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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2019 방문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문쟁이 전용언

2019-08-27


인파로 가득한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모습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용언



올해도 북적였던 SIBF



여름의 초입, ‘2019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개최되며 서울 코엑스 중심부에는 책내음이 물씬 풍겼다.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진행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국내 대표 도서전이다. 도서전까지 이어지는 길은 온통 사람들로 북적였다. 책을 만날 기대감을 품은 인파에 뒤섞여 서울국제도서전 2019 현장을 찾았다.


도서전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 서울국제도서전 SIBF 2019 책

▲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코엑스. 입장하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전용언


단군 이래 불황이 아닌 적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매년 사양을 거듭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출판계지만, 도서전 기간만큼은 부스 안의 출판사 관계자도, 책을 만날 준비가 된 방문자도 모두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각양각색, 각양각국, 다채로웠던 도서전 부스



아름답게 장식된 출판사 부스 모습 /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출판사의 부스 ⓒ전용언

 

사건 현장처럼 꾸며진 장르문학 출판사 부스 / 캐비넷 살인사건 6월 18일 이른 새벽, 서을의 한 고시원에서 쓰러져있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신원이 조회 되지 않아 용의자는 커녕 피해자조차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현장에서는 'CABINET에서 출판된 도서의, 내용과 관련된 여러 증거들이 발견되는데..... 출입금지-POLICE LINE-수사중

▲ 사건 현장 콘셉트로 흥미롭게 꾸며놓은 부스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라 불리는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도 국내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각양각색의 부스를 마련해 놓고 독자를 기다렸다. 한 출판사 부스에 설치된 웅장한 규모의 책장은 일종의 포토존 역할을 했고, 추리소설을 전문으로 발간하는 출판사는 사건 현장의 콘셉트를 잘 살려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헝가리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헝가리 문학 부스

▲ 입구에 위치한 헝가리 문학 부스. 아이들과 함께 헝가리 전통 춤을 추고 있었다. ⓒ전용언

 

이탈리아 문학 부스 전경 / ITALIA 이탈리아의 작가들 ALINARI GABRIELE D'ANN zlo Elsa Morante 엘사 모란테 Gabriele D'Annunzio 가브리엘레 다눈치 Antonio Tabucchi 안토니오 타부키 Doa Penue Lurary concesso in licenta at Alina Alberto Moravia 알베르토 모라비아 Nacide Meelew Roger Violet/Alinan Tappe Horst / Fondation Horst Tappe Uustem Bild / Archivi Alinan Fondation Horst Tappe

▲ 비교적 한산했던 이탈리아 문학 부스. 이탈리아 문학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전용언


‘국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도서전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출판 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서전 입구를 지나자마자 만난 헝가리 문학 부스에서는 전통 복장 차림의 외국인들이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거기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탈리아 문학 부스에는 <인도 야상곡>,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를 비롯한 여러 작품으로 한국에 소개된 안토니오 타부키 등 이탈리아의 작가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지역 서점들을 나타낸 지도 / 지역 서점 뽐내기

▲ 지역 서점 종합 전시관 ‘북#’의 지역 서점 뽐내기 코너. 지역 서점 현황이 한눈에 보인다. ⓒ전용언


몇 블록을 걷자 지역 서점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부스에 다다랐다. 지역 서점 종합 전시관 ‘북#’부스에서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재된 지역 서점의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었는데, 이 중에 지역 서점 뽐내기 코너에는 여러 방문자가 펜과 종이로 직접 동네의 서점 정보를 적어두었다. 부스 한편에 마련된 펜과 종이를 이용해 아이들은 지역 서점 뽐내기 지도를 가득 채우는 중이었다.


해마다 색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여온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 <여름, 첫 책>을 준비했다. <여름, 첫 책> 프로젝트를 통해 이번 도서전에서 10권의 책이 최초로 공개됐다. 장강명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배우 정우성의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손미나 작가의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비롯한 10권의 책들인데, 단순히 책을 나열하고 프로모션 하는 게 아니라 영화제처럼 새로운 작품을 각각 특별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정유정 작가 사인회 모습 / 나와 지니는 오래오래 너를 기억할 거야. 네 형편없는 노래도. 삶은 살아 있는 자의 것이며, 살아 있는 동안 전력으로 살아야 한다고, 살아 있는 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나는 눈사람처럼 그 자리에 선 채 꼼짝하지 않았다. 지니가 사라진 곳을 오래도록

▲ 사람들로 북적인 정유정 작가의 사인회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은 해매다 명사를 초청하며 화제를 모았다. 도서전에 방문한 6월 23일에는 ‘7년의 밤’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정유정 작가의 사인회가 있었다. 정유정 작가의 신간, <진이, 지니>를 들고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부스 일대가 혼잡했다. 



읽는 책, 보는 책, 듣는 책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어린이 / 한 명씩 죽음을 맞는다! 전 세계에서 1억 부가 넘게 팔리며 출간 이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완벽한 미스터리를 귀로 듣는다.

▲ 오디오북에 열중하던 어린이 방문객 ⓒ전용언


출판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도서전에서 다루는 책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비단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중심으로 꾸민 부스도 곳곳에 있었다. 아직까지 낯선 오디오북은 ‘귀로 듣는 책’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부스에 몇 대의 기기를 비치해두었다. 호기심에 집어든 헤드폰에서는 아나운서 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직 오디오북이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금방 자리를 떴지만, 아이들은 오디오북 부스에 오래 머물며 책을 ‘듣고’ 있었다. 


빵집으로 유명한 성심당 부스

▲ B홀에 마련된 ‘성심당’ 부스. 냄새는 향긋했지만 어쩐지 씁쓸함이 남았다. ⓒ전용언

 

'나의 인생 쿡북' 강연 현장 / 요리인류 나의 인생 극복 이벤트홀2

▲ ‘나의 인생 쿡북’을 주제로 이욱정 PD와 셰프들이 강연을 진행했다. ⓒ전용언


출판사 부스가 촘촘하게 자리하던 A홀을 지나 B홀로 들어서자 진한 빵냄새가 풍겨왔다.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이 부스를 마련해 놓았는데, 명물인 튀김 소보로가 절찬리에 판매 중이었다. 그 뒤로 권투 경기장 형태의 부스가 보여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KBS <요리인류>에서 설치한 포토존이었는데, 단맛과 짠맛의 대결을 소재로 한 이색적인 부스였다. 그 옆으로 음식을 다룬 책이 배치되어 있었다. 반대편에는 <요리인류>의 이욱정 PD가 권우중, 김호윤, 장진모 셰프와 함께 ‘나의 인생 쿡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카카오 브런치 앱 부스. 고풍스러운 서재로 꾸몄다. / brunch

▲ 온라인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카카오 브런치 앱 부스 ⓒ전용언


B홀의 끝자락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카카오가 선보인 브런치 앱 부스였다.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고서점 콘셉트의 부스와는 상반되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사람들을 호객하고 있었다. 약 20분을 기다려 부스에 입장했다. 벽 한쪽에는 100명의 브런치 작가의 매거진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부스 담당자는 각 주제에 맞춰 매거진 큐레이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소설 인간실격 등 명작의 본문 내용으로 꾸민 도서전 인테리어 / 인간 실격 人間失格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호리키가 가르치준 이 진당포에 부지런히 다니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늘 돈에 쪼들렸습니다. 이 필경 저한테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숙집에서 혼자 생활해 나갈 능의 |었던 것입니다. 저는 하숙집 방이 존자 가만히 있는 것이 끔찍했고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갑자기 튀어나와 일격을 가할 것 같아서, 거리로 뛰처나가 예의 운동과 관련된 심부름을 하거나 호리키와 싼 술을 마시며 돌아다니거나 하면서 학업도, 그림 공부도 거의 포기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지 이 년째 되는 11월, 연상의 유부녀와 정사(情死) 비슷한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제 운명은 일변했습니다. 학교는 빠지지, 학교 공부는 조금도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무서운 곳 대양(大洋)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되었습니다. 봄바람에는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몇십만 마리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하는 세균의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대미리로 전철 손잡이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생선회, 덜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 촌충의 유 따위가 틀리 | 고엔지의 아파트를 버리고 교바시의 걸으면 발 박혀서 그 스탠드바 마담에게 “헤어졌어.

▲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인기였던 포토존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에 실망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년 커지는 규모에 비해 실속과 매력이 없는 부스, 대동소이한 콘셉트가 식상하다는 평가 등 올해 열린 도서전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출판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려는 출판계의 입장도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새로운 독자가 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선보인 다양한 종류의 독서 콘텐츠, 굿즈의 중요성을 인지한 출판사, 독자와 작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자 한 브런치 부스까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출판 시장의 노력을 여러 방면에서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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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전용언

2019 [인문쟁이 5기]


멋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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