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기자단이라는 과분한 지위를 얻고 나서 가장 기뻤던 점은 사람들을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이를 나의 언어로 정제해 세상에 전하는 일.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대지 않는가.
그리고 몇 번의 인터뷰를 경험하고 느낀 바, 인터뷰는 과연 심장이 두근대는 일이 맞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심장이 떨리는 일이었다. 인터뷰 대상을 정하고, 그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질문을 준비하고, 대화를 나누고, 또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매달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겠다던 패기가 사그라든 것도 그때쯤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한 달에 한 번도 힘든 인터뷰를 매일 진행하는 이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인터뷰란 무엇인지.
▲ '휴먼스 오브 경희'의 인스타그램 계정 ⓒHumans of KHU
‘Humans of KyungHee University’(이하 '휴먼스 오브 경희')는 경희대 캠퍼스 내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 프로젝트다. 시초는 뉴욕의 사진작가 브랜던 스탠턴이 그의 개인 페이스 북으로 시작한 ‘Humans of NewYork’(휴먼스 오브 뉴욕)이었다. 2014년, 이에 영향을 받은 ‘Humans of Seoul’(휴먼스 오브 서울)이 시작되었고, 이후 여러 국내 대학이 관련 작업의 영향을 받았다. '휴먼스 오브 경희'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조정윤 씨와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 그리고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휴먼스 오브 경희’의 디렉터, 조정윤 씨 ⓒ김정은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휴먼스 오브 경희’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는 조정윤이라고 합니다. 디렉터라고 하지만 별다를 것은 없어요. 그냥 소속된 인터뷰어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휴먼스 오브 경희’ SNS 계정을 보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터뷰가 업로드 되던데요. 몇 명이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건가요?
서울 캠퍼스에는 포토그래퍼 한 명, 인터뷰어 한 명으로 구성된 팀이 일곱 개가 있어요. 각각 한 팀당 일주일에 한 편의 인터뷰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이 어려운 일을 기꺼이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뭘까요?
사람에 대한 믿음? ‘그래도 세상엔 선한 사람들이 많다’는 제 믿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게 컸어요. 그러려면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아무나 잡고 말을 걸긴 힘드니까(웃음). '휴먼스 오브 경희'는 제게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거죠.
▲ '휴먼스 오브 경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Humans of KHU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는 게 두렵지는 않나요?
왜 안 두렵겠어요(웃음). 매번 해도 적응이 안 되고 항상 떨려요. 인터뷰 대상에게 다가갈 때는 늘 긴장돼요. 인터뷰어와 포토그래퍼가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데, 서로 ‘먼저 가라’고 투닥거리기도 해요. 거절도 많이 당하죠.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인터뷰를 못할 때도 있고요. 그럼에도 계속 시도할 용기를 얻는 건,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반전’ 때문인 것 같아요.
‘반전’이요?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계단에 앉아 계신 거예요. 사실 그러면 말을 걸기가 더 조심스러워지잖아요. 용기를 내서 지금 듣고 계신 노래가 무엇인지 여쭤봤는데, 아무 노래도 듣고 있지 않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을 걸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이잖아요. 그런 게 정말 재밌어요.
▲ 평소 인터뷰를 자주 진행한다는 본관 계단에서 ⓒ김정은
인터뷰 게시물을 살펴보니 인상 깊은 질문이 많았어요.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행복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 어떤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하냐 등. 이런 질문들은 미리 정해놓는 건가요?
네. 저희가 동아리지만 오프라인 회의가 잦지 않아요. 이 주에 한 번 정도 모이거든요. 회의 때는 각자 생각해 온 질문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사실 그게 다죠. 인터뷰에 관한 피드백은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충분하니까, 만나서는 저희끼리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하면서 대화를 나눠요. 질문은 인터뷰에서 정말 큰 요소잖아요. 질문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결국 물어보는 것은 같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니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요?’를 ‘지금부터 한 달의 시간밖에 없다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으세요?’로 바꿔 물어보는 거죠.
확실히 와 닿는 느낌이 다르네요. 그렇다면 질문 이외에 또 인터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음. 중요한 요소라......
예를 들면 저는 정적을 못 참는 편이거든요. 인터뷰를 하다가 정적이 생기면 침묵을 메우려 ‘아무 말’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은 이게 인터뷰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아, 진짜 공감 돼요. 저도 그런 편이었어요. 인터뷰이 분이 답을 빨리 못하시면 제가 조급해서 더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인터뷰 스킬에 관한 책을 봤는데, 이게 인터뷰어로서 좋지 않은 태도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엔 질문을 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리려고 노력해요. 어떻게 보면, 기다릴 수 있다는 건 이 사람을 믿는다는 거잖아요. 믿음, 기다림. 둘 다 인터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같아요.
정윤 씨는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에, 또 그 ‘믿음’을 통해 인터뷰를 하시는 거네요.
그러네요.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이 기반인 것 같아요. 제가 인복도 많고(웃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요. 물론 이 곳의 인터뷰어 분들이 모두 사람을 좋아해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인 분도 계셔요.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확실히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새삼 인터뷰의 힘을 많이 느껴요.
'휴먼스 오브 경희'의 게시물을 보다가 마음에 들어왔던 문장 하나가 있었어요. 인터뷰어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바쁜 지하철에서 스쳤으면 배경으로 남았을 이들을 사람으로 기억하게 되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고.
정말이에요. 평소에 캠퍼스를 걷다 보면, 인터뷰를 했던 분들을 참 많이 만나요.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얼마나 여러 번 스쳐 지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땐 정말 의식하지도 못한 배경에 불과했을 텐데 대화를 나누고 나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소름 돋을 만큼 신기할 때가 있어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진부할 수도 있지만, 정윤씨에게 ‘인터뷰’란 무엇일까요? 한 단어로 정의 내린다면요.
이거 여쭤볼 줄 알고 준비해왔어요! 저에게 인터뷰란 ‘여행’이에요. 혼자 여행을 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에겐 모든 게 새로운 이 공간이 누군가에겐 일상의 배경이겠구나, 하는. 뒤집어보면 나에게 익숙하고 그래서 지겨운 일상도 다르게 보면 여행처럼 새롭고 즐거울 수 있는 거잖아요. 스쳐 지나가며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배경’이 한 명의 ‘사람’으로 기억되는 과정도 비슷한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러니까 관심이 가고, 공부하고 싶어지는.
▲ "인터뷰는 여행이다." ⓒ김정은
사람을 믿고 사랑하기에,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한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직은 어렵고 두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낼 이유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사람을 ‘사람’으로 기억하게 하는, 인터뷰란 이토록 경이로운 일이다.
아는 것이 꽤 있고 모르는 것은 정말 많은, 가끔 어른스럽고 대개 철이 없는 스물넷. 말이 좀 많고 생각은 더 많다. 이유없이 들뜨고 가슴이 설렐 때, 조급함과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할 때 모두 글을 쓴다. 때때로 물안개같이 느껴지는 삶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사람답다는 것.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람다워지고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길 소망한다.
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스쳐 지났던 배경이 사람이 될 때'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스쳐 지났던 배경이 사람이 될 때
Humans of KyungHee University
인문쟁이 김정은
2019-11-07
시민 기자단이라는 과분한 지위를 얻고 나서 가장 기뻤던 점은 사람들을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이를 나의 언어로 정제해 세상에 전하는 일.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대지 않는가.
그리고 몇 번의 인터뷰를 경험하고 느낀 바, 인터뷰는 과연 심장이 두근대는 일이 맞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심장이 떨리는 일이었다. 인터뷰 대상을 정하고, 그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질문을 준비하고, 대화를 나누고, 또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매달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겠다던 패기가 사그라든 것도 그때쯤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한 달에 한 번도 힘든 인터뷰를 매일 진행하는 이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인터뷰란 무엇인지.
▲ '휴먼스 오브 경희'의 인스타그램 계정 ⓒHumans of KHU
‘Humans of KyungHee University’(이하 '휴먼스 오브 경희')는 경희대 캠퍼스 내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 프로젝트다. 시초는 뉴욕의 사진작가 브랜던 스탠턴이 그의 개인 페이스 북으로 시작한 ‘Humans of NewYork’(휴먼스 오브 뉴욕)이었다. 2014년, 이에 영향을 받은 ‘Humans of Seoul’(휴먼스 오브 서울)이 시작되었고, 이후 여러 국내 대학이 관련 작업의 영향을 받았다. '휴먼스 오브 경희'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조정윤 씨와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 그리고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휴먼스 오브 경희’의 디렉터, 조정윤 씨 ⓒ김정은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휴먼스 오브 경희’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는 조정윤이라고 합니다. 디렉터라고 하지만 별다를 것은 없어요. 그냥 소속된 인터뷰어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휴먼스 오브 경희’ SNS 계정을 보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터뷰가 업로드 되던데요. 몇 명이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건가요?
서울 캠퍼스에는 포토그래퍼 한 명, 인터뷰어 한 명으로 구성된 팀이 일곱 개가 있어요. 각각 한 팀당 일주일에 한 편의 인터뷰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이 어려운 일을 기꺼이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뭘까요?
사람에 대한 믿음? ‘그래도 세상엔 선한 사람들이 많다’는 제 믿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게 컸어요. 그러려면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아무나 잡고 말을 걸긴 힘드니까(웃음). '휴먼스 오브 경희'는 제게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거죠.
▲ '휴먼스 오브 경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Humans of KHU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는 게 두렵지는 않나요?
왜 안 두렵겠어요(웃음). 매번 해도 적응이 안 되고 항상 떨려요. 인터뷰 대상에게 다가갈 때는 늘 긴장돼요. 인터뷰어와 포토그래퍼가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데, 서로 ‘먼저 가라’고 투닥거리기도 해요. 거절도 많이 당하죠.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인터뷰를 못할 때도 있고요. 그럼에도 계속 시도할 용기를 얻는 건,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반전’ 때문인 것 같아요.
‘반전’이요?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계단에 앉아 계신 거예요. 사실 그러면 말을 걸기가 더 조심스러워지잖아요. 용기를 내서 지금 듣고 계신 노래가 무엇인지 여쭤봤는데, 아무 노래도 듣고 있지 않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을 걸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이잖아요. 그런 게 정말 재밌어요.
▲ 평소 인터뷰를 자주 진행한다는 본관 계단에서 ⓒ김정은
인터뷰 게시물을 살펴보니 인상 깊은 질문이 많았어요.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행복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 어떤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하냐 등. 이런 질문들은 미리 정해놓는 건가요?
네. 저희가 동아리지만 오프라인 회의가 잦지 않아요. 이 주에 한 번 정도 모이거든요. 회의 때는 각자 생각해 온 질문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사실 그게 다죠. 인터뷰에 관한 피드백은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충분하니까, 만나서는 저희끼리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하면서 대화를 나눠요. 질문은 인터뷰에서 정말 큰 요소잖아요. 질문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결국 물어보는 것은 같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니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요?’를 ‘지금부터 한 달의 시간밖에 없다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으세요?’로 바꿔 물어보는 거죠.
확실히 와 닿는 느낌이 다르네요. 그렇다면 질문 이외에 또 인터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음. 중요한 요소라......
예를 들면 저는 정적을 못 참는 편이거든요. 인터뷰를 하다가 정적이 생기면 침묵을 메우려 ‘아무 말’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은 이게 인터뷰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아, 진짜 공감 돼요. 저도 그런 편이었어요. 인터뷰이 분이 답을 빨리 못하시면 제가 조급해서 더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인터뷰 스킬에 관한 책을 봤는데, 이게 인터뷰어로서 좋지 않은 태도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엔 질문을 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리려고 노력해요. 어떻게 보면, 기다릴 수 있다는 건 이 사람을 믿는다는 거잖아요. 믿음, 기다림. 둘 다 인터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같아요.
정윤 씨는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에, 또 그 ‘믿음’을 통해 인터뷰를 하시는 거네요.
그러네요.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이 기반인 것 같아요. 제가 인복도 많고(웃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요. 물론 이 곳의 인터뷰어 분들이 모두 사람을 좋아해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인 분도 계셔요.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확실히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새삼 인터뷰의 힘을 많이 느껴요.
'휴먼스 오브 경희'의 게시물을 보다가 마음에 들어왔던 문장 하나가 있었어요. 인터뷰어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바쁜 지하철에서 스쳤으면 배경으로 남았을 이들을 사람으로 기억하게 되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고.
정말이에요. 평소에 캠퍼스를 걷다 보면, 인터뷰를 했던 분들을 참 많이 만나요.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얼마나 여러 번 스쳐 지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땐 정말 의식하지도 못한 배경에 불과했을 텐데 대화를 나누고 나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소름 돋을 만큼 신기할 때가 있어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진부할 수도 있지만, 정윤씨에게 ‘인터뷰’란 무엇일까요? 한 단어로 정의 내린다면요.
이거 여쭤볼 줄 알고 준비해왔어요! 저에게 인터뷰란 ‘여행’이에요. 혼자 여행을 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에겐 모든 게 새로운 이 공간이 누군가에겐 일상의 배경이겠구나, 하는. 뒤집어보면 나에게 익숙하고 그래서 지겨운 일상도 다르게 보면 여행처럼 새롭고 즐거울 수 있는 거잖아요. 스쳐 지나가며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배경’이 한 명의 ‘사람’으로 기억되는 과정도 비슷한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러니까 관심이 가고, 공부하고 싶어지는.
▲ "인터뷰는 여행이다." ⓒ김정은
사람을 믿고 사랑하기에,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한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직은 어렵고 두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낼 이유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사람을 ‘사람’으로 기억하게 하는, 인터뷰란 이토록 경이로운 일이다.
○ 공간 정보
주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로 26 경희대학교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humansofkhu/
인스타그램 계정: @humansofkhu
장소 정보
2019 [인문쟁이 5기]
아는 것이 꽤 있고 모르는 것은 정말 많은, 가끔 어른스럽고 대개 철이 없는 스물넷. 말이 좀 많고 생각은 더 많다. 이유없이 들뜨고 가슴이 설렐 때, 조급함과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할 때 모두 글을 쓴다. 때때로 물안개같이 느껴지는 삶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사람답다는 것.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람다워지고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길 소망한다.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스쳐 지났던 배경이 사람이 될 때'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폐쇄된 공장,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열리다
인문쟁이 조온윤
곶자왈 속 신들의 고향
인문쟁이 성기낭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