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책의 힘은 '읽은 후'에 있다 :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책의 힘은 '읽은 후'에 있다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인문쟁이 박은희

2016-10-20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이 말은 마치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듯한데, 그렇다면 실제로도 사람들은 가을에 더 많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이 매년 독서율은 떨어지고, 이 조사를 시작한 1994년에 비하면 거의 20% 가까이 하락했다. 요즘은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게다가 하루의 업무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일상이 버거운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책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스터

▲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스터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홈페이지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생각이 깊어지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필자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생각이 깊어진 걸 느낀 사람만 알 수 있는 동기 부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책 읽는 것 자체로 생각이 깊어 진다’는 것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졌다고도 할 수도 없다. 어떤 문장 또는 글을 읽다 머리를 치고 가슴을 울리는 한 마디를 만났을 때,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내 인생의 변화가 찾아 왔을 때 ‘생각이 깊어 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일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독서량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또는 책을 읽고 어떻게 내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게 어울릴 듯하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읽는 습관 자체를 스스로 성공의 요인으로 꼽는다면, 독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런 동기 부여조차 책에 흥미도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한순간이다. 마치 충동구매와 같은 현상이다. 결국 ‘나는 책을 읽어서 성공했으니, 너도 성공하려면 책을 읽어라’라는 또 다른 강요가 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읽었다는 책을 무작정 손에 집는 것이 ‘책을 읽어서 좋다’라는 감정을 갖기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있다. 따라서 책 읽기는 수량의 수치화가 아닌 좀 더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개인적인 작업이 되어야 한다.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행사

▲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행사 ⓒ박은희


책을 즐기는 방법

 

무언가에 흥미를 가지려면 ‘좋다, 재밌다’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먼저 앞서야 한다. 책 읽기도 그렇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독서에 빠진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강릉에서 활동 중인 독서 모임 중 한 모임을 찾아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

책을 통해 더 나은 나를 찾다

-2030 강릉 독서모임 참가자 김선영, 김시은


2030 강릉독서모임 (좌 김선영, 우 김시은)


Q. 독서모임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무언가요?

김선영 : 대학 때 나를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책을 좋아하거나 책을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생산적이고 발전이 있는 활동은 책을 통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시작되어 모임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시선도 있을 수 있구나, 저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내 안에 있는 틀이 하나하나 깨졌어요. 내가 좀 더 발전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김시은 : 저는 원래 필요에 의해 읽거나 꽂히는 책만 읽는 사람이었어요. 미대는 과제가 많고 혼자 생각할 일이 많고, 작업할 때는 그거 하나만 신경 쓰기도 힘들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본 모임 포스터에 끌려 전화를 해 보았어요. 처음에는 독서 모임이 너무 철학적이거나 어려우면 힘들 것 같아 고민했는데, 여기는 자율적 참여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 참여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해보니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걸 보는 걸 경험했어요. 모임에 나온 누군가는 마음의 고민을 책과 함께 가져 나와 지혜를 얻기도 하고, 책에서 던지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함께 나누는 것도 좋았거든요. 인터넷이나 블로그에서 다른 사람의 후기나 이야기를 읽어 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실제로 사람과 만나서 나누면서 훨씬 더 와 닿고 스스로 생각의 전환점을 가질 수 있더라고요.


Q. 독서모임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선영 : 다양한 직종의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소방관 하시는 분, 재수, 삼수하시는 분, 직업 군인,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직종을 가진 사람들도 ‘나랑 똑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약간 편견이 있었어요. ‘저런 사람은 더 멋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은 다 비슷하다는 걸 느꼈어요. 나도 좀 더 생각을 깨고 도전하고 살면 나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게 됐어요.


김시은 : 지금은 자기 PR 시대잖아요. 순간적인 질문에도 잘 대답해야 하고. 저는 여기서 그걸 배운 것 같아요.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서 날카롭다고 해야 하나? 표현력도 부족했거든요. 다 자기 프라이드라고 생각해서 누군가 거기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여기 모임에 나와서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게 되면서 많이 배우게 됐어요. 남들 앞에서도 더 이상 부끄럽지 않고, 말실수를 해도 대처 능력이 생겼고요. 책을 읽은 만큼, 질문이 와도 나를 표현하는 게 점점 편해지더라고요.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Q. 책은 왜 읽어야 할까요?

김선영 : 어려운 질문 같아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난 늘 가는 길이니 그냥 건너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횡단보도가 얼룩말 줄무늬같이 생겼지?’란 말을 하는 거예요. 그 뒤로 횡단보도를 볼 때마다 의식을 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생각 없이 살 수 있는 삶들도 생각하며 살 게 되고, 의미가 되고, 내가 있는 모든 순간들에 깨어서 지낸다고 해야 하나? 그런 문제들을 탁탁 하나씩 던져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읽기 전의 저보다 세상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다양한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김시은 :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자기계발서예요. 지식을 읽는 것은 즐거웠지만 실행의 문제가 있더라고요. 또 영화를 킬링 타임으로 보는 것처럼, 흥미 위주의 킬링 타임으로 본 책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고요. 오히려 곱씹어 보고 천천히 생각하며 읽었던 책은 선명히 남아요. 『어린왕자』가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와 지금 읽을 때 느끼는 점은 확연하게 다른 거 같아요. 그런 마음들이 글씨지만 느껴진 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곱씹으면서 생각하게 하는 힘을 주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김시은 : 지금은 책을 읽고 이야기로 끝났지만 앞으로는 행동으로 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싶어요. 다양한 매체로 접목시켜 보고 싶기는 한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책에서 파생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요. 읽고, 말하고, 쓰고, 행동하는 것까지 해보고 싶어요. 이적의 ‘질문 사냥꾼’을 보면 ‘우산들의 도시’라는 챕터가 있어요. 그게 너무 신선했어요. 그 다음부터 작은 습관이 생겼는데 왠지 우산을 소중하게 다루게 되고, 잘 말려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김선영 : ‘다짐’이라고 하면 왠지 이루어야 할 것 같아서 쉽지 않네요. 음, 모임을 하면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아직은 나의 시선이 한정적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폭넓은 독서를 하고 싶어요. 다방면에서 다양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어요. ‘갈매기의 꿈’의 조나단처럼 나 스스로 한계 지었던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내 속에 있는 본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책의 힘을 믿다

 

누군가에게 책은 질문이고 누군가에게는 대답이다.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순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인터뷰가 내게는 그런 시간이었다. 책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생각을 나누게 되고 함께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음을 염려하거나 수량의 부족을 탓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그 일은 스스로가 오롯이 발견하고 찾아내야 할 몫이라는 점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이 결국 스스로 성장시키는 힘을 만드는 마음의 심지가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고, 글자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나를 찾는 일이다. 요즘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 쉽게 흥미를 유발하는 쏟아지는 콘텐츠들에게 우리는 시간을 빼앗긴다. 물론 복잡한 시대와 어려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생각할 시간까지 빼앗기고 있지는 않는지, 시시때때로 순간의 생각이나 찰나의 감정을 소셜을 통해 쏟아내고 있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 좀 더 깊어지는 생각이 필요하다면 내게 맞는 책 한 권 찾아보자. 책의 힘은 ‘읽은 후’에 비로소 발휘되니까.



----------------------------

[행사소개 자세히보기]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장소 정보

  • 독서대전
  • 공감
  • 긍정적감정
  • 독서모임
  • 독서모임장점
  • 책읽는이유
박은희
인문쟁이 박은희

[인문쟁이 2기]


박은희는 바다를 좋아해 강릉에 터를 잡았고 전형적인 집순이다.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이라는 필명으로 SNS 활동한다. 글쓰기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여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인문쟁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들이 바깥으로 나와 기호로 변하고 다시 누군가의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아 지원하게 되었다. 사람의 고리들이 연결되고 순환되길 바란다. 인스타@loveseaclementine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책의 힘은 '읽은 후'에 있다 :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 '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