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멍하니 제주바다를 바라본다. 어둑어둑 내려앉는 어스름. 검붉은 밤바다에 하나둘 고깃배가 불을 밝히기 사작한다. 나도 모르게 혼자 동요 <등대지기>를 구슬프게 흥얼거린다. 무슨 동요가 이리도 가슴 아린지? 그리움, 슬픔, 처연함 등과 같은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 해질녘 한라산 기슭에서 바라본 제주 밤바다 ⓒ배재범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아마 저 멀리 사라봉, 별도봉 사이 ‘산지등대’가 제주 밤바다 수많은 고깃배와 여객선을 안내하고 있을 것이다. 급한 성미를 참지 못하고 바로 다음 날 제주 원도심 한편의 사라봉 언덕 산지등대를 찾아 나섰다. 사라봉 언덕 위 제주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하얀 쌍둥이 등대가 우뚝 서 있다. 해안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제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 여기에 산지등대가 있다.
산지등대는 언제부터 불을 밝혔을까?
▲ 제주 사라봉 언덕 위 산지등대 ⓒ배재범
일제강점기였던 1916년 무인등대로 처음 불을 밝히기 시작한 산지등대는 1917년부터 등대지기가 상주하며 긴 세월 제주 앞바다의 안전을 지켜오고 있다. 현재까지 운영 중인 최신 기술이 탑재된 새로운 등대가 1999년 세워졌고, 기존 등대는 83년간 밝혀오던 등대의 역할을 새 등대에게 물려주고 그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덩치 큰 동생을 대견해하며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고 있는 형님처럼.
▲ 산지등대 동생 등탑(좌)과 형님 등탑(우) ⓒ배재범
산지등대의 등탑은 백색 원형콘크리트 구조로 높이는 18m이다. 산지등대의 불빛은 15초에 한 번씩 반짝이며 그 빛은 추자도, 청산도, 보길도, 거문도까지 도달한다. 산지등대는 제주 북쪽 바다와 사라봉, 별도봉이 둘러싸고 있어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그래서 등대 역할뿐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산지등대 그리고 등대지기!
▲ 무인화 정비공사 중인 산지등대 ⓒ배재범
긴 세월 제주 바다를 지키던 산지등대가 103년 만에 사람이 없는 무인등대로 전환된다고 한다. 밤마다 망망대해를 비추던 등대지기들도 올해 연말에는 산지등대를 떠나게 된다. 100여 년 긴 세월 한 자리를 지켜온 등대는 이제 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등대지기의 조정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등대지기란 말 역시 쓰지 않는다고 한다. 등대지기의 정식 명칭은 '항로표지관리원'으로 무선 설비와 항로 표지 기사 자격증 등을 딴 후, 국가고시를 봐야 하는 전문직이다. 긴 밤 홀로 불을 켜두고 사라봉 위에 홀로 서 있는 산지등대, 그리고 홀로 선 등대만큼이나 ‘등대지기’ 아니 ‘항로표지관리원’도 외로웠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년 등대, 산지등대!
▲ 제주 밤바다를 지키고 서 있는 산지등대 ⓒ배재범
제주 앞바다 바라보며 산지등대에 서 있으면 제주항에서 묵직한 저음의 뱃고동이 북소리처럼 들린다. 눈 아래 제주여객터미널에서 뿌우우~~ 울며 사라져가는 여객선들을 바라보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산지등대와 등대지기의 추억을 고이고이 가슴에 담았다.
사라봉에서 만난 100년 등대이야기
제주 산지항로표지관리소(산지등대)
인문쟁이 배재범
2019-06-11
▲ 제주 별도봉에서 바라본 산지등대 ⓒ배재범
해질녘 멍하니 제주바다를 바라본다. 어둑어둑 내려앉는 어스름. 검붉은 밤바다에 하나둘 고깃배가 불을 밝히기 사작한다. 나도 모르게 혼자 동요 <등대지기>를 구슬프게 흥얼거린다. 무슨 동요가 이리도 가슴 아린지? 그리움, 슬픔, 처연함 등과 같은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 해질녘 한라산 기슭에서 바라본 제주 밤바다 ⓒ배재범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아마 저 멀리 사라봉, 별도봉 사이 ‘산지등대’가 제주 밤바다 수많은 고깃배와 여객선을 안내하고 있을 것이다. 급한 성미를 참지 못하고 바로 다음 날 제주 원도심 한편의 사라봉 언덕 산지등대를 찾아 나섰다. 사라봉 언덕 위 제주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하얀 쌍둥이 등대가 우뚝 서 있다. 해안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제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 여기에 산지등대가 있다.
산지등대는 언제부터 불을 밝혔을까?
▲ 제주 사라봉 언덕 위 산지등대 ⓒ배재범
일제강점기였던 1916년 무인등대로 처음 불을 밝히기 시작한 산지등대는 1917년부터 등대지기가 상주하며 긴 세월 제주 앞바다의 안전을 지켜오고 있다. 현재까지 운영 중인 최신 기술이 탑재된 새로운 등대가 1999년 세워졌고, 기존 등대는 83년간 밝혀오던 등대의 역할을 새 등대에게 물려주고 그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덩치 큰 동생을 대견해하며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고 있는 형님처럼.
▲ 산지등대 동생 등탑(좌)과 형님 등탑(우) ⓒ배재범
산지등대의 등탑은 백색 원형콘크리트 구조로 높이는 18m이다. 산지등대의 불빛은 15초에 한 번씩 반짝이며 그 빛은 추자도, 청산도, 보길도, 거문도까지 도달한다. 산지등대는 제주 북쪽 바다와 사라봉, 별도봉이 둘러싸고 있어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그래서 등대 역할뿐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산지등대 그리고 등대지기!
▲ 무인화 정비공사 중인 산지등대 ⓒ배재범
긴 세월 제주 바다를 지키던 산지등대가 103년 만에 사람이 없는 무인등대로 전환된다고 한다. 밤마다 망망대해를 비추던 등대지기들도 올해 연말에는 산지등대를 떠나게 된다. 100여 년 긴 세월 한 자리를 지켜온 등대는 이제 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등대지기의 조정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등대지기란 말 역시 쓰지 않는다고 한다. 등대지기의 정식 명칭은 '항로표지관리원'으로 무선 설비와 항로 표지 기사 자격증 등을 딴 후, 국가고시를 봐야 하는 전문직이다. 긴 밤 홀로 불을 켜두고 사라봉 위에 홀로 서 있는 산지등대, 그리고 홀로 선 등대만큼이나 ‘등대지기’ 아니 ‘항로표지관리원’도 외로웠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년 등대, 산지등대!
▲ 제주 밤바다를 지키고 서 있는 산지등대 ⓒ배재범
제주 앞바다 바라보며 산지등대에 서 있으면 제주항에서 묵직한 저음의 뱃고동이 북소리처럼 들린다. 눈 아래 제주여객터미널에서 뿌우우~~ 울며 사라져가는 여객선들을 바라보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산지등대와 등대지기의 추억을 고이고이 가슴에 담았다.
○ 공간 정보
주소 : 제주시 사라봉동길 108-1(건입동)
전화번호 : 064)722-5707
운영 시간 : 2019.12 까지 폐쇄 예정
○ 관련 링크
홈페이지 : http://www.portbusan.go.kr (부산지방해양수산청>등대안내)
○ 사진 촬영_배재범
장소 정보
2019 [인문쟁이 5기]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탐험하고 알리는 인문쟁이가 되어 20대에 품었던 인문학도의 꿈을 다시 꾸고 싶은 50대 아저씨입니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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