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에서 테이프로, 테이프에서 CD로, ‘음악’을 담는 매개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점점 더 작고 이용이 간편한 형태로 그 모습을 바꿔온 것이다. 특히 십여 년 전부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되며 그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음악을 물성으로 느낄 수 있던 시대가 이제는 저물어가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문화를 기반으로 LP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7월 20, 21일 양일간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열린 뮤직투어 레코드 마켓 및 레이블 쇼케이스 현장.
다양한 음악 업체들이 참가해 LP와 MD 등을 판매했다. ⓒ전용언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듯 지난 7월 20, 21일 가평에 위치한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뮤직투어(레코드 마켓 및 레이블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파주에 위치한 LP 전문 매장인 ‘곽엘피’, 아티스트가 소속된 레이블인 ‘루비레코드’ 등 LP를 취급하는 다양한 음악 업체들이 참가했다.
▲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가평역으로 사용됐던 공간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소도시다. ⓒ전용언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1939는 구 가평역으로 사용됐던 부지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 소도시다. 야외 무대 및 실내 공연장인 M-STATION, 녹음실 등 음악 관련 시설을 비롯해 테마공원 및 부대시설로 이루어져있다. 레코드 마켓과 레이블 쇼케이스 행사가 시작된 당일 아침, 각 부스 관계자들은 각종 LP와 MD 등을 분주하게 진열하며 전국에서 찾아오는 음악 애호가들을 기다렸다.
▲ 레코드 마켓 행사장 전경.
LP를 구입하려는 음악 애호가과 레이블 쇼케이스를 관람하려는 팬들이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를 찾았다. ⓒ전용언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LP를 구입하기 위해 가평에 방문한 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양손 가득 LP를 구입한 이에게 그 이유를 묻자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음악을 듣는 맛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LP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값을 치러 부피가 큰 LP를 사야하고, 또 레코드판의 홈을 따라 전축의 바늘을 섬세하게 놓아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LP를 구입하는 이들은 음악이 담긴 물성과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흐린 날씨 탓에 많은 사람이 레코드 마켓을 찾지는 않았지만, 행사장 곳곳에는 활력이 넘쳤다.
레이블 마켓 부스 외에도 광장 뒤편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었다. 지역 상인회 ‘두네토 마켓’이 부스를 마련해 가평 지역의 지역 음식과 핸드메이드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 실내외에 마련된 레이블 쇼케이스 무대 ⓒ전용언
레이블 쇼케이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볼거리, 들을 거리도 준비됐다. 광장 한가운데 마련된 야외무대와 실내에 마련된 M-STATION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온 'HAMA'를 비롯해 '모트'와 '스텔라장', '권순관'과 '말로' 등의 인디가수가 행사를 다채롭게 꾸몄다.
더 가볍고 간편한 매체를 찾는 게 사람의 본성이라 여겼기에, 기술의 흐름에 역행하는 LP의 인기가 사뭇 놀랍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스마트폰 대신 턴테이블과 카트지리, 스피커와 앰프 등을 구비해야만 재생할 수 있는 LP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그 LP의 작은 불편함이 애호가에게는 오히려 음악을 즐기는 재미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현상을 분석한다.
먼지가 쌓인 레코드 가게에 쪼그려 앉아 LP를 찾는 모습이 꼭 무언가를 발굴하는 모습과 같기에, '판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젊은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LP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는 현재 활동 중인 가수의 신곡도 LP로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음악에 대한 선호, 자신의 취향을 더욱 잘 소비하기 위한 젊은 소비자의 움직임이 음악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열린 레코드 페어 또한 이러한 현상을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음악의 물성을 찾아서, 다시 LP로
음악역 1939 레코드 마켓 방문기
인문쟁이 전용언
2019-09-26
▲ 엠피엠지 부스에서 판매한 LP와 CD ⓒ전용언
LP에서 테이프로, 테이프에서 CD로, ‘음악’을 담는 매개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점점 더 작고 이용이 간편한 형태로 그 모습을 바꿔온 것이다. 특히 십여 년 전부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되며 그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음악을 물성으로 느낄 수 있던 시대가 이제는 저물어가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문화를 기반으로 LP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7월 20, 21일 양일간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열린 뮤직투어 레코드 마켓 및 레이블 쇼케이스 현장.
다양한 음악 업체들이 참가해 LP와 MD 등을 판매했다. ⓒ전용언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듯 지난 7월 20, 21일 가평에 위치한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뮤직투어(레코드 마켓 및 레이블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파주에 위치한 LP 전문 매장인 ‘곽엘피’, 아티스트가 소속된 레이블인 ‘루비레코드’ 등 LP를 취급하는 다양한 음악 업체들이 참가했다.
▲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가평역으로 사용됐던 공간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소도시다. ⓒ전용언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1939는 구 가평역으로 사용됐던 부지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 소도시다. 야외 무대 및 실내 공연장인 M-STATION, 녹음실 등 음악 관련 시설을 비롯해 테마공원 및 부대시설로 이루어져있다. 레코드 마켓과 레이블 쇼케이스 행사가 시작된 당일 아침, 각 부스 관계자들은 각종 LP와 MD 등을 분주하게 진열하며 전국에서 찾아오는 음악 애호가들을 기다렸다.
▲ 레코드 마켓 행사장 전경.
LP를 구입하려는 음악 애호가과 레이블 쇼케이스를 관람하려는 팬들이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를 찾았다. ⓒ전용언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LP를 구입하기 위해 가평에 방문한 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양손 가득 LP를 구입한 이에게 그 이유를 묻자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음악을 듣는 맛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LP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값을 치러 부피가 큰 LP를 사야하고, 또 레코드판의 홈을 따라 전축의 바늘을 섬세하게 놓아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LP를 구입하는 이들은 음악이 담긴 물성과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흐린 날씨 탓에 많은 사람이 레코드 마켓을 찾지는 않았지만, 행사장 곳곳에는 활력이 넘쳤다.
▲ 두네토 마켓 셀러들도 행사장에 한편에 부스를 마련해 다양한 먹거리와 공예품을 판매했다. ⓒ전용언
레이블 마켓 부스 외에도 광장 뒤편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었다. 지역 상인회 ‘두네토 마켓’이 부스를 마련해 가평 지역의 지역 음식과 핸드메이드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 실내외에 마련된 레이블 쇼케이스 무대 ⓒ전용언
레이블 쇼케이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볼거리, 들을 거리도 준비됐다. 광장 한가운데 마련된 야외무대와 실내에 마련된 M-STATION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온 'HAMA'를 비롯해 '모트'와 '스텔라장', '권순관'과 '말로' 등의 인디가수가 행사를 다채롭게 꾸몄다.
더 가볍고 간편한 매체를 찾는 게 사람의 본성이라 여겼기에, 기술의 흐름에 역행하는 LP의 인기가 사뭇 놀랍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스마트폰 대신 턴테이블과 카트지리, 스피커와 앰프 등을 구비해야만 재생할 수 있는 LP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그 LP의 작은 불편함이 애호가에게는 오히려 음악을 즐기는 재미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현상을 분석한다.
먼지가 쌓인 레코드 가게에 쪼그려 앉아 LP를 찾는 모습이 꼭 무언가를 발굴하는 모습과 같기에, '판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젊은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LP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는 현재 활동 중인 가수의 신곡도 LP로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음악에 대한 선호, 자신의 취향을 더욱 잘 소비하기 위한 젊은 소비자의 움직임이 음악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열린 레코드 페어 또한 이러한 현상을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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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쟁이 5기]
멋대로 씁니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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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쪽으로,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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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통하는 몇 개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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