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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상상하다 함께하다 연극하다 음악하다

음성의 생활문화 예술공간을 꿈꾸는, 소극장 '하다'

인문쟁이 원혜진

2019-06-18

해가 점차 길어지는 봄밤이지만, 괴산에서 음성으로 넘어가는 동안 주위는 어느새 깜깜해집니다. 인적이 드물어 조금 무섭기도 한 고개를 넘어, 불빛 찬란한 아파트 단지를 만납니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아파트와 학교들이 모인 길가에 자리한 소극장 '하다'를 찾았습니다. 이렇게 접근성이 좋다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살짝 부럽기도 합니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밴드 연습이 한창입니다. 베이스, 기타, 건반, 카혼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 보컬의 목소리가 무척 매력적이네요. 4년차 아마추어 동호회 직장인 밴드 ‘와오(WAO)’가 연습을 하고 있는 이 공간! 서울에서 음악을 하던 윤종식, 연극을 하던 황금미영 두 사람이 충청북도 음성으로 이사하며 새롭게 꾸민 소극장 '하다'입니다. 

 

 

소극장 하다

▲ '하다'를 응원하는 동네분이 만들어준 나무 간판 ⓒ 원혜진

 

 

 

▲ “We Are The One!” 직장인 밴드 ‘와오(WAO)’ ⓒ 원혜진

 

 

 

소박하지만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공간 

 

 

“처음에는 부모님을 따라 다른 일을 하려고 이 지역에 왔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됐고, 우리 스스로가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자는 생각으로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동네 지하 창고를 얻어서 모든 공사를 둘이서 직접 했습니다. 이 공간은 작고 소박하지만,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에요.” (황금미영)


2017년 4월에 개관한 소극장 '하다'에서 두 사람은 지난 2년 동안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벌였다고 합니다. 음성에서는 쉽게 시도할 수 없었던 일들이죠. 옆 동네 괴산에서, 소극장 개관 소식을 듣고 감탄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선, 언제든 열려 있는 예술 소모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직장인 밴드 ‘와오’, 아줌마 극단 ‘에고머니’, 여성밴드 ‘레이디보이스’, 엄마들의 인형극단 ‘봉지’가 지금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 모임을 통해,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도 하고 있지요. 청소년 극단 ‘그린나래’, 어쿠스틱 밴드 ‘대소스’가 공연도 여러 번 하고, 각종 행사에 초청될 정도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음성교육지원청 마을학교 연극교실 초등 저학년 발표 공연 <삐삐롱스타킹> ⓒ소극장 '하다'

 

 

소극장만의 특색이 있을 텐데요. 무대에는 어떤 공연이 올라가고 있을까요?


“가까이에서 직접 호흡을 느끼고 소통하기 좋은 작품들을 섭외하여 소극장 공연을 올립니다. 극단 ‘문’의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제랄다와 거인>, ‘이야기꾼’의 <먹보쟁이 점>, 극단 ‘누렁소’의 <곱단이>, <할머니>, 마임배우 조옥형의 <마임 상자> 등의 공연을 초청하여 진행했어요. 자체 제작 공연도 올립니다. 그림책 즉흥극 <부크부크>, 뮤지컬 <동백꽃>, 단막극전 <결혼하다> 등의 공연을 올리기도 했어요. 또 시민 뮤지컬도 올렸는데, <소우주 환상곡>이라는 작품입니다. 작년 시즌 1을 거쳐 올해 시즌 2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아마추어 뮤지컬이라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좋은 작품이에요. 관객 수는 아동극의 경우 50~80명, 가장 많이 왔을 때에는 100명 정도였습니다. 좌석이 없어 서서 보기도 했죠.” 

 

 

▲ 시민 뮤지컬 <소우주 환상곡> 연습 장면 ⓒ소극장 '하다'

 

 

 

▲ <소우주 환상곡> 공연이 끝나고 단체 사진 ⓒ소극장 '하다'

 

 

오디션으로 뽑힌 시민 배우들이 개관 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소우주 환상곡>이라. 음성의 시민으로서 공연에 참여한 배우는 어떤 사람들일지, 그래서 어떤 공연이 완성되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소우주 환상곡>은 아마추어 시민 배우들을 위해 제가 썼던 대본이에요. 그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시즌 2까지 공연을 올렸네요. 올해 올린 시즌 2에서는 70이 넘으신 할아버지 배우가 함께 하셨어요. 체력적으로 무척 힘이 드셨을 텐데, 끝까지 해내셨습니다. <소우주 환상곡>은 합창 동아리 회원들이 자신의 꿈을 찾는 이야기에요. 연습 과정에서 주인공의 모습과 스스로의 모습이 참 비슷하게 닮아 있다고 느끼며, 참 많이 울고 웃고 했습니다. 무대에 서기 전까진 한 번도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나도 내 인생의 주인공이구나 하고, 이전과는 삶을 다르게 바라보게 됐단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런 분들이 있어서 소극장 '하다'가 존재하는 거죠.” 

 

 

 

 ▲ 대관 공연, ‘이야기꾼’의 <먹보쟁이 점> ⓒ소극장 '하다'

 

 

 

 

예술을 향유하는 사랑방, 삶을 발견하는 놀이터 

 

 

 

좋은 소극장 공연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술 소모임을 할 수 있고, 청소년의 놀이터 역할을 하는 소극장이라니. 하지만 단지 공간만 있다고 그 모든 것이 이뤄지는 건 아니겠죠.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다' 정식 멤버는 저, 윤종식, 이준엽, 송슬기, 현재는 이렇게 네 명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멤버는 함께 예술 교육을 하고 있는 멤버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우리는 우리와 함께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함께 기획하고 있는 모두가 '하다'의 멤버라고 생각해요. 이준엽은 기타 전공자로 원래는 음악학원을 하다가 접고 잠시 쉬던 중에 ‘와오’ 밴드 회장님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송슬기는 전공자는 아니지만 혼자서 작곡과 기타를 공부했어요. 지금은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기타리스트입니다. 함께 꿈다락 사업이나 시민 뮤지컬 등의 예술 교육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역에서 소극장을 운영하기가 만만치는 않을 것 같아서, 운영 문제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공연 수익은 거의 없고, 후원 회원이 30여 명 된다고 하네요. 경영이 여의치 않음에도, 음성이라는 지역에서 '하다'라는 공간이 꼭 있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극장 '하다'가 있어서 가능한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 3.8 여성의날 기념 ‘여성문화주간’ 행사인 <헐 스토리>를 소개하고 싶어요. 2018년부터 시작해 2년째 진행하고 있는 <헐 스토리>는 음성여성문화기획이 매년 만들어내고 있는 행사입니다. 음성여성문화기획은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낼 문화적 기획이 없다는 갈증을 느끼고 있던 음성의 젊은이들이 의기투합 하여 만든 단체죠. 어떠한 지원도 없이 맨땅에 헤딩한다는 정신으로 덤비지만, 그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내용이 알차답니다. 이 역시 소극장 '하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공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거죠.”  

 

 

 3.8 여성의 날 기념 '여성문화주간' 헐~한 세상에 던지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헐(Her)~ story 3.8 여성의 날 문화기획 헐~스토리 3월 6일 여성문화주간을 여는 공연 '꽃할머니' 극단문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꽃할머니>가 감동적인 무대로 찾아옵니다. 시간 오후 7시 관람료 1만원 장소 소극장 하다 3월 7일 영화로 보는 그녀들의 이야기 오후 2시 안토니아스 라인 오후 4시 이웃집에 신이 산다 오후 7시  히든 피겨스 입장료 1회당 2천원 장소 소극장 하다 3월 8일 영화로 보는 그녀들 이야기 2 오후 2시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오후 4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오후7시 여배우들 입장료 1회당 2천원 장소 소극장 하다 3월 9일 기획단 마음대로 토론회 까칠 남녀보다 더 까칠한 그들이 온다 시간 오후 7시 관람료 무료 3월 10일 세상 모든 그녀들의 이야기 전시&체험 따뜻포근 토크 콘서트 전 프로그램 프리패스티켓 2만원

▲ 음성여성문화기획의 여성문화주간 행사 포스터 ⓒ 원혜진

 

 

궁금한 것도 더 묻고 싶은 것도 많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계획이겠지요. 


“‘우리 동네 극장’이라는 타이틀로 지역 주민들을 좀 더 가까이서 만나고 싶어요. 가까이에서 더 전문적인 예술을 느낄 수 있고 펼쳐낼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길 바랍니다. 단순히 기능을 익히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참가자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기획할 수 있는 생활 문화 예술을 실현하고 싶어요. 나아가 지역 주민뿐만 아닌, 음성 지역의 개별 예술가들의 부담 없는 활동의 장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되면 좋겠어요.”


생활과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음성 시민의 가장 가까운 극장, 그리고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의 장. 소극장 '하다'가 늘 북적이길 바랍니다. 예술을 즐기는 이를 위한 아지트가 있어, 참 좋은 음성입니다.


사진 촬영_ ⓒ원혜진

 

 

장소 정보

  • 소극장하다
  • 음성
  • 금왕
  • 하다
  • 시민뮤지컬
  • 아지트
  • 동네극장
  • 예술교육
충청권 원혜진
인문쟁이 원혜진

2019 [인문쟁이 5기]


충북 괴산, 아이 넷과 함께 캠핑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 철없는 엄마.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며 시골살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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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진 이미지

김**

2019-07-07

'소극장하다' 작지만 큰 꿈이 이루어지는 마법의 공간...그곳에서 어릴적 꿈꾸었던 꿈들을 하나씩 이루어갑니다.-시민배우 김희경-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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