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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원도심의 내일을 그리다

사람과 더불어 있는 공간, 소이헌 카페

인문쟁이 양재여

2019-09-20

 

소이헌 카페 전경

▲ 사람이 있는 공간, 소이헌 카페 ⓒ양재여


오늘은 사람이 있는 공간을 생각해본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 속에 마련된 공간이 집이다. 현대인들은 무언가에 쫓기듯 조급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왜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안식처가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집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전쟁터 같은 곳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돌아와 쉴 수 있는 공간, 가족이 있는 공간이 집이다’는 생각으로 운영되는 카페, 소이헌을 찾았다. 


선화동 골목 안쪽에 위치한 소이헌 카페 / 간판 문구 : 공간 소이헌 GALLERY AND CAFE

▲ 선화동 안쪽 골목에 자리한 카페 ‘소이헌’ ⓒ양재여



웃고 대답하지 아니해도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



선화동은 골목골목이 예쁜 동네다. 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심에선 차를 위한 도로가 있다면 선화동 골목은 사람을 위한 골목길이 있다. 대전 사람들은 선화동 하면 중심지인 중앙로와 옛 충남도청 부지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 필자가 찾은 선화동은 옛 충남도청 부지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 밀집 지역이다. 선화동은 교통이 편리하고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사람이 많이 살았던 부촌이었다. 지금은 원도심이 됐지만, 과거 이곳은 사람이 살기 좋았다.


소이헌 카페 이름 뜻 / 소이부답심자한 웃고 대답하지 아니해도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 이태백의 시 산중문답 중

▲ '소이헌'이라는 이름은 이태백의 시 <산중문답>의 한 구절인 ‘소이부답심자한’에서 유래했다. 

‘웃고 대답하지 아니해도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는 뜻이다. ⓒ양재여


선화동 안쪽 골목에 ‘소이헌’이라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큰 길가에선 찾을 수 없다. 선화동 골목골목을 거닐다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카페다. 소이헌은 이태백의 시 ‘산중문답’중 한 구절인 ‘소이부답심자한’에서 유래했다. ‘웃고 대답하지 아니해도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는 뜻이다.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는 말처럼 소이헌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풍성해진다. 


소이헌의 고풍스러운 식기들

▲ 사용되는 접시도 유럽의 앤틱 제품들. 100년 이상 된 그릇도 있다. ⓒ양재여

 

소이헌의 실내 공간 모습

▲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주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작품들이다. ⓒ양재여

 

요즘에는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예쁜 카페들이 많다. 소이헌도 그런 카페 중에 하나다. 하지만 소이헌은 단지 예쁜 카페라는 수식어로 끝내기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소이헌 한편에는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주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작품들이다. 식사와 차로 세팅되는 접시도 유럽의 앤틱 그릇들인데 100년 이상 된 그릇으로 세팅되기도 한다. 


소이헌의 지붕 서까래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소이헌의 지붕 인테리어

▲ 서까래가 보이는 소이헌의 지붕 인테리어 ⓒ양재여


그리고 한옥의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시킨 인테리어가 이채롭다. 동서양의 조화를 이뤄낸, 색다른 공간의 힘이 느껴졌다. 카페지기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공간을 넘어 사람이 궁금해지는 곳 말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가득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 시간과 추억이 담긴 고향과 같은 집 ⓒ양재여



소이헌 카페지기를 만나다



소이헌을 운영하는 김소연 카페지기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임상 심리 센터 소장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도시 개발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의 도심 안에서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의 반복하는 것은 '또 다른 실향민'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실향민'이라 표현한 이유는 집과 고향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집을 때려 부수면서 시간과 추억이 담긴 고향과 같은 집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많은 보상금을 준다 하더라도, 잃어버린 고향은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전 구도심 선화동 골목길

 

대전 구도심 선화동 골목길

 

대전 구도심 선화동 골목길

▲ 오밀조밀 골목길이 예쁜 선화동 ⓒ양재여 


카페지기는 어린 시절 뛰어 놀던 골목길의 추억과 풍경을 담고 있는 동네가 그리워 선화동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꿈꾸는 선화동을 말해주었다. 

“마을 촌장이 되고 싶어요. 도시에서 마을을 만나고 싶어요. 일본이나 유럽에는 작은 마을이 많이 있는데 그곳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일들이 좋았어요. 빵집은 빵을 만들어 그 마을에서 다 소비하고, 또 다른 집은 또 다른 것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비하고 즐기는 마을, 정이 묻어나는 어렸을 적 우리네 마을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선화동을 낡고 쇠락하는 원도심이 아니라 사람 향기가 나는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


한옥을 리모델링한 건물

▲ 한옥을 리모델링한 건물 ⓒ양재여 

 

빈집을 리모델링한 건물

▲ 빈집을 리모델링한 건물 ⓒ양재여 



원도심의 내일을 만드는 공간



소이헌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 세 채를 구입해서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길고양이들이나 살던 집이라, 인근 사람들은 '이런 집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아했다고 한다. 소이헌 김소연 카페지기는 ‘집은 시간이 머물러 있는 곳이고, 그래서 집의 시간을 덤으로 얻은 것이다’며 폐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말했다. 

그래서일까? 소이헌은 원도심의 내일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사람이 떠나는 도시가 아닌 사람이 모이는 마을, 살고 싶은 마을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 어느새 선화동의 내일을 그려보게 된다. 




장소 정보

  • 대전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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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양재여
인문쟁이 양재여

2019 [인문쟁이 4기, 5기]


대전의 골목 골목을 거닐고 대전의 잊혀져가는 곳을 기록하고 대전의 축억을 기록하는 대전을 사랑하는 아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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