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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보는' 달리도서관

세상을 달리 보는 특별한 시선

인문쟁이 성기낭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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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가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 


한 무리의 여인들이 시인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곳은 작은 도서관 ‘달리’! 오늘은 매주 월요일마다 시를 필사하고 시와 시인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달필수다’ 팀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달필수다 팀이 백석 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성기낭 



달리 보다, 달리 느끼다, 달리 생각하다 



달리도서관을 처음 만나면 그 이름에 제일 먼저 관심이 간다. ‘달리(Dalli)’는 ‘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의 줄임말’로 이름에서도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달리 보고, 달리 느끼고, 달리 생각해 본다는 ‘다름’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여느 도서관과는 남다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달리도서관!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라고 내용마저 작을 리 없다. 달리도서관은 생활과 책, 문화가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임을 자부한다. 특히 여성 혹은 이웃의 정다운 사랑방이 되기도 하고, 또는 제주를 찾은 여행자들을 위한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2009년 10월에 개관해 올해로 꼭 10년을 맞은 달리도서관은 다양한 문화예술의 교류와 소통이 봄기운 일 듯 피어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 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달리도서관 DALLI

 

DALLI 달리도서관 동의학, 삶 속에 스며들다 2019 이어달리기 달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슬리퍼로 갈아신어주세요

 ▲ 달리도서관 간판과 입구 ⓒ성기낭 


달리도서관은 주체, 구성, 운영 면에서 기존 도서관과는 다른 차별성을 확보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 생산과 교류의 장을 만들고, 즐거운 문화 사랑방을 꿈꾸는 여성 세 명이 시작해 지금은 다섯 명의 달리지기들이 함께 하고 있다. 각자의 책들을 기증하여 도서관에 자신의 이름을 단 책장을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나눔을 실천하는 ‘책나눔’ 회원, 달리도서관 특유의 인문적 관심을 꾸준히 함께 하는 달리 후원 회원들과 프로그램 참여자, 그리고 달리의 다양한 활동을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왔다. 그 공간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배를 깔고 누워서 편안함을 찾을 수도 있다. 어른부터 청소년, 어린이까지 책 읽는 이들이 공간을 선택하여 머물 수 있다. 


 

 ▲ 달리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공간인 '모여드실' ⓒ성기낭 


 

 ▲ ‘둥실둥실’은 만화방 겸 작은 게스트룸 ⓒ성기낭 



달리의 조금은 남다른 만남들 



달리는 그 이름처럼 세상을, 현실을, 일상을 ‘달리 보는’ 시선으로 시민들의 인문학적 사유를 돕고, 사람들이 허물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 지역의 새로운 문화생산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래서 끊이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필사와 이야기가 함께 하는 ‘달필수다’, 동의학강좌 ‘동의학 - 삶속에 스며들다’, ‘세대를 잇는 기록 모임(세잇기)’, ‘부끄럼 북클럽, 변화를 위한 그림일기’, ‘자기 발견 글쓰기’, ‘2019year달리記’ 등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상하반기에 나뉘어 진행 중이거나 예정에 있다. 그러면 어떤 점이 남다르다는 것일까? ‘부끄럼 북클럽’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매달 다른 주제와 다른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까지는 여느 모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부끄럼 북클럽에는 모임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개인적으로 아는 참가자들이라도 모임 시간, 모임 공간에서 처음 보는 사람처럼 절대로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최대한 자신의 개인 정보가 은연중에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임 참여자들은 이런 규칙이 주는 묘한 긴장감에 참신한 재미가 있다고 한다. 


 

 ▲ ‘샘이나실’은 작당모의하는 사랑방 ⓒ성기낭 


달리도서관이 갖춘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모두 ‘나’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그래서 결국 ‘나’의 내적 성숙과 삶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래서일까? 참여자들의 출석률이 높다. 참여자들은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 자신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 달리 방문자가 남긴 편지들 ⓒ성기낭 


여성들의 삶에 주목하고 있는 점도 달리도서관만의 남다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여성, 특히 중년 여성들의 문화사랑방이기도 하고 제주를 찾는 여성 여행자들의 편안한 쉼터, 선주민과 이주민 여성들이 함께 제주를 이해해 나가는 공간으로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 ‘HerHer실실’은 달리의 매력, 여성 전용 게스트룸 ⓒ성기낭 



지나온 10년, 앞으로의 10년! 



작지만 큰 도서관 달리! 지나온 10년을 돌아보니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된다. 달리도서관은 우리 곁에서 어떤 모습으로 함께 하게 될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도 기본은 늘 책읽기임을 잊지 않는다고 달리지기들은 말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읽기를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한다.  

달리도서관을 나서는 마음이 입구에 핀 수국처럼 풍성해졌다. 수국은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 꽃을, 염기성 토양에서는 붉은 빛의 꽃을 피운다고 한다. 달리도서관이라는 양질의 인문학적 토양을 만난 이 지역은, 또 우리는 10년 후 어떤 빛깔의 꽃을 피우게 될까? 무언가 기대한다는 것은 설렘이다. 달리도서관이 그렇다. 


2019 이어달리기 달리도서관 온누리디앤피 CAFE LALALA YEAR 달리 記

▲ 달리 도서관 입구에 핀 수국 ⓒ성기낭 


책

▲ 달리의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통로, ‘걱실걱실’ ⓒ성기낭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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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권 성기낭
인문쟁이 성기낭

2019 [인문쟁이 5기]


아이들과 책으로 만나며 동화에 나옴직한 캐릭터 연구에 홀로 낄낄거리길 즐긴다. 언젠가 이 캐릭터들이 이야기 속을 휘저을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기대하고 또 의심하기를 반복한다. 책의 어느 한 지점, 아이들과 함께 빵 터지는 그 유쾌한 순간의 행복감에 아이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호기심 많은 어른이다. 뒤늦게인문에 스며든 호기심을 한껏 채울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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