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벗어나 차선이 없는 길을 십리쯤 걷다보면 초록이 묻어나는 계곡을 마주한다. 한적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삼아 자리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홍천군 서석면 마리소리길 207'이 이 곳의 주소다.
자연 속 악기박물관
▲ 악기박물관 입구 ⓒ이종현
마을 형상이 둥근 원형으로 가마솥과 같고 검은 색을 띤다고 '검산리(檢山里)'로 부르다 '마리소리길'이 되었다.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주변으로는 오래된 소나무와 갈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뒤편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자연에 녹아들어 조화를 이룬다.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면 산세와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치 깊은 산 속 자리한 산사처럼 고즈넉한 모습이다. 지친 현대인을 위해 기다리는 듯 거기에 존재하는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 악기박물관 주변 풍경 ⓒ이종현
국내에는 세계 민속 악기와 서양 악기를 전시하는 몇 개의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대표적인 우리 전통 악기를 보관, 전시하는 최초의 악기박물관이다.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서, 소리로 감정을 치유하는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현대인이 편히 쉬며 옛 가치를 체험하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악기는 오랜 문화와 역사는 물론 혼을 담고 있다. 때문에 전통 음악을 모르는 젊은 세대도 그 소리와 선율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 문화를 음미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이다.
▲ 악기박물관 건물 외관 ⓒ이종현
노(老)교수와 여러 예술가의 노력으로 마련된 특별한 공간
이곳에 들어선 것은 한 노(老)교수의 노력이 컸다.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실내악단을 이끌던 서원대학교 음악교육학과 이병욱 교수.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우리 소리를 찾던 그가 자연이 수려한 이곳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를 홍천군청에 기부하면서 2007년 전통 악기박물관이 태동했다. 그가 소장하고 있던 것과 인간문화재와 명인들이 사용하던 악기를 기증하면서다. 그 종류만 120여 개를 훌쩍 넘는다. 악기의 음을 조율했던 ‘편종’과 궁중 음악에 사용했던 ‘편경’이 전시되어 있다. 정악 연주 악기로 사용되던 ‘양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 편종과 편경 ⓒ이종현
▲ 산조아쟁 ⓒ이종현
▲ 운라 ⓒ이종현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면 음색이 맑고 밝아 흥겨운 곡이나 행악에 주로 쓰이는 ‘운라’가 자리하고 있다. 전시관 내부에는 거문고, 가야금과 함께 우리 전통 악기가 관람자를 맞이한다. 유일하게 2개 이상의 음정을 동시에 낸다는 ‘생황’도 보인다. 우리 전통 악기인 ‘산조아쟁’과 함께 광주 신장동 유적 현악기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고대 인도 문화에서 전파된, 대나무로 만든 ‘앙쿨룽’이라는 생소한 외국 악기도 새롭게 만나보았다.
▲ 소금,중금,산조대금,정악대금 ⓒ이종현
▲ 구릿대 단소,개량대금,개량대피리 ⓒ이종현
▲ 광주 신장동 유적 현악기 ⓒ이종현
▲ 소 ⓒ이종현
▲ 양금 ⓒ이종현
전통 국악기를 만드는 악기장(樂器匠)인 정금영 장인(匠人)이 대나무로 만들어 기증한 소금과 중금, 산조대금, 정악대금 등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서순원 님이 기증한 코너는 베트남 모듬북 등 다채로운 악기들로 꾸몄다 .
우리의 소리, 자연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다
건립에 부지와 악기를 기증한 이병욱 교수의 정성과 손때가 곳곳에 깃든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악기박물관 입구에는 마리소리음악연구원과 마리소리예술원 등의 수련 공간이 자리를 잡고 우리 소리를 다듬고 있다.
▲ 마리소리음악연구원 표지판 ⓒ이종현
▲ 마리소리예술원 ⓒ이종현
우리의 전통 악기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장까지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강습이나 세미나 같은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등 문화복합체의 기능을 전수하고 있다. 지역 주민이 함께 함은 물론 인근 지역 군 장병들에게도 악기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 임재원교수 기증 소리북 ⓒ이종현
▲ 악기 기증자 서순원 코너 ⓒ이종현
또한 전통 악기를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에게 우리 음악과 악기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 등 대도시 학생층을 대상으로 국악 강습 등 우리 소리를 직접 익히고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 북과 강습장 ⓒ이종현
때로는 신명난 흥이 어우러진 전통 공연으로 지역주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종류의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혼잡한 도시에 위치하고 있어 여유롭게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은 찾아가는 길 그 자체가 자연의 숲을 거니는 듯 안락하다.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길 위의 풍경은 훌륭한 산책로다. 이곳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광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봄이면 새로 피어나는 신선한 푸르름에 젖어들고, 여름은 시원한 바람과 계곡의 물소리에 몸과 마음을 누인다. 또한 훌쩍 길을 떠나 단풍에 둘러싸인 가을을 조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징과 북 등 ⓒ이종현
▲ 야외 공연장 입구 ⓒ이종현
이제 우리의 감정은 종이 한 장보다 가벼워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근본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은 세상이기도 하다. 녹녹하지 하지 않은 현실 안에서, 우리의 모습 돌아보는 지혜는 더욱 필요하다. 일상을 훌쩍 떠나와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에서 민족혼이 담긴 소리와 그 울림을 느껴보면 어떨까. 각박한 현실에 치대고 부대낀 삶을 스르르 녹여내는 위로가 될 것이다. 즉흥적이고 현란한 것에서 마음을 보상받기보다 우리의 것에서 잃어가는 여유를 찾자. 감정을 치유하는 우리의 소리, 전통악기에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찾아가는 그 길. 차마고도에서나 볼 수 있을 아름다운 풍광과 마주했다. 그 절경 위로 지친 마음과 몸을 잠시나마 누이는, 더없이 윤택한 길이었다.
○ 사진 촬영 : ⓒ이종현
○ 주 소 :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마리소리길 207(☏ 033-430-2437)
○ 운영 시간 : 09:00~18:00 /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휴무
○ 관련 링크 : 홈페이지 http://www.hongcheon.gangwon.kr (홍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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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치유하는 우리의 소리, 전통 악기를 찾아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에 가다
인문쟁이 이종현
2019-06-25
마을을 벗어나 차선이 없는 길을 십리쯤 걷다보면 초록이 묻어나는 계곡을 마주한다. 한적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삼아 자리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홍천군 서석면 마리소리길 207'이 이 곳의 주소다.
자연 속 악기박물관
▲ 악기박물관 입구 ⓒ이종현
마을 형상이 둥근 원형으로 가마솥과 같고 검은 색을 띤다고 '검산리(檢山里)'로 부르다 '마리소리길'이 되었다.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주변으로는 오래된 소나무와 갈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뒤편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자연에 녹아들어 조화를 이룬다.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면 산세와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치 깊은 산 속 자리한 산사처럼 고즈넉한 모습이다. 지친 현대인을 위해 기다리는 듯 거기에 존재하는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 악기박물관 주변 풍경 ⓒ이종현
국내에는 세계 민속 악기와 서양 악기를 전시하는 몇 개의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대표적인 우리 전통 악기를 보관, 전시하는 최초의 악기박물관이다.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서, 소리로 감정을 치유하는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현대인이 편히 쉬며 옛 가치를 체험하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악기는 오랜 문화와 역사는 물론 혼을 담고 있다. 때문에 전통 음악을 모르는 젊은 세대도 그 소리와 선율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 문화를 음미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이다.
▲ 악기박물관 건물 외관 ⓒ이종현
노(老)교수와 여러 예술가의 노력으로 마련된 특별한 공간
이곳에 들어선 것은 한 노(老)교수의 노력이 컸다.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실내악단을 이끌던 서원대학교 음악교육학과 이병욱 교수.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우리 소리를 찾던 그가 자연이 수려한 이곳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를 홍천군청에 기부하면서 2007년 전통 악기박물관이 태동했다. 그가 소장하고 있던 것과 인간문화재와 명인들이 사용하던 악기를 기증하면서다. 그 종류만 120여 개를 훌쩍 넘는다. 악기의 음을 조율했던 ‘편종’과 궁중 음악에 사용했던 ‘편경’이 전시되어 있다. 정악 연주 악기로 사용되던 ‘양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 편종과 편경 ⓒ이종현
▲ 산조아쟁 ⓒ이종현
▲ 운라 ⓒ이종현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면 음색이 맑고 밝아 흥겨운 곡이나 행악에 주로 쓰이는 ‘운라’가 자리하고 있다. 전시관 내부에는 거문고, 가야금과 함께 우리 전통 악기가 관람자를 맞이한다. 유일하게 2개 이상의 음정을 동시에 낸다는 ‘생황’도 보인다. 우리 전통 악기인 ‘산조아쟁’과 함께 광주 신장동 유적 현악기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고대 인도 문화에서 전파된, 대나무로 만든 ‘앙쿨룽’이라는 생소한 외국 악기도 새롭게 만나보았다.
▲ 소금,중금,산조대금,정악대금 ⓒ이종현
▲ 구릿대 단소,개량대금,개량대피리 ⓒ이종현
▲ 광주 신장동 유적 현악기 ⓒ이종현
▲ 소 ⓒ이종현
▲ 양금 ⓒ이종현
전통 국악기를 만드는 악기장(樂器匠)인 정금영 장인(匠人)이 대나무로 만들어 기증한 소금과 중금, 산조대금, 정악대금 등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서순원 님이 기증한 코너는 베트남 모듬북 등 다채로운 악기들로 꾸몄다 .
우리의 소리, 자연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다
건립에 부지와 악기를 기증한 이병욱 교수의 정성과 손때가 곳곳에 깃든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악기박물관 입구에는 마리소리음악연구원과 마리소리예술원 등의 수련 공간이 자리를 잡고 우리 소리를 다듬고 있다.
▲ 마리소리음악연구원 표지판 ⓒ이종현
▲ 마리소리예술원 ⓒ이종현
우리의 전통 악기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장까지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강습이나 세미나 같은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등 문화복합체의 기능을 전수하고 있다. 지역 주민이 함께 함은 물론 인근 지역 군 장병들에게도 악기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 임재원교수 기증 소리북 ⓒ이종현
▲ 악기 기증자 서순원 코너 ⓒ이종현
또한 전통 악기를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에게 우리 음악과 악기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 등 대도시 학생층을 대상으로 국악 강습 등 우리 소리를 직접 익히고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 북과 강습장 ⓒ이종현
때로는 신명난 흥이 어우러진 전통 공연으로 지역주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종류의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혼잡한 도시에 위치하고 있어 여유롭게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은 찾아가는 길 그 자체가 자연의 숲을 거니는 듯 안락하다.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길 위의 풍경은 훌륭한 산책로다. 이곳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광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봄이면 새로 피어나는 신선한 푸르름에 젖어들고, 여름은 시원한 바람과 계곡의 물소리에 몸과 마음을 누인다. 또한 훌쩍 길을 떠나 단풍에 둘러싸인 가을을 조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징과 북 등 ⓒ이종현
▲ 야외 공연장 입구 ⓒ이종현
이제 우리의 감정은 종이 한 장보다 가벼워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근본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은 세상이기도 하다. 녹녹하지 하지 않은 현실 안에서, 우리의 모습 돌아보는 지혜는 더욱 필요하다. 일상을 훌쩍 떠나와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에서 민족혼이 담긴 소리와 그 울림을 느껴보면 어떨까. 각박한 현실에 치대고 부대낀 삶을 스르르 녹여내는 위로가 될 것이다. 즉흥적이고 현란한 것에서 마음을 보상받기보다 우리의 것에서 잃어가는 여유를 찾자. 감정을 치유하는 우리의 소리, 전통악기에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찾아가는 그 길. 차마고도에서나 볼 수 있을 아름다운 풍광과 마주했다. 그 절경 위로 지친 마음과 몸을 잠시나마 누이는, 더없이 윤택한 길이었다.
○ 사진 촬영 : ⓒ이종현
○ 주 소 :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마리소리길 207(☏ 033-430-2437)
○ 운영 시간 : 09:00~18:00 /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휴무
○ 관련 링크 : 홈페이지 http://www.hongcheon.gangwon.kr (홍천군청)
장소 정보
2019 [인문쟁이 5기]
문학에 관심있는 직장인으로 글 쓰기에 취미. 장르를 떠나 문화예술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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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인문쟁이 양현정
All About A&R
인문쟁이 전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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