 논문과 사랑이 샘솟는 책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년 동안 함께 있어 주어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라고 쓰인 메모도 책을 따라 주인을 떠났다. 대신, 새한서점에서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너무 빨리 버려지고 잊혀져 몰랐던 ‘존재’에 대한 기억을 이곳에서 몸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새한서점방명록

새한서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메모들

▲ 사진8 새한서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메모들. 


조금은 불편하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에 혹자는 실망할지도 모른다. 인위적이고 틀에 맞춘 오늘날의 서점에 길들어 우리에게, 이곳의 모습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에서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듯,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던 헌 책들이 새한서점에서 특별한 존재로 태어났다. 그리고 버려진 책들에서 가치를 찾는 서점 주인의 열정은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책의 가치란 무엇인지’,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돌이켜볼 수 있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곳은 여타 서점과 달리, 특별하고 소중하다.


빼곡한 서가의 모습

▲ 사진9. 빼곡한 서가의 모습


“인생샷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인생 책을 골라서 가시기를!” 라고 적힌 책방 주인의 메모에 발길이 멈춰진다. 혹시 나도 ‘인생샷’만 남기고 떠났는지 작은 반성을 해 보게 된다. 녹음이 짙은 어느 여름날, 새소리와 시원한 바람과 꽃향기가 어우러진 이곳에서 ‘인생 최고의 책’을 찾는 감동을 얻길 바란다. 인생샷보다는 또 다른 추억과 감동으로, 가슴 속에 남을 테니 말이다.


책 고르는 여자

▲ 사진10. 새한서점에서 ‘인생 책’을 찾길 바라며.사진=한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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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새한서점 >

 주소 :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56 

전화 : 010-9019-8443 

영업시간 : 평일 09:00~19:00 (연중무휴) 

홈페이지 : http://shbook.co.kr/mall/

장소정보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현곡본길 46-106 새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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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초아
인문쟁이 한초아
[인문쟁이 3기]


20여년을 대전에서 살았지만, 그럼에도 ‘대전’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청춘(靑春) ‘한초아’이다.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진 산책, 꽃과 시와 별,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행간의 여유를 즐긴다. 신문이나 책 속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자칭 ‘문장수집가’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뜨거운 ‘YOLO'의 삶을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문쟁이’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성실히 기록할 생각이다. 윤동주 시인의 손을 잡고, 가장 빛나는 별을 헤아리고 싶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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