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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인문 문화 이야기

독립출판서점 ‘더폴락’

문학은 오락이죠!

2015.12.01

 

 

더 폴락 외부전경

▲ 더 폴락 외부전경


2000년대 중반부터 1인 출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개인 작업물이 책으로 출간되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최근 1~2년 사이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도 점차 늘어나 지금은 60여 곳에 이르게 되었다. 그야말로 개인출판·소규모출판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같은 시장을 배경으로 확고한 철학과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지는 소규모 출판사의 약진도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겠다.
10월 9일, 10일 양일간 대구의 독립출판서점 ‘더폴락’ 에서 “아마도 생산적 활동” 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출판 북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3년차에 접어든 더폴락이 소소하지만 자신의 작업을 이어온 이들과 함께한 작은 페스티벌이었다. 독립출판 신(scene)의 저자를 비롯 책방지기, 출판워크숍 수강생 등 다양한 이들의 작업방식과 철학을 들어 볼 수 있는 자리로, 절판 독립서적 전시를 비롯, 개인이 직접 인쇄할 수 있는 레터프레스 인쇄 체험이 상시 진행되었다.


“아마도 생산적 활동” 독립출판 북페스티벌

▲ “아마도 생산적 활동” 독립출판 북페스티벌


“아마도 생산적 활동” 첫날인 10월 9일 저녁에는 에드거 앨런 포우, 샤를 보들레르, 윤동주, 정지용 등 고전 작가의 시집을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이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한 문학전문 출판사 아티초크의 박헬렌 대표가 ‘기획출판의 모든 것’ 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든 사람이 반대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출판을 시작하기 전 시장조사 겸, 업계의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박헬렌 대표는 시작도 하기 전에 모두의 반대를 마주했다고 한다. ‘출판시장이 불황’이라거나 ‘한국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등의 말은 차치하더라도, 아티초크가 다루고자 했던 해외문학이나 한국문학은 국내에서는 늘 대형출판사가 제작을 해왔기 때문에 소규모 출판사의 시장 진입은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우려를 뒤로하고, 2014년 2월에 처음 문을 연 출판사 아티초크는 에드거 앨런 포우 시선 <꿈속의 꿈>을 3000부를 인쇄해 12월에 완판하며,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발간한 대부분이 중쇄에 들어간 쾌거를 이뤘다.


포우 시선 <꿈속의 꿈> 

▲ 포우 시선 <꿈속의 꿈>


강연자 아티초크 박헬렌 대표 사진

▲ 강연자 아티초크 박헬렌 대표


“한국의 문학책들은 권위적이었어요. 아버지의 영향으로 해외 페이퍼백을 많이 읽었는데 무게도 가볍지만 내용자체가 재밌었죠. 유명 교수, 평론가의 비평, 책의 물리적 성질까지 무겁잖아요. 문학을 즐기는데 있어서 그것이 지혜로운가 하는 의문이 있었죠.” 그녀는 테이크아웃 커피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벼운 책, 그리고 옷처럼 표지를 고를 수 있는 책을 만들었다. 세 가지 사이즈로 발간된 것도 독특했지만, 각 도서별 표지를 3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독자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소개받았던 제작자들이 안 될 거라며 손을 놓았고, 결국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의 지지와 도움을 받으며 함께 다시 시작했다. 아티초크의 ‘뉴욕지점’은 결국 처음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과 함께 했던 본거지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문학책을 만들고자 했던 노력은 시집 사이사이 절묘한 삽화들에서 정점을 찍는다.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서는 카를로스 슈바베, 외젠 들라크루아 등 강렬하고 감각적인 삽화가 시와 절묘하게 배치되어있다. 표지는 카를로스 슈바베의 ‘파괴’, 구스타프 클림트의 ‘금붕어’, 로비스 코린트의 ‘순수’ 세가지 중 고를 수 있다. 그 밖에도 포우의 <꿈속의 꿈>에서는 포우의 사진과 영화 ‘존말코비치되기’ 포스터를 결합해 만든 삽화가 들어가 있고, 영화 ‘인셉션’의 장면도 실려있다.


강연자 아티초크 박헬렌 대표의 강의

▲ 강연 전경


“영상 세대인 만큼 삽화라든지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제 예전 직업이 큐레이터였어요. 그래서 머릿속에 소스들이 있었죠. 또, 영화를 좋아하는 팀장의 감각이 더해졌죠. 늘 이미지를 리서치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요.” 더폴락을 찾은 한 독자는 세가지 표지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 세권을 모두 사가기도 했단다. 하지만 대문호의 작품을 페이퍼백으로 커피처럼 판다고, 고객센터로 걸려온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독립출판은 누가 뭐라해도 내 길을 간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태풍 속에 휩싸이기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무모할때는 무모하고, 귀를 닫을 때는 닫아야 하는 것 같아요. 기존 출판 관행대로 갈 필요는 없어요” 라며, 박대표는 독립출판을 하고자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그는 “문학도 좋아하고, 그래픽노블도 좋아하고 시도 좋아하는데 제 기준은 재미없으면 안 읽어요. DC코믹스에서 나온 그래픽노블은 다 읽어요. 굉장히 재밌잖아요. 제가 문학책을 출간하는데 도움이 많이 돼요. 탄탄한 스토리와 화면전환이나 이미지가 워낙 좋아서 영감을 받기엔 안성맞춤이죠” 라며 그야말로 책을 즐기는 사람으로 대답을 건넸다.


더폴락 근처에 있는 오래된 만화방 ‘엄지 만화방’은 언제가도 좌석이 만원이다. 고등학생부터 5,60대 어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만화도 소설도 가득한 이 곳에서 편하고 큰 의자에 기대 앉아, 책을 한가득 쌓아놓고 탐독에 빠진다. ‘출판시장이 불황’이라거나 ‘한국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 어째서 뻔해졌을까, 어쩌면 쉽게 즐길 수 있는 독서의 대상이 아니라 줄치고 외워야했던 시험공부, 혹은 억지로 읽어야 할 교양으로 여기거나, 어려운 말들로 덧씌워진 권위 때문에 즐기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독립출판은 그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있다. 개인들이 발행한 다양한 출판물들에는 훨씬 더 많은 ‘재미와 오락’ 이 깃들어 있다. 개인출판에는 중철제본이 많아 가볍고 잡지 보듯 가볍게 볼 수 있는 형태적 특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다채로운 소재와 내용도 책을 만나는 즐거움을 증폭시키고, 책을 만든 제작자를 궁금하게 한다. 위트와 유머로 무장한 현영석씨의 ‘록셔리’ 는 다음 호를 간절히 기다리는 팬들이 있고, 김은비씨의 시집 ‘꽃같거나 좆같거나’는 제목부터 기존의 출판관행을 거스른다. 엄마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를 엮어 낸 책, 또 어린시절 오빠의 일기를 모은 책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이 반영된 이야기들이다. 이들 독립출판이 다루는 주제는 마음을 먹고 펴야 하는 두꺼운 책속의 사상이 아니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로써의 인문학이다. 스타벅스 커피 같은 느낌을 주는, ‘생활 속 풍경’ 으로 인문학을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독립출판물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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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더폴락(The pollack)


* 더 폴락 THE POLLACK

대구광역시 중구 북성로1가 16

운영시간 12:30~20:00(수요일 휴무)

☎ 010-2977-6533

http://blog.naver.com/thepollack


장소정보
대구광역시 중구 북성로 103-2 더 폴락
대구 더폴락 독립출판서점 아마도 생산적 활동 아티초크 생활속풍경
김인혜
인문쟁이 김인혜
[인문쟁이 1기]


김인혜는 대구에서 유독 공기가 좋은 화원에 살고 있다. 북성로에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을 운영하고 있다. 한 사람의 내력, 개인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요즘은 러브 크래프트를 만나보고 싶다. ‘더폴락’ 의 활동도 소개하고, 소규모 출판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lagrima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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