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서점과 문화공간이 있다. 속초에는 3대를 이어온 동아서점이 있듯이 노원에는 25년째 운영되고 있는 노원문고가 있다. 그리고 그 노원문고에서 만든 문화플랫폼인 ‘더숲’이 지역문화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더숲은 서점, 카페, 미술관, 영화관, 스터디룸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공간이다. 상주 작가의 시 창작 수업, 아이들이 명심보감과 사자소학을 배우는 노원 서당, 클래식 살롱 등 알찬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매주 재즈, 클래식 등의 공연도 펼쳐지고 있고, 대형 영화관에서 외면한 인디영화나 예술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서울 동북권에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더숲의 탁무권 대표를 만나 문화공간이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노원문고를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노원문고는 1994년에 열었고, 올해로 25년이 되었습니다. 그전에 출판사, 번역 일을 해서 책과 친숙했습니다. 노원문고를 열 당시에는 지역 대표 서점이라고 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았어요. 백화점도 중심가에만 있었듯이 서점도 종로에 집중되어 있었고, 동네에 있는 소형서점은 참고서를 파는 곳이었지요. 참고서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인문서적부터 실용서까지 취급할 수 있는 중형 서점을 지역에 만들고 싶었어요. 당시 문화시설이 부족한 신도시 노원이 눈에 들어와 서점을 차렸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서점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25년 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서점을 오래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자면 사회현상을 담아내어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소형서점은 서점 주인의 취향을 더 반영하기 쉽고, 중형 서점만 되어도 사회현상을 잘 담아내야 해요. 그 사회의 이슈와 생각을 모아 놓은 곳이 서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어떤 때는 경제에 관심이 쏠리기도 하고, 한때 아동 그림책이 많이 팔리다가도 아동 인구가 줄어드니까 아동 코너가 축소되기도 합니다.
서점은 어떻게 보면 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계속 변화해나가는 그릇이에요. 그 그릇에 뭘 담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해나가야 합니다. 사실 제가 서점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매체가 몇 되지 않아 책에 대한 수요가 많았습니다. 요즘에는 매체가 너무 많아져 책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 ‘더숲’으로 내려가는 길, 이번 달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포스터가 붙어있다. ⓒ홍경아
‘더숲’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앞으로의 서점은 책 판매만으로는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미래의 책방 모델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꼽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츠타야는 책의 미래를 책이 아닌 다른 상품으로 메우는 모델이라 동의할 수 없었어요. 모든 것을 상품화시켜서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콘텐츠와 경험을 팔고 지역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더숲을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노원문고에서 운영하던 북 토크와 책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확장했고 거기에 영화관과 갤러리를 더했습니다.
▲ 더숲 내 아트시네마 입구 전경 ⓒ홍경아
▲ 아트시네마 상영예정작 ⓒ홍경아
대표님에게 더숲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더숲을 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아트시네마와 갤러리로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데다가 서울 외곽인 노원에 열 예정이었으니까요. 영화관과 갤러리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책의 연장 선상이자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또한 저에게는 지역에서 문화적 기회를 확대한다는 사회적 의미를 염두에 둔 활동입니다. 대형 상영관에서 상영되기 힘든 영화를 상영하고, 조명 받지 못한 중견작가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것과 같은 일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노원문고에서 책으로 전달할 수 없는 콘텐츠들을 영화, 미술 작품 또는 콘서트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지역민이 멀리 홍대로 가지 않아도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안사회’를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삶 외에 어떤 대안이 있는지 책, 영화, 미술작품, 음악, 이야기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대안을 모색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게 목적입니다. 노원구민이 언제든 와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고, 배우고 창작하며 더 나은 삶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더숲 갤러리 전경 ⓒ홍경아
▲ 더숲에서는 매주 다양한 뮤지션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홍경아
더숲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직 주목받지 못한 중견작가를 꾸준히 지원하고 싶습니다. 정부에서나 민간에서나 일반적으로 톱클래스의 작가 또는 신인에게 기회를 줍니다. 소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쉽고 작가들이 잘 되었을 때 이슈화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숲의 사업은 중견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작품 활동을 해온 것에 비해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 가장 소외받고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중견작가들이 성장해야 예술 분야도 양극화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숲에서 중견작가가 해외에서 체류하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다녀온 작가인 표명희 소설가의 <어느 날 난민>은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두 번째 작가는 다녀온 후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겨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작은 기회인데 작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좋은 작품도 나와 보람을 느낍니다. 아마도 겉만 보고 과시하는 여행이 아니라, 작가의 삶의 속살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더숲 아카데미나 낭독회, 콘서트, 갤러리를 통해 중견작가를 많이 초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고민합니다. 정부기관도 아니고 후원자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자립을 해야 합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적자를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도 서점 또는 문화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꼭 해보고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탁무권 대표에게서 ‘대안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동네서점과 문화공간을 기웃대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현재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은 없는지 책을 읽으며 고민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단시간에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매체는 책이었다. 책으로 갈증이 풀리지 않았을 때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북 토크’를 들으러 홍대와 강남을 오갔다. 더숲을 알고 나서는 지역에서도 이런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 더숲에서 열렸던 은유 작가의 신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북 토크에 참여했었다. 현장직 취업 후 죽음을 맞은 특목고 아이들에 관한 책이었다. 30~4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는데 중학교 선생님도 여섯 분이 참석했다. 그중 한 선생님이 ‘중3 아이들 중 특목고를 지원하려는 학생에게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해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됩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하셨다. 현직에서의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작가님은 특목고 아이들의 죽음을 접하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해오셨기에 ‘특목고 아이들이 취업을 나간 후의 상황을 보면 아이들이 현실을 너무 모르고 진로를 선택하고 있다. 가슴 아프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알려줘야 한다’라고 하셨다.
한 권의 책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런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나눴던 이야기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줄 테고 아이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더숲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효과처럼 지역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 지역구민이자 독자로서 소통할 수 있는 지역 문화공간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느낀 날이었다.
집에서 인터넷 쇼핑을 통해 전 세계의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공허할 때가 많다. 방향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면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 나눠야 한다. 거창하고 유명한 곳이 아닌, 질문을 쉽게 던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무대여야 한다. 그런 무대는 동네의 문화공간이 유일하다. 동네책방에서 사 온 책을 읽고 동네 문화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그림, 영화 또는 책으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도 뒤돌아볼 때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화가 날 때마다 글을 썼습니다. 글로 생각을 기록해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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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지역문화의 중심, 노원문고 문화플랫폼 ‘더숲’
'대안사회'를 제시하는 동네서점
인문쟁이 홍경아
2019-10-29
▲ 노원 문화플랫폼 ‘더숲’ ⓒ홍경아
가치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문화플랫폼, '더숲'
지역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서점과 문화공간이 있다. 속초에는 3대를 이어온 동아서점이 있듯이 노원에는 25년째 운영되고 있는 노원문고가 있다. 그리고 그 노원문고에서 만든 문화플랫폼인 ‘더숲’이 지역문화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더숲은 서점, 카페, 미술관, 영화관, 스터디룸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공간이다. 상주 작가의 시 창작 수업, 아이들이 명심보감과 사자소학을 배우는 노원 서당, 클래식 살롱 등 알찬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매주 재즈, 클래식 등의 공연도 펼쳐지고 있고, 대형 영화관에서 외면한 인디영화나 예술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서울 동북권에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더숲의 탁무권 대표를 만나 문화공간이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노원문고를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노원문고는 1994년에 열었고, 올해로 25년이 되었습니다. 그전에 출판사, 번역 일을 해서 책과 친숙했습니다. 노원문고를 열 당시에는 지역 대표 서점이라고 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았어요. 백화점도 중심가에만 있었듯이 서점도 종로에 집중되어 있었고, 동네에 있는 소형서점은 참고서를 파는 곳이었지요. 참고서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인문서적부터 실용서까지 취급할 수 있는 중형 서점을 지역에 만들고 싶었어요. 당시 문화시설이 부족한 신도시 노원이 눈에 들어와 서점을 차렸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서점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25년 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서점을 오래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자면 사회현상을 담아내어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소형서점은 서점 주인의 취향을 더 반영하기 쉽고, 중형 서점만 되어도 사회현상을 잘 담아내야 해요. 그 사회의 이슈와 생각을 모아 놓은 곳이 서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어떤 때는 경제에 관심이 쏠리기도 하고, 한때 아동 그림책이 많이 팔리다가도 아동 인구가 줄어드니까 아동 코너가 축소되기도 합니다.
서점은 어떻게 보면 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계속 변화해나가는 그릇이에요. 그 그릇에 뭘 담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해나가야 합니다. 사실 제가 서점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매체가 몇 되지 않아 책에 대한 수요가 많았습니다. 요즘에는 매체가 너무 많아져 책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 ‘더숲’으로 내려가는 길, 이번 달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포스터가 붙어있다. ⓒ홍경아
‘더숲’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앞으로의 서점은 책 판매만으로는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미래의 책방 모델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꼽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츠타야는 책의 미래를 책이 아닌 다른 상품으로 메우는 모델이라 동의할 수 없었어요. 모든 것을 상품화시켜서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콘텐츠와 경험을 팔고 지역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더숲을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노원문고에서 운영하던 북 토크와 책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확장했고 거기에 영화관과 갤러리를 더했습니다.
▲ 더숲 내 아트시네마 입구 전경 ⓒ홍경아
▲ 아트시네마 상영예정작 ⓒ홍경아
대표님에게 더숲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더숲을 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아트시네마와 갤러리로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데다가 서울 외곽인 노원에 열 예정이었으니까요. 영화관과 갤러리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책의 연장 선상이자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또한 저에게는 지역에서 문화적 기회를 확대한다는 사회적 의미를 염두에 둔 활동입니다. 대형 상영관에서 상영되기 힘든 영화를 상영하고, 조명 받지 못한 중견작가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것과 같은 일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노원문고에서 책으로 전달할 수 없는 콘텐츠들을 영화, 미술 작품 또는 콘서트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지역민이 멀리 홍대로 가지 않아도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안사회’를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삶 외에 어떤 대안이 있는지 책, 영화, 미술작품, 음악, 이야기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대안을 모색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게 목적입니다. 노원구민이 언제든 와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고, 배우고 창작하며 더 나은 삶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더숲 갤러리 전경 ⓒ홍경아
▲ 더숲에서는 매주 다양한 뮤지션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홍경아
더숲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직 주목받지 못한 중견작가를 꾸준히 지원하고 싶습니다. 정부에서나 민간에서나 일반적으로 톱클래스의 작가 또는 신인에게 기회를 줍니다. 소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쉽고 작가들이 잘 되었을 때 이슈화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숲의 사업은 중견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작품 활동을 해온 것에 비해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 가장 소외받고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중견작가들이 성장해야 예술 분야도 양극화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숲에서 중견작가가 해외에서 체류하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다녀온 작가인 표명희 소설가의 <어느 날 난민>은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두 번째 작가는 다녀온 후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겨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작은 기회인데 작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좋은 작품도 나와 보람을 느낍니다. 아마도 겉만 보고 과시하는 여행이 아니라, 작가의 삶의 속살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더숲 아카데미나 낭독회, 콘서트, 갤러리를 통해 중견작가를 많이 초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고민합니다. 정부기관도 아니고 후원자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자립을 해야 합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적자를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도 서점 또는 문화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꼭 해보고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탁무권 대표에게서 ‘대안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동네서점과 문화공간을 기웃대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현재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은 없는지 책을 읽으며 고민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단시간에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매체는 책이었다. 책으로 갈증이 풀리지 않았을 때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북 토크’를 들으러 홍대와 강남을 오갔다. 더숲을 알고 나서는 지역에서도 이런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 더숲에서 열렸던 은유 작가의 신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북 토크에 참여했었다. 현장직 취업 후 죽음을 맞은 특목고 아이들에 관한 책이었다. 30~4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는데 중학교 선생님도 여섯 분이 참석했다. 그중 한 선생님이 ‘중3 아이들 중 특목고를 지원하려는 학생에게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해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됩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하셨다. 현직에서의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작가님은 특목고 아이들의 죽음을 접하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해오셨기에 ‘특목고 아이들이 취업을 나간 후의 상황을 보면 아이들이 현실을 너무 모르고 진로를 선택하고 있다. 가슴 아프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알려줘야 한다’라고 하셨다.
한 권의 책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런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나눴던 이야기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줄 테고 아이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더숲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효과처럼 지역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 지역구민이자 독자로서 소통할 수 있는 지역 문화공간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느낀 날이었다.
집에서 인터넷 쇼핑을 통해 전 세계의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공허할 때가 많다. 방향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면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 나눠야 한다. 거창하고 유명한 곳이 아닌, 질문을 쉽게 던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무대여야 한다. 그런 무대는 동네의 문화공간이 유일하다. 동네책방에서 사 온 책을 읽고 동네 문화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그림, 영화 또는 책으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도 뒤돌아볼 때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인문정보]
더숲 홈페이지 : http://www.forest6.co.kr/home/
주소 : 서울시 노원구 노해로 480(상계동) 조광빌딩 지하 1층
전화번호 : 02-951-0206
장소 정보
2019 [인문쟁이 5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화가 날 때마다 글을 썼습니다. 글로 생각을 기록해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노원 지역문화의 중심, 노원문고 문화플랫폼 ‘더숲’'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도심 속 음악의 섬, 노들섬이 온다
인문쟁이 전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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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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