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예약을 통해 에어비앤비에서 주최하는 ‘여행자의 서재’를 방문했다. 장소는 미아동에 있는 ‘카페 어니언’이었다. 사실 처음에 장소를 듣고 트렌디한 에어비앤비에서 선택한 동네가 미아동이라니 의아했다. 방문을 하고 보니 미아동에도 충분히 멋진 공간을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에어비앤비다웠다.
카페 어니언 전경 ⓒ홍경아
건물 앞 나무 실루엣에 둘러싸인 실내 모습이 인상적이다. ⓒ홍경아
카페로 들어가자 지금 막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한 것처럼,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환영해주었다. 이야기를 담아갈 수 있는 서류철을 받고 공간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도시별 여행이야기가 담긴 리플렛 ⓒ홍경아
당일 제공된 ‘여행자의 서재' 서류철
행사가 진행된 미아동 여행지도, 지역별 여행 이야기가 담긴 리플렛, 엽서를 넣어 가져갈 수 있었다. ⓒ홍경아
카페 안쪽에서 커피를 받아들고 공간을 살폈다. 카페 내부에는 ‘쉼이 있는 여행’, ‘마시러 떠나는 여행’, ‘예술이 좋아 떠나는 여행’ 3가지 테마로 구성된 서가가 있었다. 서가에는 *스틸북스에서 엄선해서 고른 책들과 에어비앤비의 멋진 숙소를 담은 엽서, 그리고 지역의 여행이야기가 담긴 리플렛이 있었다. 나도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카페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책을 읽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행의 영감과 공간을 즐기는 듯했다.
*스틸북스 : 한남동에 위치한 서점
‘쉼이 있는 여행’ - 한 달 살기, 요가, 서핑 등 쉼에 대한 50권의 책 ⓒ홍경아
‘마시러 떠나는 여행' - 커피, 와인, 맥주, 위스키 등 술과 커피에 대한 50권의 책 ⓒ홍경아
술에 관한 재미있는 책이 눈에 띈다. ⓒ홍경아
‘예술이 좋아 떠나는 여행' - 건축, 디자인, 갤러리 등 예술에 대한 50권의 책 ⓒ홍경아
하와이, 멜버른, 오키나와의 리플렛 ⓒ홍경아
공간에는 전 세계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담은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다. 중앙에는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을 적어 붙이는 이벤트 공간도 있었다. 저마다 좋아하는 여행이 다르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도 다르기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세계의 아름다운 에어비앤비 숙소 사진 ⓒ홍경아
에어비앤비 숙소 사진 엽서 ⓒ홍경아
머물고 싶은 여행지와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적는 이벤트 ⓒ홍경아
소망이 담긴 쪽지들 ⓒ홍경아
이윽고 저녁이 되자 간이의자가 여러 개 놓이고,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사 세 명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작가는 취향관을 설계한 이병엽 님으로 여행이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과 직접 호스트가 되어 여행자들을 맞이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두 번째 작가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영감을 자극하는 작업공간을 찾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설동주 님이었다. 여행을 가서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의 작업공간을 보고 영감이 오는 곳을 예약한다고 한다. 낯선 도시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고 그림으로 그려낸다고 한다.
마지막은 오늘 장소 카페 어니언을 설계한 패브리커라는 디자인그룹으로 안동 여행에서 얻은 영감이 어떻게 한옥 카페디자인에 적용되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이 날의 연사들은 여행에서 영감을 얻고 각자의 작업에 반영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일탈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여행에서의 경험이 삶으로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에어비앤비로 다른 나라의 일러스트레이터 작업실에서 작업했던 경험을 들려줬던 설동주 님 ⓒ홍경아
디자인그룹 ‘패브리커’가 전하는 안동 여행 이야기 ⓒ홍경아
"안동은 ‘한국적인 건축’과 ‘정신문화’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입니다.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저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점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드러내지 않는 특유의 미감이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읽은 최순우 선생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우리를 한국 문화로 조금 더 깊이 안내해주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쯤 자연스럽게 안동 여행을 결정했고, 그곳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과 선조들의 지혜,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행 후에는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방향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사실 이번 행사를 처음 접했을 때 책이 있는 공간이라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이어서 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책 판매는 계속 줄고 있고, 책을 주제로 한 공간도 SNS 인증샷의 배경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 보다는 책이 가진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여행자의 서재’를 방문하기 전에는 ‘설령 책을 좋은 공간에 놓아봤자 읽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텍스트 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시대에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좋은 기회가 아닐까. 책을 통해 얻은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장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책도 읽히고 팔리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에어비앤비 ‘여행자의 서재'는 여행을 테마로 삼아 책과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입체적인 공간이었다. 독서가 일종의 짧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날 ’여행자의 서재'를 방문한 사람들은 저마다 짧은 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나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영감을 가득 채워 ‘체크아웃’했다.
에어비앤비 ‘여행자의 서재’에서 얻은 영감
여행의 경험이 녹아든, 여행같은 공간
인문쟁이 홍경아
2019-08-29
사전 예약을 통해 에어비앤비에서 주최하는 ‘여행자의 서재’를 방문했다. 장소는 미아동에 있는 ‘카페 어니언’이었다. 사실 처음에 장소를 듣고 트렌디한 에어비앤비에서 선택한 동네가 미아동이라니 의아했다. 방문을 하고 보니 미아동에도 충분히 멋진 공간을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에어비앤비다웠다.
카페 어니언 전경 ⓒ홍경아
건물 앞 나무 실루엣에 둘러싸인 실내 모습이 인상적이다. ⓒ홍경아
카페로 들어가자 지금 막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한 것처럼,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환영해주었다. 이야기를 담아갈 수 있는 서류철을 받고 공간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도시별 여행이야기가 담긴 리플렛 ⓒ홍경아
당일 제공된 ‘여행자의 서재' 서류철
행사가 진행된 미아동 여행지도, 지역별 여행 이야기가 담긴 리플렛, 엽서를 넣어 가져갈 수 있었다. ⓒ홍경아
카페 안쪽에서 커피를 받아들고 공간을 살폈다. 카페 내부에는 ‘쉼이 있는 여행’, ‘마시러 떠나는 여행’, ‘예술이 좋아 떠나는 여행’ 3가지 테마로 구성된 서가가 있었다. 서가에는 *스틸북스에서 엄선해서 고른 책들과 에어비앤비의 멋진 숙소를 담은 엽서, 그리고 지역의 여행이야기가 담긴 리플렛이 있었다. 나도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카페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책을 읽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행의 영감과 공간을 즐기는 듯했다.
*스틸북스 : 한남동에 위치한 서점
‘쉼이 있는 여행’ - 한 달 살기, 요가, 서핑 등 쉼에 대한 50권의 책 ⓒ홍경아
‘마시러 떠나는 여행' - 커피, 와인, 맥주, 위스키 등 술과 커피에 대한 50권의 책 ⓒ홍경아
술에 관한 재미있는 책이 눈에 띈다. ⓒ홍경아
‘예술이 좋아 떠나는 여행' - 건축, 디자인, 갤러리 등 예술에 대한 50권의 책 ⓒ홍경아
하와이, 멜버른, 오키나와의 리플렛 ⓒ홍경아
공간에는 전 세계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담은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다. 중앙에는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을 적어 붙이는 이벤트 공간도 있었다. 저마다 좋아하는 여행이 다르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도 다르기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세계의 아름다운 에어비앤비 숙소 사진 ⓒ홍경아
에어비앤비 숙소 사진 엽서 ⓒ홍경아
머물고 싶은 여행지와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적는 이벤트 ⓒ홍경아
소망이 담긴 쪽지들 ⓒ홍경아
이윽고 저녁이 되자 간이의자가 여러 개 놓이고,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사 세 명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작가는 취향관을 설계한 이병엽 님으로 여행이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과 직접 호스트가 되어 여행자들을 맞이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두 번째 작가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영감을 자극하는 작업공간을 찾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설동주 님이었다. 여행을 가서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의 작업공간을 보고 영감이 오는 곳을 예약한다고 한다. 낯선 도시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고 그림으로 그려낸다고 한다.
마지막은 오늘 장소 카페 어니언을 설계한 패브리커라는 디자인그룹으로 안동 여행에서 얻은 영감이 어떻게 한옥 카페디자인에 적용되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이 날의 연사들은 여행에서 영감을 얻고 각자의 작업에 반영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일탈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여행에서의 경험이 삶으로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에어비앤비로 다른 나라의 일러스트레이터 작업실에서 작업했던 경험을 들려줬던 설동주 님 ⓒ홍경아
디자인그룹 ‘패브리커’가 전하는 안동 여행 이야기 ⓒ홍경아
"안동은 ‘한국적인 건축’과 ‘정신문화’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입니다.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저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점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드러내지 않는 특유의 미감이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읽은 최순우 선생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우리를 한국 문화로 조금 더 깊이 안내해주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쯤 자연스럽게 안동 여행을 결정했고, 그곳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과 선조들의 지혜,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행 후에는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방향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사실 이번 행사를 처음 접했을 때 책이 있는 공간이라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이어서 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책 판매는 계속 줄고 있고, 책을 주제로 한 공간도 SNS 인증샷의 배경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 보다는 책이 가진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여행자의 서재’를 방문하기 전에는 ‘설령 책을 좋은 공간에 놓아봤자 읽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텍스트 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시대에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좋은 기회가 아닐까. 책을 통해 얻은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장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책도 읽히고 팔리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에어비앤비 ‘여행자의 서재'는 여행을 테마로 삼아 책과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입체적인 공간이었다. 독서가 일종의 짧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날 ’여행자의 서재'를 방문한 사람들은 저마다 짧은 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나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영감을 가득 채워 ‘체크아웃’했다.
2019 [인문쟁이 5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화가 날 때마다 글을 썼습니다. 글로 생각을 기록해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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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양현정
시인 용아를 찾아서
인문쟁이 조온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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