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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같은 놀이판, 2019 괴산페스티벌

기획자와 공연자, 관람객이 한마음으로 만들고 함께 즐기는 축제

인문쟁이 원혜진

2019-09-24


충청북도 중심에 위치한 괴산은 인구 4만이 채 안 되는 작은 군입니다. 귀농자가 가장 선호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저는 사실 이사하기 전까지 괴산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먼저 귀촌한 친구의 소개로, 남편의 출퇴근이 가능한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괴산 참 독특한 곳이더군요. <한살림> 생산자들이 많고, 아이쿱 생협의 자연드림파크가 있는 곳. 유기농엑스포와 유기농페스티벌이 열리는 곳. 귀농의 이유도 각양각색인, 멋과 흥을 즐기는 사람들.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괴산페스티벌은 괴산에 모인 사람들이 한판 흥겹게 노는 한여름 밤의 축제입니다. 여름의 끝자락 어느 토요일 오후, 지금은 폐교가 되어 ‘비학봉마을 산막이옛길숲체험관’으로 쓰이는 외사분교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괴산페스티벌은 2011년 9월 3일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50명의 예약손님만 받았고, 친구들이 살고 있는 집의 마당 텃밭을 갈아엎어 무대와 객석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축제를 즐긴 100명의 괴산 주민들과 예약손님까지 총 150명이 모은 150만원으로 뮤지션들 차비를 마련했다고 해요. 자칭 유기농펑크포크 가수 ‘사이’와 친구들이 밴드를 불러 공연을 하고, 함께 놀았다고 합니다. 중간에 일 년 쉬고 올해는 8회를 맞는 괴산페스티벌은 이제 괴산을 더욱 괴산답게 만드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괴산페스티벌 포스터 모음 / 포스터 문구 : 제1회 괴산페스티발 제2회 괴산페스티벌 제3회 괴산페스티벌 제4회 괴산페스티벌 제5회 괴산페스티벌 제6회 괴산페스티벌 제7회 괴산페스티벌  제8회 괴산페스티벌

 ▲ 괴산페스티벌 1~8회 포스터 ⓒ 원혜진


1. 돈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 -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돈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익을 내지 않는다. 함께 즐겁게 놀고 뮤지션들한테 차비와 소소한 공연비 정도만 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우리의 방식에 동참하는 가난한 도시민들이 올 수 있게, 돈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티켓을 팔지 않고, 대신 우리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후원금을 받겠다. 

2. 서울이 아닌 곳, 게다가 시골에서 - 우리는 상상력만 있다면 지역에서도, 시골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가 있다고 믿고 있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괴산페스티벌은 도시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시골에서도 잘 살 수 있는 토대를 우리가 만들어 놓을 테니 당신들은 쫄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이며, 시골에서 뭔가 재밌는 것을 기다리는 지루한 술꾼들을 위해 벌이는 잔치다. 

3. 편한 것은 끝이 없지만 불편함은 상상력이 된다 - 우리가 판을 벌일 테니 당신들은 놀 준비를 단단히 해서 오라. 잠자리와 먹을 것, 마실 것 따위를 당당히 들고 오라. 우리는 불편을 상상력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것이 우리 페스티벌의 입장료다.


_ <2012년, 두 번째 괴산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우리의 선언>(작성자 '사이') 중에서 발췌

 

올해는 가수 '사이'도 빠졌지만, 여전히 지원금을 받거나 티켓을 팔지 않고 참여자들의 후원금으로 축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괴산페스티벌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만드는 축제입니다.  

 

괴산페스티벌 사물놀이

▲ 축제의 시작은 사물놀이 ⓒ 원혜진


“구름과 노을이 어우러진 하늘에, 바람도 분위기를 보태네요. 참여자가 자유롭게 동참하면서 즐기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처음이라 그냥 돗자리만 가지고 와 앉아서 구경했는데, 축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준비를 제대로 했더라고요.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도 다시 오고 싶어요.”

_ 이명숙, 경기 거주 


한 번 구경하러 왔다가 다음 해에는 텐트를 들고 온다는 괴산페스티벌. 사물놀이로 공연의 막을 엽니다. 밴드 중심으로 무대 프로그램을 구성하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전통춤 공연이 상당수 들어갔습니다. 박배진 님의 도움이라고 합니다. 춤꾼으로 풍물꾼으로 무대를 누비던 박배진 님은 이제 목수가 되어 괴산에 터를 잡았습니다. 이제 그 끼를 페스티벌에서 발산하고 있습니다. 박배진 님과 김윤정 님, 그리고 첫해부터 축제를 적극 후원했던 최서연 님과 맹주상 님이 올해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살림을 꾸린 사람들입니다. 


괴산고등학교 밴드 adam의 무대

▲ 어둠이 내린 괴산페스티벌, 괴산고등학교 밴드 'ADAM'의 무대 ⓒ괴산페스티벌 제공 


 “저는 주로 뮤지션과 자원봉사자, 참여자들의 식사와 숙박 그리고 장소 협의 민원 등을 맡고 있어요. 메뉴회의와 일정 등을 김윤정 씨와 협의하여 결정하고, 협찬을 받아 진행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쁜 마음씨를 가진 윤정 아우와 함께 할 수 있어 즐겁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즐길만한 작은 문화 하나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즐거워요. 없는 자 있는 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라서 좋고요.” 

_ 최서연, 괴산 거주, 괴산페스티벌 운영진


최서연 님은 가수 '사이'의 지인으로 첫해 때 괴산페스티벌에 참여한 뒤, 이후 가장 큰 후원자이자 중요한 스텝이 되었다고 합니다. 2회 때는 최서연 님의 소개로 불정면의 한 폐교에서 100명의 예약을 받아서 축제를 진행했다고 해요. 박배진, 김윤정 부부까지 합세하여 축제를 준비하며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로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2회에 이삼백 명, 3회 때에는 인원 제한을 하지 않아 삼사백 명이 모였고, 3회부터는 원활한 축제 진행을 위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경험이 쌓이고 틀이 잡혀가는 모습입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축제를 기획한다는 점이랄까요. 페스티벌 라인업을 보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악 분야는 ‘한국문화의집(KOUS) 명인전’ 수준입니다. 


축제에 모여 즐겁게 춤추고 노는 사람들

 ▲ 괴산페스티벌에 모이는 이유는 춤추고 놀기 위함이다. 2016년 페스티벌 컨트리공방 연주 모습. ⓒ 괴산페스티벌 제공 


1부 밴드 공연의 마지막은 괴산고등학교 밴드 'ADAM'이 맞아주었습니다. 이어서 지역 주민 임찬성 님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2부 우리춤판에서 이수현 진도양북춤, 남기성 덧배기춤, 하창범 외북춤, 김복만 상쇠놀음, 그루 사물판굿이 이어집니다. 동네 주민들도 흥겨운 한마당에 기꺼이 어울립니다. 저녁 드시고 마실 나와, 연신 “잘한다! 잘한다!” 감탄하며 함께 공연을 감상합니다. 3부는 계피자매, 정우, 차세대 밴드의 공연이었습니다. 


신명나는 풍물놀이

 ▲ 풍물 명인 김복만 님의 부포놀이 공연 ⓒ유용환(괴산페스티벌 제공) 


 “4년 전 처음 괴산페스티벌에 놀러왔었는데, 무대 위 백열등 조명을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소박한 무대, 하지만 무대 위 공연하는 사람들은 수준급이에요. 뭐 이런 축제가 다 있나 생각했죠. 연주자들은 누가 공연을 기획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거든요. 서울 대학로 공연을 하려면 하루 대관료만 이삼백 만원 드는 것이 현실이지만, 괴페는 돈은 벌기 위한 기획이 아니고 지역에서 함께 노는 자리니까요.”

_ 남기성, 고창 거주, 허튼 덧배기춤 


놀러왔다가, 춤꾼 한 명이 불참했다는 이야기에 선뜻 대신 무대에 선 남기성 님입니다. 전 놀이패 ‘한두레’ 대표, 마당극 연출가, 춤꾼인 그는 신나게 잘 놀다가 가는 이런 기획이 좋다며 돈을 벌기 위한 기획과는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여자 친구와 축제를 즐기러 왔다가 함께 공연을 한 연주자도 있습니다. 놀러간다고 하니, 피리 챙겨오라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누가 무대에 서는 사람이고, 누가 관객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자기 순서가 끝나면 다시 관객석으로 돌아와 구경하다가, 또 어느새 무대 앞으로 뛰어나가 춤추고 소리를 지릅니다. 밤이 깊어가면서 빗방울이 한차례 떨어집니다. 아이들을 동반한 관객들이 귀가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의 시간인데, 11시가 넘어가자 이번에도 민원이 들어왔네요. 아쉽지만 차세대 밴드의 공연을 마치지 못한 채, 괴산페스티벌은 서둘러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공연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즐거운 이야기 마당이 펼쳐졌습니다. 


“준비하면서 좋았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에요. 힘들었던 점은 계속되는 민원과 주차 문제 그리고 새벽까지 남아서 진상 부리는 분들 정도입니다. 돈을 많이 못 드리기 때문에 섭외가 좀 어렵긴 합니다. 우리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함께 즐기며 만들어보자며 진정성 있게 동의를 구합니다. 어렵다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_ 맹주상, 괴산 거주, 괴산페스티벌 기획 


“로컬리즘, 글로컬리즘, 괴페는 앞으로 어떻게 나갈 거냐, 뭐 이런저런 이야기들 많이 하는데요, 여기 지금 이 상태가 좋아요. 딱 이만큼이 좋습니다. 즐기는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하며 만들어가는 페스티벌. 괴산에 사는 사람들도 타지에 사는 사람들도 하루 기분 좋게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니까요. 비가 올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민원이 들어오는 것도 숙제로 남고, 사전후원금이 작년보다 적어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즐기지 못하면 바보죠.”

_ 박배진, 괴산 거주, 괴산페스티벌 기획 


옹기종기 모여 새벽까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페스티벌 참가자들

▲ 새벽까지 이어지는 즐거운 판. ⓒ 원혜진 


괴산페스티벌이 끝나고 일주일 만에 페스티벌 페이스북 페이지에 정산표가 공유되었습니다. 사전후원이 조금 적었지만 먹거리 판매는 늘었다고 합니다. 물품과 현금 후원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섭외에 응하고 무대를 빛내준 사람들과 축제를 위해 애쓴 사람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함께 해서 할 수 있었고, 함께 해서 고마웠습니다. 힘들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_ 김윤정, 괴산 거주, 괴산페스티벌 기획


함께 해서 고맙다는 말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참 좋은 말입니다. 괴산으로 이사하길 참 잘했다고 느껴지는 밤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즐거운 일을 꾸미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덩달아 행복해지는 밤입니다.


괴산페스티벌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oesanfestival/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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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원혜진
인문쟁이 원혜진

2019 [인문쟁이 5기]


충북 괴산, 아이 넷과 함께 캠핑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 철없는 엄마.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며 시골살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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