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은 한 사람이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하는 긴 시간이다. 스물세 살이란 나이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 단언한다 해도, 많은 이가 고개를 주억거릴 터이다. 불광동에서 23년 동안 동네 주민과 함께 숨 쉬어온 동네 서점 '불광문고'는 특이하다. 도심의 대형 서점과는 색이 다르다. 이곳은 책들이 사는 집이다. 이 집은 복잡한 도심과 떨어져,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 아마도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과도 닮았을 것이다.
▲ 불광문고 전경 ⓒ최근모
▲ 다양한 종류의 불광문고 책 진열대 ⓒ최근모
23년을 사라지지 않고 버텨온 아지트
대형마트가 동네 상권을 장악하기 전까지만 해도 명맥을 유지하던 수많은 재래시장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유년 시절 시장에 가던 추억이 지금의 편의점 세대에겐 촌스러운 감성이 된 걸까?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요즘 TV 프로그램에선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가 박힌 컵이 있는 카페가 ‘핫 플레이스’로 자주 거론되고, 광고에서는 미니 카세트를 허리에 찬 전지현이 롤러스케이트를 밀며 질주한다. ‘뉴트로’(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 80, 90년대 스타일의 재해석) 열풍이다. 불광문고는 1996년 첫 문을 열었다. 대형마트에 밀려 우리 곁을 떠났던 재래시장처럼 동네 서점 역시 점점 사라졌지만 불광문고는 달랐다. 90년대 정서를 여전히 간직한 이곳에도 뉴트로 열풍이 분 것일까? 아직도 굳건하게 동네 서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의아하다. 나는 대형마트 같은 거대 서점의 반대편에 있는, ‘인문학의 보고’라 할 만한 동네 서점에 무한 애정을 품고 불광문고를 찾았다. 그러나 그 섣부른 감흥은 장수련 불광문고 점장의 한마디에 깨졌다.
"서점은 인문학의 장소가 아닙니다. 그런 곳과는 거리가 멉니다."
▲ 불광문고 어린이 섹션 ⓒ최근모
대형서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으레 동네 서점에 기대할 모범적 대답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돌아왔다. 불광문고는 23년 동안 지역 주민에게 사랑을 받아온 동네 서점의 모범적인 사례다. 단골손님도 많다. 이곳을 찾던 아이가 성장해 결혼을 하고 자식과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갔다고 인사 떡을 가지고 온 어머니도 있었다. 인문학 책만 산다고 해서 '인문 할아버지' '인문 할머니'라는 단골손님도 있었다. 주문한 책을 찾아가지 않아 수소문하니 돌아가셨더라는 사연이 직원들의 가슴 깊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단골손님과의 아름다운 추억은 불광문고가 동네 서점으로서 23년을 주민과 함께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형서점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불광문고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면 블로그에 서점을 소개한 포스팅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불광문고를 이용하는 동네 주민이다. 불광문고를 소개하는 글에 '내가 사랑하는 불광문고...' '나의 소중한 아지트 불광문고...' 같은 수식어가 붙는 것은 이곳이 서점을 넘어 동네 사랑방 구실을 충실히 했음을 보여준다.
동네 서점의 가치, 어떻게 지킬까?
인문쟁이 : 왜 인문학의 장소가 아닙니까? 이곳을 둘러보면 돈이 되는 아이들 대상의 전집류보다 창작동화와 그림책 섹션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상업성보다 사회적 역할을 더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유명하거나 잘 팔리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적들이 고루 배치되어 있습니다. 23년 동안 불광문고는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지역 주민에게 영혼의 밭을 가꿀 수 있게 도와준 소중한 텃밭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수련 점장 : 맞습니다. 저희는 수익보다 서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잘못된 독서 문화를 바꾸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문화교실도 운영했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독서 지도법이 바뀌어야 자녀도 올바른 독서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대상으로 독서교육도 했지요. 아이들 섹션에 마련된 책을 읽어주는 의자도 아이와 부모의 높낮이를 달리해서 만들 정도로 노력했습니다. 더욱 책과 친해져 서점을 찾게 하려고 한 일들이죠.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할 수가 없습니다. 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쉽게 변하지 않았어요. 동네 서점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아니, 무척 힘듭니다. 많은 방법을 찾고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점점 더 안 좋아졌습니다.
▲ 부모가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게 마련한 좌석 ⓒ최근모
▲ 창작동화 진열대 ⓒ최근모
장 점장은 학교에서 만드는 독서 리스트가 오히려 학생들의 흥미와 목적을 잃게 만든다고 말한다. 리스트에 오른 책을 마치 시험 공부하듯 읽게 되고 독서의 편중도 심하다고 한다. 더욱이 이러한 독서 리스트는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이 많아 대부분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다고 한다.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읽어야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책을 찾게 된다는 의미다.
동네 서점이 처한 문제는 단순히 대형 서점과의 경쟁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더 이상 서점을 찾지 않고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는 등 고객의 구매 방식도 바뀌었다. 인터넷 서점과 가격 경쟁은 출발부터 질 수밖에 없다. 각종 할인과 무료 배송으로 동네 서점은 인터넷 서점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동네 서점의 힘든 상황을 장 점장의 어두운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인문학의 장소가 아닌, 혹독한 시장 경쟁에 던져진 서점은 그대로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더 싸고 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독자의 권리다. 그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하지 않는다.
▲ 불광문고 내 어린이 교육 공간 ⓒ최근모
좀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야 한다. 불광문고엔 23년 동안 단골손님과 나누었던 추억, 동네 아이가 책을 읽으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개인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는 클릭 한 번으로 다음 날 책이 현관 앞에 놓이는 편리함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이유는 '공간'이다. 현실 공간에 서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스마트 폰 속 액정이 아니다. 사람들이 서로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질감을 느끼는 실재 공간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책과의 추억과 영혼의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다. 동네 서점이 단순 효용성의 논리로 소멸한다면 독서의 다양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 폰의 작은 창에 진열된 베스트셀러만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오래전 이런 책만 읽어야 한다고 독서 리스트를 만들었던 상황과 달라질 게 없다. 책은 상품이면서 또한 상품이 아니다. 동네 서점이 인터넷 서점과 함께 우리 곁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다.
시장 논리에 지지 않게, 추억 속으로 떠나지 않도록
▲ 중장년에서 청소년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단골 손님이 불광문고를 찾는다. ⓒ최근모
인터뷰 말미에 장수련 점장은 이런 당부를 남겼다.
“요새는 많은 형태의 서점이 있습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합니다. 그렇지만 서점은 책을 파는 곳입니다. 책을 팔아서 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저희 불광문고가 풀어야 할 숙제죠. 저희는 어떤 책이 많이 나갔는지, 독자가 어떤 책을 원하는지 데이터를 꾸준히 분석합니다. 작년에 무리해서 인테리어도 새로 했습니다. ‘작가와의 대화’ 같은 문화 행사도 열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저희 서점에 찾아와 책을 구매해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네 서점들의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습니다. 책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그 이상의 보존할 가치로 접근하는 '도서 정가제'를 정확하게 실천한다면 동네 서점도 가격에서 인터넷 서점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사나 카드사의 할인 마일리지와 대형 쇼핑몰의 무료 배송도 동네 서점에겐 힘든 장애물입니다.”
가격 경쟁만이라도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애초부터 질 수밖에 없다면 동네 서점은 인문학의 보고는커녕 추억 속 공간으로 사라질 것이다. 우리 가까이에 숨 쉬는 소중한 인문 공간들이 박물관 속 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점은 인간을 키워내는 풍성한 논과 밭이다. 여러분에게도 가까운 동네 서점을 한번 찾아가 보길 권한다. 동네 서점은 우리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는 진정한 의미의, 서점이 있다.
스물세 살의 불광문고
그곳에 가면 서점이 있다
인문쟁이 최근모
2019-06-18
23년은 한 사람이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하는 긴 시간이다. 스물세 살이란 나이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 단언한다 해도, 많은 이가 고개를 주억거릴 터이다. 불광동에서 23년 동안 동네 주민과 함께 숨 쉬어온 동네 서점 '불광문고'는 특이하다. 도심의 대형 서점과는 색이 다르다. 이곳은 책들이 사는 집이다. 이 집은 복잡한 도심과 떨어져,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 아마도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과도 닮았을 것이다.
▲ 불광문고 전경 ⓒ최근모
▲ 다양한 종류의 불광문고 책 진열대 ⓒ최근모
23년을 사라지지 않고 버텨온 아지트
대형마트가 동네 상권을 장악하기 전까지만 해도 명맥을 유지하던 수많은 재래시장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유년 시절 시장에 가던 추억이 지금의 편의점 세대에겐 촌스러운 감성이 된 걸까?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요즘 TV 프로그램에선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가 박힌 컵이 있는 카페가 ‘핫 플레이스’로 자주 거론되고, 광고에서는 미니 카세트를 허리에 찬 전지현이 롤러스케이트를 밀며 질주한다. ‘뉴트로’(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 80, 90년대 스타일의 재해석) 열풍이다. 불광문고는 1996년 첫 문을 열었다. 대형마트에 밀려 우리 곁을 떠났던 재래시장처럼 동네 서점 역시 점점 사라졌지만 불광문고는 달랐다. 90년대 정서를 여전히 간직한 이곳에도 뉴트로 열풍이 분 것일까? 아직도 굳건하게 동네 서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의아하다. 나는 대형마트 같은 거대 서점의 반대편에 있는, ‘인문학의 보고’라 할 만한 동네 서점에 무한 애정을 품고 불광문고를 찾았다. 그러나 그 섣부른 감흥은 장수련 불광문고 점장의 한마디에 깨졌다.
"서점은 인문학의 장소가 아닙니다. 그런 곳과는 거리가 멉니다."
▲ 불광문고 어린이 섹션 ⓒ최근모
대형서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으레 동네 서점에 기대할 모범적 대답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돌아왔다. 불광문고는 23년 동안 지역 주민에게 사랑을 받아온 동네 서점의 모범적인 사례다. 단골손님도 많다. 이곳을 찾던 아이가 성장해 결혼을 하고 자식과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갔다고 인사 떡을 가지고 온 어머니도 있었다. 인문학 책만 산다고 해서 '인문 할아버지' '인문 할머니'라는 단골손님도 있었다. 주문한 책을 찾아가지 않아 수소문하니 돌아가셨더라는 사연이 직원들의 가슴 깊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단골손님과의 아름다운 추억은 불광문고가 동네 서점으로서 23년을 주민과 함께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형서점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불광문고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면 블로그에 서점을 소개한 포스팅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불광문고를 이용하는 동네 주민이다. 불광문고를 소개하는 글에 '내가 사랑하는 불광문고...' '나의 소중한 아지트 불광문고...' 같은 수식어가 붙는 것은 이곳이 서점을 넘어 동네 사랑방 구실을 충실히 했음을 보여준다.
동네 서점의 가치, 어떻게 지킬까?
인문쟁이 : 왜 인문학의 장소가 아닙니까? 이곳을 둘러보면 돈이 되는 아이들 대상의 전집류보다 창작동화와 그림책 섹션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상업성보다 사회적 역할을 더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유명하거나 잘 팔리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적들이 고루 배치되어 있습니다. 23년 동안 불광문고는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지역 주민에게 영혼의 밭을 가꿀 수 있게 도와준 소중한 텃밭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수련 점장 : 맞습니다. 저희는 수익보다 서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잘못된 독서 문화를 바꾸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문화교실도 운영했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독서 지도법이 바뀌어야 자녀도 올바른 독서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대상으로 독서교육도 했지요. 아이들 섹션에 마련된 책을 읽어주는 의자도 아이와 부모의 높낮이를 달리해서 만들 정도로 노력했습니다. 더욱 책과 친해져 서점을 찾게 하려고 한 일들이죠.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할 수가 없습니다. 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쉽게 변하지 않았어요. 동네 서점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아니, 무척 힘듭니다. 많은 방법을 찾고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점점 더 안 좋아졌습니다.
▲ 부모가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게 마련한 좌석 ⓒ최근모
▲ 창작동화 진열대 ⓒ최근모
장 점장은 학교에서 만드는 독서 리스트가 오히려 학생들의 흥미와 목적을 잃게 만든다고 말한다. 리스트에 오른 책을 마치 시험 공부하듯 읽게 되고 독서의 편중도 심하다고 한다. 더욱이 이러한 독서 리스트는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이 많아 대부분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다고 한다.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읽어야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책을 찾게 된다는 의미다.
동네 서점이 처한 문제는 단순히 대형 서점과의 경쟁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더 이상 서점을 찾지 않고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는 등 고객의 구매 방식도 바뀌었다. 인터넷 서점과 가격 경쟁은 출발부터 질 수밖에 없다. 각종 할인과 무료 배송으로 동네 서점은 인터넷 서점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동네 서점의 힘든 상황을 장 점장의 어두운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인문학의 장소가 아닌, 혹독한 시장 경쟁에 던져진 서점은 그대로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더 싸고 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독자의 권리다. 그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하지 않는다.
▲ 불광문고 내 어린이 교육 공간 ⓒ최근모
좀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야 한다. 불광문고엔 23년 동안 단골손님과 나누었던 추억, 동네 아이가 책을 읽으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개인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는 클릭 한 번으로 다음 날 책이 현관 앞에 놓이는 편리함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이유는 '공간'이다. 현실 공간에 서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스마트 폰 속 액정이 아니다. 사람들이 서로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질감을 느끼는 실재 공간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책과의 추억과 영혼의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다. 동네 서점이 단순 효용성의 논리로 소멸한다면 독서의 다양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 폰의 작은 창에 진열된 베스트셀러만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오래전 이런 책만 읽어야 한다고 독서 리스트를 만들었던 상황과 달라질 게 없다. 책은 상품이면서 또한 상품이 아니다. 동네 서점이 인터넷 서점과 함께 우리 곁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다.
시장 논리에 지지 않게, 추억 속으로 떠나지 않도록
▲ 중장년에서 청소년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단골 손님이 불광문고를 찾는다. ⓒ최근모
인터뷰 말미에 장수련 점장은 이런 당부를 남겼다.
“요새는 많은 형태의 서점이 있습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합니다. 그렇지만 서점은 책을 파는 곳입니다. 책을 팔아서 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저희 불광문고가 풀어야 할 숙제죠. 저희는 어떤 책이 많이 나갔는지, 독자가 어떤 책을 원하는지 데이터를 꾸준히 분석합니다. 작년에 무리해서 인테리어도 새로 했습니다. ‘작가와의 대화’ 같은 문화 행사도 열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저희 서점에 찾아와 책을 구매해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네 서점들의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습니다. 책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그 이상의 보존할 가치로 접근하는 '도서 정가제'를 정확하게 실천한다면 동네 서점도 가격에서 인터넷 서점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사나 카드사의 할인 마일리지와 대형 쇼핑몰의 무료 배송도 동네 서점에겐 힘든 장애물입니다.”
가격 경쟁만이라도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애초부터 질 수밖에 없다면 동네 서점은 인문학의 보고는커녕 추억 속 공간으로 사라질 것이다. 우리 가까이에 숨 쉬는 소중한 인문 공간들이 박물관 속 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점은 인간을 키워내는 풍성한 논과 밭이다. 여러분에게도 가까운 동네 서점을 한번 찾아가 보길 권한다. 동네 서점은 우리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는 진정한 의미의, 서점이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동 272-51 한화생명빌딩 지하1층
불광문고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kbook1996
글, 사진_ ⓒ최근모
장소 정보
2019 [인문쟁이 5기]
반갑습니다. 가치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최작가입니다. 영화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과 전시를 좋아합니다.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스토리를 채굴하는 성실한 광부가 되겠습니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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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상상하다 함께하다 연극하다 음악하다
인문쟁이 원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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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조온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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