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를 의미한다. 삶의 변화란 설레는 일이면서 동시에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평생 살아온 익숙한 터전을 떠나, 낯선 곳에서 보내는 새로운 날들은 하루하루가 치열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을 위해 상경한 지방 출신의 학생에게 그 도전은 더없이 막막하고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광역자치단체에서 출신 지역 학생들을 위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 소재의 기숙사, 소위 ‘향토학사’는 이러한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일곱 개의 향토학사 중에서도, 바다를 건너 머나먼 여정을 떠나온 청춘들을 위한 공간인 탐라영재관을 찾았다.
▲ 가양역 1번 출구, 탐라영재관 ⓒ김정은
서울특별시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탐라영재관은 서울, 경기권의 학교에 재학 중인 제주 출신의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다. 9호선 가양역 1번 출구를 나서면, 작은 돌하르방이 마중하는 탐라영재관 건물을 만날 수 있다.
▲ 탐라영재관 입구 ⓒ김정은
주거란 곧 삶 그 자체
▲ 탐라영재관 부영애 관장 ⓒ김정은
* 탐라영재관 부영애 관장 인터뷰
안녕하세요. 관장님. 저 역시 제주 출신이라 건물 앞에 있는 돌하르방이 참 반가웠습니다.
동향이라니 반갑습니다. 서울 안의 작은 제주 같은 느낌이죠?
네. 건물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는 고향의 흔적이 참 정겨웠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탐라영재관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탐라영재관은 제주 출신의 학생들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건립하고 제주개발공사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소재의 향토학사입니다. 지난 2001년, 약 300여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 이후 지금까지 약 6천명의 사생들이 이곳에서 생활해왔습니다.
저도 지방에서 서울로 소위 ‘유학’ 온 대학생으로서, 보금자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고 살아가야하는 학생 입장에서, ‘주거’는 단순히 사는 곳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죠. 주거는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곧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안정적인 주거 공간 없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탐라영재관이 많은 학생들에게 열려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입사 가능한 성적 기준을 낮추고, 저소득층 학생들을 우선으로 선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몇몇 향토학사들이 전문대학생들을 사생으로 받지 않아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탐라영재관은 어떠한가요?
현재 탐라영재관은 사이버대학교(고등교육법 제 2조의 원격대학에 해당하는 학교)와 학점은행제 학생 빼고는 모두 입사가 가능한데요. 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런 제한사항까지 없애는 방향으로 논의 중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꿈을 향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탐라영재관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장님이 생각하시는 탐라영재관의 발전방향은 무엇인가요?
지금도 지속적으로 주거 시설 개선에 힘을 쓰고 있어요. 단순히 살 곳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사생들의 삶의 질이 높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체력단련실 ⓒ김정은
▲ 각 층마다 있는 세탁실 ⓒ김정은
▲ 각 층마다 있는 컴퓨터실 ⓒ김정은
▲ 각 층마다 있는 도서실 ⓒ김정은
▲ 여자 기숙사방 내부 ⓒ김정은
▲ 식당 내부 ⓒ김정은
탐라영재관은 나의 두 번째 집
▲ 탐라영재관 김혜영 사생 ⓒ김정은
* 탐라영재관 김혜영 사생 인터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물 세 살 김혜영입니다. 탐라영재관에 산지는 햇수로 벌써 4년이 되었네요.
대학에 입학하면서 지금까지 쭉 이곳에서 생활하셨네요. 입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희 학교는 체대인데, 비체육과 학생들이 살 수 있는 기숙사가 없어요. 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도 말이 많아요. 학교 기숙사가 없으니, 자취방을 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당시 입시가 2월에 끝나서 집을 구할 시간이 너무 촉박했어요. 탐라영재관 입사 신청 기간에 여유가 있어 정말 다행이었죠.
저도 살 집을 구하느라 초조했던 경험이 있어 공감합니다. 4년간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살면서 느낀 탐라영재관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장점이 정말 크죠. 한 달에 3인실은 12만원, 2인실은 15만원의 비용을 내는데, 이 안에 조식과 석식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있어요. 아시다시피 대학가에서 원룸을 구하려면 평균 50만원의 월세는 각오해야 하잖아요? 보증금은 따로 내야 하고요.
이외에도 향토학사 자체가 갖는 장점도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같은 고향 출신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끈끈함이 있어요. 먼저 상경한 선배들이 후배들이 서울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도 많이 주고요.
탐라영재관에 살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기숙사 자율회 활동을 해왔는데요. 봄 소풍, 체육대회 등 한 해에 세 번 정도 있는 정기 행사들을 계획하고, 시험 기간에 사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등의 행사를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얻은 인연이나 추억이 많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또 이건 에피소드랄 것까진 없지만, 예전에 룸메이트랑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영재관에 오면 입이 트인다고. 이곳에만 오면 학교에서는 안 쓰는 사투리가 저절로 나온다고요. 그만큼 이곳이 편한 것 같아요. 꼭 집 같은 거죠.
혜영씨에게 탐라영재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진부하지만, 두 번째 집? 서울이란 낯선 곳에서 무리 없이 적응하고, 큰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었던 데는 이 공간의 도움이 컸어요. 이제 곧 졸업하면 이곳을 떠날 텐데, 그때가 되면 또 다른 출발점에 선 기분일 것 같아요.
삶의 변화라는 도전을 맞이한 청춘들의 새로운 날들. 그 날들에 대한 두려움은 덜어주고, 설렘은 더해줄 따뜻한 보금자리. 탐라영재관은 앞으로도 응원을 계속할 것이다. 아직은 서툰 청춘들의 가치 있는 성장을.
아는 것이 꽤 있고 모르는 것은 정말 많은, 가끔 어른스럽고 대개 철이 없는 스물넷. 말이 좀 많고 생각은 더 많다. 이유없이 들뜨고 가슴이 설렐 때, 조급함과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할 때 모두 글을 쓴다. 때때로 물안개같이 느껴지는 삶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사람답다는 것.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람다워지고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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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청춘을 응원하는 따뜻한 보금자리
서울특별시 가양동 탐라영재관
인문쟁이 김정은
2019-09-03
보금자리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를 의미한다. 삶의 변화란 설레는 일이면서 동시에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평생 살아온 익숙한 터전을 떠나, 낯선 곳에서 보내는 새로운 날들은 하루하루가 치열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을 위해 상경한 지방 출신의 학생에게 그 도전은 더없이 막막하고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광역자치단체에서 출신 지역 학생들을 위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 소재의 기숙사, 소위 ‘향토학사’는 이러한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일곱 개의 향토학사 중에서도, 바다를 건너 머나먼 여정을 떠나온 청춘들을 위한 공간인 탐라영재관을 찾았다.
▲ 가양역 1번 출구, 탐라영재관 ⓒ김정은
서울특별시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탐라영재관은 서울, 경기권의 학교에 재학 중인 제주 출신의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다. 9호선 가양역 1번 출구를 나서면, 작은 돌하르방이 마중하는 탐라영재관 건물을 만날 수 있다.
▲ 탐라영재관 입구 ⓒ김정은
주거란 곧 삶 그 자체
▲ 탐라영재관 부영애 관장 ⓒ김정은
* 탐라영재관 부영애 관장 인터뷰
안녕하세요. 관장님. 저 역시 제주 출신이라 건물 앞에 있는 돌하르방이 참 반가웠습니다.
동향이라니 반갑습니다. 서울 안의 작은 제주 같은 느낌이죠?
네. 건물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는 고향의 흔적이 참 정겨웠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탐라영재관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탐라영재관은 제주 출신의 학생들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건립하고 제주개발공사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소재의 향토학사입니다. 지난 2001년, 약 300여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 이후 지금까지 약 6천명의 사생들이 이곳에서 생활해왔습니다.
저도 지방에서 서울로 소위 ‘유학’ 온 대학생으로서, 보금자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고 살아가야하는 학생 입장에서, ‘주거’는 단순히 사는 곳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죠. 주거는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곧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안정적인 주거 공간 없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탐라영재관이 많은 학생들에게 열려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입사 가능한 성적 기준을 낮추고, 저소득층 학생들을 우선으로 선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몇몇 향토학사들이 전문대학생들을 사생으로 받지 않아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탐라영재관은 어떠한가요?
현재 탐라영재관은 사이버대학교(고등교육법 제 2조의 원격대학에 해당하는 학교)와 학점은행제 학생 빼고는 모두 입사가 가능한데요. 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런 제한사항까지 없애는 방향으로 논의 중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꿈을 향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탐라영재관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장님이 생각하시는 탐라영재관의 발전방향은 무엇인가요?
지금도 지속적으로 주거 시설 개선에 힘을 쓰고 있어요. 단순히 살 곳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사생들의 삶의 질이 높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체력단련실 ⓒ김정은
▲ 각 층마다 있는 세탁실 ⓒ김정은
▲ 각 층마다 있는 컴퓨터실 ⓒ김정은
▲ 각 층마다 있는 도서실 ⓒ김정은
▲ 여자 기숙사방 내부 ⓒ김정은
▲ 식당 내부 ⓒ김정은
탐라영재관은 나의 두 번째 집
▲ 탐라영재관 김혜영 사생 ⓒ김정은
* 탐라영재관 김혜영 사생 인터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물 세 살 김혜영입니다. 탐라영재관에 산지는 햇수로 벌써 4년이 되었네요.
대학에 입학하면서 지금까지 쭉 이곳에서 생활하셨네요. 입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희 학교는 체대인데, 비체육과 학생들이 살 수 있는 기숙사가 없어요. 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도 말이 많아요. 학교 기숙사가 없으니, 자취방을 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당시 입시가 2월에 끝나서 집을 구할 시간이 너무 촉박했어요. 탐라영재관 입사 신청 기간에 여유가 있어 정말 다행이었죠.
저도 살 집을 구하느라 초조했던 경험이 있어 공감합니다. 4년간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살면서 느낀 탐라영재관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장점이 정말 크죠. 한 달에 3인실은 12만원, 2인실은 15만원의 비용을 내는데, 이 안에 조식과 석식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있어요. 아시다시피 대학가에서 원룸을 구하려면 평균 50만원의 월세는 각오해야 하잖아요? 보증금은 따로 내야 하고요.
이외에도 향토학사 자체가 갖는 장점도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같은 고향 출신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끈끈함이 있어요. 먼저 상경한 선배들이 후배들이 서울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도 많이 주고요.
탐라영재관에 살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기숙사 자율회 활동을 해왔는데요. 봄 소풍, 체육대회 등 한 해에 세 번 정도 있는 정기 행사들을 계획하고, 시험 기간에 사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등의 행사를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얻은 인연이나 추억이 많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또 이건 에피소드랄 것까진 없지만, 예전에 룸메이트랑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영재관에 오면 입이 트인다고. 이곳에만 오면 학교에서는 안 쓰는 사투리가 저절로 나온다고요. 그만큼 이곳이 편한 것 같아요. 꼭 집 같은 거죠.
혜영씨에게 탐라영재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진부하지만, 두 번째 집? 서울이란 낯선 곳에서 무리 없이 적응하고, 큰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었던 데는 이 공간의 도움이 컸어요. 이제 곧 졸업하면 이곳을 떠날 텐데, 그때가 되면 또 다른 출발점에 선 기분일 것 같아요.
삶의 변화라는 도전을 맞이한 청춘들의 새로운 날들. 그 날들에 대한 두려움은 덜어주고, 설렘은 더해줄 따뜻한 보금자리. 탐라영재관은 앞으로도 응원을 계속할 것이다. 아직은 서툰 청춘들의 가치 있는 성장을.
○ 사진 촬영_김정은
장소 정보
2019 [인문쟁이 5기]
아는 것이 꽤 있고 모르는 것은 정말 많은, 가끔 어른스럽고 대개 철이 없는 스물넷. 말이 좀 많고 생각은 더 많다. 이유없이 들뜨고 가슴이 설렐 때, 조급함과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할 때 모두 글을 쓴다. 때때로 물안개같이 느껴지는 삶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사람답다는 것.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람다워지고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길 소망한다.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 서툰 청춘을 응원하는 따뜻한 보금자리'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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