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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속 심리학-시각 부조화

구하우스 소장품 관람

인문쟁이 김민정

2019-10-15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구하우스를 방문하였다. 구하우스의 컨셉트 ‘Living with Art(예술과 함께 생활하다)’에 맞게, 경이로운 자연과 일상 공간 안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다.


구하우스 외관, 입구 모습

▲ 구하우스(Koo House) 외관과 입구 ⓒ김민정


구하우스의 안과 밖 모습

▲ 구하우스 안과 밖 ⓒ김민정


구하우스는 미술관 이름처럼 내부가 주택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거실과 서재, 루프탑, 정원 등으로 이동하며 감상하는 구하우스 소장품에서는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람회의 그림'

▲ 데이비드 호크니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2018) ⓒ김민정


2019년 5월부터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1937~)의 최신작 <전람회의 그림>이 전시 중이다. 2018년 11월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1972)이 9,030만 달러(한화 약 1,019억 원)에 낙찰되면서, 당시 생존 작가로는 최고가 경매 기록을 세웠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첨벙'

▲ 《더 큰 책(A Bigger Book)》(2016) 중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1967) ⓒ김민정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더 큰 첨벙>은 자필 사인이 들어간 9,000권 한정판 화집 《더 큰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수영장 다이빙대에서 누군가 방금 ‘첨벙’ 하고 뛰어내려, 시원한 물방울이 하얗게 튀어 오르고 있다.



왠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작품



 최정화 세기의 선물 전시 사진

▲ 최정화 <세기의 선물(The Present of Century)>(2013) ⓒ김민정


구하우스의 거실과 옷방에는 최정화(1956~)의 <세기의 선물>이 전시되어 있다. 빨갛고 파란 원색의 기둥이 반짝거리며 눈길을 끈다. 고대 그리스 신전의 기둥머리를 반복하여 재현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멋스럽게 휘감긴 소용돌이 문양은 이오니아 양식, 화려하게 장식된 아칸서스 잎 무늬는 코린트 양식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 기둥은 왠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왜일까?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신전 기둥을 떠올려 보자. 보통 석조나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무겁고 웅장하면서도 기품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신전 기둥은 가벼운 섬유 강화 플라스틱에 은박지 같은 소재를 입혀, 관광지에서 진품 대신 기념품으로 구입하는 저렴한 모조품 같다. 


김홍석 작가의 작품 '곰 같은 형태'

▲ 김홍석 <곰 같은 형태(Bearlike Construction)>(2017) ⓒ김민정


구하우스의 다른 소장품인 김홍석(1964~)의 <곰 같은 형태>에서도 비슷한 어색함을 느낀다. 조각상처럼 하얀 받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인 이 전시품은, 제목에서처럼 분명히 곰의 모습이다. 그러나 노란 비닐로 대충 붙여놓은 것 같아 미술품으로 감상해야 맞는 것인지 망설여진다. 실제로 이 작품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 봉지가 우연히 쌓여있는 조합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곰처럼 보일 수 있음을 의도하였다. 원래 비닐봉지는 상품을 담았던 포장 기능을 다하면 쓸모없어지는 주변 재료다. 하지만 우연히 얼기설기 뭉쳐진 모습에 이름이 붙고 존재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작품에 질문을 던지며 찾는 시각적인 조화



플라스틱과 같은 일상 재료를 사용해 그리스 신전의 고전 기둥 양식을 모방한 ‘짝퉁’ 신전 기둥이 관람객에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상품을 포장한 뒤에 버리는 비닐 포장지가 우연히 곰과 같은 형태로 변신하며 관람객을 당황스럽게 한다. 이런 불편하고 이질적이며 부자연스러운 심리적 긴장 상태를 ‘시각 부조화(visual dissonance)’라고 부른다.


기울어진 저울 이미지와 이솝 우화 '여우와 포도'의 한 장면

▲ 인지 부조화는 기울어진 저울과 같다. / 이솝우화 중 여우와 포도 이야기 ⓒWikimedia


시각 부조화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지 부조화는 그림의 저울처럼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자기 생각이나 신념, 행동이 서로 어긋나 일치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저울의 평형을 맞추려면 한쪽의 무게를 덜거나 더해야 한다. 그래서 인지 부조화를 겪는 사람은 생각을 바꾸거나 이전과 다른 행동을 취하여 생각과 행동의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포도 이야기를 통해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여우는 나무에 탐스럽게 열린 포도를 따서 먹고 싶어 하지만, 포도가 너무 높이 달려 있어 생각을 바꿔야 했다. 분명 신 포도라 맛이 없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먹지 못하는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였다. 


시각 부조화를 경험하는 관람객도 유사한 방식의 해결 과정을 밟는다. ‘작가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질문을 던지며,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갈등을 없애려고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재해석한다.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로 만드니까 투박해 보이고 이상해. 미술이 꼭 아름답고 정교해야 할까?’, ‘생활용품으로 예술품을 만들었구나. 작은 일상이 곧 예술인지도 몰라’, ‘진짜면서 가짜 같고, 가짜면서 진짜 같아. 겉과 속이 다른 모순과 역설을 함축하는 걸까?’ 등 관객은 작품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며 마음의 불편함을 줄여간다.



시각 부조화로 풀어보는 키치



제프 쿤스의 작품, '팽창식 플라스틱 코끼리'와 '팽창식 꽃과 버니'

▲ 제프 쿤스 <팽창식 플라스틱 코끼리(Inflatable Plastic Elephant)>(1955), 

<팽창식 꽃과 버니(Inflatable Flower and Bunny)>(1979) ⓒ김민정


구하우스에는 ‘키치(Kitsch)’의 왕으로 알려진 미국의 제프 쿤스(1955~)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키치는 기본적으로 천박하거나 싸구려 장식품 등을 의미한다. 쿤스는 브론즈나 대리석처럼 전통적인 고급 조각 재료 대신, 값싸고 얇은 풍선을 사용하였다. 풍선은 동네 문방구와 쇼핑몰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흔한 물건이지만, 쿤스에 의해 미술 공간을 당당하게 차지하는 전시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 풍선 인형은 미술관이 아니라, 놀이동산이나 아이들 방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관객들은 예술품으로 여기지 않는 풍선 장난감을 보며 시각 부조화를 느끼고, 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작가의 제작 의도를 알고 싶어 한다. 미술관의 경계를 벗어난 자유와 통쾌함을 만끽하라는 것일까? 예술과 일상이 하나가 되는 재미에 빠져보라는 걸까? 풍선의 ‘가벼움 미학’을 통해 고상한 척 무게 잡는 권위적 미술을 통렬히 조롱하려는 것일까?


제프 쿤스의 작품 '토끼'

▲ <토끼(Rabbit)>(1986) ⓒ김민정


쿤스 역시 생존 작가로서 최고 판매 기록을 세우곤 한다. 2019년 5월, 앞에서 언급했던 호크니의 최고가를 쿤스가 바꾸어 놓았다. 은색 풍선처럼 보이지만 약 1m 높이로 확대하여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토끼>가 9,107만 5,000 달러(한화 약 1,084억 원)에 낙찰되었다. 


○ 전시

전시명: 구하우스 소장품


○ 공간 정보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문호리 779-5)

운영시간: 화-금요일 10:30~17:00, 토∙일∙공휴일 10:3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

문의: 031-774-7460


○ 관련 링크

홈페이지: http://koohouse.org/

오시는 길: http://koohouse.org/visit/location/


○ 사진 촬영_김민정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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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김민정
인문쟁이 김민정

2019 [인문쟁이 5기]


"심리학을 전공한 미술관 도슨트. 미술에 심리학을 접목한 <미술로 보는 심리학>을 강의하고 블로그 <미술 감상 심리학>을 운영하면서, 미술 심리에 관심 있는 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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