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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x 정림건축문화재단 공동기획 <한국 현대건축의 단면들>

자연을 닮은 건축, 밖을 담은 안-바우지움

인문쟁이 양은혜

2015-11-29

 

한국 현대건축의 단면들 x 공간열기

 

  고층 빌딩이 빽빽한 광화문일대를 지나 삼청동길목으로 들어서면 왼편에는 경복궁 돌담길이, 오른편엔 현대 갤러리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전통과 현대라는 양편으로 대조되는 거리를 걷다보면 어느새 길이 넓은 평지를 끼고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가로수 위로 보이는 하늘의 넓이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넓은 부지에 갤러리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현대 건축물과 종친부(宗親府)가 주변 경관의 축소판을 이루는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 현대건축물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2013년 개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정림건축문화재단과의 공동기획으로 올해 4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건축포럼 <한국 현대건축의 단면들>을 진행해 왔다. 이 포럼은 한국 현대건축을 중심으로 건축 이론가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주제어를 통해 건축가의 작업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건축토크 프로그램이다. 2014정림건축문화재단기획의 <프로젝트원>을 심화한 본 프로그램의 결과물은 출판과 전시, 아카이빙 등의 다양한 형태로 뻗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4월부터 10월까지 총 9명의 건축이론가와 건축가가 이 포럼에 참여했으며 참여자와 주제는 다음과 같다. 4월 29일에는 ‘텍토닉의 확장’을 주제로 김찬중과 배형민의 <한남동 프로젝트>를, 5월 20일에는 ‘끌리쉐?’를 주제로 문훈과 김일현이 <투문정선>을, 6월 10일에는 ‘눈과 몸’을 주제로 와이즈건축과 박정현의 <어둠속의 대화 북촌>을, 7월 8일에는 ‘경험VS. 실험’을 주제로 유걸과 정만영이 <벧엘교회>를 이야기했다. 7월 29일에는 ‘기억과 풍경’을 주제로 최욱과 정인하가 <축대가 있는 집>을, 8월 26일에는 ‘검은 투명’을 주제로 조민석과 박길룡이 <티스톤>을, 10월 14일에는 ‘비어 있는 기념비’를 주제로 조성룡과 최원준의 <이응노의 집>을, 10월 28일에는 ‘공간열기’를 주제로 김인철과 김미상의 <바우지움>을 다루었으며 올해 남은 일정으로는 11월 25일 ‘체계’를 주제로 김승회와 우동선의 <후암동프로젝트(소율, nook)>이다.


  본 글에서는 김인철 건축가의 <바우지움>을 김미상 건축이론가와 함께 ‘공간열기’를 주제로 한 포럼을 다루고자 한다. 1부는 김미상 건축이론가가 해석한 바우지움 강연으로 2부는 김인철 건축가가 자신의 바우지움에 대한 소개 그리고 3부는 토론으로 이어졌다.

건축가 김인철은 『김인철 건축작품집』(1989), 『솔스티스』(1990), 『감옥길기념관』(1999), 『대화』(2002) 그리고 『공간열기』(2011)의 저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포럼의 주제인 <공간열기>가 2011년에 출간한 책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공간열기’는 그가 건축 설계를 하면서 시작된 개념으로 건축은 자연으로부터 반(反)하는 것이고 열림보다는 닫힘의 성향을 가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빈공간이 아닌 장소를 만들어 사람이 그 안에서 밖(자연)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건축은 자연으로부터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내가 안전하게 합일되는 것이다.- 건축가 김인철


없음 space x 바우지움Bauzium

 

  건축가 김인철이 설계한 <바우지움>은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김명숙 조각가의 개인 조각 미술관으로 올해 6월에 개관되었다. 세 채의 50평 건물로 1500평 부지를 채워야 하는 것이 건축가에게는 가장 큰 미션이었을 것이다. 그는 10%로 90%~100%를 어떻게 포함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던 중 ‘소쇄원’을 떠올렸다. 건축물의 성향은 닫는 것이 아닌 열어야만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담으로 건축과 자연이 하나가 되도록 한 것이 그의 아이디어였다. (소쇄원은 한국민간 정원의 원형을 담은 곳으로 1981년 국가 사적 304호로 지정되었다. 1400평의 공간 안에 조성된 건축물은 자연과 건축물(인공)의 조화와 더불어 그 안에 조선시대 선비들의 심상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아시아, 한국의 건축이 서양의 건축과 구분되는 점 중에 하나가 서양 건축이 주체 중심인 일인칭 시점인 반면에 한국 건축은 다중시점이라는 것인데, 이는 7월 정인하 건축 이론가가 서양의 건축이 주체중심이라면 한국의 건축은 술어적이라고 해석했던 내용과 맞물려 전해졌다.


담은 공간을 만든다

 

   김인철은 공간을 ‘solid’와 ‘void’ 로 구분하여 반전시켜 보았는데, 이때에 건축물을 이루는 두 성향이 단순 반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영역이 소실되고 혼돈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는 건축이 외부와 관계를 맺는데 ‘어떻게’ 맺고 있는지를 배제시킨다면 건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담’ 으로 자연과 건축물의 합일을 추구, ‘담’ 밖의 영역과 안의 영역 간에 소통을 생각하면, 건축물 중심의 사고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건축물의 공간을 외부로 열어 둠으로써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없음 space’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건축가 승효상이 정의하는 ‘비움의 건축’과는 차이를 지닌다. 건축가들이 물질적인 인공 건축물에 상반되는 void와 없음, 자연, 바람 등을 사료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볼 수 있겠다.


  ‘solid, 고정됨, 물리적 공간’이라는 키워드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그로 인한 감각영역의 무한함이 외부의 void와 연결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인지 바우지움에는 노출 콘크리트의 담과 유리벽 그리고 담 밖의 풍경과 그 안의 공간이 조우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담은 여러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궁 담길을 보면 내부와 외부를 잇는 것은 정갈한 직선의 기와 위로 올라온 나뭇가지이기도 하며 연인이 담길을 함께 걸으면 이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주택가의 담장은 외부를 차단하는 것임과 동시에 기다림의 장소가 되기도 하다. 이는 우리의 생활에서, 문학을 비롯한 예술작품에 반영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포럼에서는 바우지움의 모습을 드롬촬영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건축 공간의 각 방향마다 풍경이 달라졌으며 다른 이야기가 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 건축가가 담을 통해 외부와 내부의 소통을 고민했던 흔적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김미상 건축평론가는 플라톤의 chora와 아리스토텔레스의 topos의 두 개념 중 김인철의 바우지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건축에 가깝다고 해석하였는데 각 장소마다 놓인 오브제들이 그 장소의 정체성을 부여해 준다는 점에서 그러하였다.


자연을 닮은 건축, 밖을 담은 안- 일상 공간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였던 한국 건축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내부와 외부의 끊임없는 대화를 추구하였다. 한국의 정자가 건축물의 내부에서 자연을 담고, 자연은 건축물을 품듯이 김인철은 담을 통해 내부와 외부의 대화를 시도하였다.


  자연을 사유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공간과 달리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떠오른다. 마주하는 건물로 인해 커텐과 인테리어로 외부를 차단한 우리의 일상 공간. 우리의 공간은 무엇을 닮았으며 우리는 무엇을 담고 살아갈까. 김인철이 ‘담’ 을 통해 대화를 시도했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는 어떠한 건축 공간과 대화를 시도할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참고 : 한국 현대건축의 단면들 http://junglimfoundation.org/archives/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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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288(원암온천3길 37)


*관련링크

http://blog.naver.com/bauzium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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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혜
인문쟁이 양은혜

[인문쟁이 1기]


양은혜는 경기도 파주에서 살고 컴퓨터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작업한다. 무용 월간지 기자 활동을 하며 무용 대본을 쓰고 있다. 과학과 예술, 인문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글을 쓰길 원하며 이를 무대화 시키는 데에 관심이 있다. 태초의 인간 아담을 만나보고 싶다.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인문학 흐름에 직접 참여하고자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글을 만나고 쓸 수 있길 바란다.
snowtanz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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