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초입, ‘2019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개최되며 서울 코엑스 중심부에는 책내음이 물씬 풍겼다.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진행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국내 대표 도서전이다. 도서전까지 이어지는 길은 온통 사람들로 북적였다. 책을 만날 기대감을 품은 인파에 뒤섞여 서울국제도서전 2019 현장을 찾았다.
▲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코엑스. 입장하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전용언
단군 이래 불황이 아닌 적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매년 사양을 거듭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출판계지만, 도서전 기간만큼은 부스 안의 출판사 관계자도, 책을 만날 준비가 된 방문자도 모두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각양각색, 각양각국, 다채로웠던 도서전 부스
▲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출판사의 부스 ⓒ전용언
▲ 사건 현장 콘셉트로 흥미롭게 꾸며놓은 부스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라 불리는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도 국내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각양각색의 부스를 마련해 놓고 독자를 기다렸다. 한 출판사 부스에 설치된 웅장한 규모의 책장은 일종의 포토존 역할을 했고, 추리소설을 전문으로 발간하는 출판사는 사건 현장의 콘셉트를 잘 살려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 입구에 위치한 헝가리 문학 부스. 아이들과 함께 헝가리 전통 춤을 추고 있었다. ⓒ전용언
▲ 비교적 한산했던 이탈리아 문학 부스. 이탈리아 문학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전용언
‘국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도서전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출판 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서전 입구를 지나자마자 만난 헝가리 문학 부스에서는 전통 복장 차림의 외국인들이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거기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탈리아 문학 부스에는 <인도 야상곡>,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를 비롯한 여러 작품으로 한국에 소개된 안토니오 타부키 등 이탈리아의 작가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 지역 서점 종합 전시관 ‘북#’의 지역 서점 뽐내기 코너. 지역 서점 현황이 한눈에 보인다. ⓒ전용언
몇 블록을 걷자 지역 서점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부스에 다다랐다. 지역 서점 종합 전시관 ‘북#’부스에서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재된 지역 서점의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었는데, 이 중에 지역 서점 뽐내기 코너에는 여러 방문자가 펜과 종이로 직접 동네의 서점 정보를 적어두었다. 부스 한편에 마련된 펜과 종이를 이용해 아이들은 지역 서점 뽐내기 지도를 가득 채우는 중이었다.
해마다 색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여온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 <여름, 첫 책>을 준비했다. <여름, 첫 책> 프로젝트를 통해 이번 도서전에서 10권의 책이 최초로 공개됐다. 장강명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배우 정우성의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손미나 작가의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비롯한 10권의 책들인데, 단순히 책을 나열하고 프로모션 하는 게 아니라 영화제처럼 새로운 작품을 각각 특별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 사람들로 북적인 정유정 작가의 사인회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은 해매다 명사를 초청하며 화제를 모았다. 도서전에 방문한 6월 23일에는 ‘7년의 밤’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정유정 작가의 사인회가 있었다. 정유정 작가의 신간, <진이, 지니>를 들고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부스 일대가 혼잡했다.
읽는 책, 보는 책, 듣는 책
▲ 오디오북에 열중하던 어린이 방문객 ⓒ전용언
출판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도서전에서 다루는 책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비단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중심으로 꾸민 부스도 곳곳에 있었다. 아직까지 낯선 오디오북은 ‘귀로 듣는 책’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부스에 몇 대의 기기를 비치해두었다. 호기심에 집어든 헤드폰에서는 아나운서 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직 오디오북이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금방 자리를 떴지만, 아이들은 오디오북 부스에 오래 머물며 책을 ‘듣고’ 있었다.
▲ B홀에 마련된 ‘성심당’ 부스. 냄새는 향긋했지만 어쩐지 씁쓸함이 남았다. ⓒ전용언
▲ ‘나의 인생 쿡북’을 주제로 이욱정 PD와 셰프들이 강연을 진행했다. ⓒ전용언
출판사 부스가 촘촘하게 자리하던 A홀을 지나 B홀로 들어서자 진한 빵냄새가 풍겨왔다.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이 부스를 마련해 놓았는데, 명물인 튀김 소보로가 절찬리에 판매 중이었다. 그 뒤로 권투 경기장 형태의 부스가 보여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KBS <요리인류>에서 설치한 포토존이었는데, 단맛과 짠맛의 대결을 소재로 한 이색적인 부스였다. 그 옆으로 음식을 다룬 책이 배치되어 있었다. 반대편에는 <요리인류>의 이욱정 PD가 권우중, 김호윤, 장진모 셰프와 함께 ‘나의 인생 쿡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 온라인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카카오 브런치 앱 부스 ⓒ전용언
B홀의 끝자락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카카오가 선보인 브런치 앱 부스였다.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고서점 콘셉트의 부스와는 상반되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사람들을 호객하고 있었다. 약 20분을 기다려 부스에 입장했다. 벽 한쪽에는 100명의 브런치 작가의 매거진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부스 담당자는 각 주제에 맞춰 매거진 큐레이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인기였던 포토존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에 실망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년 커지는 규모에 비해 실속과 매력이 없는 부스, 대동소이한 콘셉트가 식상하다는 평가 등 올해 열린 도서전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출판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려는 출판계의 입장도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새로운 독자가 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선보인 다양한 종류의 독서 콘텐츠, 굿즈의 중요성을 인지한 출판사, 독자와 작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자 한 브런치 부스까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출판 시장의 노력을 여러 방면에서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서울국제도서전 2019 방문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문쟁이 전용언
2019-08-27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용언
올해도 북적였던 SIBF
여름의 초입, ‘2019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개최되며 서울 코엑스 중심부에는 책내음이 물씬 풍겼다.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진행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국내 대표 도서전이다. 도서전까지 이어지는 길은 온통 사람들로 북적였다. 책을 만날 기대감을 품은 인파에 뒤섞여 서울국제도서전 2019 현장을 찾았다.
▲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코엑스. 입장하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전용언
단군 이래 불황이 아닌 적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매년 사양을 거듭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출판계지만, 도서전 기간만큼은 부스 안의 출판사 관계자도, 책을 만날 준비가 된 방문자도 모두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각양각색, 각양각국, 다채로웠던 도서전 부스
▲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출판사의 부스 ⓒ전용언
▲ 사건 현장 콘셉트로 흥미롭게 꾸며놓은 부스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라 불리는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도 국내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각양각색의 부스를 마련해 놓고 독자를 기다렸다. 한 출판사 부스에 설치된 웅장한 규모의 책장은 일종의 포토존 역할을 했고, 추리소설을 전문으로 발간하는 출판사는 사건 현장의 콘셉트를 잘 살려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 입구에 위치한 헝가리 문학 부스. 아이들과 함께 헝가리 전통 춤을 추고 있었다. ⓒ전용언
▲ 비교적 한산했던 이탈리아 문학 부스. 이탈리아 문학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전용언
‘국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도서전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출판 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서전 입구를 지나자마자 만난 헝가리 문학 부스에서는 전통 복장 차림의 외국인들이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거기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탈리아 문학 부스에는 <인도 야상곡>,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를 비롯한 여러 작품으로 한국에 소개된 안토니오 타부키 등 이탈리아의 작가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 지역 서점 종합 전시관 ‘북#’의 지역 서점 뽐내기 코너. 지역 서점 현황이 한눈에 보인다. ⓒ전용언
몇 블록을 걷자 지역 서점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부스에 다다랐다. 지역 서점 종합 전시관 ‘북#’부스에서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재된 지역 서점의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었는데, 이 중에 지역 서점 뽐내기 코너에는 여러 방문자가 펜과 종이로 직접 동네의 서점 정보를 적어두었다. 부스 한편에 마련된 펜과 종이를 이용해 아이들은 지역 서점 뽐내기 지도를 가득 채우는 중이었다.
해마다 색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여온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 <여름, 첫 책>을 준비했다. <여름, 첫 책> 프로젝트를 통해 이번 도서전에서 10권의 책이 최초로 공개됐다. 장강명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배우 정우성의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손미나 작가의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비롯한 10권의 책들인데, 단순히 책을 나열하고 프로모션 하는 게 아니라 영화제처럼 새로운 작품을 각각 특별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 사람들로 북적인 정유정 작가의 사인회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은 해매다 명사를 초청하며 화제를 모았다. 도서전에 방문한 6월 23일에는 ‘7년의 밤’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정유정 작가의 사인회가 있었다. 정유정 작가의 신간, <진이, 지니>를 들고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부스 일대가 혼잡했다.
읽는 책, 보는 책, 듣는 책
▲ 오디오북에 열중하던 어린이 방문객 ⓒ전용언
출판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도서전에서 다루는 책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비단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중심으로 꾸민 부스도 곳곳에 있었다. 아직까지 낯선 오디오북은 ‘귀로 듣는 책’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부스에 몇 대의 기기를 비치해두었다. 호기심에 집어든 헤드폰에서는 아나운서 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직 오디오북이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금방 자리를 떴지만, 아이들은 오디오북 부스에 오래 머물며 책을 ‘듣고’ 있었다.
▲ B홀에 마련된 ‘성심당’ 부스. 냄새는 향긋했지만 어쩐지 씁쓸함이 남았다. ⓒ전용언
▲ ‘나의 인생 쿡북’을 주제로 이욱정 PD와 셰프들이 강연을 진행했다. ⓒ전용언
출판사 부스가 촘촘하게 자리하던 A홀을 지나 B홀로 들어서자 진한 빵냄새가 풍겨왔다.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이 부스를 마련해 놓았는데, 명물인 튀김 소보로가 절찬리에 판매 중이었다. 그 뒤로 권투 경기장 형태의 부스가 보여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KBS <요리인류>에서 설치한 포토존이었는데, 단맛과 짠맛의 대결을 소재로 한 이색적인 부스였다. 그 옆으로 음식을 다룬 책이 배치되어 있었다. 반대편에는 <요리인류>의 이욱정 PD가 권우중, 김호윤, 장진모 셰프와 함께 ‘나의 인생 쿡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 온라인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카카오 브런치 앱 부스 ⓒ전용언
B홀의 끝자락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카카오가 선보인 브런치 앱 부스였다.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고서점 콘셉트의 부스와는 상반되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사람들을 호객하고 있었다. 약 20분을 기다려 부스에 입장했다. 벽 한쪽에는 100명의 브런치 작가의 매거진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부스 담당자는 각 주제에 맞춰 매거진 큐레이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인기였던 포토존 ⓒ전용언
서울국제도서전에 실망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년 커지는 규모에 비해 실속과 매력이 없는 부스, 대동소이한 콘셉트가 식상하다는 평가 등 올해 열린 도서전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출판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려는 출판계의 입장도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새로운 독자가 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선보인 다양한 종류의 독서 콘텐츠, 굿즈의 중요성을 인지한 출판사, 독자와 작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자 한 브런치 부스까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출판 시장의 노력을 여러 방면에서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장소 정보
2019 [인문쟁이 5기]
멋대로 씁니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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